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이혼은 절대 안돼: Chapter 101 - Chapter 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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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1화
이 남자의 목소리는 너무나 매혹적이다. 이젠 아무런 감정조차 남아있지 않은 조은서도 유선우의 이런 목소리를 들으면 설렐 수 밖에 없었다. 어느새 유선우는 조은서의 옆으로 다가와 앉아 그녀에게 키스하려 한 남편의 행동에 그녀의 마음은 왠지 모르게 아파졌다. 조은서는 그의 얼굴에 손을 갖다 대며 물었다. “선우 씨는 나 사랑해요?” 유선우는 다 한 번도 누구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한 적이 없었을 뿐더러 그 누구를 사랑해 본 적도 없었다. 그녀의 물음에 이 남자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 유선우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이미 예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방금전 물음에 대답을 하지 못하는 남편을 보니 조은서는 조금 속상했다. “그럼 선우 씨는 저를 사랑하고 싶나요? 우리의 결혼 생활을 위해 사랑할 준비가 되어 있나요?” 유선우는 그녀를 속이지 않았다. 그는 입술을 깨물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아내의 물음에 대답했다. “아니, 전혀.” 조은서는 두 눈을 감고 유선우의 키스를 받아들였고 그 남자의 현란한 손놀림을 느끼면서 자신들의 결혼 생활과 서로에 대한 감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선우 씨도 날 사랑하지 않으면서 왜 제가 당신을 사랑해 주길 원하나요? 밖에 당신이 좋다고 쫓아다니는 여자가 한 둘이 아닌걸 제가 아는데 그것으로도 만족 못 하는거예요?” 그는 타락한 아내의 모습을 보고 있었다. 조은서의 타락은 여자의 생리적 욕구 때문이었다. 모든 감정을 버린 뒤부터 남편이 과격하게 하지 않는다면 비교적 나름대로 만족스러워했고 그녀도 점점 남녀 사이의 이런 일에 대해 부끄러워하지 않고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아내가 자신을 그저 자기의 성적 욕구를 만족하게 하는 도구로만 생각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니 이 남자의 마음은 몹시 좋지 않았기 때문에 유선우는 더욱 조은서를 괴롭혔다. 그는 아내의 얼굴을 쓰다듬고는 피식 웃으면서 말하였다. “우리 사모님, 나 지금 열도 안 나는데 격렬한 운동을 해도 될까요?” 유선우의 말에 조은서는 도예솔, 백아현 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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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화
관계가 끝난 뒤, 유선우는 샤워실로 향했다. 샤워를 마친 그는 깔끔한 옷으로 갈아입었지만, 조은서는 움직일 힘조차 없었기에 지금의 꼴은 말이 아니었다. 이런 아내를 본 유선우는 코웃음을 치고는 마당으로 나갔다. 검은색 벤틀리에 앉은 그는 바로 별장을 떠나지 않고 태연하게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사실 아까 관계 도중, 조은서와 유선우는 서로 만족스럽지 않았다. 금방 완쾌된 탓인지 그의 실력은 전에 비해 많이 떨어져 있었다. 몽롱한 담배 연기에 둘러싸인 그는 아내가 했던 말들을 되새겼다. 이 결혼을 위해 헌신할 준비가 되었냐고? 자기를 사랑할 준비가 되었냐고? 유선우는 피식 웃었다. 어렸을적 부터 화목하지 않은 가정에서 자란 그는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방법도 몰랐고 사랑하고 싶지도 않았다. 하지만 이 남자는 조은서가 자신을 향한 마음을 확인하고 싶었고 그 이유는 본인도 몰랐다. 얼마 전 그녀의 일기를 본 탓이었을까? 유선우는 조은서를 자기 옆에 묶어 두고 싶어 했다. 왜냐하면 그는 아내가 타락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런저런 생각을 마친 그는 회사로 향했다. ... 이번의 사건으로 인해 유선우와 조은서는 냉전 상태였다. 그는 며칠 동안 집에 가지도 않았다. 그 사이 기자들은 백아현이 유선우의 차에 앉아 드라이브하는 사진을 유포했다. 또 소문에 의하면 그는 백아현을 위해 고가의 별장을 구매했다는 것이었다. 하여 사람들은 아무리 도예솔이 예뻐도 백아현이 유선우 마음에 자리 잡은 비중이 더 크다며 말들이 많았다. 한편 백아현은 소문이 진짜이길 원했고 그런 딸을 보며 김춘희는 한 마디 건넸다. “C시에 있는 그 여우 같은 계집애도 이젠 소식이 없는 것을 보니 유 대표랑 아무런 사이가 아니었네. 조은서 그것도 이젠 찬밥 신세가 되었나 봐. 보아하니 유 대표 마음속엔 너밖에 없는 것 같구나.” 엄마의 말에 기분이 좋아진 백아현은 웃으며 말했다. “선우 씨는 저한테 그저 고마운 감정뿐일 거에요. 그때 제가 정신 잃은 그를 구해줬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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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3화
조은서는 남편의 옷을 잘 정리하여 고용인에게 주었다. “사모님...” 그녀는 담담하게 대답했다. “괜찮아요.” 평소 유선우가 조은서를 괴롭힌 것에 비하면 이런 것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조은서는 남편도 진 비서와 함께 왔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캠핑카는 선팅이 잘 되어 있는 관계로 밖에서는 차 안이 잘 보이지 않았기에 고용인 역시 진 비서가 혼자 온 줄로만 알았다. 차 문이 닫히자 유선우는 진 비서에게 물었다. “우리 사모님이 무슨 말을 했어?” 최근 들어 부쩍 예민해진 이 남자는 사소한 일로도 발끈했다. 그래서 진유라는 유선우의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별말씀 없으셨습니다. 아, 조금 있다 외출하신다고 하셨습니다.” 진 비서의 말을 듣고 유선우는 더 물어보지 않았고 속으로 생각했다. ‘요즘 은서가 아주 바쁜것 같네.’ 점심 전, 조은서는 박연준의 변호사 사무실에 갔었다. 그는 전에 발생한 사건에 대해 그녀에게 할 말이 있었다. 그의 사무실은 9평 정도 되었고 인테리어는 평범했으며 책장에는 책들이 가득 꽂혀 있었다. 정장 차림을 한 박연준은 창가 쪽에 앉아 사건에 대해 분석했다. “이번에 제출된 증거자료로 보아 무죄로 풀려날 확률이 높습니다.” 조은서가 그의 말에 대답했다. “그럼, 변수가 있다는 거네요?” 박연준은 그녀에게 미소를 지어 보이고는 서류 하나를 내밀며 말했다. “사실대로 말하자면 제일 큰 변수는 사모님이십니다. 재판 전, 유 대표님과의 결혼 생활이 문제가 생기지 않을 거라는 보장이 있으신가요? 요즘 유 대표님에 관한 스캔들이 워낙 많잖아요.” 그가 건넨 서류를 열어본 조은서는 당황했다. 그건 다름 아닌 유선우가 작성한 이혼 합의서였는데 남편의 사인만 없었다. “힘들게 얻은 겁니다.” 박연준의 말에 그녀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는 한참 동안 조은서를 바라보았고 그녀의 손목에는 옷으로도 가릴 수 없는 흉터가 있었다. 하지만 몸의 상처보다 그의 눈에 더 먼저 들어 온 것은 조은서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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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4화
사무실은 조용했다. 금시계를 차고 있는 박연준의 손에는 명함이 쥐어져 있었고 그 위에는 그의 개인 번호가 적혀져 있었다. 조은서는 박연준을 한참 쳐다보고는 물었다. “왜 저를 도와 주는건가요? 변호사님은 선우 씨 사람이잖아요...” 박연준은 그녀의 물음에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고 의자에 몸을 기댔고 그 역시도 자기가 왜 이런결정을 내렸는지 알 수가 없었다. 이유를 말하라면 그날, 병원에서 봤던 조은서 팔목에 나 있는 상처를 보니 박연준은 자기 어머니가 생각났다. 비록 그의 어머니는 세상을 떠났지만 조은서는 살고 싶었다. 이런 기억들 때문에 박연준은 그녀에게 동정심이 생긴것 같았다. ...자리를 뜨면서 조은서는 명함을 어찌나 꽉 쥐었는지 손에 땀이 가득 나 있었다. 유선우의 곁으로 돌아온 뒤, 그녀는 겉보기엔 화려했으나 그의 속 마음은 그렇지 못했다. 하지만조은서는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남편의 곁을 떠날 생각은 한 번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웬 일인지 사무실에서 나온 뒤로 부터 그녀는 절망속에서 한 줄기의 희망을 보게 되었다. 어느새 엘리베이터는 1층에 도착했고 회전 문으로 나가던 순간 조은서는 허민우를 보았다. 그들은 유리 하나를 사이두고 눈 인사만 나눌 뿐이었다. 조은서는 허민우가 왜 여기로 왔는지 금방 알 수 있었고 그의 마음도 알고 있었지만 모른 척 할 수밖에 없었다. 유선우의 아내여서가 아니라 타이밍을 놓쳤기 때문이다. 허민우는 조은서에게 고백한 적이 없었기에 그녀 역시 거절 할 기회조차 없었다. 만약 유선우가 없었더라면 그녀는 허민우을 다정하게 부를 수도 있었고 주현 아줌마 뵈러 갈수도 있었겠는데... ... 로펌 건물 옆에는 검은색 캠핑카 한대가 창문을 반 쯤 내린 채로 서 있었다. 유선우는 차에 앉아 아내가 다른 남자를 바라보는 것을 조용히 지켜보고 있었다. 상실감으로 가득찬 그녀의 모습은 비수와도 같이 선우의 마음에 꽂혔다. 아내는 마음 속에 다른 남자를 품고 있었다. 어떤 감정인지는 모르겠지만 몹시 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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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화
유선우는 그 누구도 사랑해 본 적이 없었다. 차 안은 조용했고 유선우는 깊은 생각에 빠졌다. 만약 조금만이라도 아내에게 다정하게 군다면 그녀는 다시 예전처럼 자신을 사랑해 줄것 같았다. ... 주말 오후. 검은 캠핑카가 별장의 마당에 들어왔다. 운전기사는 유선우의 캐리어를 들고 차 문을 열며 공손히 물었다. “대표님, 캐리어를 방에까지 들어다 드릴까요?” 차에서 내린 유선우는 검은색 정장을 차려입었고 검은색은 그의 남성미를 더욱 돋보여주는것 같았다. 노을에 비친 그의 얼굴은 더욱 멋져 보였고 집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고용인마저도 그의 얼굴을 몇 번이고 더 쳐다보았다. 이때 유선우가 물었다. “우리 사모님은?” 고용인이 대답하기도 전에 위층에서 바이올린 소리가 들려왔다. 이때다 싶어 고용인은 유선우에게 조은서의 칭찬을 했다. “사모님의 바이올린 실력이 더 는것 같습니다. “ 유선우는 피식 웃더니 위층으로 올라가 보니 조은서는 몸매가 드러나는 회색 원피스를 입고 긴 머리는 풀어 헤치고 있었다. 그녀의 뒷모습은 너무나도 아름다웠기에 유선우는 그 모습을 한동안 넋 놓고 바라보고 있었다. 정신을 차린 그는 아내의 어깨에 얼굴을 대고는 부드럽게 말했다. “치마가 이쁘네.” 갑자기 뒤에서 안으니 조은서는 깜짝 놀라 바이올린을 떨어뜨릴 뻔했다. 그녀가 돌아보기 전 유선우는 한 손으로 아내의 허리를 감쌌고 다른 한 손으로는 그녀의 몸을 만지며 창가에 기댔다. 가을이 되니 마당에 있는 은행나무잎은 노랗게 변했고 방안의 부드러운 불빛은 그들을 비췄다. 아내를 일주일 동안이나 만나지 못했던 터라 보고싶었는지 보자마자 그녀의 입에 키스했다. “우리 사모님, 그동안 잘 지냈나 보네.” 평소와 다른 남편의 행동에 조은서는 조금 의아했다. 뭐라 말하고 싶었지만, 유선우가 다시 키스하는 바람에 아무말도 하지 못했고 간만에 본 그들은 본능에 충실했다. 두 사람은 어느새 침대에 있었고 유선우는 조은서의 허리를 쓸어내리며 아내의 의견을 물었다. 조은서는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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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화
조은서는 낮은 목소리로 아니라고 대답했다.그리고 천천히 눈을 뜨더니 다정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 “나 그날이에요. 아직 완전히 끝나지 않아서...”유선우는 순간 멈칫하더니 이내 그녀의 작은 얼굴을 천천히 쓰다듬었다. 집에서 화장하지 않아 백옥 같은 피부가 그대로 드러난 민낯은 만지면 만질수록 더 부드러워 쉽게 손을 뗄 수가 없었다. 유선우는 조은서를 뚫어지게 바라보더니 피식 웃으며 말했다.“조은서, 당신 마음속에서는 도대체 나를 어느 만큼이나 늑대로 생각하는 거야? 그날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내가 쉽게 강요할 거로 생각해?”조은서는 눈가가 촉촉한 채 아무 대답을 하지 않았지만 그녀가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유선우는 예상할 수 있었다. 아마도 자신의 즐거움을 위해 아내의 건강은 안중에도 없는 남편일 것이다. 물론 지금까지 유선우는 조은서를 부드럽게 대하지는 못했다. 잠자리에서도 확실히 거친 행동을 좋아했었다. 하지만 그녀가 생리인 날까지 피를 봐가며 자신의 욕구를 만족한 적은 없지 않은가? 유선우는 가느다란 그녀의 손목을 잡고 살며시 끌어당겨 자신의 다리에 앉혔다.그녀는 유선우의 이런 갑작스러운 변화가 너무 어리둥절하고 불편했다.지금까지 유선우와 이렇게 가까이 있어 본 적은 한 번도 없거니와 기껏해야 잠자리에서 그녀를 안아주더라도 이렇게 가까이 부드럽게 안은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유선우는 그의 빨개진 눈시울을 보며 얼굴을 부드럽게 쓰다듬더니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지난번에 많이 불편했어?” 조은서는 뭐라 답해야 할지 몰랐다.지난번 잠자리를 가진 이후로 꽤 며칠이 흘렀지만 자신을 안았을 때 그 거만한 자세, 그리고 수치스러운 말들은 여전히 조은서의 귓가에 맴돌며 지워지지 않는 상처가 되었다. 조은서는 그 말들을 신경 쓰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자신에게 주문을 걸었지만 부부 생활에는 항상 스킨십이 존재하는 법, 유선우의 강한 에너지는 늘 그녀로 하여금 공포를 느끼게 했다. 결혼한 지 몇 년이 지나도... 설사 유선우가 손찌검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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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7화
그때 밖에서 고용인의 노크 소리가 들렸다.“주인님, 사모님, 저녁 준비가 다 됐는데 지금 차릴까요?”그 말에 유선우가 대답했다. “네, 지금 내려갈게요.” 고용인이 내려가는 발소리는 점점 멀어졌지만 유선우는 조은서를 놓아줄 생각이 없어 보였다. 그러자 조은서가 몸을 일으키며 입을 열었다. “밥이 다 됐다잖아요. 얼른 일어나요.” 유선우는 까만 눈동자로 그녀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고 조은서는 그의 가슴을 손바닥으로 밀며 일어나려 했으나 다시 그의 큰 손에 손목이 잡혔다. 그는 그녀의 손을 살며시 잡더니 자신의 심장에 갖다 댔다. 순간 쿵쾅거리는 유선우의 심장 소리가 손바닥을 통해 그대로 전달되는 듯했다. 순간 조은서는 깜짝 놀라 재빨리 손을 뗐다. 마치 뜨거운 불에 덴 것 마냥...유선우는 긴 손가락으로 작은 강아지를 어루만지듯 그녀의 턱을 부드럽게 잡더니 웃으며 말했다. “왜? 무서워? 유 사모님,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야?”평소 이런 대화를 잘 하지 않는 유선우였기에 조은서는 더더욱 온몸이 오글거려 뭐라 답해야 할지 몰랐다. 차라리 예전처럼 잠자리에서의 볼일이 끝나면 각자 알아서 할 일을 하는 게 더 편했다. 물론 그때는 조금 거칠고 아팠지만 참을 수는 있었다. 하지만 오늘과 같은 이런 유선우의 모습은 조은서를 도저히 참을 수 없게 만든다. 조은서는 등을 돌려 대충 걸쳐진 옷을 단정히 하더니 방을 나가려 했다. 문을 나서기 전, 문 손잡이를 잡은 그녀는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서서 말했다. “캐리어를 안방으로 갖고 올게요. 선우 씨, 정리 다 하면 저녁 먹으러 내려오세요.” 하지만 그녀의 등 뒤에는 아무런 대꾸도 기척도 없었다.조은서는 저도 모르게 뒤를 돌아봤고 소파에 앉아 있는 유선우는 그녀를 뚫어지게 바라보다가 그녀가 등을 돌려 자신을 보는 모습에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은서야, 혹시 부끄러워서 그래?” 조은서는 순간 멈칫했지만 이내 태연한 얼굴로 말했다. “결혼생활 하루 이틀 하는 것도 아니고... 우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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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화
순간 조은서의 얼굴은 더 빨갛게 달아올랐다. 그녀는 손바닥을 넓게 펴 서랍 안을 가리며 유선우에 들키지 않으려 애썼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새로 산 향수 포장을 방금 뜯었거든요.”“그래?”유선우는 대수롭지 않은 얼굴로 말을 이었다. “뿌려봐, 냄새 좀 맡아보게. 그런 말도 있지 않아? 향수는 여자의 가장 훌륭한 잠옷이라는 말.” 유선우의 말투는 사람을 홀리는 특이한 재능이 있어 저도 모르게 그 강인함에 빠져들어 그의 말을 따르게 된다.조은서도 더 이상 그의 말과 행동에 저항할 수 없었고 몇 마디 대화하는 사이, 그는 이미 서랍을 완전히 열었다. 그 안에는 확실히 향수 한 병이 들어있었고 유선우는 향수를 들더니 조은서의 귀밑에 살짝 뿌렸다. 그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조은서도 흠칫 놀라는 기색이었다. 유선우는 그녀를 뚫어지게 바라보다가 그녀의 얇은 어깨를 움켜쥐더니 코를 그녀의 하얗고 긴 목에 갖다 대 냄새를 한번 맡고는 허스키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괜찮네.”이 행동에 조은서는 저도 모르게 유선우를 밀치며 말했다. “선우 씨!” 유선우는 피식 웃더니 입을 열었다. “아직 그날이 끝나지 않았다며? 왜 자꾸 나에게 꼬리 쳐?”순간 유선우는 서랍 안에 있는 일기장을 발견했고 조은서가 미처 반응할 새도 없이 그것을 집어 들고 열어 보기 시작했다. 한 손으로는 조은서를 안고 있고 한 손으로 일기장을 한 장 한 장 넘기는 모습은 정말 능글맞은 남편의 모습이 따로 없었다. 유선우는 한장 한장 넘기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일기장의 내용까지 한 글자 한 글자 읊기 시작했다. 열여덟 살 조은서의 열정적이고 어리숙한 한 소녀의 걱정거리가 그의 입에서 읊어 나오는 것은 정말 민망함의 극치였다.「오늘 유선우가 나를 한 번도 보지 않았다.」「내가 준 과자를 거들떠보지도 않는 유선우... 혹시 나를 싫어하는 걸까?」「유선우는 나를 싫어한다고 하면서 내가 생리 때문에 치마가 더럽혀지자 자신의 외투를 내 허리에 감싸줬다. 혹시... 그도 나를 몰래 좋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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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9화
진 비서의 말이 끝나자마자 유선우는 바로 대답했다.“알았어. 바로 갈게.”하지만 전화를 끊은 유선우는 바로 떠나지 않았고 그대로 서서 조은서의 얼굴을 살짝 건드리며 말했다. “잠깐 병원 좀 다녀올게. 먼저 자.”조은서는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녀의 얼굴에는 달아오를 것 같던 조금 전의 뜨거운 감정은 어느새 사라졌고 차가운 기분만 엿보였다. 유선우는 침대 옆에 걸쳐져 있는 외투를 손에 쥐더니 그녀의 얼굴을 다시 한번 부드럽게 만지고는 자리를 떠났다. 그렇게 유난히 어둡고 쓸쓸한 가을밤에 조은서는 또 혼자가 되었다.유선우가 떠나자 조은서는 그제야 긴장을 풀고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그녀는 이런 상황이 어쩌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다행히 진 비서의 전화가 걸려와서... 다행히 백아현에게 일이 생겨서... 그렇지 않았다면... 조은서는 정말 유선우의 부드러운 유혹에 빠져 몸부림칠 것이며 빠져나오기 위해 또 한 번의 고통을 치러야 할지도 모른다.조은서는 화장대에서 내려와 덩그러니 놓여있는 명함과 일기장을 잘 정리해 다시 서랍 안으로 넣었다. 이 일기장에는 그녀의 모든 청춘이 들어있다. 유선우가 아무리 미워도 이 일기장을 버릴 생각은 한 번도 한 적이 없다. ...유선우가 한림병원에 도착했을 때 백아현은 아직 수술 중이었다.백아현의 아버지 백정수는 넋이 나간 사람처럼 수술실 앞에 멍하니 앉아 있었고 백아현의 어머니 김춘희는 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흐느끼는 목소리로 병원 원장을 불러내 해명하라며 소리 지르고 있었다. “우리 아현이는 앞으로 유씨 집안 사모님이 될 사람이야. 당신들이 살려내지 않으면 우리 유 대표가 병원을 망하게 할 거야! 그러면 여기 있는 사람들도 하루아침에 모두 일자리 잃고 밖으로 나앉는 거야! 알아?” 진 비서는 듣기가 거북했는지 유선우가 걸어오는 모습을 보고 재빨리 김춘희를 보며 한 마디 경고를 말했다. “유 대표님 오셨어요. 아현 씨 산소 호흡기 떼게 하고 싶지 않으면 그만 말하는 게 좋을 거예요.”늘 거만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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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0화
유선우가 말을 하는 사이 수술실 문이 열렸고 의사가 밖으로 걸어 나오더니 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위세척해서 큰 고비는 넘겼어요. 유 대표님, 이번 의료사고는 우리 병원에서도 경찰 조사에 전적으로 협조할 테니 걱정하지 마십시오.”유선우는 담담한 얼굴로 진 비서를 보며 말했다. “날이 밝으면 백아현 씨 YS병원으로 옮길 수 있게 준비해 줘.” 진 비서는 턱밑까지 내려온 다크 서클을 그대로 드러내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러자 김춘희는 애원하듯 유선우를 보며 말했다. “유 대표, 우리 아현이와 같이 안 있으려고요? 이제 막 죽을 고비를 넘긴 애인데 유 대표님이 옆에 있어 주셔야죠.”그러자 진 비서가 퉁명스러운 말투로 대답했다.“유 대표님은 의사가 아니에요.”그 말에 김춘희도 더 이상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 그때 옆에 있던 유선우가 허민우를 보더니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다.“급히 오다 보니 우리 은서를 제대로 위로하지 못했네요. 아마 지금쯤 이불 안에서 제 화를 삼키고 있을 거예요. 나도 빨리 가서 우리 은서 다독여 줘야 할 것 같아요. 그러니까 선배는 우리 은서 걱정 안 하셔도 돼요.”유선우는 손을 들어 시계를 보더니 말을 이었다.“아침 출근까지 일곱 시간이나 남았으니 우리 와이프 달래기에는 충분할 것 같네요. 부부싸움은 칼로 물베기라고 하잖아요. 민우 선배, 선배도 빨리 결혼해서 이 낙을 즐겨야 하는데.”유선우는 정말 보이지 않는 채찍으로 수없이 허민우를 내리치고 있는 듯했다. 이 말이 무슨 뜻인지 허민우가 어찌 못 알아들었겠는가? 허민우는 유선우의 으쓱해 하는 뒷모습을 보며 그저 피식 웃었다. 사실 유선우는 자신이 조은서에게 얼마나 신경 쓰고 있는지, 그 정도가 보통 부부를 넘어섰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사실 조금 전의 그 모호한 말들 모두 한 남자가 한 여자에 대한 소유욕에서 나온 것이다....유선우가 별장에 돌아왔을 때는 이미 새벽 1시를 훌쩍 넘겼다.그가 차에서 내릴 때 별장 안은 이미 칠흑같이 캄캄했고 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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