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Chapter 831 - Chapter 840
849 Chapters
제831화
기성은은 전연우가 미친 것 같다는 생각까지 들었다.장소월이 쓰러진 이후로, 그는 과거에 비해 많이 달라졌다.두 시간 후, 기성은이 서류 가방을 손에 들고 병실로 들어왔다. “대표님, 지시하신 건 다 준비됐습니다.”전연우는 조심스레 그녀의 손등을 닦은 뒤 다시 이불 속에 넣었다.“앞으로 중요한 서류에 사인하는 것 말고는 나 찾아올 필요 없이 네가 알아서 처리해. 나와 오랜 세월을 함께 했으니 회사 경영에 대해 가르쳐 줄 필요 없을 거야.”“정말 회사에 손 떼실 생각이십니까? 대표님께서 피땀으로 일군 회사입니다.” 기성은이 의식을 잃은 채 침대에 누워 있는 여자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는 종래로 오늘처럼 불안했던 적이 없다. “아가씨는 괜찮을 겁니다. 끝까지 안 깨어나면 평생 이러고 사실 생각이십니까?”전연우는 그녀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말했다.“이건 내가 소월이한테 진 빚이야.”“됐어. 귀찮게 하지 말고 나가.”기성은은 몇 초 동안 침묵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네. 대표님.”회사는 내팽개치고 그녀만 바라보고 있다...그야말로 미친 짓이다!전연우의 말은 거짓이 아니었다. 그는 회사의 모든 것을 내려놓고 장소월을 돌보는 데에만 몰두했다. 지난번 누군가 장소월의 링거 관에 독을 주입한 일이 있은 이후로 전연우는 더더욱 조금도 움직이지 않고 그녀의 곁을 지켰다.장소월은 식물인간이 됐지만, 서철용은 그녀의 뇌가 아직 활동 중이라, 외부 자극이 있어야만 깨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다음 날 아침, 전연우는 장소월의 침대 옆에 잔잔한 피아노 음악을 틀어주었다. 모두 장소월의 예전 침실에서 가져온 카세트테이프였다.전연우가 침대 옆에서 사과 껍질을 깎고 있을 때, 경호원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대표님, 밖에 소현아라는 분이 아가씨를 만나고 싶다며 찾아왔습니다.”“안 돼.”“네, 대표님.”“참.” 전연우가 그를 불렀다.“대표님, 지시 사항 있으면 말씀하십시오.”전연우의 음산한 눈빛 아래 얼음장 같은 냉기가 번뜩였다.“지금부터 15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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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2화
소현아는 줄곧 자책감에 사로잡혀 있었다. 그녀가 장소월에게 그 쪽지를 전해주지 않았다면, 장소월은 아무 일 없지 않았을까?허이준의 부축을 받으며 병원 밖으로 나온 소현아는 눈물을 닦으며 허이준을 밀쳐냈다. “다 네 탓이야. 네가 소월이한테 몰래 쪽지를 전해달라고 나한테 부탁하지 않았다면 지금 이렇게까지 되진 않았을 거야.”“흑흑... 소월이 돌려내.”허이준은 미안함이 가득 담긴 표정으로 말했다.“미안해, 일이 이렇게 될 줄은 몰랐어.”그녀는 분명 메일을 읽었을 것이다.허이준도 자신이 정말 잘못한 건 아닌지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몰랐다고? 소월이가 아프다는 걸 뻔히 알고 있었으면서 왜 또 자극한 건데? 강영수는 이미 죽었잖아. 되돌릴 수도 없어. 왜 소월이가 나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말하지 않았어? 나 조금 전 의사한테 물어봤어. 소월이가 깨어나는 건 불가능하대. 정말 못 깨어나면 어떡해? 나한테 친구는 소월이밖에 없단 말이야.”“다 네 잘못이야, 다신 너랑 말 안 할 거야.”두 사람의 말다툼을 듣고 있던 간호사가 불쾌한 목소리로 말했다.“병원에서 소란 피우지 마세요.”허이준은 도망가는 소현아의 뒷모습을 보며 간호사에게 미안함을 전했다.허이준이 병원을 나설 때쯤 소현아는 이미 흔적도 없이 사라진 뒤였다.소현아는 엉엉 울며 차에 올라탔다. 하지만 눈 앞에 펼쳐진 광경에 소현아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검은 유니폼에 검은 장화를 신은 남자가 다리 사이에 검은 속옷만 입은 나체의 여자를 무릎 꿇려놓고 있었던 것이다.“재밌어요?” 강지훈이 위험한 눈동자를 굴리며 눈앞에 멍하니 얼어붙은 여자를 쳐다보았다.소현아는 잠시 울음도 잊은 채 너무 무서워 차 문을 쾅 닫고 곧장 돌아서 달려갔다.그녀의 차 아니었나?그때 누군가 그녀를 불렀다.“아가씨, 여기요.”소현아는 운전기사 아저씨를 보자마자 아직 마르지 않은 눈물을 머금고 새하얗게 질린 얼굴로 차에 올라탔다. “아저씨, 차 위치 왜 바뀐 거예요?”“경비 아저씨가 와서 그 자리엔 주차할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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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3화
진실이라는 건 늘 이런 법이다. 아무리 잔인한 것이라 해도, 어쩔 수 없이 직면해야만 한다.“어떤 방법을 사용하든 상관없으니 살려내.”“지금은 깨어나지 않으려 치료를 거부하고 있어. 이대로라면 신도 치료할 수 없을 거야.”전연우는 단 한순간도 그녀를 포기하지 않았다.“서울에서 못 고치면 외국으로 데려갈 거야. 세상에 병원이 이렇게나 많은데 해결책을 찾아줄 사람이 한 명은 있겠지.”서철용의 생각이 맞았다. 그는 정말 미쳐버렸다.“마지막 방법이 하나 있을지도 몰라.”서철용은 전연우가 장소월의 출생의 비밀과 한씨 집안의 존재를 알기를 원하지 않았다. 그가 한의준을 찾아갔다.“...아저씨, 지금 상황이 이러합니다. 예진 이모에 대한 얘기 많이 해 주세요. 그럼 소월 씨가 깨어날지도 모르잖아요.”수술 후 병원에서 회복 중이던 한의준은 그동안 있었던 일들을 다 듣고 난 뒤 낙담한 얼굴로 말했다.“철용아, 넌 너무 성급했어. 명확하게 조사하지도 않고 약을 먹이다니.”“난 저승에 가서 아가씨를 뵐 얼굴이 없구나.”서철용은 죄책감에 휩싸인 한의준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모든 게 제 잘못이에요. 제가 예진 이모 딸을 해쳤어요. 삼촌, 제발 도와주세요.”한의준은 고통스러운 얼굴로 등을 돌리고는 통유리창 밖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래. 그렇게 해서 소월 씨가 깨어날 수 있다면 한 번 해볼게.”“이제 장해진이 죽고 복수도 모두 마쳤으니 난 여한이 없어.”한의준이 장소월의 병실에 들어서자 서철용은 전연우를 뒤로 끌어당기며 고개를 저었다.“한 번 해보자.”한의준의 말투엔 불쾌함이 가득 담겨 있었다. “누구든 들어올 수 있지만 넌 안 돼.”“장해진이 낳은 씨앗은 다 쓰레기야.”한의준은 한바탕 저주를 퍼부은 뒤 병실 문을 닫았다.전연우는 그를 향해 위험한 눈동자를 번뜩였다.“날 실망시키지 않는 게 좋을 거야.”그의 괴팍한 성격을 잘 알고 있는 서철용은 곧바로 그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전연우는 한의준의 정체와 관련해서는 자세히 캐묻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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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4화
“어제 국제 뉴스에서 장소월 양의 그림이 뉴욕에서 또 금메달을 받았다는 소식을 전하던데, 이에 대해 하실 말씀이 있나요? 장소월 아가씨와 비교했을 때 작가님의 그림이 더 훌륭하다고 생각하시나요?”서문정이 선글라스를 꺼내 얼굴에 걸었다. 그 질문에 대답하고 싶지 않다는 분명한 태도였다. 그녀는 경호원들의 보호를 받으며 기자회견장을 떠났다. “방금 질문한 기자들, 다시는 내 눈에 보이지 않게 하세요.”“네, 작가님.”장소월? 장씨 가문까지 사라진 마당에 아가씨는 무슨.고작 비굴하게 아내를 등에 업고 사는 한심한 오빠에게 빌붙어있는 여자일 뿐이지 않은가!서문정은 비참하게 몰락한 장씨 집안을 떠올린 순간, 짜증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우월감마저 밀려오기 시작했다.“오늘 오후 실릴 신문 기사는 반드시 나를 만족시켜야 할 거예요. 그 성가신 세 글자는 더는 보이지 않아야 한다고 경고해요.”“네, 아가씨.”서문정이 집으로 돌아온 후, 정혜연은 얼굴을 완전히 갈아엎은 딸을 쳐다보고는 못마땅한 듯 얼굴을 찌푸렸다. 예전 알았던 그 얼굴과 너무나도 닮아있었다. 그녀가 소파에 앉아 불쾌한 목소리로 말했다.“대체 누구한테 보여주려고 그런 얼굴을 만든 거야? 마지막으로 경고하는데, 얼른 가서 다시 성형해. 네 아버지는 지금 승진을 앞두고 계셔. 만에 하나라도 네 그 얼굴 때문에 문제라도 생기면 어떻게 하려고 그래.”“전 그냥 성형만 한 것뿐이에요. 제가 언제 누구한테 해 끼친 적 있어요? 엄마... 예전 저한테 못생겼다고 손가락질했던 것도 엄마고, 제가 창피하다며 밖에 데리고 나가지 않았던 것도 엄마예요. 보세요, 저 지금 예뻐졌잖아요. 왜 아직도 예전과 똑같아요? 제가 어떻게 해야 만족하실 거예요?”정혜연은 숄로 몸을 감싸며 소파에서 일어나 불만스러운 얼굴로 그녀를 쳐다보았다.“중학교 때부터 고등학교 때까지 성적 좋았던 과목 하나라도 있었어? 결국 네 아버지의 인맥을 빌어 해외로 유학갔잖아. 경제학을 전공하라고 했더니 기어코 미술 나부랭이나 배우겠다고 고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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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5화
‘서소월’이 허태현을 스승으로 모시고 그림 전시회를 연다는 소식이 신문의 주요 헤드라인을 장식했다.기성은은 장소월과 똑같은 얼굴로 성형한 서문정을 쳐다보다가 문득 뒤쪽 벽에서 낯익은 그림을 발견했다. “대표님, 이것 좀 보세요. 예전 본 것 같은 그림이에요.”전연우의 눈동자가 어둡게 가라앉았다.“네 말은 저 뒤에 있는 이 그림들이 장소월 화첩 속 그림과 비슷하다는 거야?”기성은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가씨께선 예전 늘 화첩을 몸에 지니고 다니셨습니다. 가장 아끼던 물건이셨으니까요. 하지만 제운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잊어버리셨다고 했어요. 제 생각엔 이 여자가 주워간 것 같아요.”사실 전연우도 그 화첩을 찾고 싶었었다. 장소월은 아직 색을 올리지 않은 화첩을 넘기며 이곳들은 실제 존재하는 장소인데, 언젠가는 꼭 가보고 싶은 장소이기도 하다고 했었다. 잃어버린 그 화첩이 서문정의 손에 들어간 것이 분명하다.“간이 배 밖으로 나왔구나.”“다 준비됐어?”기성은이 고개를 끄덕였다.“증거는 거의 다 모았습니다. 서창수는 수년간 거액의 공금을 횡령했습니다. 밖에서 살림을 차린 상간녀들에겐 수억 원 상당의 고급 승용차도 몇 대 있다고 합니다...”“전시회는 언제 열린대?”“7일 뒤, 허태현이 귀국할 겁니다.”“그래.”며칠 전부터 장소월의 상태가 다시 불안정해지기 시작했고, 전연우는 그녀 곁에 머물러야 했다.전연우는 면봉에 물을 묻혀 장소월의 입술에 발라주었다. “...조금만 더 기다리면 오빠가 그깟 쓰레기들 깔끔하게 치워줄게.”전연우는 잠자는 숲속의 공주처럼 잠든 그녀의 장밋빛 입술을 바라보다가 저도 모르게 그녀의 달콤한 향기를 맡으며 고개를 숙여 입맞춤했다.그때, 돌연 문이 열리고 별이가 갈색 곰돌이 패딩을 입고 들어오고 있었다. 머리에 모자를 쓰고 두 귀까지 쫑긋 세우니 뒷모습만 보면 영락없이 동물원에서 도망쳐 나온 아기곰이었다.별이는 꼬물꼬물 침대 옆으로 기어가다가 길을 제대로 보지 않았는지 머리를 침대에 찧어버렸다 ...이제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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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6화
그때, 병실로 돌아온 전연우는 열려 있는 방문을 발견하고는 어두운 눈동자로 문 앞에 서 있는 경호원에게 물었다.“오늘 누가 왔었어?”“은경애 씨가 장을 보고 돌아온 것 외에는 아무도 들어오지 않았습니다.”전연우는 불안한 마음에 방 안의 감시카메라를 찾았다. 화면 속에 나타난 아이를 보자 전연우의 긴장했던 얼굴이 잠시 풀렸다. 하마터면 이 아이가 있었다는 사실을 잊을 뻔했다.요즘은 장소월 때문에 별이를 완전히 잊고 살았다.백화점.서문정은 며칠 뒤 전시회에서 입을 드레스를 피팅하고 있었다. 허리에 살이 한 주먹 더 붙은 데다 이 드레스를 소화하기에 그녀의 몸매는 조금 빈약했다. 그녀는 가슴 확대 수술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몸매가 드러나는 흰색 롱드레스를 선택했다...그때 문득 무언가 생각난 경호원이 말했다. “이틀이 지났는데도 성세 그룹 쪽에는 아무 움직임이 없습니다. 이제 아가씨도 안심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서문정이 웃으며 말했다.“그럴 것 같았어요. 아버지는 성세 그룹이 시장을 독점하려 하기 때문에 윗사람들의 불만스러운 눈총을 받고 있다고 했어요. 회사도 불안정하다고 들었는데 전연우가 성세 그룹 대표직을 수호할 수 있을지조차 확실하지 않아요.”“전연우는 그저 사업가일 뿐이에요. 아버지가 조금만 인맥을 동원하면 성세 그룹에서 제출한 프로젝트는 절대 통과하지 못하죠. 그때가 되면 나한테 구걸이라도 해야 될걸요? 감히 날 망신 주려 했다면 그 자격부터 먼저 갖추었어야죠!”안하무인 오만한 그의 얼굴을 떠올리면 서문정은 가슴에 무언가 꽉 막혀버린 것 같은 불쾌함이 몰려왔다.쇼핑 기분마저 사라져버렸다.“좋았는데 갑자기 전연우 얘기는 왜 꺼내요? 젠장! 방금 입어본 옷 다 들고 따라와요.”서문정이 경호원과 함께 백화점을 나서려던 그 순간 갑자기 누군가 그녀를 막아섰다.“이 도둑년아, 소월이 물건 내놔.”소현아는 불같이 화를 내며 눈앞 여자를 쏘아보았다.“당신 누구야? 어디서 온 미친년이야? 당장 끌어내!”경호원이 움직이자 소현아는 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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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7화
강지훈은 조금 전 문 앞에서 모든 과정을 목격했었다. 소녀는 꽤나 대담했다.소현아는 그를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무서웠다. 장소월의 오빠를 마주하고 있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었다.두 사람 모두 나쁜 놈 같았다.그녀는 차에서 내리려 했지만 이미 늦어버렸다. 서문정의 경호원들이 이미 차를 포위하고 있었던 것이다.그녀는 감히 차에서 내릴 엄두를 내지 못했다.소현아는 목을 움츠리며 감히 그를 쳐다보지도 못한 채 말했다.“죄... 죄송해요... 아저씨 차가 제 차랑 너무 많이 닮아서요... 절대 일부러 탄 건 아니에요... 그리고 저 여잔 정말 좋은 사람이 아니에요. 절 차에서 쫓아내지 않으면 안 돼요?”아저씨?강지훈의 매서운 눈동자에 순식간에 한기가 스쳐 지나갔다. 하지만 못마땅한 감정을 겉으로 나타내진 않았다. 다만 피에 굶주린 듯한 섬뜩한 기운은 무시하기 어려웠고, 얼음장같이 차가운 눈빛은 그가 좋은 사람은 아니라고 선명히 말해주고 있었다. 특히 눈 위에 남아있는 흉터는 그의 악랄함을 더욱 돋보이게 했다.서문정의 기세를 보니 당장이라도 차를 부술 것 같았다.차 유리는 선텐이 되어 있었기 때문에 안에 있는 사람은 밖을 볼 수 있지만 밖에 있는 사람은 안을 들여다볼 수 없었다.앞에 앉아있던 보좌관이 갑자기 차 창문을 내렸다.보좌관의 어깨에 달린 훈장을 본 경호원은 순간 멈칫했다.“아가씨, 차를 망가뜨리면 후과를 책임져야 해요.”서문정은 운전기사의 어깨에 달린 훈장을 발견하고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뒷좌석 밑에 웅크리고 있는 소현아를 바라보며 분노에 찬 표정으로 손을 휘젓고 몸을 돌렸다.소현아는 떠나는 그들을 조심스럽게 살핀 뒤에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깜짝이야, 무서워 죽겠어...” 그녀는 잔뜩 겁먹은 토끼처럼 소심하게 몸을 웅크리고 있었다.“아가씨, 이름이 뭐예요?” 강지훈은 여느 여자의 향기와는 다른, 아주 자연스러운 달콤한 체취를 맡았다. 이는 그로 하여금 얼굴을 찌푸리게 하기보다는 오히려... 감정이 꿈틀거리게 했다.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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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8화
강지훈은 여자를 무릎에 앉히고는 거친 손을 여자의 치마 밑으로 집어넣었다. 여자는 수줍게 고개를 숙이며 그의 손을 잡았다.“이러지 말아요. 사람 있잖아요.”여자의 향기가 강지훈의 코에 흘러들어왔다. 조금 전 여자의 냄새와는 다른 나쁘다고는 할 수 없는 고급 향수 냄새였다.강지훈 주변의 여자들은 늘 일주일을 넘기지 못하고 쫓겨났다. 시간이 지나면 신선함을 잃어버리는 강지훈에게 말이다.중간 칸막이가 서서히 올라갔다.“지훈 씨, 제가 서비스해드려도 괜찮을까요? 치마가 어지러워질까 봐요.”남자가 다리를 벌리자 여자가 나른히 무릎을 꿇고 앉았다...집에 돌아온 소현아는 어떻게 하면 서문정을 처단할지 고민에 빠져 있었다. 그녀는 장소 월의 물건을 훔쳐 다른 사람들에게 자기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어떻게 저렇게 뻔뻔한 사람이 있을 수가 있단 말인가.소현아는 어느덧 돼지 인형을 껴안고 곤히 잠이 들었다. 꿈속 그녀는 숲속에서 길을 잃었고, 설상가상으로 무서운 짐승들까지 쫓아오고 있었다.돌연 무서운 남자가 나타나 그녀를 철창에 가두고 수갑과 쇠사슬을 채웠다. 그러고는 복종하지 않으면 영원히 가두겠다고 윽박질렀다.얼굴이 선명해질 때까지 뚫어지라 쳐다보니, 바로 그 남자였다!소현아는 깜짝 놀라 잠에서 깨어났다. 어둠 속, 딸기 잠옷은 식은땀에 흠뻑 젖어있었다.그녀는 불을 켜고 돼지 인형을 꼭 껴안고는 부들부들 떨었다.“왜 꿈에 그 사람이 나타난 거야!”소현아는 자신의 얼굴을 내리쳤다. “너무 무서웠어! 꿈이라 다행이야.”시계를 보니 이제 겨우 새벽 12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내일 소월이를 보러 병원에 가야 한다는 생각에 소현아는 서둘러 돼지 인형을 안고 마음을 가라앉히고는 다시 잠에 들었다.서문정이 허태현의 첫 제자가 된다는 소식은 서울 모든 사람들에게 퍼졌다. 하지만 그들은 허태현은 이미 마지막 제자를 받았다는 사실은 알지 못했다.며칠 후.서울 공항.허이준은 허태현을 마중하러 공항에 나갔다. 차 안에서 허태현은 신문의 헤드라인을 보며 혀를 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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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9화
스카이 스튜디오.박원근은 전화를 받고는 허 교수님을 기다리던 학생들을 향해 말했다.“교수님께서 일이 생기셔서 조금 늦게 스튜디오에 도착하신대.”방금 스튜디오에 들어온 학생들은 아쉬움이 역력한 얼굴이었다.“오늘 교수님을 만나 뵐 수 있을 줄 알았어요.”“참, 선배님, 소월 선배님은요? 왜 계속 스튜디오에 안 나오시는 거예요?”“맞아요! 지난주에 소월 선배님의 그림이 또 금상을 받았잖아요. 저희 언제 소월 선배님을 만날 수 있을까요?”“교수님이 제자로 삼은 건 소월 선배님이 유일하다고 들었는데 사실인가요? 하지만 교수님이 제자는 한 명만 받는다고 하지 않았나요? 그 제자가 혹시 서소월 씨인가요?”박원근은 연이어 던져지는 질문 앞에서 담담하게 말했다. “얼마 전 신문에 보도된 내용에 대해선 쓸데없는 추측하지 마. 지금은 우선 각자 손에 쥔 일에 열중해. 교수님과 소월 후배가 돌아오면 알게 될 거야.”“서소월과 우리 스카이 스튜디오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데...”“됐어. 각자 돌아가 일해.”사람들이 하나둘 흩어지자 박원근은 전화를 들고 복도로 나갔다. 상대방이 전화를 받자 그가 입을 열었다. “교수님이 돌아오셨어. 대체 언제까지 꽁해 있을 거야?”핸드폰 너머로 서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너희들 다 장소월 편이잖아. 난 실력도 소월이보다 떨어져서 스튜디오를 관리할 능력이 없어. 내가 떠났으니까 소월이를 불러오면 되잖아. 그러니까 앞으로 다시는 전화하지 마. 내가 직접 교수님께 스튜디오를 그만두겠다고 말할게.”“장소월의 능력은 확실히 우리들보다 뛰어나. 그건 명백한 사실이야. 이번 장소월의 수상 소식은 너도 들었을 거야. 그 대회 금상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은 극히 드물어. 그걸로 장소월의 실력은 충분히 설명할 수 있잖아? 서현아... 소월이는 우리의 막내 여동생이기도 해. 너도 알다시피 소월이는 너무 순진하고 단순해서 사회생활을 잘 못 해. 그리고 네가 소월이를 미워하고 있는지 아닌지는 네가 가장 잘 알겠지.”“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물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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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0화
이제 허태현이 도착하는 일만 남았다.그가 온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가 될 것이다.허태현은 오랫동안 대중 앞에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미술계에 몸담고 있는 사람이라면 분명 업계 최고 거장과의 만남을 학수고대하고 있을 것이다.분장실에서 서문정은 메이크업을 마치고 전시회에 참석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허태현이 열었던 전시회보다 훨씬 더 규모가 크고 성대했다.그녀는 화장대 앞에 앉아 거울에 비친 자신의 완벽한 얼굴에 감탄하며 말했다. “내가 준비하라고 한 건 다 준비됐어요?”“이미 준비됐으니 걱정하지 마세요.”“이리 가져와 봐요.” 서문정은 허태현이 반드시 자신을 제자로 받아줄 것이라고 마음속으로 확신하는 듯했다. 그녀는 경호원이 가져온 고풍스러운 그림을 펼쳐보았다. 이 그림은 조선 시대 유명 화가의 진품으로서 허태현이 오랫동안 찾아 헤맸던 명화였다.이 그림만 있으면 허태현은 반드시 그녀의 체면을 살려줄 것이다.모든 것이 완벽하게 준비되었다......전연우가 별이의 기저귀를 갈아주던 중, 잠시 한눈판 사이에 별이는 장소월 침대 쪽으로 기어가 옹알이를 했다. “엄마.”별이는 입에 침을 잔뜩 흘리며 장소월에게 다가갔다. 그녀의 얼굴에 뽀뽀하려는 모양이다. 전연우는 휴지로 손을 깨끗이 닦은 뒤 한 손으로 별이를 안아 들었다.“나도 못 하는 뽀뽀를 네가 해?”전연우는 아이에게까지 질투를 느끼며 얼굴을 찡그렸다.기성은이 말했다. “대표님, 이제 출발하셔야 합니다.”전연우는 한 손으로 아이를 안고 다른 한 손으로 장소월에게 이불을 덮어주며 말했다.“네가 빼앗긴 거 다시 가져올 테니 기다려.”별이의 옷도 전연우가 직접 입혔다. 몇 벌을 겹겹이 입힌 탓에 동그랗게 돌돌 굴러갈 것만 같았다.“엄마... 엄마...”별이는 전연우의 어깨에 엎드려 무언가를 붙잡으려는 듯 손을 뻗었지만 울지는 않았다.누구랑 말하고 있는 걸까?“엄마...”“아가...” 장소월이 새하얀 빛이 만연한 한 곳에 서 있었다. 돌연 안고 있던 아이가 갑자기 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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