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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7화

두 사람은 지금까지 한 번도 이런 말을 한 적이 없다.

하지만 말을 하지 않아도 서로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잘 알고 있었다.

조은서는 유선우가 며칠간 출장을 갔다가 돌아왔을 때의 첫 스킨쉽을 제일 싫어했다. 설사 가끔은 그녀도 느낌이 왔지만 너무 거친 그의 모습에 항상 거부감이 들었다.

하지만 오늘 밤은 완전히 달랐다.

희미한 불빛, 지극히 부드러운 남자, 매 순간 고민과 사려를 거친 듯, 그녀가 아파할까 봐, 그녀가 거부감을 느낄까 봐... 그녀의 귓가에 대고 속삭이듯 끊임없이 괜찮냐고 물었다.

조은서는 그의 목을 끌어안은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녀의 몸은 억누르는 마음처럼 쉽게 감정을 숨기지 못했다. 그날 밤은 두 사람이 결혼한 지 3년 만에 가장 황홀한 날이었고 두 사람 모두 만족한 밤이었다.

거사가 끝난 후 조은서는 샤워하러 욕실에 들어갔고 유선우는 긴 바지와 셔츠를 걸친 채 테라스에 앉아 바람을 쐬며 담배를 피웠다.

밤바람이 불더니 가지런히 다듬은 그의 머리끝을 스쳐 늠름한 얼굴을 드러냈고 오늘따라 그의 얼굴은 다른 날보다 훨씬 부드러운 느낌을 줬다.

그때 욕실에서는 샤워를 마친 듯한 소리가 들렸고 이내 헤어드라이어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의자에 기대어 앉은 유선우가 휴대전화를 들자 읽지 않은 메시지가 눈에 띄었다.

백아현의 주치의가 그에게 보낸 메시지였고 내용은 그녀의 병세에 대한 진단이었다.

「유 대표님, 지난번 백아현 씨가 맞은 주사에 금지 약물이 들어있었어요. 비록 제때 구조되어 목숨은 부지할 수 있었지만 내부 장기가 심하게 손상되어 다른 전문가들과 같이 회진해 봤지만 아마 2년을 넘기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메시지에는 약물 명칭과 관련 정보도 있었다.

약물 영어 이름을 뚫어지게 바라보던 유선우는 휴대전화를 더 꽉 움켜쥐며 지그시 눈을 감았다.

지금 이 순간 그의 기분은 바닥을 치고 있었다. 조금 전, 조은서의 몸에서 얻은 기쁨은 온데간데없었고 그의 까만 눈동자는 칠흑 같은 밤보다 더 어두운 정서로 물들었다.

잠시 후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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