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이혼은 절대 안돼: Chapter 121 - Chapter 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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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1화
유선우가 백아현 곁에 너무 오래 같이 있어 줘서일까, 심정희도 그 소식을 전해 들었다.그녀는 유선우가 전에 찾아왔을 때 태도를 생각하면 조은서가 시름이 놓이지 않았다. 그래서 특별히 조은서에게 커피 한 잔 하자고 했다.“얼마 살지 못한다며? 걔한테는 미인박명이라는 네 글자도 아까워.”그녀는 멈칫하다가 조은서에게 물었다.“어떻게 할 생각이야?”심정희는 아무래도 보수적이어서 남자의 마음을 얻지 못하더라도 남자의 돈은 손에 넣어야 한다고 믿고 있었다. 우선 애를 낳아 지위를 공고히 하는 것이 좋았다.조은서는 고개를 숙이고 커피를 천천히 휘저었다.사실 유선우가 애를 가지려고 해도 조은서가 원치 않았다.그녀는 이미 마음속으로 결정을 내렸다. 그녀는 현재 2퍼센트 되는 YS 그룹 지분을 가지고 있었기에 남은 인생을 고생 없이 살 수 있었다. 그 말인즉슨 애까지 낳아 유선우와 서로 원망하며 살 필요도 없다는 뜻이다.그녀는 떠나고 싶었다.하지만 천천히 계획을 세워야 했다. 왜냐하면 유선우가 현재 그녀를 놓아줄 생각이 없었기 때문이다.심정희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조은서를 보면서 마음이 급해 났다.“은서야, 말 좀 해봐. 나한테 말해 봐. 요 며칠 유선우 태도가 어때?”조은서는 검은 긴 생머리를 쓸어내리며 생긋 웃으며 말했다.“백아현 때문에 슬퍼하느라고 바쁜데 저를 상관할 겨를이 안 돼요. 어머니는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저 어머니 생각처럼 연약하지 않아요.”그녀는 말하면서 눈시울이 붉어졌다.“전에 더 큰 슬픔과 고통도 견뎌냈는데 이것쯤이야 아무것도 아니에요.”심정희는 더는 감정에 얽매이지 않는 조은서를 보면서 걱정되었던 마음이 놓이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마음 아프기도 했다. 그녀는 조은서의 손을 잡으면서 말했다.“내일 두 사람 결혼기념일이잖아. 한 번 잘 얘기해 봐.”조은서는 알겠다고 답했다.그녀는 이미 가장 호화로운 레스토랑을 예약해놓았고 또 유선우와 밥 먹으면서 잘 얘기해 볼 생각이라고 심정희에게 알렸다. 심정희는 시름이 놓이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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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2화
그의 잘생긴 얼굴에는 피곤함이 어려있었다. 그는 약간 불만스럽다는 듯이 말했다.“진 비서가 말했었잖아. 요즘 회사에 회의가 많아서 못 올 거라고. 왜 지금까지 기다린 거야?”그도 배고팠는지 앉아서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조은서는 조용히 그를 쳐다보았다. 그가 들어와서부터 2분 정도 지났는데 그는 세 마디만 하고는 그녀를 쳐다보지도 않았다. 그의 마음이 얼마나 초조한지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아마 속으로 아내인 조은서가 철이 없다고 탓하고 있겠지. 바쁜 그를 결혼기념일 같은 작은 일로 성가시게 군다고 말이다.조은서는 고개를 숙이고 이쁘고 가녀린 손가락으로 귀를 만지작거렸다. 그녀는 다른 부잣집 사모님과 달리 아무런 불만도 드러내지 않았고 심지어 슬픈 티도 내지 않고 담담하게 웃었다.그녀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이렇게 함께 기념일을 보내는 게 오랜만이네요. 계속 안 오면 가려고 했는데.”그녀는 부드러운 말투로 말을 이어갔다.“선우 씨, 민폐 끼쳐서 미안해요.”유선우는 시선을 들고 조은서를 보았다. 반짝 빛나는 샹들리에 아래 그녀는 아주 아름답고 고급스러운 기품을 지니고 있었다.볼 때마다 기분이 좋아지는 것 같았다.그는 병원의 소독약 냄새와 사람을 불쾌하게 하는 각종 약 냄새, 그리고 매일 하소연하는 김춘희와 창백한 얼굴을 하고 조심스럽게 그의 비위를 맞추는 백아현을 떠올렸다.유선우의 표정이 조금 좋아졌다. 그는 조은서를 적당히 달랬다.“그럴 리가? 내가 너무 바빠서 잊어버린 거야.”조은서가 그가 기분이 좋아진 걸 발견하고 부드럽게 웃어 보이며 밤새도록 기다리며 하고 싶었던 말을 했다.“선우 씨, 토요일에 선우 씨한테 소개해주고 싶은 소중한 사람 한 명이 있는데 시간 내어줄 수 있어요? 토요일 원래 휴식날이잖아요. 자본가들도 쉬어야죠, 안 그래요?”그녀는 자상하면서도 애교 섞인 말투로 말했다.유선우는 와인잔을 들고 머릿속으로 생각해보았다.토요일은 그가 연회에 가기로 백아현과 약속한 특별한 날이었다. 그날은 김재원의 손님으로 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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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3화
조은서는 레스토랑에서 나와 차에 올라탔다. 기사 김병훈은 그녀가 기분이 좋지 않다는 걸 알아차리고 가벼운 목소리로 말했다.“사모님, 지금 돌아가시겠습니까?”조은서는 조용히 앉아 창밖에 있는 밤하늘을 쳐다보았다. 그녀는 어렴풋이 불빛이 반짝이는 걸 보았다.그녀는 갑자기 입을 열었다.“기사님, 저 내려서 걷고 싶어요. 먼저 돌아가세요.”김병훈이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그건 안 됩니다. 늦은 시간에 사모님 혼자 밖에서 돌아다니시면 대표님께서 걱정하실 겁니다.”조은서는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그가 어떻게 알아요?”김병훈은 말문이 막혔다. 유선우는 평소에 자주 밤늦게까지 집에 돌아오지 않았는데 하인들이 이 일로 수군거리기도 했다. 김병훈도 이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김병훈은 시름이 놓이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차를 몰고 혼자 길거리에서 걷고 있는 조은서의 뒤를 따랐다.조은서는 자신이 얼마나 오래 걸었는지 모른다.새벽 2시가 되었을 때, 그녀는 도시에 있는 한 낙서벽 옆에 멈춰 섰다. 낙서벽 위에는 각종 고백하는 글귀가 적혀져 있었는데 조은서는 몸을 옹크리고 앉아 왼쪽 모서리에 적힌 글을 미련 담긴 손길로 어루만졌다.조은서는 평생 유선우를 사랑할 것.조은서는 그 글을 조용히 바라보면서 눈가 촉촉해졌다.어릴 적 그녀가 유선우를 사랑했던 감정은 아주 소중했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 그 사랑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은 사라졌고 그 사랑이 더는 쓸모가 없게 되었다.밤은 깊어가고 거리는 조용했다. 김병훈은 그녀가 감기라도 걸릴까 봐 돌아가자고 달랬다.조은서는 더는 거절하지 않고 차에 올랐다.차 안은 아주 따뜻했는데 그녀의 마음은 얼음장처럼 차가웠다....그녀가 돌아가서 전화를 확인해보니 유선우가 그녀에게 문자를 남겼다. 그가 바빠서 곁에 있어 주지 못해서 미안하다는 문자였다.이른 아침, 최고급 럭셔리 보석상이 루비 액세서리 세트를 보내왔다.색상과 크기로 보아서는 최소 100억 정도는 했다.조은서는 액세서리 세트를 받아들였고 유선우에게 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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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4화
“금방 갈 거야.”유선우는 그녀의 말을 끊었다. 하지만 말투가 퉁명스럽다고 생각되었는지 이내 말을 보탰다.“일이 끝나고 같이 있어 줄게.”조은서는 웃으면서 그를 위해 옷을 준비하러 갔다.옷방의 불빛이 반짝반짝 빛났다.조은서가 그가 입을 옷을 골라주었다. 옷에 맞추어 넥타이와 손목시계도 골라주었다... 아주 정식적인 옷이었지만 캐쥬얼한 느낌도 섞여 있었다. 그녀는 속으로 백아현이 흠모하는 눈길로 유선우를 바라보리라 생각했다.갑자기 누군가가 그녀를 끌어안았다.유선우는 그녀의 가녀린 허리를 안고 얼굴을 그녀의 목에 대고 남성의 특유한 허스키한 목소리로 말했다.“화났어?”그는 말하면서 하고 싶은지 그녀의 몸을 어루만졌다.조은서는 그의 몸에서 은은한 약 냄새를 맡았다.그녀는 속이 울렁거렸다. 하지만 애써 참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회사에 중요한 회의가 있다면서요? 대표님이 지각하면 안 되죠. 아랫사람들이 뭐라고 하면 어쩌려고요.”유선우의 숨결이 뜨거워졌다.“날 걱정하는 거예요?”조은서는 순간 황홀했다. 그녀는 전에 다정했던 나날들을 떠올리면서 저도 모르게 마음이 흔들렸다. 그녀는 냉정한 사람이 아니었다.하지만 그녀는 이내 정신을 차리고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잊었어요? 저한테도 2퍼센트의 지분이 있어요. 대표님이 열심히 일해야 저도 이익을 얻죠.”유선우는 웃으면서 샤워하고 옷을 갈아입으러 갔다.그가 나왔을 때, 조은서는 화장대 앞에 앉아 액세서리를 착용하고 있었다. 그녀는 검푸른 색 드레스를 입고 있었는데 우아하고 매력 있어 보였다. 액세서리는 귀걸이와 손목시계만 착용했다.그녀가 너무 아름다운 탓에 시간이 촉박했지만 그는 저도 모르게 그의 귓불에 입을 맞추면서 연인처럼 속삭였다.“오늘 밤 돌아올게... 응?”기회가 되면 조은서는 그에게 묻고 싶었다. 백아현이 그가 자신과 부부생활을 계속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는지, 알면 울지는 않는지.하지만 그녀는 그저 담담하게 웃을 뿐.유선우는 차에 올라탄 후, 고개를 들어 별장을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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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5화
유선우의 눈빛이 어두워졌다.조은서는 그가 오늘 저녁 연회에 온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가 조은서에게 다가가 그녀의 손목을 잡고 말하려고 할 때, 조은서가 그를 힘껏 밀어내고 뒤로 한발 물러서면서 그에게 말했다.“선우 씨, 다시는 백아현을 만나지 않겠다고 했잖아요! 오늘 저녁 회의하러 회사로 간다고 했잖아요! 그런데 지금까지 백아현 곁에 있어 준 거예요? 날 뭐로 생각하는 거예요? 우리 둘 사이 혼인은 뭐에요? 전에 했던 말은 다 거짓말이었다는 거잖아요!”유선우는 그녀의 손을 다시 잡고 눈살을 찌푸리고 말했다.“그만해!”조은서는 헛웃음을 쳤다.아직 아무 짓도 하지 않았는데 그만하라고 하다니. 무엇을 그만하라는 거지?그녀가 무슨 자격으로 그와 화를 내겠는가?조은서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녀는 자신의 남편을 바라보면서 가볍게 말했다.“선우 씨, 만약 날 좋아한다고 하지만 않았어도, 나랑 다시 시작하고 싶다고 하지만 않았어도 당신이 백아현과 어떻게 지내든 상관없어요. 하지만 전에 말했었잖아요... 당신은 모를 거예요, 내가 당신이 백아현과 다시 연락한다는 걸 안 후로부터 당신이 나한테 가까이 다가오는 것만으로 역겨워한다는 걸. 너무 더러워서 견딜 수가 없어요!”유선우의 얼굴빛이 어두워졌다.그는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가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더러워서 견딜 수가 없다고? 전에 할 때는 그렇게 좋아하더니 벌써 잊은 거야?”조은서는 억지로 고개를 들고 그를 쳐다보았다.샹들리 아래 서 있는 그녀의 피부가 투명할 정도로 새하얘 보였다. 눈가가 촉촉해진 그녀의 눈썹 끝에 점 하나가 있었는데 유선우는 그 점을 어루만지면서 비아냥거렸다.“유 사모님, 확실히 내가 거짓말한 건 맞아. 하지만 너도 나한테 숨겼잖아. 우리 둘 피장파장이야.”조은서는 입술을 달싹거리며 말했다.“우리가 어디 있어요? 당신과 백아현을 말하는 거예요?”그녀는 그를 힘껏 밀어내고 옷을 단정히 했다.그녀는 그들에게 더는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연회에 참가해야 했고 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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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6화
조은서는 고개를 저었다.그녀는 닫힌 엘리베이터 문을 보면서 가볍게 말했다.“혼인을 잃었다고 해서 사업까지 잃을 순 없죠. 저 괜찮아요, 선배... 얼른 가요!”그날 저녁 연회는 뜻밖으로 아주 성공적이었다.조은서는 업계 거장들 앞에서 양축을 연주했는데 짧은 시간 내에 업계에서 제일 빛나는 샛별이 되었다. 김재원은 득의양양해 하면서 그녀에게 많은 사람들을 소개해줬다.조은서는 술을 적지 않게 마셨다.돌아가는 길에 그녀는 위가 불에 타는 것처럼 아파왔다.기사가 그녀를 별장으로 데려다주면서 특별히 집에 하인에게 사모님이 몸이 불편해하니 해장차를 끓여 위층에 올려다 주라고 말했다.하인은 조은서를 잘 대했는바 소식을 전해 듣자마자 해장차를 만들었다.하지만 하인이 이 층으로 올라갔을 때, 조은서는 아랫배를 움켜쥐고 식은땀을 흘리며 소파에 쓰러져있었다.깜짝 놀란 하인은 조은서를 가볍게 흔들어 깨웠다.“사모님, 어디 편찮으세요? 대표님 불러올까요?”조은서는 너무 아파 말도 제대로 할 수가 없었다.‘아퍼... 너무 아퍼...’하인은 조은서가 아파하는 걸 보면서 당황하기도 하고 마음 아프기도 했다. 그녀는 이내 유선우에게 연락했다. 하지만 전화를 몇 번 걸어보았지만 그는 받지 않았다. 하인은 어쩔 수 없이 아래층에 가서 기사를 불러와 함께 조은서를 차에 태웠다.조은서는 너무 아파서 정신이 없었지만 병원 간다는 건 알고 있었다.그녀는 YS 병원으로 가지 않겠다고 중얼거렸다.그녀는 유선우를 만나고 싶지 않았다.기사 김병훈은 액셀러레이터를 밟고 한림병원으로 갔다. ‘한림병원에 사모님이 아는 분이 계시는 것 같은데...’‘아는 사람이 있으면 일이 쉬워지지.’하지만 그들은 얼마 전에 백아현이 가까운 곳으로 찾아간 병원이 바로 한림병원이라는 걸 생각도 못 했다.하늘이 사람을 놀리는 것 같았다.검사 해보니 조은서는 급성 위경련 때문에 아파한 것이었다. 음주와 정서 기복이 심한 탓에 위경련을 일으킨 것이었다.그녀는 약을 먹고 병원에서 하룻밤 묵은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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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7화
두 사람은 눈이 마주쳤다.유선우는 환자복을 입고 있는 조은서의 얼굴에는 병색이 맴돌았고 그녀의 눈에는 절망이 가득 차 있었다. 그녀는 낯선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았다.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녀는 그의 품에 안겨 부드러운 목소리로 ‘선우 씨, 전에 선우 씨를 좋아했던 마음을 몇 년, 심지어 몇십 년이 되어야 되찾아올 수 있는데... 그때까지 기다려줄 수 있어요?’라고 말했었다.그는 기다리겠다고 말했었는데 진심이었다.하지만 그가 후에 그녀의 진심을 진흙탕에 버린 것도 사실이었다.유선우가 조은서를 한참 바라보다가 힘겹게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조은서.”그가 그녀의 손을 잡으려 했지만 그녀가 그의 손을 뿌리쳤다.그녀는 절망스러운 눈길로 그를 바라보면서 온몸의 힘을 다해 말했다.“당신이 조금이나마 날 좋아한다는 말을 믿었던 내가 너무 어리석었어요! 아직도 그날 내가 당신을 해쳤다고 생각하고 있는 거예요? 당신 마음속에서 대체 난 어떤 존재예요? 당신이 날 좋아한다는 말과 다시 시작하자는 말을 믿었었다니. 유선우 씨, 당신이 속셈이 많은 거예요, 아니면 내가 너무 멍청한 거예요?”“난 당신이 그냥 날 좋아하지 않는다고 생각했어요!”“하지만 그냥 질리지 않은 것이었군요. 유선우 씨, 진짜 묻고 싶은데, 대체 언제쯤이면 질려서 날 놔줄 거예요? 난 더는 놀아줄 힘이 없다고요!”...그녀는 사실 울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진실을 들은 그녀는 더는 참을 수 없었다.그녀는 감정이 없다고 해도 삼 년 동안 잠자리를 가졌는데 조금이나마 감정이 생길 수도 있지 않은가 하고 생각했다.하지만 삼 년이 지나도록 그녀는 그에게 있어 아직 질리지 않은 노리개에 불과했다. 아주 천박한 여자일 뿐이었다.유선우가 그녀를 잡으려고 했는데 조은서는 전보다 더 큰 힘으로 그를 밀어냈다.환자복을 입고 뒤로 몇 발 물러서는 그녀는 연약하면서도 냉정한 느낌을 주었다. 그녀는 눈물범벅이 된 채 그를 바라보았는데 울면서 미소를 잊지 않았다.“내 몸에 손대지 마요... 너무 더러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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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8화
반 시간 후, 조은서는 별장에 도착했다. 그녀는 차에서 내리면서 우산을 쓰지 않았다. 빗물은 그녀의 몸과 얼굴을 마구 적셨고 그녀는 자신의 감정에 대한 세례라고 생각하면서 비를 맞았다. 그녀는 그대로 하얀 카펫을 밟았는데 카펫 위에는 얼룩이 남았다.하인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그녀를 위해 생강차를 끓여주러 갔다.조은서는 방으로 올라가자마자 벽에 걸린 웨딩사진을 보았다.전에 유선우가 촬영을 거부해서 그녀가 뻔뻔하게 1억 육천만 원을 내고 합성한 사진이었다. 그녀는 전에 사진을 보면서 유선우가 자신을 사랑하기를 수없이 기대했다.하지만 지금은 보면 볼수록 눈에 거슬렸다.조은서는 침대에 올라 그 사진을 떼어냈다.너무 급하게 떼어내는 바람에 손이 액자에 긁히면서 손등에 긴 상처가 생겨 피가 흘렀다. 새빨간 피가 한 방울씩 떨어졌는데 아주 섬뜩했다.하지만 조은서는 고통을 느낄 수 없는 듯 액자를 바닥에 팽개쳤다.그리고 그녀는 화장대에 앞에 천천히 앉았다. 거울 속에 비친 그녀의 모습은 아주 초라했다.조은서는 조용히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을 바라보았다.그녀는 온몸을 떨고 있었는데 머리가 비에 젖어 얼굴에 붙어 있었고 옷도 젖어 엉망이 되어 있었다. 그녀는 남편한테 버림받은 여인처럼 비참해 보였다.아니, 버림받은 것보다 더 몰골이 사납고 처참했다.버림받았다는 건 적어도 전에 사랑을 받았었다는 걸 의미했다.하지만 그녀는 그를 6년 동안 좋아해 왔는데 돌아오는 건 ‘질릴 때까지 가지고 놀 거야!’라는 말 한마디뿐이었다.조은서는 시선을 내려뜨리고 서랍을 천천히 열었다. 서랍 안에는 청춘 시절 그녀의 요동치는 마음을 기록한 일기장이 있었다.그녀는 피 묻은 손으로 일기장을 꺼냈다.일기장을 펼친 그녀는 전에 유선우를 향한 사랑하는 마음을 기록한 내용을 보면서 자신의 멍청함을 되뇌었다.「신혼 첫날 밤에 날 매우 난폭하게 대했지만 언젠가는 내가 그날 일부러 그런 것이 아니었다는 걸 알게 될 거야.」「그때 가면 날 부드럽게 대하고 날 좋아하게 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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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9화
유선우는 손가락을 부들부들 떨며 화장대를 만졌다.은서가 일기장을 가져갔다.순간 테라스에서 타는 냄새가 은은하게 났다. 선우는 움찔하더니 뭔가 떠오른 듯 빠른 걸음으로 테라스에 갔다.그리고 눈에 들어오는 건 그들의 결혼사진이었다. 은서가 그 일기장을 태우는 것도 보았다.은서는 그 자리에 앉아 조용히 지켜보고 있었는데 마치 쓸모없는 물건을 태우는 것 같았다.“너 돌았어?”선우는 생각하지도 않고 앞으로 달려가 그 일기장을 뺐었다. 심지어 아무런 보호 조치도 없이 맨손으로 가져왔다. 고작 일기장 하나에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생각할 시간도 없었다.불은 이미 꺼졌지만, 일기장은 절반밖에 남지 않았다.선우는 화상을 입은 손바닥은 신경 쓰지 않은 채 급하게 일기장을 펼쳐보았는데 눈에 들어온 건 마침 그 한마디가 있는 페이지였다.“선우 씨는 영원히 날 안 좋아해!”심장이 저릿해 났다.선우는 고개를 들고 은서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이걸 태우는 건 지금까지의 마음도 버리겠다는 뜻이야?”“그래요, 버릴래요.”은서도 붉게 핏발이 선 눈으로 선우를 보았다. 둘은 마치 궁지에 몰린 짐승처럼 서로를 노려보고 있었다.한참이 지나서야 은서는 낙담한 표정으로 말했다.“이젠 당신도 버릴 거예요! 유선우 씨, 앞으론 당신에 관한 모든 건 갖고 싶지 않아요!”선우는 얇은 셔츠 한 장만 달랑 입고 있었다. 가을바람이 불어오면서 비가 내렸다.빗방울은 선우의 몸을 치고 갔는데 그건 마치 바늘처럼 몸에 꽂히곤 했다. 너무 아파서 소리를 지르고 싶은 정도였다.그는 은서 눈에 담긴 실망을 보자 처음으로 당황함을 느꼈다.비는 계속 내리고 있다.도우미는 침실을 청소했고 은서도 샤워한 후 침대에 누워 잠을 청했다.점심이 되었을 때 도우미가 밥을 가져왔지만, 그녀는 입맛이 없다고 하면서 돌려보냈다.-선우는 아래층에서 담배를 피웠고 그의 앞에는 거의 탄 액자와 일기장이 놓여있었다.이건 은서가 버리려 했던 거였다.옅은 연기 속에서 선우는 조용히 그 두 물건을 보았다. 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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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0화
“그럴 때마다 난 생각해요. 당신이 날 안고 있을 때 내가 흠뻑 빠져든 모습을 보면서 얼마나 뿌듯해할지. 분명 그렇게 생각할 거예요. 저 여자 정말 싸구나, 손끝만 까닥거려도 멍청하게 속는다고 말이에요.”“유선우 씨, 난 예전에 당신을 좋아한 건 사실이지만 앞으론 절대 그러지 않을 거예요!”...은서는 이렇게 말하면서 정신이 혼미해졌고 가슴도 아팠다.선우는 지금 매우 피곤했다.그리고 성격이 좋은 남자도 아니었다. 이 정도로 자신을 낮추어가며 달랬는데도 은서가 받아주질 않으니 그는 눈가를 문지르며 물었다.“그럼 뭘 원해? 서로 서먹하게 계속 보낼 거야, 아니면 이혼할 거야? 조은서 너 잊지마! 네 오빠가 박연준이 소송 도울 것만 바라는 거. 그런데 네가 날 떠날 수 있을 것 같아?”은서는 베개에 얼굴을 묻고는 한참 동안 소리를 내지 않았다.선우는 은서의 속셈을 눈치챘다. 그녀는 선우를 떠나고 싶었고 심지어 평생 보고 싶지 않았다. 일기장도 태웠는데 과연 감정이 남아 있을까.하지만 그녀에겐 약점이 있었다.조은혁이 바로 그 약점이었다.은서가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을 보자 선우는 화를 눌러 참고 그녀의 어깨를 감싸고는 몸을 돌렸다.흑발이 베개에 흩어졌고 하얀 얼굴엔 운 흔적이 남아있었는데 연약하고 가여워 보였다.선유는 긴 손가락으로 그녀를 만지면서 쉰 목소리로 말했다.“조은서, 난 널 갖고 논 적이 없고 너랑 떨어지고 싶은 마음도 없어. 그땐 홧김에 했던 말이야.”은서는 그의 변명을 듣고 싶지 않았다.애인이 있는 남편, 집에 돌아오지 않는 남자 그리고 다른 사람에게 그녀를 채 갖고 놀지 못했다고 말하는 사람...그들의 믿음은 이미 산산조각 났고 다시는 돌이킬 수 없었다.은서는 몸을 다시 돌렸다. 그리고 흐릿한 목소리로 말했다.“듣고 싶지 않아요!”충분히 자세를 낮추었다고 생각한 선우는 은서가 아직도 자신의 사과를 받아들이지 않자 더는 달랠 필요가 없다고 여겼다.그래서 그녀의 몸을 다시 자신 쪽으로 돌려 한쪽 손으로 그녀의 얇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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