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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화

순간 조은서의 얼굴은 더 빨갛게 달아올랐다.

그녀는 손바닥을 넓게 펴 서랍 안을 가리며 유선우에 들키지 않으려 애썼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새로 산 향수 포장을 방금 뜯었거든요.”

“그래?”

유선우는 대수롭지 않은 얼굴로 말을 이었다.

“뿌려봐, 냄새 좀 맡아보게. 그런 말도 있지 않아? 향수는 여자의 가장 훌륭한 잠옷이라는 말.”

유선우의 말투는 사람을 홀리는 특이한 재능이 있어 저도 모르게 그 강인함에 빠져들어 그의 말을 따르게 된다.

조은서도 더 이상 그의 말과 행동에 저항할 수 없었고 몇 마디 대화하는 사이, 그는 이미 서랍을 완전히 열었다. 그 안에는 확실히 향수 한 병이 들어있었고 유선우는 향수를 들더니 조은서의 귀밑에 살짝 뿌렸다. 그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조은서도 흠칫 놀라는 기색이었다.

유선우는 그녀를 뚫어지게 바라보다가 그녀의 얇은 어깨를 움켜쥐더니 코를 그녀의 하얗고 긴 목에 갖다 대 냄새를 한번 맡고는 허스키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괜찮네.”

이 행동에 조은서는 저도 모르게 유선우를 밀치며 말했다.

“선우 씨!”

유선우는 피식 웃더니 입을 열었다.

“아직 그날이 끝나지 않았다며? 왜 자꾸 나에게 꼬리 쳐?”

순간 유선우는 서랍 안에 있는 일기장을 발견했고 조은서가 미처 반응할 새도 없이 그것을 집어 들고 열어 보기 시작했다.

한 손으로는 조은서를 안고 있고 한 손으로 일기장을 한 장 한 장 넘기는 모습은 정말 능글맞은 남편의 모습이 따로 없었다.

유선우는 한장 한장 넘기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일기장의 내용까지 한 글자 한 글자 읊기 시작했다.

열여덟 살 조은서의 열정적이고 어리숙한 한 소녀의 걱정거리가 그의 입에서 읊어 나오는 것은 정말 민망함의 극치였다.

「오늘 유선우가 나를 한 번도 보지 않았다.」

「내가 준 과자를 거들떠보지도 않는 유선우... 혹시 나를 싫어하는 걸까?」

「유선우는 나를 싫어한다고 하면서 내가 생리 때문에 치마가 더럽혀지자 자신의 외투를 내 허리에 감싸줬다. 혹시... 그도 나를 몰래 좋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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