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이혼은 절대 안돼: Chapter 111 - Chapter 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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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1화
다음 날 아침 일찍, 유선우가 깨었을 때 조은서는 옆에 없었다.자리에서 일어난 유선우는 조은서가 어쩌면 옷방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천천히 그곳으로 발걸음을 옮겼지만 그곳에는 오늘 입을 양복과 그에 어울리는 손목시계가 준비되어 있을 뿐 그녀는 없었다. 그는 조은서가 1층에서 아침 식사를 준비하고 있을 거라 생각해 양치를 마친 후, 옷을 갈아입고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계단을 내려갔다.1층 부엌에서는 고용인이 테이블에 그릇을 세팅하고 있었다. 그리고 갓 구운 빵 두 개와 그가 자주 마시는 블랙커피, 그 옆에는 영어 조간신문이 준비되어 있었다. 이것들은 모두 조은서가 평소에 고용인들에게 지시한 것들이다. 유선우가 내려오는 것을 보고 고용인이 공손하게 그를 향해 아침 인사를 했다.그는 테이블에 앉아 신문을 뒤적거리더니 고개를 들어 물었다.“은서는요?”고용인은 순간 멈칫하더니 이내 정신을 차리고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사모님이요? 아침 일찍 나가셨어요. 친정 할머니 댁에 가서 며칠만 있다가 오시겠다고 했어요.”유선우는 담담한 얼굴로 대답했다.“알겠어요.”말을 마친 후, 컵을 들고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있는 그의 입꼬리는 어느새 위로 살짝 올라가 있었다.조은서가 분명 부끄러워 피한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젯밤 유선우가 그런 말을 한 후 그녀는 아무 표현을 하지 않았지만 그 후의 키스로 그녀의 대답을 들을 수 있었고 그녀가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유선우는 아침을 먹고 회사에 갈 준비를 했다.차에 타서 안전벨트를 매자마자 유선우는 조은서에게서 온 메시지가 없는지 계속 찾아봤지만 그녀에게서 온 메시지 같은 건 없었다. 그러자 유선우는 아예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다......조씨 집 아파트.조승철은 이미 퇴원해 집에 있었고 앞으로 일주일에 한 번씩 재활센터에서 재활운동을 받으면 된다. 요즘에는 몸이 많이 회복돼 그나마 다행이었다.단지 방에서 자꾸 안 나오려 하는 게 걱정이 되긴 했다. 조은서는 심정희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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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2화
전화기 너머에서 유선우는 통화가 끊어진 휴대전화를 보며 소리 없이 웃었다.그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한 번도 놓친 적이 없다.그리고 지금 그는 조은서를 원하며 그녀도 곧 그의 소유가 될 것이다....조은서는 전화를 끊고 밖으로 나갔다.심정희는 그녀의 표정을 보더니 걱정되는 얼굴로 물었다.“유 서방과 또 싸웠어?”조은서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심정희에게 말했다.“며칠 전에는 별로 안 좋았는데 어젯밤에 돌아왔을 때는 태도가 변했어요. 어머니, 저는 선우 씨 마음을 잘 모르겠어요.”심정희는 침실로 들어가더니 이내 티켓 한 장을 들고 나왔다.심정희는 싱긋 웃으며 입을 열었다. “너의 엄마가 생전에 그리신 그림들 전시회 티켓이야. 은서야, 마음이 복잡하면 가서 좀 보고와. 저녁에 집에 와서 오늘 빚은 만두 먹는 거 잊지 말고.”엄마 전시회...조은서는 건네받은 티켓을 천천히 어루만졌다. 그녀의 어머니는 성이 진씨로서 어린 나이에 이미 업계에서 알아주는 유명인이 되었다. 하지만 하늘이 그 유명세에 질투한 듯 그녀를 일찍 데려갔고 그 후로 그녀가 그린 작품들만 시중에서 돌고 있었다. 워낙 유명한 사람이었기에 그 그림들은 한 점당 8억에서 16억의 가치가 있었다.심정희는 조은서가 가고 싶어 하는 것을 알아차리고는 다독이며 재촉했다. “바람 좀 쐰다 생각하고 가서 기분 좀 풀고 와.”그 말에 조은서는 바로 알겠다고 대답했다.확실히 그녀는 지금 마음이 너무 혼란스러워 엄마가 너무 보고 싶었다....조은서 엄마의 전시회는 B 시에서 가장 유명한 화랑에 전시되어 있었고 마음에 드는 것이 있으면 화랑 매니저와 따로 면담 후 살 수 있었다.조은서는 그림 한 점 한 점 빠짐없이 모두 찬찬히 보았다.그중에서 그녀는 시가 11억 6000만 원에 달하는 「빗속의 해당화」라는 그림이 제일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지금 그렇게 많은 돈이 없다. 그때 집을 판 돈은 아빠와 심정희 어머니에게 노후대책을 마련하시라고 드렸고 유선우가 준 돈은 건드리고 싶지 않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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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3화
늦가을 저녁, 노을이 하늘을 붉게 물들여 저녁거리에 황홀함을 더해주었다. 조씨 집 아파트로 돌아간 조은서는 문을 열자마자 거실에서 울리는 유선우의 말소리를 들었다. 그의 목소리는 늘 그렇듯 부드럽고 듣기 좋았다.“예전 유학할 때 배수관이 막히거나 하면 혼자 수리하고 그랬거든요.”“옷이 더러워진 건 내일 아침에 가서 갈아입으면 돼요. 어머니 신경 쓰지 마세요.”...‘유선우가 여기까지 왜 왔지?’조은서는 현관문을 닫고 천천히 슬리퍼로 갈아신었고 그 소리를 들은 심정희는 나와서 그녀에게 낮은 목소리로 귀띔했다.“온 지 한 시간 정도 됐어. 근데 마침 배수관이 막혀서 손 좀 봐달라고 했어. 너 데리러 온 것 같은데 맞지?”심정희는 사실 속으로 꽤 놀랐다.곱게 자란 유선우가 이런 궂은일까지 할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역시 남자란 다 똑같은 물건인가 보다. 죽으라고 하면 죽는 시늉까지 할 인간들이다. 조은서는 외투를 벗으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오늘은 그냥 여기서 잘게요.”심정희는 그 말에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래, 알겠어. 내가 가서 상 차릴게. 그리고 좀 이따 밥 먹을 때 얘기 잘하고. 괜히 네 아빠 심기를 건드리지 말고... 그이가 말은 하지 않았지만 분명 유 서방에게 불만이 많을 거야.”사실 이런 것들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조은서는 다 알고 있다. 유선우는 부엌에서 걸어 나오다가 조은서와 눈이 마주쳤다. 몇 초간 그녀를 뚫어지게 바라보던 유선우는 담담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어머니에게서 네가 전시회에 갔다는 말은 들었어. 그런데 그림을 보고 왔는데 눈이 왜 그렇게 빨개?”사실 집에 돌아오는 내내 조은서는 마음이 많이 불편했다.모든 것을 포기할 수 있다는 이지훈의 말에 조은서는 저도 모르게 자신을 되돌아보게 되었다. 그녀 또한 그렇게 몸을 내던졌지만 좋은 결과를 이루지 못했기 때문이다. 조은서는 유선우의 말에 고개를 숙인 채 얼버무리며 입을 열었다.“밖에 바람이 좀 세서요. 눈에 뭐가 들어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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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4화
유선우는 그녀의 긴 생머리를 만지작거리며 입을 열었다. 늦은 밤이라 그의 목소리는 한결 더 섹시하게 들렸다. “바이올린을 켜면서 차준호에게서 얼마나 벌었다고 그래? 몇십만 원? 몇백만 원? 그 돈으로는 고급 레스토랑에서 외식 한 번 하기도 어려워.”조은서는 그의 어깨에 기댄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어쩌면 그녀의 그까짓 돈이 그의 눈에는 아무것도 아닐지도 모른다.하지만 조은서에게는 그녀가 용기를 낼 수 있는 전부였고 다시 예전으로 돌아간다고 해도 그녀는 모든 것을 스스로 해결할 능력을 갖고 싶었다. 더 이상 유선우의 눈치를 보며 생활하고 싶지 않았고 그와의 잠자리가 끝난 후 그에게서 수표를 받는 상황도 두 번 다시 있게 하고 싶지 않았다. 물론 조은서가 아무 말을 하지 않았지만 유선우는 모두 알고 있었다.그는 그녀를 품에 꼭 끌어안고 넓은 손바닥으로 그녀를 감쌌다.그렇게 유선우는 오랫동안 그녀를 안고 있었다.잠깐의 정적이 흐른 후 조은서가 먼저 입을 열었다.“선우 씨, 나 샤워해야 해.”그러나 유선우는 그녀를 놓아줄 생각은커녕 오히려 그녀의 손을 잡더니 손가락으로 깍지를 낀 채 그녀와 이마를 맞댔다. 그의 오뚝한 콧날과 살을 맞댄 갑작스러운 친근함에 그녀는 말할 수 없는 유혹을 느꼈다.조은서는 도저히 이런 분위기를 견딜 수가 없어 고개를 들며 말했다.“선우 씨, 이러지 마세요.”유선우는 그녀를 뚫어지게 바라보며 물었다.“뭘 그러지 마? 너도 좋은 거 아니었어? 너의 몸이 말해주고 있는데?”성인 남자인 이상 유선우도 그녀의 생리가 끝났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사실 어젯밤 조은서는 유선우를 속였던 것이다. 유선우의 말에 조은서는 두 볼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그녀는 친정에서 유선우가 집에서하던 대로 행동하면 아빠와 어머니에게 못난 꼴을 보이게 될까 걱정되어 최대한 이런 상황을 피하고 싶었다. 유선우는 그녀의 작은 볼에 뽀뽀하더니 긴 손가락으로 그녀의 옷을 헤치며 부드럽게 어루만졌다.유선우 또한 오늘처럼 이렇게 온화하고 인내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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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5화
조은서의 말에 유선우는 손을 뻗어 침대 헤드라이트를 켰다.그는 침대 머리맡에 기대어 앉아 그녀를 뚫어지게 바라보며 물었다.“네 생각에는? 내가 왜 이러는 것 같아?”조은서는 정말 모르겠다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유선우는 피식 웃더니 입을 열었다. 어두운 밤에 들리는 그의 목소리는 여느 때보다도 더 진지하게 들렸다. “조은서, 나는 누구를 진심으로 사랑한 적이 없어.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게 어떤 것인지 나는 잘 몰라. 하지만 처음으로 여자에게 신경이 쓰이기 시작했어. 나 스스로를 지키고 있었던 소신을 포기할 만큼. 집에 와서 배수관을 수리할 만큼 한 여자에게 계속 신경을 쓰고 있어.”그는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내가 단지 같이 잠자리할 사람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은서야, 내가 정말 오로지 나의 욕구만 충족시키려 한다면 주위에 널리고 널린 게 예쁜 여자들이라는 거 너도 잘 알잖아.”그러자 조은서도 이내 한마디 했다.“말리지 않을게요.”그 말에 유선우는 가볍게 웃었다.희미한 불빛 아래에서 그의 훤칠한 외모는 한결 더 늠름해 보였고 짙은 눈썹은 성숙한 남자의 멋을 계속 풍기고 있었다. 만약 이런 사람이 어린 아가씨를 찾으려 한다면 많은 돈을 들이지 않아도 그를 따르는 사람이 많을 거라는 것을 조은서는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유선우는 그녀의 작은 얼굴을 만지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나도 가정을 이루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 은서야, 나는 너와 아이를 낳고 싶어. 딸이든 아들이든 상관없어. 하지만... 애보다 더 원하는 게 너의 마음이야. 네가 일기장에 썼던 것처럼 너의 눈에는 나만 보였으면 좋겠어.”이런 말을 하고 있는 유선우는 처음에는 그저 그녀를 붙잡기 위해 뭔가 수단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말을 꺼내니 점점 더 진심이 어우러져 욕심이 커졌다. 과거를 전부 다 잊고 조은서와 다시 시작하고 싶다.조은서를 정말 사랑한다!이런 터무니없는 생각이 스쳐 지났지만 유선우는 그 생각들을 부정하고 그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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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6화
금요일 저녁, 유선우는 비행기를 타고 B시로 돌아왔다.진유라가 공항까지 마중을 나왔고 그가 차에 타자마자 진유라가 늘 그렇듯 자연스럽게 물었다.“유 대표님, 회사로 갈까요? 아니면 별장으로 갈까요?”하지만 일주일 동안 바삐 돌아다닌 유선우는 너무 피곤했고 빨리 쉬고 싶다는 생각에 인상을 찌푸리며 대답했다. “조은서 집으로 가.”순간 진유라는 살짝 놀란 듯 멈칫하더니 이내 되물었다.“사모님 데리러 가는 건가요? 두 분 혹시 싸우셨나요?”그 말에 유선우가 얼굴을 찌푸리더니 입을 열었다.“진 비서, 선 좀 넘은 것 같은데?”그 말에 진유라는 두 손을 허벅지에 놓고 치맛자락을 꽉 움켜쥐며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여자의 정확한 촉으로 유선우가 조은서에게 점점 더 신경을 쓰는 것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며칠 전 그의 책상 위에는 액자가 하나 더 생겼고 액자 속에는 조은서 사진이 들어있었다.3년 동안의 결혼생활 끝에 유선우는 결국 조은서를 좋아하게 되었다.차는 가던 길에 진유라를 내려놓은 후, 조씨 집을 향해 끊임없이 달렸고 도착했을 때는 날이 이미 어둑어둑해진 후였다. 그저 곧 저물어갈 한 줄기의 어두운 노을빛 만이 오늘의 마지막 황혼을 장식하고 있었다. 조은서는 아버지와 함께 산책하고 있었고 여념 없는 다정한 부녀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때, 고급 블랙 카니발 차가 두 사람 앞에 세워지더니 문이 열렸고 그 안에서는 유선우가 내려왔다.어두운 체크 무늬의 양복이 그의 이목구비를 더욱 입체적이고 훤칠하게 보이게 했다. 마지막 한 줄기의 노을빛에 비치는 그의 모습은 그야말로 늠름한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하지만 조승철은 유선우만 보면 머리가 지끈거렸다.그러나 하나밖에 없는 딸이 계속 유선우와 같이 살아야 한다는 생각에 그는 최대한 그에게 눈치를 주지 않으려 했다. 그는 그저 속으로 신세 한탄을 할 수밖에 없었다. 만약 조씨 집안이 예전과 같이 넉넉한 상황이었다면 그는 절대 조은서더러 내키지 않는 감정들을 꾹꾹 참으며 유선우와 같이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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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7화
두 사람은 지금까지 한 번도 이런 말을 한 적이 없다.하지만 말을 하지 않아도 서로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잘 알고 있었다. 조은서는 유선우가 며칠간 출장을 갔다가 돌아왔을 때의 첫 스킨쉽을 제일 싫어했다. 설사 가끔은 그녀도 느낌이 왔지만 너무 거친 그의 모습에 항상 거부감이 들었다. 하지만 오늘 밤은 완전히 달랐다.희미한 불빛, 지극히 부드러운 남자, 매 순간 고민과 사려를 거친 듯, 그녀가 아파할까 봐, 그녀가 거부감을 느낄까 봐... 그녀의 귓가에 대고 속삭이듯 끊임없이 괜찮냐고 물었다.조은서는 그의 목을 끌어안은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녀의 몸은 억누르는 마음처럼 쉽게 감정을 숨기지 못했다. 그날 밤은 두 사람이 결혼한 지 3년 만에 가장 황홀한 날이었고 두 사람 모두 만족한 밤이었다.거사가 끝난 후 조은서는 샤워하러 욕실에 들어갔고 유선우는 긴 바지와 셔츠를 걸친 채 테라스에 앉아 바람을 쐬며 담배를 피웠다.밤바람이 불더니 가지런히 다듬은 그의 머리끝을 스쳐 늠름한 얼굴을 드러냈고 오늘따라 그의 얼굴은 다른 날보다 훨씬 부드러운 느낌을 줬다. 그때 욕실에서는 샤워를 마친 듯한 소리가 들렸고 이내 헤어드라이어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의자에 기대어 앉은 유선우가 휴대전화를 들자 읽지 않은 메시지가 눈에 띄었다. 백아현의 주치의가 그에게 보낸 메시지였고 내용은 그녀의 병세에 대한 진단이었다.「유 대표님, 지난번 백아현 씨가 맞은 주사에 금지 약물이 들어있었어요. 비록 제때 구조되어 목숨은 부지할 수 있었지만 내부 장기가 심하게 손상되어 다른 전문가들과 같이 회진해 봤지만 아마 2년을 넘기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메시지에는 약물 명칭과 관련 정보도 있었다.약물 영어 이름을 뚫어지게 바라보던 유선우는 휴대전화를 더 꽉 움켜쥐며 지그시 눈을 감았다.지금 이 순간 그의 기분은 바닥을 치고 있었다. 조금 전, 조은서의 몸에서 얻은 기쁨은 온데간데없었고 그의 까만 눈동자는 칠흑 같은 밤보다 더 어두운 정서로 물들었다.잠시 후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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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8화
조은서는 당연히 그런 유선우가 신경이 쓰인다. 불과 몇 분 전까지 뜨거운 밤을 같이 보낸 사람이 회사 일 때문에 밤새 집으로 돌아오지 않은 일이 신경이 안 쓰인다면 절대 거짓말일 것이다. 도대체 어떤 일이기에 밤새도록 처리해야 하는 걸까? 조은서는 허튼 다른 생각을 하고 싶지 않았지만 짐작이 가는 부분은 있었다. 유선우는 분명 여자 일 때문에 나갔을 거라는 것... 오늘 입을 그의 셔츠를 다림질하던 조은서는 저도 모르게 그날 밤 그가 귓가에 대고 한 말들이 떠올랐다. 두 번 다시 백아연을 만나지 않을 거라는 말...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사이 계단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유선우가 돌아왔다.밤새 바삐 보낸 유선우는 얼굴이 약간 초췌해 보였다. 유선우가 뒤에서 조은서를 감싸 안자 은은하게 풍기는 소독수 냄새가 그녀의 코를 찔렀다. 이것은 분명 병원 특유의 냄새이다..그의 포옹은 더없이 포근했지만 조은서는 뭔가 큰 몽둥이에 머리를 세게 맞은 듯 마음속으로 큰 곤욕을 치르고 있었다. 유선우는 병원에 갔다가 백아현을 만났을 것이다.하지만 그 무엇보다 가장 슬픈 것은 유선우가 그녀와 한 약속이 불과 일주일밖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조은서는 속이 말이 아니었지만 더 이상 묻지 않았고 그저 낮은 목소리로 시선을 아래로 내리며 입을 열었다. “진 비서가 아침 일찍 전화가 와서 오전에 중요한 회의가 있다며 시간을 꼭 지키라고 했어요.”그녀의 가는 허리를 잡고 있던 유선우는 순간 멈칫하더니 입을 열었다. “그런데 왜 너에게 했지?”조은서는 담담한 얼굴로 피식 웃더니 말했다. “같이 야근한 거 아니었어요? 아마 선우 씨 전화가 꺼져 있었겠죠?”그 말에 유선우는 핸드폰을 꺼내 보았고 아니나 다를까 전화기가 꺼져 있었다. 다시 전화기를 켰을 때는 진 비서의 부재중 전화가 네 통이나 와 있었지만 그중에 조은서가 건 전화는 없었다. 그러자 유선우는 조은서를 보며 물었다. “나 하나도 걱정 안 됐어?” 조은서는 다림질한 셔츠를 걸고는 유선우를 향해 고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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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9화
유선우는 조은서의 담담한 얼굴을 뚫어지게 바라봤다.황혼빛 속에서 반짝반짝 빛나는 그녀의 얼굴은 오늘따라 더 아름답고 따뜻해 보였다.그는 저도 모르게 그녀의 귓가에 애매하면서도 거친 막말을 했다. 이 말이 만약 평범한 부부 사이에 오간 것이라면 그것은 사랑싸움에 불과하다. 하지만 조은서는 순간 역겨움을 느꼈다. 유선우의 뒤로 고용인이 두리번거리고 있는 것을 본 조은서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저녁 먹을 시간이에요.”유선우는 그녀의 가느다란 손목을 잡고 천천히 걸으며 오후에 금방 도착한 게가 싱싱하다는 말을 했다.“당신, 게 좋아하잖아? 이따가 많이 먹어.”그 말에 조은서는 싱겁게 웃었다.저녁 식사 때에도 그녀는 자신의 불만을 드러내지 않았고 유선우에게 머릿속의 의심들을 질문하는 일은 더더욱 없었다.유선우의 애틋함이 연기라 생각하면 할수록 조은서는 더욱 협조적으로 그와의 연기를 함께 이어나갔다.저녁이 되어 유선우가 잠자리를 원하자 조은서도 흔쾌히 그에게 몸을 내주었다. 대신 중요한 순간에 그녀는 침대 옆 캐비닛을 열어 콘돔을 꺼내 그더러 사용하라고 했다. 순간 유선우는 멈칫했다.사실, 그는 콘돔을 사용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것은 조은서도 마찬가지이다. 유선우는 고개를 숙이더니 그녀와 키스를 하며 아이를 갖고 싶다고 말했다. 이제 곧 서른이 다 되어가고 있고 같이 놀던 소꿉친구도 일부는 이미 아들딸 둘씩이나 뒀다고 했다. 조은서는 유선우를 올려다보더니 그의 훤칠한 이목구비를 어루만졌다. 유선우가 조은서의 마음을 돌릴 수 있다고 자신만만했던 이유도 그래서 그녀가 흔들렸던 것도 이 잘생긴 얼굴이 한 몫은 했을 것이다. 조은서는 마음속의 의심을 가까스로 누르며 나긋한 목소리로 말했다.“아직은 일러요. 우리 조금만 더 있다가 아이 가져요. 요즘 사업도 바쁘다면서요. 나는 당신도 같이 돌봐줄 시간이 있을 때 낳고 싶어요.”유선우는 몸을 일으키더니 고개를 숙인 채 그녀를 바라봤다.그는 한참이나 그녀와 다정하게 키스를 나눴고 그녀의 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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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0화
유선우는 백아현에게 남녀 간 사랑의 감정은 없지만 항상 미안한 마음이 있었다.그는 백아현을 다시는 만나지 않겠다고 조은서와 약속했다. 사실 유선우가 마음을 굳게 먹고 백아현을 진유라와 의료진에게 맡긴 후 그녀에 대한 관심을 버리면 그는 바로 조은서와 같이 상냥한 아내와 귀여운 아이를 갖게 될 것이며 들킬까 봐 전전긍긍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하지만 유선우의 마음속에 조은서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조은서는 소유하고 싶지만 사랑하지 않는 여자일 뿐... 만약 언젠가 그녀가 이 마음을 알고 울고불고 난리를 친다고 해도 두 사람 사이는 기껏해야 얼마 전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것뿐이다.그래서 유선우는 조은서와의 관계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다.유선우도 조은서에 대한 자신의 감정을 분석해 장단점을 따져본 적이 있다. 어느 정도 생각이 정리된 그는 손에 쥐고 있던 담배를 눌러 끄고 병원 주치의에게 전화를 걸었다. “바로 갈게요.”하지만 전화를 끊은 유선우는 바로 나가지 않았다.그는 사진첩에서 조은서의 잠자는 생얼 사진을 한 장 꺼내 한동안 아무 말 없이 바라봤다. ...방으로 돌아오니 방안은 칠흑같이 어두웠고 조은서는 이미 잠이 든 듯했다.유선우는 침대 옆에 앉아 그녀의 하얗고 작은 얼굴을 바라보며 손을 뻗어 가볍게 쓰다듬었다. 이미 깊은 잠에 빠져 있었던 탓인지 그녀의 볼은 살짝 뜨거운 느낌을 줬다. 한참을 지켜보다가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려 할 때 조은서가 잠에서 부스스 깨더니 쉰 목소리로 물었다. “선우 씨, 또 나가요?”유선우는 다시 한번 그녀의 얼굴을 천천히 쓰다듬으며 입을 열었다.“응, 회사에 급한 일이 생겨서.”조은서는 하얀 베개에 붙인 채 그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고 그녀의 눈빛에는 왠지 모를 서운함이 들어있었다.유선우는 허리를 굽혀 그녀에게 입을 맞추더니 다정하게 말했다. “금방 올게. 좀 이따 옆에 꼭 붙어있을 거니까 기다려. 알았지?”조은서는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그녀의 다정한 모습에 마음이 흔들린 걸까? 유선우는 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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