All Chapters of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Chapter 851 - Chapter 859
859 Chapters
제851화
장소월은 고개를 숙이고 아이의 이마에 키스했다. 그녀의 눈동자 속엔 모성애가 가득 차 있었다.장소월은 여전히 전연우와 함께 안방에서 지냈다. 이제 장소월은 정말로 이 남원 별장의 여주인이 된 것 같았다...그들은 분명 부부가 아니다. 하지만 평소 부부가 하는 일을 하고 있다.남원 별장의 도우미는 모두 바뀌어 다들 장소월을 전연우의 아내로 알고 있었다.하여 그들은 모두 장소월을 사모님이라고 불렀다. 유독 은경애만큼은 줄곧 그녀를 아가씨라고 불렀다.장소월은 별다른 설명을 하지 않고, 그들이 편한 대로 호칭을 정하게 했다.별장엔 경호가 더 강화되어 장소월은 여전히 아무 데도 나갈 수 없었다. 예전과 다른 점이라면, 아이가 한 명 더 생겨 그녀의 족쇄가 된 것, 그 하나였다.장소월은 남원 별장에서 몸조리를 한 끝에 이젠 예전의 기력을 되찾았다. 다만 큰 병을 앓고 난 뒤라 몸이 약해져 층계를 오를 때에도 거친 숨을 내쉬었다.장소월은 아이를 안고 계단을 내려갔다. 별이는 이제 완전히 익숙해져 선명하게 엄마라고 발음하고 있었다.도우미가 다가와 말했다.“사모님, 조금 전 대표님께서 전화하셔서 오늘은 집에서 저녁 식사를 하지 않는다고 말씀하셨어요. 사모님에게 잊지 말고 약 드시고 일찍 쉬라고 하셨습니다.”장소월은 도우미에게 눈길도 주지 않고 차갑게 주방에서 걸어 나가며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앞으로 그런 건 저한테 얘기할 필요 없어요.”그녀는 물을 한 컵 따르고는 들고 위층으로 올라갔다.만약 장소월이 조금 더 주의를 기울였다면, 탁자 위 전화기가 통화 중인 상태라는 걸 발견했을 것이다.도우미는 그녀가 위층에 완전히 올라가 모습이 보이지 않는 걸 확인하고 난 뒤에야 다시 핸드폰을 들었다.“대표님, 사모님께서 올라가셨습니다. 혹시 더 분부하실 일 있나요?”성세 그룹 대표 사무실.전연우는 금테 안경을 걸고, 검은색 셔츠 위에 와인색 조끼를 입고 앉아 창문 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남자의 깊은 눈동자 속엔 서늘한 기운이 가득 담겨 있었다.예전과 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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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2화
송시아는 두 손으로 책상을 탁 치고는 비스듬히 몸을 기울여 전연우를 쳐다보았다.“천하 일성의 일은 내가 꾸민 거 맞아요. 하지만 당신은 강지훈에게...”그 뒤의 말은 차마 입에 담아내지 못했다.“그 일은 이제 없었던 거로 해요.”“제가 원하는 건 성세 그룹 안주인 자리예요.”전연우가 손에 들고 있던 담배에 불을 붙였다.“성세 그룹 부대표 자리도 성에 안 차? 성세 그룹 안주인에 네가 가당키나 해?”“하하하...”송시아는 우스운 농담이라도 들은 듯 배를 끌어안고 웃어댔다.“전연우 씨, 그런 말 할 자격이 제일 없는 건 바로 당신이에요. 전생에서 당신이 어떻게 장소월을 내쫓았는지 말해줬던 거 잊었어요?”“내가 한 번 더 얘기해줄까요?”“당신은 장소월이 아이를 낳지 못한다는 이유로 나와 8년이나 바람을 피웠어요. 결국 장소월은 아이와 함께 저승으로 가버렸죠.”송시아가 조롱 어린 얼굴로 그를 쳐다보았다.“인시윤을 제거한 건 아마 인시윤이 당신의 비밀을 알아서였겠죠. 전연우 씨, 당신은 무서웠던 거예요!”“장소월이 친오빠가 하려 하는 이 황당무계한 일을 알게 될까 봐 두려웠겠죠. 그래서...”“악!”송시아가 돌연 귀를 찢을 듯 소리쳤다.전연우가 서늘한 눈동자로 그녀의 머리를 잡고 책상에 누르고 있었던 것이다.전연우의 몸에서 사람을 비틀어 죽일 듯한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또다시 내 앞에서 그런 말을 지껄이면 지금의 위치를 박탈하는 건 물론이고 혀를 뽑아 지하에서 창녀로 뒹구는 게 어떤 기분인지 느끼게 해줄 거야.”“두 번의 인생을 거쳐 내 곁에 있었다니까 잘 알고 있겠지. 난 모든 사람한테... 너한테도... 자비를 베풀지 않을 거라는 걸.”“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건 바로 지나치게 욕심을 부리는 거야!”송시아는 확실히 적잖게 그를 도왔다. 그건 전연우가 지금까지 그녀를 참아줬던 이유이기도 했다.송시아는 목이 졸려 숨을 쉴 수가 없었다. 얼굴은 터질 듯 시뻘게졌고, 머리는 산소가 공급되지 않아 아찔하게 어지러웠고, 눈앞은 점차 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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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3화
새벽 12시, 돌연 천둥이 치고 폭풍우가 휘몰아쳤다.거대한 소리가 남원 별장 전체에 울려 퍼지자 별이는 겁을 먹고 울음을 터뜨렸다.장소월은 토닥토닥 아이의 등을 두드리며 달래고는 소변에 젖은 침대 시트를 갈아주었다.우렛소리가 언제 그칠지 알 수 없었다.장소월은 어쩔 수 없이 별이를 데리고 전연우의 서재로 향했다. 몇 개월 사이 별이는 살이 꽤 붙어 조금만 안고 있으면 팔이 시큰해졌다. 하여 그저 소파에 앉히고 장난감으로 장난을 칠 뿐이었다.서재에선 괜찮았지만, 한 발자국만 나서면 또다시 그렁그렁 눈물이 맺혔다.장소월은 손가락으로 아이의 코를 톡톡 두드렸다.“별아, 우레가 그렇게 무서워?”“엄... 엄마...”장소월은 반응하지 않았다.“엄마...”“...”“아, 엄... 엄마...”장소월은 아이가 하품을 하는 걸 보고는 이제 재워야 한다는 생각에 얼른 안고 서재를 나섰다. 그 순간 문밖 소리를 듣고 시선을 돌려보니 익숙한 차 한 대가 들어왔다. 그녀는 못 본 척 서재 조명을 끄고 방으로 돌아갔다.서철용은 위층을 올려다보며 술에 절어 인사불성이 된 전연우를 차에서 끌어냈다. 그러고는 그의 호주머니에서 열쇠를 꺼내 문을 열고 들어가 소파에 매정하게 내팽개쳐버리고는 조롱 섞인 웃음을 터뜨렸다.“그깟 주량으로 나랑 술을 마시려고 해? 그러니까 송시아한테 당했지.”서철용은 복도를 힐끗 보고는 더는 머무르지 않고 열쇠를 내려놓은 뒤 별장을 떠났다.그가 차 운전석에 올라타 안전벨트를 매던 그때 핸드폰이 울렸다. 낯선 번호를 보고 전화를 끊어버리려는 순간, 별장 3층 조명이 켜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자세히 살펴보니 장소월이 핸드폰을 귀에 대고 창가에 서 있었다.서철용이 전화를 받았다.“오랜만에 나한테 전화하네요.”얇은 잠옷을 입고 있는 장소월이 담담히 입을 열었다.“약속 지킬 수 있어요?”서철용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말했다.“당연하죠. 뭐든 말해요.”“그래요... 나 당신 도움이 필요해요.”서철용은 그녀의 말을 들은 뒤 흔쾌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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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4화
장소월은 눈을 감고 그가 전해오는 한 번 또 한 번의 충격을 견뎌냈다.창문 밖 날이 밝을 때까지 말이다.격렬한 운동을 마친 뒤 전연우는 온몸이 땀에 흠뻑 젖었고 술도 어느 정도 깬 것 같았다.그는 기진맥진해 축 늘어져 있는 장소월을 안아 욕실에 들어가 씻기고는 다시 침대에 눕혔다.어둠 속에서 전연우는 옆에 누워있는 여자를 바라보며 손가락으로 눈썹을 만지작거렸다.‘반드시 언젠가 너 스스로 내 옆에 남겠다고 하는 날이 올 거야.이제 더는 나한테서 도망치지 마.’“이번 생엔... 송시아 같은 사람은 없어. 오직 너와 나뿐이야.”“우리 사이에 아이가 없어도 괜찮아.”남자의 무거운 목소리가 어두운 방 안에 선명히 맴돌았다. 하지만 너무 피곤해 두 눈을 뜨는 것조차 힘겨운 장소월의 귀엔 닿지 않았다.그녀가 깨어났을 땐 이미 점심시간이었다. 옆에 있던 별이도 어느새 보이지 않았다.그녀는 온몸을 쑤시는 근육통에 이마를 찌푸리며 일어나 앉았다. 옷이 가리지 못한 가슴 주위 피부는 온통 어젯밤 남자가 남긴 흔적으로 뒤덮여 있었다.몇 분 뒤, 은경애가 문을 두드렸다.“아가씨, 깨셨어요?”“들어오세요.”은경애는 방으로 들어오자마자 화들짝 놀랐다. 대체 대표님이 얼마나 사납게 휘둘렀길래 사람이 저렇게 된단 말인가.그것도 이제야 간신히 몸을 회복한 사람을 말이다.은경애는 방으로 들어간 뒤 행여 찬바람이 들어올까 봐 문을 닫고는 옷장에서 따뜻한 가디건을 꺼내 장소월에게 덮어주었다.“정말 너무하네요. 아가씨, 힘들면 얘기하세요. 제가 의사 선생님한테 연락할게요.”장소월은 고개를 저었다.“괜찮아요. 조금 쉬면 돼요.”그녀가 물었다.“별이는요?”“전 대표님은 아침 일찍 나가셨고 별이는 옆 방에 있어요. 제가 아가씨 몸보신 하라고 삼계탕 끓였어요.”장소월은 다시 눈을 감고 침대에 누웠다. 그녀는 지금 입맛이 없어 아무것도 먹고 싶지 않았다.“알겠어요. 나가보세요. 전 조금 더 쉬고 싶어요.”은경애는 걱정스레 그녀를 쳐다보았다.“혹시 어디 불편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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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5화
눈은 예전 강영수가 그녀를 찾아 파리에 왔던 그 날처럼 펑펑 내리고 있었다. 그는 검은색 코트를 입고 그녀가 자주 지나가는 벤치에 앉아있었다. 그는 어깨에 쌓이는 눈송이를 툭툭 털어내며 그곳에서 오랫동안 그녀를 기다렸다...“어머, 아가씨, 왜 우세요?”아까 방에 들어왔던 은경애는 바닥에 앉아 멍하니 생각에 잠겨있는 그녀를 지켜보고 있었다.그러다 돌연 주르륵 눈물을 흘리는 그녀를 보고는 걱정스러운 마음에 다급히 다가갔다.“아이고. 왜 이러세요.”은경애는 어쩔 줄 몰라 발을 동동 굴렀다. 그때에야 정신을 차린 장소월은 급히 손등으로 눈물을 닦아냈다.“걱정 마세요. 전 괜찮아요.”은경애의 시선이 장소월의 손에 쥐어져 있는 사진첩 속 사람에게 향했다.“어머나, 누군데 이렇게 예뻐요?”그녀는 급기야 사진첩을 손에 들고 자세히 들여다보았다.“정말 예쁘네요. 선녀 같아요.”장소월이 말했다.“제 엄마예요.”“어쩐지. 아가씨도 선녀처럼 아름다우시잖아요.”이제 장씨 집안 예전 도우미들을 제외하고는 이 남원 별장의 안주인이었던 성예진에 대해 아는 사람은 없었다.장소월이 낮은 목소리로 읊조렸다.“엄마는 늘 부드러운 사람이셨어요...”“그림을 그리는 걸 좋아했고, 모란꽃을 좋아했어요...”당시 연선우는 어머니를 위해 정원에 커다란 모란꽃밭을 만들었었다. 꽃 피는 계절 창밖을 내다보면 정원 가득 만연한 모란꽃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말이다.장소월은 은경애에게 자신의 많은 일을 털어놓았다.남원 별장에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은 그녀가 유일했다.장소월은 퇴원한 뒤 처음으로 이렇게 많은 이야기를 했다. 장시간 억눌렀던 마음이 처음으로 조금이나마 풀리는 것 같았다.“그래서 아가씨가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하는 거였네요. 그것도 사모님 덕분이었어요. 아가씨... 그럼 사모님은 그 뒤에 어떻게 되셨어요?”“엄마는... 절 낳고 나서 돌아가셨어요.”“사모님... 대표님께서 돌아오셨습니다.”도우미가 문을 두드리고 일러주었다.은경애는 곧바로 자리에서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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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6화
그녀가 거절하지 않자, 전연우의 입가에 저도 모르게 미소가 걸렸다.그때 마침 모든 사진 정리를 마친 장소월은 내려와 한 바퀴 둘러보았다. 꽤나 만족스러웠다.“회사 나가지 않았어?”“잠깐 시간 나서 너 보려고 왔어.”전연우는 손을 뻗어 그녀의 머리카락을 어루만졌다. 이어 백옥 같은 피부에 남은 자국을 보며 말했다.“아직도 아파?”장소월은 늘 침착함을 유지했지만, 그 뻔뻔하게 뱉는 음란한 말은 견딜 수가 없었다. 그녀는 전연우가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잘 알고 있었다.장소월은 얼굴이 새빨개진 채 그의 손을 밀어내며 애써 태연한 척 말했다.“걱정해줘서 고마워. 이제 괜찮아.”고맙다는 말에 전연우의 이마가 찌푸려졌다.“고마워? 시간이 이렇게나 많이 흘렀는데 아직도 적응이 안 돼?”갑자기 들이닥친 그의 분노에도 장소월은 평온했다.“걱정해주니까 고맙다고 하는 건 당연한 일 아니야? 바깥에서 받은 스트레스 나한테 풀지 마.”장소월이 손을 빼내고 몸을 돌린 순간, 강렬한 힘이 그녀의 손목을 잡아당겨 벽에 밀쳤다. 전연우가 화가 잔뜩 어린 눈으로 고개를 숙이고 그녀를 노려보았다.“대체 언제면 알아들을 거야? 내가 너한테 원하는 건 고맙다는 한마디 말이 아니라는 거 알잖아.”“네가 원하는 건 내 몸 아니었어? 이제 가졌잖아. 내가 더 어떻게 하길 바라?”그의 눈빛에 갇혀 조금도 움직일 수가 없었다.“소월아... 이 오빠가 뭘 원하는지 넌 잘 알고 있잖아.”그녀는 늘 이렇게 모르는 척하기가 일쑤다.전연우는 그녀가 언제까지 모르는 척하는지 지켜보기로 했다.장소월은 더는 말하지 않았다. 그와 상대하면 영원히 좋은 일은 없다는 걸 똑똑히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알았어. 착하게 네 말 잘 들을게. 네가 싫다면 앞으로 그런 말 안 할게.”장소월은 또다시 화제를 돌렸다.“다른 일 없으면 별이 보러 갈게.”“잠시만.”만족스러운 대답을 들은 전연우는 손을 뻗어 그녀를 번쩍 들어 올려 침대를 향해 걸어갔다. 그녀는 당황함이 역력한 얼굴로 검은색 셔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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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7화
장소월의 거친 호흡은 몇 분이 지나서야 다시 가라앉았다.전연우는 장소월의 머리카락 정리를 마친 뒤 흠뻑 젖은 치마를 갈아입히고는 번쩍 안아 들고 밥 먹으러 아래층으로 내려갔다.별이 얼굴의 상처엔 이미 딱지가 앉아 빠르게 회복되고 있었다. 아이는 아기 의자에 앉아 파란색 아기 숟가락을 마구 휘저었다. 다정하게 내려오는 두 사람의 모습을 본 도우미들이 몰래 웃음을 터뜨렸다.그가 장소월을 의자에 앉히자 도우미가 곧바로 삼계탕을 가져다 식탁에 올려주었다.장소월은 저도 모르게 이마를 찌푸렸다.“안 좋아해?”“그냥 이 냄새가 아직도 적응이 안 돼.”“그럼 먹지 마.”전연우가 도우미에게 명령했다.“가져가세요.”“네. 대표님.”전연우가 사랑이 넘실거리는 눈동자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이제 밥 먹을 수 있지?”장소월은 병아리가 모이 먹듯 천천히 깨작거렸다. 그녀는 어릴 때부터 항상 밥 먹는 데에 30분이나 걸렸다. 장해진은 밥상에선 말하면 안 된다고 엄격히 그녀를 교육했었다. 하여 지금까지도 누가 먼저 말을 걸지 않으면 묵묵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밥만 먹는 습관을 유지하고 있었다.그녀가 조용히 옆에서 밥을 먹고, 잠을 자고, 그림을 그리는 모습을 모두 눈에 담고 있으니... 그의 마음속 텅 비었던 한 군데가 드디어 채워지는 것 같았다.장소월은 그런 전연우의 시선을 전혀 알아채지 못했다. 별이가 분유를 토해내자 그녀는 얼른 휴지를 몇 장 뽑아 닦아주었다. 다행히 옷엔 묻히지 않았다.“앞으론 반만 하면 돼요. 많이 준비할 필요 없어요.”“네, 사모님.”도우미가 별이를 안고 나가자 주방엔 그들 두 사람만 남았다. 식사를 마친 전연우는 저도 모르게 습관적으로 호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려 했다. 하지만 이내 아직 밥을 먹고 있는 그녀를 의식하고는 라이터와 담배를 도로 넣었다.전연우의 존재는 너무 강렬하기 때문에 장소월은 그가 말을 하지 않더라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었다.“꼭 그렇게 날 보고 있어야겠어? 가서 네 할 일 해.”전연우는 피식 웃음을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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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8화
그는 정말 극도로 즉흥적인 기분파 사람이다. 뭐가 생각나면 곧바로 행하고야 만다.장소월은 그의 손에 이끌려 주차장으로 내려가 운전석에 앉았다.전연우가 그녀에게 안전벨트를 매주며 말했다.“이번엔 안 혼낼 테니까 일단 T형 주차부터 시작해. 저번에 내가 가르쳤던 거 잘 기억해봐.”“시간이 너무 많이 지나서 다 잊어버렸어.”장소월이 긴장한 얼굴로 핸들을 잡았다.“부탁인데...”그녀가 우물쭈물하며 말했다.“다시 가르쳐줄 수 있어? 이번엔 열심히 들을게.”전연우가 진지한 얼굴로 따끔하게 말했다.“넌 모든 것에 천부적인 재능이 있어. 하지만 운전은 아니야. 그러니까 열심히 배워야 해. 아니면 너 혼자 차를 몰고 나갔을 때 내가 마음이 안 놓이잖아.”그저 말뿐인 말이었다. 그녀가 운전을 제대로 배웠다고 해도 그는 절대 그녀를 혼자 나가게 두지 않을 것이다.전연우가 이토록 단언하는 걸 보면 그녀는 정말 운전에 재능이 없는 것이다. 전연우는 사물에 대한 판단 능력이 일반 사람들보다 훨씬 더 월등하다. 그가 안 된다고 하면 정말 안 되는 것이다.그에 못지않은 인내심을 가진 장소월이 차분히 그를 맞받아쳤다.“노력은 배신하지 않아. 모든 게 네 말대로 절대적인 건 아니야.”전연우는 피식 웃음을 터뜨리고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그렇다면... 네 실력을 기대해야겠네.”장소월은 그의 예상을 조금도 빗나가지 않았다. 역시나 장장 20분이 걸려서야 겨우 차를 주차 자리에 밀어 넣었다. 그것도 옆에 세워진 차에 부딪히기까지 하면서 말이다.그깟 차 흠집쯤은 전연우에겐 아무것도 아니었다. 다만 아무리 가르쳐도 알아듣지 못하는 여자의 어리석음에 절레절레 고개를 흔들 뿐이었다.연습을 시작한 지 한 시간 뒤, 전연우는 담배를 피우려 차에서 내렸다. 장소월은 차에 앉아 핸들을 꼭 잡고 있었다. 차는 전연우의 개인 주차장에서 가장 저렴한 장소월 운전 연습 전용 차였다.발이 액셀에 닿은 순간, 그녀의 눈에 머지않은 곳에 서 있는 남자가 들어왔다. 지금 이 발에 힘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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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9화
“누군지 몰라?”장소월이 의아한 얼굴로 그를 쳐다보았다.“나 그 사람과 예전부터 아는 사이야? 아니면 내가 알아야 하는 사람이야?”전연우가 말했다.“넌 알 필요 없어. 앞으로 만나면 무조건 피해. 그놈의 눈에 띄어 좋은 일은 없으니까.”장소월은 강지훈을 다시 떠올려 보았지만, 머릿속엔 조각난 작은 기억 한 조각 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방에 돌아온 이후, 전연우는 은경애에게 장소월을 절대 나가지 못하게 지켜보라고 거듭 신신당부했다.전연우가 내려갔을 때, 남원 별장 문 앞에 검은색 군용 지프차가 멈춰서 있었다. 차 안에 앉아있던 남자가 뒷좌석에서 훈장이 걸려있는 제복을 입고 검은색 군화를 신고 내렸다. 눈 등에 험상궂게 남아 있는 흉터는 사람들을 오싹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누굴 찾아오셨는지요?”강지훈의 부관이 말했다.“이 집 주인 만나러 왔어요.”강지훈이 손을 흔들자 부관이 뒤로 물러섰다.“전연우 씨는요? 난 전연우 씨 친구예요.”“저희 대표님께선 지금...”도우미가 대답하려던 순간, 전연우가 나타나 그녀의 말을 끊었다.“요즘 한가해?”강지훈의 음산한 눈동자가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으로 뒤룩 굴러갔다. 도우미들은 전연우가 나오자 이내 자리를 떴다.“손 씻었다면서요?”강지훈이 집 안으로 들어서려 하자, 전연우가 그를 막아 세웠다.“신발 벗고 들어가.”현관에 펼쳐져 있는 카펫은 모두 해외에서 들여온 물건이었다. 강지훈이 감당할 수 있는 가격이 아니다.강지훈이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돈을 벌대로 벌었으니, 대단한 줄 아시나 보네요?”전연우가 차갑게 말했다.“돈은 확실히 사람을 대단하게 만들지.”도우미는 다급히 새 남성용 슬리퍼를 꺼냈다. 강지훈의 그 눈 자국이 가득한 군화는 문밖에 놓아두었다.강지훈 같은 포악한 성정의 사람에게 이래라저래라 명령할 수 있는 사람은 결코 몇 명 되지 않는다.늘 다른 사람이 그의 눈치를 살피곤 했다.옆에 있던 부관이 허리를 굽히고 강지훈에게 슬리퍼를 신겨 주었다.강지훈은 오랜 감옥 생활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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