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말고 다의 모든 챕터: 챕터 291 - 챕터 300
355 챕터
제291화
신유리가 하나하나 검사를 하러 갈 때마다 임아중은 그녀의 뒤를 따라다니며 결과가 나올 때까지 침묵을 지켰다. 리스트를 말없이 뚫어져라 바라보는 신유리의 표정은 너무 차분해서 되려 무서웠다.그러나 임아중은 그녀의 온몸이 작게 떨리는 것을 똑똑히 볼 수 있었다. 검사 결과에 따르면 태아는 이미 2주가 되었다. 임아중은 참다못해 입을 열었다. “설마 지난번에 제대로 피임 조치를 하지 못해서 그런 거야?”신유리는 검사 결과를 보면서 말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숨이 올라오지 않았다. 마치 바닷물이 뼈 틈틈이 스며들어 가듯 온몸이 아파 났다. 그녀는 심지어 어떤 감정으로 받아들여야 할지도 몰랐을 뿐 오직 막연함 뿐이었다. “유리야?”임아중의 부름소리가 그녀를 현실로 당겨왔다. 그녀는 눈꺼풀을 치켜올리며 임아중을 바라보았다. 임아중은 전혀 빛이라고 없는 그녀의 눈을 마주하며 마음이 아득해졌다.“누구 애야?”사실 임아중도 많이 놀랐다. 그녀는 워낙 개방적인지라 성인 여성이 사생활을 즐기는 것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지난번 신유리를 호텔에서 우연히 마주쳤을 때도 별다른 생각이 없었다. 다만 신유리가 임신할 줄은 전혀 몰랐다. 게다가 그녀의 표정을 보아하니 자신도 생각조차 못 한 모양이었다. 더군다나 제일 어려운 문제는 아이의 아빠를 알아내는 것이다. 복도는 사람들로 북적거렸고 신유리의 가슴은 누군가 꽉 움켜잡은 듯 입을 벌려도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몰랐다. 임아중은 눈을 가늘게 뜬 채 자신도 말이 안 된다고 생각되는 이름을 꺼냈다. “설마 서준혁이야?”신유리는 침묵했다. 임아중은 단번에 멍해졌다. “준혁이랑 계속 만났었어?”“아니.”신유리는 거의 쉬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무표정한 얼굴이 마침내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나도 지금 어떻게 된 일인지 모르겠어.”임아중은 신유리의 말을 들으며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그녀는 신유리를 위로하고 싶었지만 결국 내뱉은 말은 이 한마디뿐이었다.“어떻게 할 생각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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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2화
이신이 너무 뚫어져라 쳐다보는 바람에 서주혁은 보지 않으려 해도 어려웠다. 그는 울타리 밖에서 서서 어두운 시선으로 이신을 마주 바라보며 조금도 물러설 의사가 없었“매우 한가해 보이는데 이정이 당신을 이 씨네 가문에서 내보낼까 봐 두렵지도 않으세요?”이 목소리는 눈감고 들어도 우서진이었다. 그는 가방에서 담배 한 대를 꺼내 입에 물고 무심히 불을 붙였다. 이신은 양미간을 찌푸리며 눈치채지 못하게 신유리 앞을 막아서더니 고개를 들며 말했다. “어쩐지 이정이 요즘 까불더라니, 우 씨네 집에 붙었네요.”우서진이 웃으며 대꾸했다. “윈윈하자는 거지.”그가 담배를 태우자 신유리는 냄새에 민감하다 보니 코가 자극되었다. 신유리는 또 구역질이 나려고 하자 이내 뒤로 물러섰다. 이신은 그녀의 불쾌함을 눈치채고 멈칫하더니 손을 내들어 신유리 앞에 다가가 자신의 손바닥으로 그녀의 코를 막아주었다. 신유리는 불편함을 참으며 고개를 들어 이신을 바라보았다. 이신은 낮은 소리로 말했다. “불편하면 먼저 들어가.”이신은 비록 종종 현장에 나가지만 결벽증이 있다 보니 그한테서 항상 깔끔하고 깨끗한 냄새가 났다. 옅은 박하 냄새도 나서 맡고 있으면 매우 편안해졌다. 신유리는 눈을 내리깐 채 그의 손바닥을 바라보며 말했다. “고마워.”주변을 의식하지 않는 그들은 보기에 다정했다. 서준혁의 얼굴에는 아무런 표정도 일지 않았지만 눈에는 그윽한 정서가 어리며 천천히 깊어졌다. 마치 아침의 햇살마저도 차가운 그를 녹일 수 없을 것 같았다. 신유리도 자연히 그의 그윽하고 차가운 시선을 느낄 수 있었다. 다만 지금 서준혁을 보고 있으면 머릿속이 복잡해 났다. 그녀는 서준혁에 눈길 한 번도 주지 않은 채 이신에게 작은 소리로 말했다. “그럼 먼저 들어갈게. 나중에 다시 얘기해.”다만 떠나기도전 에 갑자기 서준혁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석민이 말하기를 버닝 스타의 기획안과 총합 부분이 아직 제출되지 않았다고 하던데요. 보아하니 송금을 그다지 서두르지 않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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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3화
어깨에 심한 부상을 입은 뒤로는 운전대를 잡지 않은 신유리는 별장 앞에서 택시를 불러 이동하는 것이 습관이 돼버렸다.한 대의 검정색 마이바흐가 그녀의 앞에 멈춰 섰을 때, 신유리는 무의식간에 뒤로 몇 발자국 물러났고 이윽고 차창이 천천히 열리더니 입가에 옅은 미소를 띤 채리연이 보였고 그녀는 먼저 신유리에게 말을 걸었다.“신유리? 정말 반갑네, 여기서 다 만나고. 택시 기다리시는 거야? 내가 데려다줄게.”차량의 차창 너머로 은근하게 보이는 서준혁의 옆태를 본 신유리는 채리연의 말을 정중히 거절하며 대답했다.“괜찮아요, 누구 기다리고 있는 거라서.”“이신이 기다리는 거야?”채리연이 묻는 말에 침묵을 한 신유리지만 답은 맞는 듯싶었고 채리연은 아쉽다며 웃음을 짓더니 계속 말했다.“그럼 어쩔 수 없네~ 난 신유리씨랑 더 얘기 나누고 싶은데.”“안녕히 가세요, 채여사님.”신유리가 대답했고 두 사람이 대화를 나누는 시간동안 서준혁은 신유리에게 눈길 한번조차 보내지 않았다. 심지어 신유리의 목소리가 듣기도 싫은지 매우 불만섞인 목소리로 채리연에게 말했다.“시간 없으시다 하지 않았습니까?”그리곤 바로 차를 몰고 그 자리를 떠나버렸고 차안에 있던 채리연은 서준혁의 냉랭한 얼굴을 보고는 어찌할 방법이 없어하며 물었다.“누가 또 네 심기를 건드린 거야?”묻는 채리연의 말에도 어떤 반응조차 하지 않는 서준혁은 굳은 얼굴로 운전만 할 뿐이었다.“에어컨 틀었니? 왜 이리 추워?”채리연은 씩 웃더니 자신의 팔 두 쪽을 부여잡고 중얼거렸고 서준혁은 백미러로 그녀를 힐끔 보더니 입을 뗐다.“할아버지께서 아직도 집에서 기다리십니다.”채리연과 할아버지의 사이는 가족같은 좋은 사이였고 할아버지는 하정숙보다 채리연을 더욱 예뻐하고 보다듬어 주었다. 왜냐하면 채리연의 아버지와 할아버지는 전우기에 두터운 감정이 쌓여있기 때문에 자연스레 전우의 딸인 채리연에게 애정이 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그러나 하정숙과 서창범 둘 사이의 다리도 채리연이 놓아줬고 서준혁의 말에 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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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4화
할아버지는 신유리를 마주하는 순간 기분이 좋은지 환하게 웃으며 말을 했다.“유리야, 네가 왜 여기 있는 거냐?”예상에는 없던 할아버지와의 만남에 깜짝 놀란 신유리가 되물었다.“할아버님 여기는 어쩐 일이세요?”“할아버지가 물건 좀 사서 친구분 드리겠다고 같이 오자고 해서 왔어.”옆에 있던 채리연이 슬쩍 웃으며 입을 열었다.“아까 길에서 널 마주쳤을 때 데려다 준다고 했는데 여기서 또 만나네? 우리 오늘 정말 운명인 가봐.”할아버지는 채리연의 말에 쯧 하며 혀를 차더니 채리연을 탓하듯 물었다.“마주쳤기 까지 했으면서 왜 우리 유리 안 데리고 왔냐?”“제가 일이 있다고 거절했어요.”신유리가 황급히 말을 했고 할아버지는 그제야 시름을 놓았다는 듯 허허 웃으며 입을 열었다.“지금은 안 바쁜 게야? 이 할애비랑 같이 밥이나 한 끼 먹을까?”세 사람의 화기애애하고 한 가족같은 모습은 송지음의 눈에 그대로 들어왔고 할아버지와 채리연은 그런 송지음에게 눈길 한번 주지 않았다.그래서인지 송지음의 눈빛엔 원한이 더 보태진 것 같았다.송지음은 서씨 집안사람들과 관계를 돈독하게 하려고 노력하지 않았던 건 아니지만 그녀가 무슨 수를 쓰던지 그 사람들은 다 송지음을 별로 눈에 들이지 않았고 받아들이지도 않았다.[왜 도대체 무엇 때문에 신유리는 이렇게 좋아하는 거야?]송지음은 독기가 가득 찬 눈빛으로 신유리를 쳐다보더니 날카로운 목소리로 그녀를 불렀다.“신유리씨.”그녀의 부름에 신유리와 할아버지의 시선은 송지음에게로 떨어졌고 송지음은 창백한 얼굴에 사악하게 웃으며 말을 꺼냈다.“저보고 희영씨랑 만나게 해달라고 해서 그 부탁 들어줬는데 제가 부탁한건 왜 안 들어줘요? 제가 준혁오빠 만나게 해달라고 했잖아요 될수록 이면 빨리. 저 진짜 중요한 말 할 거 있단 말이에요. 제발 도와주세요. 네?”“어차피 신유리씨도 이제 더 이상 준혁 오빠한테 마음 없다고 했잖아요. 그냥 단지 화인에게 복수하고 싶은 마음 뿐 이라면서요. 뭘 해도 되지만 준혁 오빠는 다치게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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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5화
할아버지는 표정에 씁쓸함이 많이 드러났고 신유리를 한참 잡고 있었지만 도통 어떤 말을 해야 할지를 몰라 했다.신유리는 할아버지의 실망한 모습에 가슴이 무언가에 짓눌린 듯 꽉 막혀와 숨이 막히는 것 같았다.채리연은 두 사람의 모습에 얼른 가서 할아버지를 부축해주며 신유리에게 미안한 기색이 역력한 채로 먼저 말을 했다.“나 먼저 할아버지 모시고 집에 갈게, 너도-”그녀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신유리는 잠긴 목소리로 답했다.“네, 몸 잘 챙길게요.”채리연은 고개를 끄덕였고 할아버지와 함께 떠나려고 하였다.신유리는 앞으로 다가가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이 그득했지만 할아버지의 쓸쓸한 뒷모습을 보며 차마 발걸음을 떼지 못했다.그녀는 지금 도대체 어떻게 할아버지를 마주해야 할지 몰랐고 꿀 먹은 벙어리처럼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하지만 그 순간 할아버지는 고개를 돌려 신유리를 바라보았는데 짧은 시간동안 주름이 깊어졌고 얼굴도 많이 늙은 것 같았다.그의 시선은 신유리의 배로 향하다가 얼굴로 멈췄고 마음이 복잡한지 깊은 한숨을 내쉬며 낮은 소리로 입을 열었다.“너 반응도 그렇게 심한데 아무래도 마음이 안 놓이는구나, 내가 데려다주마.”할아버지의 말을 들은 신유리의 가슴은 더 답답해져왔고 코끝이 찡해졌다.신유리가 가만히 자신을 보고 있는 모습을 발견한 할아버지는 다시 그녀에게 말을 했다.“이 일은 나한테 좀 센 충격이구나, 유리야 나한테 시간을 좀 주렴. 하지만 지금 너도 상황이 상황인지라 이 할애비가 너를 못 챙길 만큼 그렇게 멍청하지는 않단다.”신유리는 자신의 임신 사실을 안 할아버지가 실망하고 그 때문에 사이가 소원해진다고 예상을 했지만 절대 이런 반응일 줄은 꿈에도 몰랐고 입술을 살짝 오므리고는 무슨 말을 해야할지 갈팡질팡 했다.채리연도 아까의 놀란 표정을 잠시 거두고는 얼른 신유리에게 말했다.“할아버지께서 먼저 이렇게 말씀하셨는데 더 이상 거절하지마, 어차피 가는 길이 같잖니.”가는 길 내내 세 사람은 아무 대화도 나누지 않았고 신유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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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6화
서준혁의 안색은 점점 어두워져갔고 생각이 많은 눈빛으로 할아버지를 똑바로 쳐다보며 파르르 떨리는 입술로 물었다.“신유리씨가 직접 알려줬습니까?”“병원 가서 검사해봤다.”할아버지는 땅에 지팡이를 탁 내려놓으며 대답을 이어나갔다.“유리가 너한텐 알리고 싶지 않아 하더구나, 너 이 못난 놈. 아무짝에도 쓸모없고 사람 속 타게 하는 덴 일등이구나.”“유리가 너한테서 도망까지 갔고 이제 다 원하는 대로 됐냐? 어?”서준혁은 자신을 쉬지 않고 욕하는 할아버지를 아무 표정 없이 쳐다보고 있었고 할아버지는 화가 나 마구 소리쳤다.“내 말 듣고는 있냐!”할아버지는 새빨개진 얼굴을 하고 서준혁을 경고하듯 말했다.“내가 유리를 예뻐하는 건 너 때문이 아니야, 너희 둘 사이가 멀어진다 해도 나는 유리를 손녀라고 생각할거란다. 그러니까 너도 이젠 내 손녀 적당히 건드려!”할아버지는 말을 마치고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떠나버렸고 옆에 있던 유씨 아저씨는 그런 할아버지를 부축하며 따라나섰다.서준혁은 그가 떠나는 모습에 그제야 반응이 온 건지 검은 눈동자가 흔들리더니 떠나가는 할아버지의 뒷모습을 보고는 있지만 서류를 정리하는 손을 멈추지 않았다.사무실 안의 공기는 개미 한 마리도 없는 듯 조용했고 시계바늘이 움직이는 소리마저 선명하게 들려왔다.한참이 지나고 서준혁은 손에 쥐고 있던 서류를 원래 자리에 놓고는 의자에 앉지 않고 가만히 서서 할아버지가 했던 말들을 끊임없이 머릿속으로 떠올리고 있었다.[신유리가 임신이라...]그는 생각이 많은 얼굴을 하고 서있었고 이석민이 부르는 소리가 들려서야 잔뜩 찌푸리고 있던 인상을 슬며시 폈다.“서대표님.”이석민의 부름에 서준혁은 고개를 들어 그를 쳐다봤고 이석민은 해야 할 말을 조심스레 꺼냈다.“서대표님, 10분후에 회의 하나가 더 있습니다. 아까 몇 번이나 불렀는데 대답이 없으시길래... 무슨 일이라도 있으십니까? 회의 먼저 미룰까요?”“점심 휴식시간 다 취소합시다, 모든 회의 싹 앞으로 옮기고요.”서준혁은 침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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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7화
조명도 없는 어두컴컴한 곳에 앉아있는 서준혁의 앞에는 손도 대지 않은 새것 그대로의 술병이 놓아져있었다.그러나 상위에 있는 재떨이에는 많은 양의 담배꽁초가 버려져있었고 서준혁이 술을 별로 즐기지 않는다는 사실은 그들만의 업계에서는 소문이 자자해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우서진은 재떨이를 발견하고는 쯧하는 소리와 함께 그에게 말을 걸었다.“말해봐, 내가 들어줄게.”서준혁은 우서진의 말에 고개를 들어 힐끔 그를 쳐다볼 뿐 여전히 한 마디도 하지 않았고 손에는 타들어가는 담배 한 대가 쥐어져있었다.우서진은 대답을 하지도 않는 서준혁의 모습에 캐묻지 않고 자신에게 술을 따르고는 혼잣말을 하듯 중얼거렸다.“그래, 말하지 마라. 그럼 내가 재밌는 거 하나 말해줄게.”“부성시에 곽준해 알지? 걔 와이프가 50이 넘은 할아버지랑 바람이 났는데 글쎄 그렇게 아끼던 아들도 결국은 그 할아버지 아들이었대.”우서진은 목이 말랐는지 술을 한 모금 마시더니 재밌는 이야기라도 해주듯 말을 이어갔다.“결국 곽준해가 알았는데 와이프랑 이혼도 안하고 그 짐승 같은 새끼도 친아들처럼 대해줬대. 그리고 며칠 전에 혈액검사 결과가 나와서 다 밝혀졌고 지금 너무 쪽팔려서 미칠 지경이라나 뭐라나.”그는 말을 하다가 웃음을 참지 못하고 풉 하고 웃고는 하려던 말들을 덧붙였다.“이거는 X발 바람이 문제가 아니지. 이건 남자의 자존심이야. 짐승 새끼 하나보고 아빠라고 부르라고? 더럽지 않냐?”“남자의 자존심?”맞은편의 서준혁이 드디어 천천히 입을 열어 물었고 그는 우서진을 공허한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었고 어두운 환경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우서진은 지금 그의 기분이 최악에 도달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아니야? 어떤 사나이가 남의 자식을 키우고 싶어 하는데?”우서진은 술을 서준혁의 술잔에 따라주고 있었는데 그가 미처 발견 못한 점은 서준혁이 자신의 말을 듣는 순간 얼굴엔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졌다는 것이다.“근데 요즘 부산 쪽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더라? 신연씨 동작이 너무 빨라서 태씨 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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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8화
신유리는 문에 등을 기댄 모습으로 서있었고 남자가 말할 때마다 뿜어져 나오는 호흡은 고스란히 그녀의 귓가에 맴돌았다.서준혁은 차가운 냉기만 뿜으며 그녀를 바라 보았고 신유리는 더 이상 물러날 곳조차 없다는 착각마저 들었다.사무실 안에도, 회사 복도 내에도 지나가는 사람은 없었기에 공기는 조용하다 못해 서로의 심장 소리도 들려올 것 같았고 신유리는 자신의 배 위에 놓인 서준혁의 손의 온도가 미세하게 높아지고 있다고 느꼈다.원래 마른 몸매를 유지하는 신유리는 허리마저 얇기에 서준혁의 큰 손이 그녀를 감싸자 신유리의 몸매를 더욱 받쳐주었다.“신유리 씨.”서준혁은 목소리를 가라앉히고는 말을 이었다.“저를 속이시는 겁니까?”단호한 목소리를 하고 신유리를 뚫어져라 보는 서준혁은 마치 모든 것을 다 간파한 듯이 말했고 신유리는 조금 긴장하였지만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는 담담하게 물었다.“제가 다른 남자랑 자는 것을 직접 보셔야만 믿으시겠어요?”서준혁은 그녀의 물음에 배에 올려놓고 있던 손을 스르륵 풀어 허리를 감싸 쥐고는 잔뜩 힘을 주어 꽉 끌어당겼다.그리고는 호흡이 조금 무거워진 모습으로 신유리를 알 수 없는 눈빛으로 보더니 되물었다.“말을 꼭 이렇게 듣기 거북하게 해야겠습니까?”신유리는 고개를 빳빳이 들고 깨끗한 눈빛으로 서준혁을 노려보고는 대답했다.“제가 좋게 말할 때 언제 한번 잘 들어주셨나요?”말을 하는 신유리의 얼굴에는 이상함 하나도 없이 당당한 모습이었고 서준혁은 눈동자가 떨리더니 표정은 짜증이 난 듯 잔뜩 일그러졌지만 그것도 잠시 그는 자신의 감정을 억눌렀다.서준혁의 손에 힘은 점점 더 거세졌고 신유리는 조금씩 허리춤이 아파왔다.“이거 놓으세요.”그녀는 참다못해 작은 소리로 말을 했고 서준혁은 신유리의 말이 들리지 않는 것처럼 냉정하고 무거운 한숨을 내쉬고는 한자 한자 똑똑히 중얼거렸다.“신유리 씨, 이렇게 나온다 이거죠? 좋습니다.”서준혁의 힘 때문에 자신의 허리가 끊어질 것만 같은 고통에 휩싸인 신유리는 젖 먹던 힘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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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9화
진실한 마음과 더불어, 여위고 희게 질린 얼굴은 그녀로 하여금 더 가련해 보이게 만들었다.하지만 그녀를 보는 서준혁의 시선은 여전히 차가웠다. 그의 미간에는 사람을 거부하는 듯한 냉담함이 서려 있었다.송지음이 입술을 깨물었다. 움직이지 않는 서준혁을 보며, 그녀는 직접 핸드폰을 열 수밖에 없었다.“봐봐, 거짓말이 아니야. 신유리가 김명우를 자발적으로 만났어. 김명우를 그렇게 싫어하더니, 무슨 음모를 꾸미지 않는 한 만날 리가 있겠어? 김명우가 돌아온 후에, 다른 사람한테 들었는데, 신유리가 화인 그룹에 복수하려고 한대.”송지음이 핸드폰을 손에 쥔 채 붉어진 눈동자로 서준혁을 바라보았다.“나도 내가 잘못한 거 알아. 하지만 나도 이전에 화인 그룹 소속이었고, 나도 화인 그룹이 잘되기를 바라.”그녀는 충분히 진정성 있게 연기했지만, 서준혁은 신경 쓰지 않았다.그의 관심은 오로지 송지음의 핸드폰에만 집중되었다.사진 속에서 신유리와 김명우는 마주 보고 앉아 있었다. 중간에는 무엇인가 놓여있었는데, 보아하니 아주 즐겁게 이야기하고 있는 듯했다.비록 옆모습만 몰래 찍은 사진이었지만, 신유리와 김명우라는 사실은 충분히 알아볼 수 있었다.서준혁의 눈가가 어두워졌다. 아무런 흔들림 없는 자태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몰랐다.서준혁의 반응을 기다리는 송지음은 가슴이 두근거렸다.솔직히 얘기하면, 세진 그룹에 있는 나날들이 너무 괴로웠다.특히, 김명우의 핸드폰에서 그가 다른 여자들과도 희희낙락하는 대화를 본 이후로 더 그랬다. 대화 내용은 김명우가 이전에 그녀에게 했던 방식과 똑같았다.송지음은 마음을 굳게 먹고 고개를 들어 서준혁을 올려다보았다. 솔직하게 얘기하면 김명우는 서준혁과 비교가 되지 않았다. 능력에서든, 외모에서든 서준혁에게 상대가 되지 않았다.하물며, 송지음의 집 안에서는 아직 서준혁과 헤어진 사실을 몰라 여전히 서준혁을 집으로 초대하고 싶어 했다.서준혁과 아무런 일도 없었던 것처럼 집에 위장하기 위해서가 아니라면, 송지음은 본인이 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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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0화
벌써 한 낮이 다 돼가고 있었다. 가을볕이 내리쬐는 게 굉장히 편했다. 하지만 신유리는 마음속에 있는 불편함을 참으며 서준혁에게 되물었다.“뭘 의심하는데? 송지음이 그래? 내가 자발적으로 김명우를 만나서 화인 그룹에 복수하고 싶어 했다고?”그녀는 코웃음을 치며 경멸하는 말투로 말했다.“걔는 여전히 멍청하네.”또한 신유리는 상대를 바꿔 비꼬았다.“당신도 피차일반인 것 같고.”말을 마친 그녀는 전화를 끊고 핸드폰을 가방에 집어넣었다.심유리는 호르몬과 내분비 문제로 임신 기간 내내 몸이 좋지 않고 기분도 좋지 않았다. 평소 업무를 할 때에는 그래도 정신을 다잡으며 본인의 감정을 통제했다.하지만 서준혁의 말을 듣자, 그녀는 치밀어 오르는 화를 참을 수가 없었다.걷잡을 수 없이 짜증이 났다.신유리가 별장으로 돌아오자 마침 점심시간이었다.별장에는 다른 사람이 없었다. 그녀는 대충 점심을 때우고 업무에 집중했다.강모연과의 계약은 마지막 단계만 남아있었다. 이것만 끝나면 계약을 할 수 있었다. 신유리는 오늘 오후 내로 계약서를 훑어보고 끝내고 싶었다. 업무에 집중하자 시간개념이 없어진 그녀는 일을 끝내고 나서야 밖이 어두워졌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그녀가 몸을 일으키는 순간, 누군가 서재의 문을 열었다.이신이 손에 따듯한 물 한 컵을 들고 들어섰다.“다 끝냈어? 얼른 와서 밥 먹어.”말을 마친 이신이 컵을 신유리에게 건넸다.“밖에 또 비와, 얼른 따듯한 물부터 마셔.”물을 건네받은 신유리는 목을 축였다. 따듯한 물이 넘어가자 많이 편해졌다.신유리는 손에 컵을 든 채 이신과 나섰다. 이신이 그녀에게 물었다.“오전에 임아중이랑 병원에 다녀왔어?”“응, 이현 언니가 뭐가 좀 필요하다고 해서.”답을 하고 나서야 신유리는 이상함을 알아챘다.“어떻게 알았어?”“오후에 전화 왔어.”말을 마친 이신이 의미심장한 눈길로 신유리를 쳐다보았다.오후에 이신에게 전화한 이현은 다짜고짜 신유리가 임신한 사실을 캐묻기 시작했다. 이현이 받아들일 수 없다고 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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