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109화

진 비서의 말이 끝나자마자 유선우는 바로 대답했다.

“알았어. 바로 갈게.”

하지만 전화를 끊은 유선우는 바로 떠나지 않았고 그대로 서서 조은서의 얼굴을 살짝 건드리며 말했다.

“잠깐 병원 좀 다녀올게. 먼저 자.”

조은서는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녀의 얼굴에는 달아오를 것 같던 조금 전의 뜨거운 감정은 어느새 사라졌고 차가운 기분만 엿보였다.

유선우는 침대 옆에 걸쳐져 있는 외투를 손에 쥐더니 그녀의 얼굴을 다시 한번 부드럽게 만지고는 자리를 떠났다.

그렇게 유난히 어둡고 쓸쓸한 가을밤에 조은서는 또 혼자가 되었다.

유선우가 떠나자 조은서는 그제야 긴장을 풀고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이런 상황이 어쩌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다행히 진 비서의 전화가 걸려와서... 다행히 백아현에게 일이 생겨서... 그렇지 않았다면... 조은서는 정말 유선우의 부드러운 유혹에 빠져 몸부림칠 것이며 빠져나오기 위해 또 한 번의 고통을 치러야 할지도 모른다.

조은서는 화장대에서 내려와 덩그러니 놓여있는 명함과 일기장을 잘 정리해 다시 서랍 안으로 넣었다.

이 일기장에는 그녀의 모든 청춘이 들어있다. 유선우가 아무리 미워도 이 일기장을 버릴 생각은 한 번도 한 적이 없다.

...

유선우가 한림병원에 도착했을 때 백아현은 아직 수술 중이었다.

백아현의 아버지 백정수는 넋이 나간 사람처럼 수술실 앞에 멍하니 앉아 있었고 백아현의 어머니 김춘희는 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흐느끼는 목소리로 병원 원장을 불러내 해명하라며 소리 지르고 있었다.

“우리 아현이는 앞으로 유씨 집안 사모님이 될 사람이야. 당신들이 살려내지 않으면 우리 유 대표가 병원을 망하게 할 거야! 그러면 여기 있는 사람들도 하루아침에 모두 일자리 잃고 밖으로 나앉는 거야! 알아?”

진 비서는 듣기가 거북했는지 유선우가 걸어오는 모습을 보고 재빨리 김춘희를 보며 한 마디 경고를 말했다.

“유 대표님 오셨어요. 아현 씨 산소 호흡기 떼게 하고 싶지 않으면 그만 말하는 게 좋을 거예요.”

늘 거만하고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