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은서는 당연히 그런 유선우가 신경이 쓰인다. 불과 몇 분 전까지 뜨거운 밤을 같이 보낸 사람이 회사 일 때문에 밤새 집으로 돌아오지 않은 일이 신경이 안 쓰인다면 절대 거짓말일 것이다. 도대체 어떤 일이기에 밤새도록 처리해야 하는 걸까? 조은서는 허튼 다른 생각을 하고 싶지 않았지만 짐작이 가는 부분은 있었다. 유선우는 분명 여자 일 때문에 나갔을 거라는 것... 오늘 입을 그의 셔츠를 다림질하던 조은서는 저도 모르게 그날 밤 그가 귓가에 대고 한 말들이 떠올랐다. 두 번 다시 백아연을 만나지 않을 거라는 말...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사이 계단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유선우가 돌아왔다.밤새 바삐 보낸 유선우는 얼굴이 약간 초췌해 보였다. 유선우가 뒤에서 조은서를 감싸 안자 은은하게 풍기는 소독수 냄새가 그녀의 코를 찔렀다. 이것은 분명 병원 특유의 냄새이다..그의 포옹은 더없이 포근했지만 조은서는 뭔가 큰 몽둥이에 머리를 세게 맞은 듯 마음속으로 큰 곤욕을 치르고 있었다. 유선우는 병원에 갔다가 백아현을 만났을 것이다.하지만 그 무엇보다 가장 슬픈 것은 유선우가 그녀와 한 약속이 불과 일주일밖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조은서는 속이 말이 아니었지만 더 이상 묻지 않았고 그저 낮은 목소리로 시선을 아래로 내리며 입을 열었다. “진 비서가 아침 일찍 전화가 와서 오전에 중요한 회의가 있다며 시간을 꼭 지키라고 했어요.”그녀의 가는 허리를 잡고 있던 유선우는 순간 멈칫하더니 입을 열었다. “그런데 왜 너에게 했지?”조은서는 담담한 얼굴로 피식 웃더니 말했다. “같이 야근한 거 아니었어요? 아마 선우 씨 전화가 꺼져 있었겠죠?”그 말에 유선우는 핸드폰을 꺼내 보았고 아니나 다를까 전화기가 꺼져 있었다. 다시 전화기를 켰을 때는 진 비서의 부재중 전화가 네 통이나 와 있었지만 그중에 조은서가 건 전화는 없었다. 그러자 유선우는 조은서를 보며 물었다. “나 하나도 걱정 안 됐어?” 조은서는 다림질한 셔츠를 걸고는 유선우를 향해 고개를
유선우는 조은서의 담담한 얼굴을 뚫어지게 바라봤다.황혼빛 속에서 반짝반짝 빛나는 그녀의 얼굴은 오늘따라 더 아름답고 따뜻해 보였다.그는 저도 모르게 그녀의 귓가에 애매하면서도 거친 막말을 했다. 이 말이 만약 평범한 부부 사이에 오간 것이라면 그것은 사랑싸움에 불과하다. 하지만 조은서는 순간 역겨움을 느꼈다. 유선우의 뒤로 고용인이 두리번거리고 있는 것을 본 조은서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저녁 먹을 시간이에요.”유선우는 그녀의 가느다란 손목을 잡고 천천히 걸으며 오후에 금방 도착한 게가 싱싱하다는 말을 했다.“당신, 게 좋아하잖아? 이따가 많이 먹어.”그 말에 조은서는 싱겁게 웃었다.저녁 식사 때에도 그녀는 자신의 불만을 드러내지 않았고 유선우에게 머릿속의 의심들을 질문하는 일은 더더욱 없었다.유선우의 애틋함이 연기라 생각하면 할수록 조은서는 더욱 협조적으로 그와의 연기를 함께 이어나갔다.저녁이 되어 유선우가 잠자리를 원하자 조은서도 흔쾌히 그에게 몸을 내주었다. 대신 중요한 순간에 그녀는 침대 옆 캐비닛을 열어 콘돔을 꺼내 그더러 사용하라고 했다. 순간 유선우는 멈칫했다.사실, 그는 콘돔을 사용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것은 조은서도 마찬가지이다. 유선우는 고개를 숙이더니 그녀와 키스를 하며 아이를 갖고 싶다고 말했다. 이제 곧 서른이 다 되어가고 있고 같이 놀던 소꿉친구도 일부는 이미 아들딸 둘씩이나 뒀다고 했다. 조은서는 유선우를 올려다보더니 그의 훤칠한 이목구비를 어루만졌다. 유선우가 조은서의 마음을 돌릴 수 있다고 자신만만했던 이유도 그래서 그녀가 흔들렸던 것도 이 잘생긴 얼굴이 한 몫은 했을 것이다. 조은서는 마음속의 의심을 가까스로 누르며 나긋한 목소리로 말했다.“아직은 일러요. 우리 조금만 더 있다가 아이 가져요. 요즘 사업도 바쁘다면서요. 나는 당신도 같이 돌봐줄 시간이 있을 때 낳고 싶어요.”유선우는 몸을 일으키더니 고개를 숙인 채 그녀를 바라봤다.그는 한참이나 그녀와 다정하게 키스를 나눴고 그녀의 말에
유선우는 백아현에게 남녀 간 사랑의 감정은 없지만 항상 미안한 마음이 있었다.그는 백아현을 다시는 만나지 않겠다고 조은서와 약속했다. 사실 유선우가 마음을 굳게 먹고 백아현을 진유라와 의료진에게 맡긴 후 그녀에 대한 관심을 버리면 그는 바로 조은서와 같이 상냥한 아내와 귀여운 아이를 갖게 될 것이며 들킬까 봐 전전긍긍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하지만 유선우의 마음속에 조은서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조은서는 소유하고 싶지만 사랑하지 않는 여자일 뿐... 만약 언젠가 그녀가 이 마음을 알고 울고불고 난리를 친다고 해도 두 사람 사이는 기껏해야 얼마 전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것뿐이다.그래서 유선우는 조은서와의 관계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다.유선우도 조은서에 대한 자신의 감정을 분석해 장단점을 따져본 적이 있다. 어느 정도 생각이 정리된 그는 손에 쥐고 있던 담배를 눌러 끄고 병원 주치의에게 전화를 걸었다. “바로 갈게요.”하지만 전화를 끊은 유선우는 바로 나가지 않았다.그는 사진첩에서 조은서의 잠자는 생얼 사진을 한 장 꺼내 한동안 아무 말 없이 바라봤다. ...방으로 돌아오니 방안은 칠흑같이 어두웠고 조은서는 이미 잠이 든 듯했다.유선우는 침대 옆에 앉아 그녀의 하얗고 작은 얼굴을 바라보며 손을 뻗어 가볍게 쓰다듬었다. 이미 깊은 잠에 빠져 있었던 탓인지 그녀의 볼은 살짝 뜨거운 느낌을 줬다. 한참을 지켜보다가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려 할 때 조은서가 잠에서 부스스 깨더니 쉰 목소리로 물었다. “선우 씨, 또 나가요?”유선우는 다시 한번 그녀의 얼굴을 천천히 쓰다듬으며 입을 열었다.“응, 회사에 급한 일이 생겨서.”조은서는 하얀 베개에 붙인 채 그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고 그녀의 눈빛에는 왠지 모를 서운함이 들어있었다.유선우는 허리를 굽혀 그녀에게 입을 맞추더니 다정하게 말했다. “금방 올게. 좀 이따 옆에 꼭 붙어있을 거니까 기다려. 알았지?”조은서는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그녀의 다정한 모습에 마음이 흔들린 걸까? 유선우는 저도
유선우가 백아현 곁에 너무 오래 같이 있어 줘서일까, 심정희도 그 소식을 전해 들었다.그녀는 유선우가 전에 찾아왔을 때 태도를 생각하면 조은서가 시름이 놓이지 않았다. 그래서 특별히 조은서에게 커피 한 잔 하자고 했다.“얼마 살지 못한다며? 걔한테는 미인박명이라는 네 글자도 아까워.”그녀는 멈칫하다가 조은서에게 물었다.“어떻게 할 생각이야?”심정희는 아무래도 보수적이어서 남자의 마음을 얻지 못하더라도 남자의 돈은 손에 넣어야 한다고 믿고 있었다. 우선 애를 낳아 지위를 공고히 하는 것이 좋았다.조은서는 고개를 숙이고 커피를 천천히 휘저었다.사실 유선우가 애를 가지려고 해도 조은서가 원치 않았다.그녀는 이미 마음속으로 결정을 내렸다. 그녀는 현재 2퍼센트 되는 YS 그룹 지분을 가지고 있었기에 남은 인생을 고생 없이 살 수 있었다. 그 말인즉슨 애까지 낳아 유선우와 서로 원망하며 살 필요도 없다는 뜻이다.그녀는 떠나고 싶었다.하지만 천천히 계획을 세워야 했다. 왜냐하면 유선우가 현재 그녀를 놓아줄 생각이 없었기 때문이다.심정희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조은서를 보면서 마음이 급해 났다.“은서야, 말 좀 해봐. 나한테 말해 봐. 요 며칠 유선우 태도가 어때?”조은서는 검은 긴 생머리를 쓸어내리며 생긋 웃으며 말했다.“백아현 때문에 슬퍼하느라고 바쁜데 저를 상관할 겨를이 안 돼요. 어머니는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저 어머니 생각처럼 연약하지 않아요.”그녀는 말하면서 눈시울이 붉어졌다.“전에 더 큰 슬픔과 고통도 견뎌냈는데 이것쯤이야 아무것도 아니에요.”심정희는 더는 감정에 얽매이지 않는 조은서를 보면서 걱정되었던 마음이 놓이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마음 아프기도 했다. 그녀는 조은서의 손을 잡으면서 말했다.“내일 두 사람 결혼기념일이잖아. 한 번 잘 얘기해 봐.”조은서는 알겠다고 답했다.그녀는 이미 가장 호화로운 레스토랑을 예약해놓았고 또 유선우와 밥 먹으면서 잘 얘기해 볼 생각이라고 심정희에게 알렸다. 심정희는 시름이 놓이는 듯
그의 잘생긴 얼굴에는 피곤함이 어려있었다. 그는 약간 불만스럽다는 듯이 말했다.“진 비서가 말했었잖아. 요즘 회사에 회의가 많아서 못 올 거라고. 왜 지금까지 기다린 거야?”그도 배고팠는지 앉아서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조은서는 조용히 그를 쳐다보았다. 그가 들어와서부터 2분 정도 지났는데 그는 세 마디만 하고는 그녀를 쳐다보지도 않았다. 그의 마음이 얼마나 초조한지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아마 속으로 아내인 조은서가 철이 없다고 탓하고 있겠지. 바쁜 그를 결혼기념일 같은 작은 일로 성가시게 군다고 말이다.조은서는 고개를 숙이고 이쁘고 가녀린 손가락으로 귀를 만지작거렸다. 그녀는 다른 부잣집 사모님과 달리 아무런 불만도 드러내지 않았고 심지어 슬픈 티도 내지 않고 담담하게 웃었다.그녀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이렇게 함께 기념일을 보내는 게 오랜만이네요. 계속 안 오면 가려고 했는데.”그녀는 부드러운 말투로 말을 이어갔다.“선우 씨, 민폐 끼쳐서 미안해요.”유선우는 시선을 들고 조은서를 보았다. 반짝 빛나는 샹들리에 아래 그녀는 아주 아름답고 고급스러운 기품을 지니고 있었다.볼 때마다 기분이 좋아지는 것 같았다.그는 병원의 소독약 냄새와 사람을 불쾌하게 하는 각종 약 냄새, 그리고 매일 하소연하는 김춘희와 창백한 얼굴을 하고 조심스럽게 그의 비위를 맞추는 백아현을 떠올렸다.유선우의 표정이 조금 좋아졌다. 그는 조은서를 적당히 달랬다.“그럴 리가? 내가 너무 바빠서 잊어버린 거야.”조은서가 그가 기분이 좋아진 걸 발견하고 부드럽게 웃어 보이며 밤새도록 기다리며 하고 싶었던 말을 했다.“선우 씨, 토요일에 선우 씨한테 소개해주고 싶은 소중한 사람 한 명이 있는데 시간 내어줄 수 있어요? 토요일 원래 휴식날이잖아요. 자본가들도 쉬어야죠, 안 그래요?”그녀는 자상하면서도 애교 섞인 말투로 말했다.유선우는 와인잔을 들고 머릿속으로 생각해보았다.토요일은 그가 연회에 가기로 백아현과 약속한 특별한 날이었다. 그날은 김재원의 손님으로 가는
조은서는 레스토랑에서 나와 차에 올라탔다. 기사 김병훈은 그녀가 기분이 좋지 않다는 걸 알아차리고 가벼운 목소리로 말했다.“사모님, 지금 돌아가시겠습니까?”조은서는 조용히 앉아 창밖에 있는 밤하늘을 쳐다보았다. 그녀는 어렴풋이 불빛이 반짝이는 걸 보았다.그녀는 갑자기 입을 열었다.“기사님, 저 내려서 걷고 싶어요. 먼저 돌아가세요.”김병훈이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그건 안 됩니다. 늦은 시간에 사모님 혼자 밖에서 돌아다니시면 대표님께서 걱정하실 겁니다.”조은서는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그가 어떻게 알아요?”김병훈은 말문이 막혔다. 유선우는 평소에 자주 밤늦게까지 집에 돌아오지 않았는데 하인들이 이 일로 수군거리기도 했다. 김병훈도 이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김병훈은 시름이 놓이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차를 몰고 혼자 길거리에서 걷고 있는 조은서의 뒤를 따랐다.조은서는 자신이 얼마나 오래 걸었는지 모른다.새벽 2시가 되었을 때, 그녀는 도시에 있는 한 낙서벽 옆에 멈춰 섰다. 낙서벽 위에는 각종 고백하는 글귀가 적혀져 있었는데 조은서는 몸을 옹크리고 앉아 왼쪽 모서리에 적힌 글을 미련 담긴 손길로 어루만졌다.조은서는 평생 유선우를 사랑할 것.조은서는 그 글을 조용히 바라보면서 눈가 촉촉해졌다.어릴 적 그녀가 유선우를 사랑했던 감정은 아주 소중했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 그 사랑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은 사라졌고 그 사랑이 더는 쓸모가 없게 되었다.밤은 깊어가고 거리는 조용했다. 김병훈은 그녀가 감기라도 걸릴까 봐 돌아가자고 달랬다.조은서는 더는 거절하지 않고 차에 올랐다.차 안은 아주 따뜻했는데 그녀의 마음은 얼음장처럼 차가웠다....그녀가 돌아가서 전화를 확인해보니 유선우가 그녀에게 문자를 남겼다. 그가 바빠서 곁에 있어 주지 못해서 미안하다는 문자였다.이른 아침, 최고급 럭셔리 보석상이 루비 액세서리 세트를 보내왔다.색상과 크기로 보아서는 최소 100억 정도는 했다.조은서는 액세서리 세트를 받아들였고 유선우에게 감
“금방 갈 거야.”유선우는 그녀의 말을 끊었다. 하지만 말투가 퉁명스럽다고 생각되었는지 이내 말을 보탰다.“일이 끝나고 같이 있어 줄게.”조은서는 웃으면서 그를 위해 옷을 준비하러 갔다.옷방의 불빛이 반짝반짝 빛났다.조은서가 그가 입을 옷을 골라주었다. 옷에 맞추어 넥타이와 손목시계도 골라주었다... 아주 정식적인 옷이었지만 캐쥬얼한 느낌도 섞여 있었다. 그녀는 속으로 백아현이 흠모하는 눈길로 유선우를 바라보리라 생각했다.갑자기 누군가가 그녀를 끌어안았다.유선우는 그녀의 가녀린 허리를 안고 얼굴을 그녀의 목에 대고 남성의 특유한 허스키한 목소리로 말했다.“화났어?”그는 말하면서 하고 싶은지 그녀의 몸을 어루만졌다.조은서는 그의 몸에서 은은한 약 냄새를 맡았다.그녀는 속이 울렁거렸다. 하지만 애써 참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회사에 중요한 회의가 있다면서요? 대표님이 지각하면 안 되죠. 아랫사람들이 뭐라고 하면 어쩌려고요.”유선우의 숨결이 뜨거워졌다.“날 걱정하는 거예요?”조은서는 순간 황홀했다. 그녀는 전에 다정했던 나날들을 떠올리면서 저도 모르게 마음이 흔들렸다. 그녀는 냉정한 사람이 아니었다.하지만 그녀는 이내 정신을 차리고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잊었어요? 저한테도 2퍼센트의 지분이 있어요. 대표님이 열심히 일해야 저도 이익을 얻죠.”유선우는 웃으면서 샤워하고 옷을 갈아입으러 갔다.그가 나왔을 때, 조은서는 화장대 앞에 앉아 액세서리를 착용하고 있었다. 그녀는 검푸른 색 드레스를 입고 있었는데 우아하고 매력 있어 보였다. 액세서리는 귀걸이와 손목시계만 착용했다.그녀가 너무 아름다운 탓에 시간이 촉박했지만 그는 저도 모르게 그의 귓불에 입을 맞추면서 연인처럼 속삭였다.“오늘 밤 돌아올게... 응?”기회가 되면 조은서는 그에게 묻고 싶었다. 백아현이 그가 자신과 부부생활을 계속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는지, 알면 울지는 않는지.하지만 그녀는 그저 담담하게 웃을 뿐.유선우는 차에 올라탄 후, 고개를 들어 별장을 바
유선우의 눈빛이 어두워졌다.조은서는 그가 오늘 저녁 연회에 온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가 조은서에게 다가가 그녀의 손목을 잡고 말하려고 할 때, 조은서가 그를 힘껏 밀어내고 뒤로 한발 물러서면서 그에게 말했다.“선우 씨, 다시는 백아현을 만나지 않겠다고 했잖아요! 오늘 저녁 회의하러 회사로 간다고 했잖아요! 그런데 지금까지 백아현 곁에 있어 준 거예요? 날 뭐로 생각하는 거예요? 우리 둘 사이 혼인은 뭐에요? 전에 했던 말은 다 거짓말이었다는 거잖아요!”유선우는 그녀의 손을 다시 잡고 눈살을 찌푸리고 말했다.“그만해!”조은서는 헛웃음을 쳤다.아직 아무 짓도 하지 않았는데 그만하라고 하다니. 무엇을 그만하라는 거지?그녀가 무슨 자격으로 그와 화를 내겠는가?조은서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녀는 자신의 남편을 바라보면서 가볍게 말했다.“선우 씨, 만약 날 좋아한다고 하지만 않았어도, 나랑 다시 시작하고 싶다고 하지만 않았어도 당신이 백아현과 어떻게 지내든 상관없어요. 하지만 전에 말했었잖아요... 당신은 모를 거예요, 내가 당신이 백아현과 다시 연락한다는 걸 안 후로부터 당신이 나한테 가까이 다가오는 것만으로 역겨워한다는 걸. 너무 더러워서 견딜 수가 없어요!”유선우의 얼굴빛이 어두워졌다.그는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가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더러워서 견딜 수가 없다고? 전에 할 때는 그렇게 좋아하더니 벌써 잊은 거야?”조은서는 억지로 고개를 들고 그를 쳐다보았다.샹들리 아래 서 있는 그녀의 피부가 투명할 정도로 새하얘 보였다. 눈가가 촉촉해진 그녀의 눈썹 끝에 점 하나가 있었는데 유선우는 그 점을 어루만지면서 비아냥거렸다.“유 사모님, 확실히 내가 거짓말한 건 맞아. 하지만 너도 나한테 숨겼잖아. 우리 둘 피장파장이야.”조은서는 입술을 달싹거리며 말했다.“우리가 어디 있어요? 당신과 백아현을 말하는 거예요?”그녀는 그를 힘껏 밀어내고 옷을 단정히 했다.그녀는 그들에게 더는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연회에 참가해야 했고 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