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Chapter 31 - Chapter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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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화
집에 구급차까지 출동했는데 그녀는 아무 일도 없던 사람처럼 자고 있었다니!여자의 얼굴을 보고 있자니 강이한은 화가 치밀었다.아무리 봐도 이 여자는 자신이 알던 그 여자가 아닌 것 같았다.그가 이유영이라는 여자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었나 싶기도 했다.그녀가 변한 걸까?유영이 무표정한 얼굴로 그에게 말했다.“당신이랑 세강 일가는 나한테 그런 말 할 자격 없어.”어디서부터 잘못된 거지?왜 이렇게 변한 걸까?만약 그런 일을 경험하지 않았더라면, 아마 지금도 그가 아는 이유영일지도 모른다.모든 걸 바쳐 사랑했지만 불길 속에서 삶을 마감해야 했던 그날의 그 절망, 그리고 굳이 찾아와서 도발하던 한지음의 모습, 이런 걸 겪고도 어찌 마냥 착하고 이해심 많은 사람일 수 있을까?“뭐 하는 거야? 이거 놔.”그녀가 잠시 상념에 잠긴 사이, 남자가 그녀를 잡고 침대에서 끌어 내렸다.유영은 몸부림쳤지만 남자의 우악스러운 힘을 당해낼 수 없었다.강이한은 아무 말도 못 들은 것처럼 그녀를 끌고 밖으로 나갔다. 왜 이렇게 실망스러운 걸까?변한 그녀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감히 날 무시하고 다른 남자를 만나다니!짝!그가 억지로 그녀를 차에 밀어 넣으려고 하던 순간, 유영의 차가운 손바닥이 남자의 뺨을 때렸다.강이한은 싸늘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항상 자상한 눈빛으로 그녀만 바라봐주던 그런 눈빛은 어느새 증오로 바뀌었다.남자가 우악스럽게 그녀를 차로 밀어 넣으려던 순간, 호주머니에 넣었던 핸드폰이 진동했다.강이한은 한 손으로 유영을 도망 못 가게 꽉 잡고 다른 손으로 전화를 받았다.“무슨 일이야?”“오빠 언제 병원에 올 거야? 지음 언니가 엄마 병실 지키고 있어.”옆에서 듣고 있던 유영의 얼굴이 차갑게 식었다.그녀는 피식 자조적인 미소를 지었다.그 모습이 강이한을 미치게 했다.“있던 병실로 돌려보내.”“안 간다는 걸 어떻게 그래. 급하게 오다가 엘리베이터에 손까지 끼여서 다쳤어. 휠체어에서 떨어졌는지 무릎까지 다 까졌더라고.”강이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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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화
아침 식사가 끝난 뒤, 유영은 소은지에게 전화를 걸었다. 잠을 자고 있던 소은지는 친구가 해외에서 귀국했다는 얘기를 듣고 정신이 번쩍 들었다.“너 돌아왔어?”“응, 곧 너 있는 곳으로 갈 거야.”“그래. 오전에 반차 낼 테니까 이쪽으로 와.”“그래.”전화를 끊은 뒤, 유영은 아무것도 챙기지 않고 맨몸으로 집을 나섰다.이곳에 있는 것들은 아무것도 가지고 싶지 않았다. 옷차림도 어제 입고 왔던 대로였다.그들이 사는 홍문동 아파트는 도심과 좀 떨어진 호화 아파트라 워낙 거대해서 바깥까지 나가서 차를 잡아야 했다.길가에서 30분이나 기다렸지만 워낙 외진 곳이라 차가 잡히지 않았다.이때, 외제차 한대가 빠른 속도로 질주하더니 그녀의 앞에 멈추어 섰다.유영이 짜증을 내려던 순간, 반쯤 열린 차 창밖으로 강이한이 싸늘한 얼굴을 내밀었다.“타.”명령조가 다분한 말투였다.유영이 거절하려는데 남자가 다시 입을 열었다.“나 인내심이 그렇게 많지 않아. 예전에는 당신 봐서 주변인들한테까지 압력을 넣지 않았어. 그래도 10년 같이 산 정이라는 게 있으니까.”“지금 무슨 말을 하지?”분명한 협박이라는 건 유영도 알고 있었다.강이한은 불쾌한 표정을 짓고 있는 여자를 빤히 바라보았다. 이 여자가 미친 행세를 하지만 않았어도 절대 이런 식으로 협박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결국 유영은 마지못해 차에 올랐다.“어디로 가는데?”그녀가 물었다.강이한은 그녀를 힐끗 보고는 싸늘하게 대꾸했다.“병원.”병원 얘기가 나오자 그의 의도가 뻔히 보였다. 3개월이나 지났는데도 그는 하나도 깨달은 게 없었다.시간만 길게 연장되었을 뿐, 지난 생에서 벌어졌던 일들이 똑같이 벌어지고 있었다.유영은 뻔히 알면서도 그에게 물었다.“거기 가서 뭘 어쩌라고?”강이한이 말했다.“당신이 납치범을 사주한 사실을 지음이가 알았어.”“그래서?”“그렇게 과분한 걸 바라지는 않아. 사과만 한다면 그냥 넘어가겠대. 무리한 요구가 아니잖아.”하! 무리한 요구가 아니라니!유영은 어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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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화
강이한은 이 일을 조용히 처리하고 싶었다.하지만 그 과정에서 한지음이 사실을 알고 태도로 보아 무언가를 할 것 같았다.강이한이 무거운 표정으로 말했다.“그렇게까지 하고 싶지 않아.”“그 전제가 내가 사과하는 거고?”그가 양보할수록 유영은 더 거칠게 파고들었다.허리를 잡고 있던 손에 힘이 들어갔다.“그래.”“한지음한테 가서 전해. 어디 하고 싶은 대로 마음껏 하라고.”말을 마친 유영은 몸을 비틀어 강이한의 품을 떠났다.조금 전까지 누그러진 말투로 그녀를 대하던 남자의 얼굴이 급변했다.그게 자신에 대한 실망이라는 것을 유영은 알고 있었다.하지만 그는 이런 말 할 자격이 없었다.그녀는 말없이 반대편으로 걸어가다가 분이 안 풀리는지 뒤돌아서서 비웃음 가득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 증거, 나서원 씨한테 받은 거지? 어디서 찾아냈는지 확인은 해봤어? 그리고 어떤 경로로 한지음 귀에 들어갔을까?”그 말을 들은 강이한은 갑자기 가슴이 철렁했다.유영은 곧장 소은지가 있는 오피스텔로 찾아갔다. 자고 있던 소은지가 잠옷을 입은 채로 달려나와 그녀를 안아주었다.“네 전화 받고 아침 만드느라 씻지도 못했어.”그 말을 들은 순간 유영은 가슴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꼈다.청하시에서 소은지는 그녀의 유일한 친구였다. 사실 긴 악몽에서 깨어나 회귀했을 때, 바로 이곳으로 옮겨와서 살고 싶었다.홍문동 저택에 있는 것만으로 그녀에게는 지옥이었다.하지만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게 뭔지 알기에 친구에게까지 피해를 끼치고 싶지 않았다.아침을 먹고 왔다고 말하려던 유영은 머리가 산발이 된 채로 서 있는 친구를 보고 하려던 말을 도로 삼켰다.“배고프다. 빨리 밥 먹자.”“그래.”소은지가 그녀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어주며 말했다.키 차이가 제법 났기에 두 사람이 같이 서 있으니 소은지가 언니 같았다.유영은 소은지가 준비해 준 샌드위치를 먹으며 과거를 회상했다. 강이한과 함께 살게 된 뒤로 아침은 항상 한식으로 고집해 왔다.남자는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 입맛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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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화
경찰서를 나온 유영은 싸늘한 기운을 풍기며 앞장서서 걸었다. 소은지가 다가와 그녀의 팔목을 잡았다.“유영아.”“나 괜찮아.”괜찮다고는 하지만 속은 이미 뒤집어진 상태였다.강이한이 합의를? 왜?예전이었다면 상대가 누구든 유영에게 해를 가하고자 한 사람에게 그는 자비를 베푼 적 없었다.하지만 집에 매일같이 죽은 고양이와 저주의 말을 써서 보낸 사람들을 그는 아무 조건 없이 풀어주었다.“강이한 왜 그랬을까?”“그 사람들 아마 강서희와 한지음 돈을 받은 사람들일 거야.”유영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소은지도 참을 수 없는 화가 치밀었다.“그걸 강이한이 왜!”이유는 유영도 알지 못했다.그녀가 사라진 사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려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녀는 3개월 정도 피신해 있으면 지난 생에 벌어진 일들이 사라질 줄 알았다.그녀의 도피로 인해 지난 생처럼 잔인한 일들은 벌어지지 않았지만 지금 돌아가는 상황이 그녀에게 우호적이지도 않았다.“이혼소송 무조건 이겨야겠어. 그런 인간 쓰레기랑은 멀찌감치 떨어져야 해. 정도가 심하면 네 안전에까지 위해를 가할 사람들이었어. 그런 사람들과 합의해 주다니!”소은지가 부르르 떨며 씩씩거렸다.유영은 입을 달싹거렸지만 이 상황에서 더 할얘기도 없었다.그들의 10년이 이토록 허무한 것이었을 줄은 몰랐다.어떻게 사람이 사람에게 그럴 수 있을까?유영은 무슨 정신에 소은지의 오피스텔까지 돌아왔는지 알 수 없었다. 소은지는 출근하며 점심에 집으로 배달을 시켜주겠다고 했으나 유영은 스스로 할 수 있다며 고개를 저었다.멍멍!발끝에서 통통한 강아지가 다가와서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녀석은 그녀가 홍문동 저택에서 데리고 나온 그녀의 반려견이었다. 출국하면서 걱정했는데 살이 뒤룩뒤룩 찐 걸 보니 아줌마가 먹이를 잘 먹인 모양이었다.유영은 다가가서 녀석의 머리를 쓰다듬고는 부드럽게 말했다.“배고프지? 앞으로는 넓은 저택에서 못 살고 나랑 거리를 방황해야 할지도 몰라.”아무것도 모르는 강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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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화
대기업 사모님이 가정 불화로 가출했다는 소식이 퍼지면 그룹 이미지에도 좋지 않았다.수많은 눈들이 그들을 주목하고 있었고 아마 내일쯤 기사가 올라올지도 모르는 일이다.그녀가 떠나고 몇 달 사이, 세강은 항상 여론의 중심에 있었다.비록 최종적으로 좋게 해결했지만 더 이상 불미스러운 일로 언론 매체에 이름을 올리고 싶지 않았다.유영도 그의 생각을 뻔히 알고 있었다.“이제 와서 이미지 챙긴다고? 한지음이랑 둘이 붙어다닐 때는 왜 그룹 이미지 신경 안 썼어?”“말을 꼭 그렇게 해야겠어?”강이한이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유영은 가소롭다는 듯이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그럼 무슨 말이 듣고 싶어? 당신이랑 그 여자가 내 머리에 똥물을 끼얹었는데 나한테서 좋은 말까지 듣고 싶어?”3개월이나 이어진 여론의 질타를 생각하면 지금도 치가 떨렸다.강이한은 머리가 지끈거렸다.좋게 달래서 집으로 데려가려고 했는데 전혀 말이 통하지 않았다.여론 얘기가 나오자 유영은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강이한에게 말했다.“오늘 경찰서를 다녀왔는데 당신 그 악플러들 합의해 줬더라? 남편이라는 사람이 그게 할 짓이야?”악플러 얘기가 나오자 강이한의 표정도 차갑게 굳었다.말 안 했으면 잊고 있었던 일이었다.“그건 당신이 나한테 해명해야 하지 않아? 왜 이렇게 적반하장이야?”“내가 무슨 해명? 당신 미쳤어?”유영 입장에서는 화가 나서 펄쩍 뛸 일이었다.강이한의 얼굴도 분노로 물들어 갔다.“그 사람들 계좌에 당신 명의로 입금된 기록이 있었어. 왜 그런 일을 했는지 좀 알 수 있을까?”유영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그녀의 명의로 된 입금 내역. 전에 강이한 계좌에서 돈이 빠져나간 카드를 말하는 것 같았다. 물론 그녀 본인조차 그게 어디 있는지 모르는 상황이었지만 강이한은 이를 주도한 당사자가 유영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듯했다.“그럼 오히려 내가 고맙다고 해야겠네? 당신이 나서준 덕에 이 일이 조용히 마무리되었으니까?”적을 너무 방심한 유영의 잘못이었다.하지만 그랬기에 폭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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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화
한편, 오피스텔로 돌아간 유영은 외삼촌에게서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 그녀는 파리로 돌아가지 않고 당분가는 여기 있겠다는 의지를 밝히며 그래도 놀기만 할 수는 없으니까 전공을 살려 작업실을 차리고 싶다고 했다.정국진은 당연하게 그녀를 지지한다고 말했다.강이한과 함께할 때는 일이 하고 싶었지만 그의 반대로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하는 전직주부 생활을 했다.매일 시댁과의 갈등을 겪고 집안의 사소한 일로 골머리를 앓았다. 사람들은 세강의 안주인이 되어 모두가 부러워하는 삶을 산다고 생각했지만 정작 유영 본인은 아니었다.재벌가의 며느리라는 자리가 얼마나 힘든 자리인지 아마 겪어본 사람만이 알 것이다.평범한 가정주부는 차마 상상도 하지 못할 고난과 어려움이 있었다.하지만 이제는 정국진의 든든한 지원까지 있으니 앞으로 날개를 달고 훨훨 날아갈 것이다.퇴근하고 돌아온 소은지는 강아지를 품에 안고 한 손으로 열심히 스케치를 그리고 있는 그녀를 보고 의외라는 듯이 웃었다.“강이한과 틀어지고 엄청 힘들어할 줄 알았는데 내가 괜한 걱정을 했나 봐.”“실연했다고 다 죽으라는 법은 없잖아.”유영은 시큰둥하게 대처했다.강이한과 결혼하고 유영이 스스로 백수가 되길 원한 게 아니라 그가 원했기 때문에 양보한 것이었다.그 동안 세강 식구들의 비위를 맞추는 것 외에 그녀가 한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래도 다행인 건 그림 감각이 아직 살아 있다는 것이었다.“그렇긴 하지만 그래도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잘 지내서 널 다시 보게 됐어.”소은지가 솔직한 감상을 말했다.“밥 했어. 반찬만 데우면 돼.”“와. 이제 밥도 할 줄 알아? 대단한데?”그 말을 들은 유영이 움찔했다.“그 집에서 내가 손 놓고 놀기만 한 건 아니야.”시어머니랑 같이 안 지낼 때는 그나마 괜찮았다.하지만 매번 본가로 가면 차라리 주방에 갇혀 일을 하는 게 편할 정도로 시달렸다.소은지가 옷을 갈아입으며 말했다.“도움이 필요하면 말해. 돈도 인맥도 내가 다 지원해 줄 수 있으니까.”펜을 잡은 유영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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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화
하지만 진영숙은 아니었다.이번 일로 화가 나는데 풀 곳이 없어서 너무 갑갑했다.그녀가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오는 25일 날 경원이 귀국할 거야. 이유영 그 계집애랑은 빨리 이혼하고 쟤도 빠른 시일 내에 치워버려.”진영숙이 아무리 이유영이 싫어도 지금 시점에서 시력까지 잃은 한지음을 며느리로 받아줄 이유도 없었다.물론 최근 이유영이 보인 행보가 괘씸해서 단칼에 내쳐버릴 생각이었다.유경원의 귀국 소식을 들은 강이한과 강서희의 표정이 서서히 굳어갔다.예전이었다면 신랄하게 반박했겠지만 그래도 진영숙의 건강을 고려해서 그는 담담히 말했다.“다른 생각하지 말고 일단은 좀 쉬세요.”“이한아!”말을 마치고 뒤돌아서는데 뒤에서 진영숙의 앙칼진 목소리가 들려왔다.“이유영 걔도 마음에 안 들지만 다른 여자 만나고 싶었으면 적어도 이유영보다 더 나은 애를 만났어야지. 넌 어째 여자 보는 눈이 점점 더 형편없어지냐!”모두가 인정하는 미인에 성격까지 좋은 이유영도 마음에 안 드는데 한지음을 마음에 들어할 리가 없었다.진영숙은 아들의 철없는 행동이 생각할수록 화가 치밀었다.걸음을 멈춘 강이한은 싸늘한 눈빛으로 엄마를 바라보다가 말없이 병실을 나갔다.강서희는 씩씩거리는 진영숙을 달래주었다.“엄마, 의사가 화를 내면 안 좋다고 했잖아.”“내가 화가 안 나게 생겼어? 쟤 하는 꼬라지 좀 봐!”“엄마도 그만해. 이유영 때문에 그 소란이 났는데 오빠라고 마음이 편하겠어?”이유영 얘기가 나오자 진영숙의 얼굴이 흉측하게 일그러졌다.“아비 뻘 되는 남자랑 바람이 난 년을 뭐가 아쉬워서 잡고 있는 거야?”진영숙이 가장 화가 난 부분은 이혼 얘기를 이유영이 먼저 꺼냈다는 점이었다.그렇게 시끄럽게 떠들어댔는데도 정작 이혼이 진행되지 않으니 점점 아들도 미워지기 시작했다.이유영은 놔주지 않으면서 더 보잘것없는 한지음까지 챙기니 그게 더 이해가 되지 않았다.비록 이유영이 세강의 안주인으로서 정말 부족하다고 생각하지만 아들의 이런 행보도 그녀가 원하던 방향은 아니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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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화
한지음은 고개를 숙이며 표독스러운 표정을 감췄다. 대신 입에서는 쓸쓸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그래도 대표님 어머님이시잖아요. 문안을 가는 건 후배로서 당연한 일을 한 건데 불편하게 생각하셨다면 죄송해요.”“네가 사과할 필요는 없어.”강이한이 짜증스럽게 말했다.매번 한지음이 약해진 모습을 보일 때면 마음이 흔들렸다.과거 유영도 이렇듯 약하고 당장이라도 부서질 것 같은 존재였다. 하지만 어떻게 된 이유인지 지금은 여기저기 공격 당하는 상황에서도 한 번도 그에게 굽히고 들지 않았다.경찰에 도움을 요청할지언정 그에게 지켜달라고 손을 내밀지도 않았다.한지음이 긴 한숨을 쉬며 말했다.“어머님이 저를 탐탁지 않게 생각하시는 거 알아요. 하지만 이런 모습이 된 건 제가 원한 게 아니잖아요. 저도 피해자인데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막막하다고요.”갑자기 한지음이 말끝을 흐리며 흐느끼기 시작했다.강이한은 그녀에게 증거 관련해서 추궁할 생각이었지만 이런 모습을 보니 전혀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그는 짜증스럽게 머리를 헝클어뜨리며 말했다.“걱정 마. 다시 앞을 보고 두 다리로 걸을 수 있게 내가 만들 거야.”단호한 그의 결심이 담긴 한마디였다.한지음은 그럼에도 고개를 들지 않았다.“그게 그렇게 쉬웠다면 제가 이러고 있지도 않았겠죠. 의사가 그랬어요. 지금 당장 적합한 망막을 이식 받지 못하면 평생 앞을 못 보고 살아야 할 수도 있다고요.”강이한은 숨이 막혀왔다.의사한테 이미 들은 내용이었고 그래서 최근 열심히 적합한 기증자를 찾고 있었다.하지만 시망막 이식 수술 과정이 워낙 복잡하고 까다로워서 쉽지 않았다. 살아 있는 기증자는 당연히 적을 수 밖에 없었고 뇌사 환자들을 찾아봤는데도 쉽지 않았다.그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방법을 찾고 있었지만 아무런 수확도 얻지 못했다.“그분이 부러워요.”강이한이 뭐라고 하기도 전에 한지음이 애통한 목소리로 말했다.그 말을 들은 강이한은 온몸에 피가 거꾸로 솟는 느낌이었다.내 판단은 틀리지 않았어!현재 모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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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화
그 모습을 본 유영은 가슴이 철렁해서 다급히 소은지의 앞을 가로막았다.그녀는 손을 뻗어 친구의 손에서 칼을 빼앗은 뒤, 강아지를 그녀의 품에 안겨주고 말했다.“일단 방으로 돌아가 있어.”“하지만 유영아….”“내가 응대할 게.”강이한이 왜 찾아왔는지 이유를 알 것 같았다.그가 어떤 사람인지 유영보다 잘 아는 사람은 없었다.그녀는 소은지와 그의 충돌을 바라지 않았다.소은지는 씩씩거리면서도 그녀의 말을 듣고 강아지를 안은 채, 방으로 들어갔다.손으로 안 되니 발로 걷어차는 소리까지 들려왔다.문밖에서 남자의 성난 고함도 같이 들려왔다.“이유영, 나와!”밤잠을 방해받은 이웃들이 문을 열고 욕설을 퍼부었다.“뭘 하는데 이렇게 시끄러워!”“요즘 젊은 것들이란….”하지만 곧 그 소리는 잠잠해졌고 다급히 문을 닫는 소리가 들려왔다.강이한의 섬뜩한 눈빛에 겁을 먹은 탓이었다.유영은 안 보고도 돌아가는 상황이 뻔히 보였다.그녀는 천천히 다가가서 현관문을 열었다.남자는 분노가 이글거리는 눈빛을 하고 그녀를 노려보고 있었다. 평소의 차가운 눈빛과는 결이 다른 눈빛이었다.마치 자식에게 실망한 부모마냥, 마음은 아프지만 어떻게든 잘못을 바로잡겠다는 단호한 의지가 보였다.유영도 기죽지 않고 따졌다.“미친 거 아니야? 병원 예약해 줘?”그 말이 끝나기 바쁘게 손목에서 강한 힘이 전해지더니 그는 막무가내로 그녀를 끌고 밖으로 나갔다.유영은 다친 팔이 제대로 낫지도 않은 상태에서 끌려가다 보니 중심을 잡지 못하고 바닥에 주저앉았고, 그대로 무릎을 시멘트 바닥에 박아버렸다.그녀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남자는 그런 그녀를 힐끗 보고는 그녀를 어깨에 메고 엘리베이터로 들어갔다.유영은 거꾸로 매달린 채, 그의 등을 두드리며 소리쳤다.“이거 놔, 이 미친 놈아!”하지만 남자는 요지부동이었다.주차장까지 간 남자는 유영을 차에 억지로 밀어넣었다.그 과정에서 유영이 도망치려 했지만 남자는 그녀의 덜미를 단단히 잡고 경고하듯 으르렁거렸다.“얌전히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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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화
고개가 돌아가고 얼굴에서 얼얼한 느낌이 온몸으로 전해졌다.차량 내부에는 삭막한 정적이 잠시 감돌았다.강이한도 굳은 표정으로 자신의 손을 내려다봤다.두 사람의 호흡이 거칠어지기 시작했다.한참이 지난 뒤, 고개를 돌린 유영은 남자를 바라보며 허탈한 미소를 지었다.“지금 그 여자 때문에 나를 친 거야?”머리가 웅웅거리고 귀에서 이명이 들려왔다.강이한이 불륜녀를 위해 자신에게 폭력까지 서슴지 않았다.예전에 그에게 실망하고 슬펐던 마음뿐이었다면 이 순간에는 일말의 기대마저 사라져 버렸다.내려놓는 건 한순간이라고 했던가.마음이 완전히 돌아서는 것도 한순간이었다.더 이상 강이한이라는 남자에게 아무런 느낌도 들지 않았다.강이한도 드디어 정신을 차리고 뻘겋게 부어오른 그녀의 얼굴을 향해 떨리는 손을 뻗었다.“유영아.”그의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나한테 손대지 마!”유영은 매몰차게 그의 손을 뿌리치고 차에서 뛰어내리려 했지만 차 문은 안에서 단단히 잠겨 있었다.그녀는 온몸으로 차가운 기운을 내뿜으며 말했다.“열어!”“내 말 좀 들어봐. 우리 얘기 좀 해.”“우리 사이에 더 얘기할 게 남았어?”이성을 상실한 유영은 상처 입은 맹수처럼 남자를 노려보며 말했다.“세강 대표로서의 품위는 지켜. 앞으로 무슨 일이든 변호사 통해서 얘기해. 내가 그 여자를 그렇게 만들었다고 생각하면 경찰에 신고해. 내가 도와줘?”말을 마친 유영은 핸드폰을 꺼내 112 신고버튼을 눌렀다.강이한은 저도 모르게 손을 뻗어 핸드폰을 빼앗고 통화 종료 버튼을 눌러버렸다.“당신 미쳤어?”그가 울부짖었다.이 여자는 미친 게 틀림없었다.유영은 그런 남자를 비웃듯 바라보며 말했다.“내가 떳떳하다는데 당신은 뭐가 두려운 거야?”그랬다. 왜 두려운 거지?증거를 받았을 때 강이한은 경찰에 바로 제출하는 대신, 증거를 들이밀며 이혼은 절대 안 된다고 협박했다.무슨 상황이 와도 가장 먼저 떠오른 반응은 절대 이혼하기 싫다는 것이었다.반면 유영은 어땠을까?증거 앞에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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