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나 말고 다: Chapter 271 - Chapter 2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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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1화
서준혁의 말투에서 아무런 감정도 읽어낼 수 없었다. 신유리는 양미간을 찌푸리더니 서준혁을 빤히 보며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뭔 뜻이야?”“말 그대로야, 그 서류는 너랑 나 말고 건드린 사람이 없거든.”서준혁도 어두운 목소리로 말했다.“게다가 넌 누구도 보지 않는 상태에서 접했으니까.”그는 피식 콧방귀를 뀌더니 말을 이어갔다.“그런데도 혐의가 없다고?”신유리는 서준혁이 오늘 그녀를 어르신께 데려온 건 이 일을 캐묻기 위해서라는 것을 알아챘다.그녀는 안색 하나 변함없이 맑은 눈동자로 서준혁을 바라보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난 여전히 그대로야, 스스로 내 구덩이를 팔 이유가 없잖아.”서준혁은 덤덤하게 웃더니 차에서 내렸지만 신유리의 말을 믿었는지는 모르는 일이었다.어르신께서는 일찍이 안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두 사람이 오는 것을 보더니 즉시 류 사부님을 불러 식사를 준비하였다.신유리는 어르신을 모시고 소파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고 서준혁은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었다.“유리야, 앞으로 계획이 어떻게 되는 거냐?”어르신께서 갑자기 물었다.“네가 이 씨네 셋째 밑에서 일하고 있는 건 알지만 예술로 먹고 살기는 안정되지 않았잖니. 앞으로 계획에 대해 생각해 봤니?”신유리는 눈을 껌벅이더니 입을 열었다.“버닝 스타 쪽도 나중에 비즈니스 라인을 밟을 테니 천천히 해봐도 될 것 같아요.” 신유리는 굳이 어르신을 속이는 데 신경을 쓸 필요가 없었다.어르신은 그녀를 바라보며 미간을 찌푸리더니 말했다.“정말 화인 그룹으로 다시 돌아가지 않을 거니? 요즘 화인 그룹 상황이 좀 어렵다고 들었는데, 그래도 전에 네가 있을 때는 아무 일도 없었는데 이제 얼마 지났다고 벌써 이런 일이 생겼다니.”신유리는 어르신께서 화인 그룹에 관한 얘기를 꺼낼 줄 몰랐고 잠시 침묵을 지키더니 말을 이었다.“비지니스를 하려면 오고 가는 게 정상이죠.”어르신은 포기하지 않고 그녀를 계속 설득하려 했다.“만약 화인 그룹에서 네가 돌아가길 바란다면?”어르신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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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2화
신유리는 그를 따라 화인 그룹으로 들어갔다. 밤은 깊어졌고 화인 그룹에는 별로 사람이 없어서 서준혁과 신유리의 발자국 소리는 서로 뒤섞여 가벼운 메아리를 울렸다.엘리베이터 앞 신유리는 발걸음을 멈추더니 말했다.“먼저 회사 일부터 해결해. 나까지 올라가기에는 적절하지 않은 것 같아.”서준혁이 이렇게 늦은 시간에 급히 회사로 돌아간 것을 보면 통화 내용을 제대로 듣지 못했어도 어떻게 된 일인지 대충 짐작할 수 있었다.그녀는 어둑어둑한 주위의 광경을 보고 잠시 망설이다가 먼저 나가려고 했다.“아까도 말했지만 서류는 네가 가져온 거야.”바깥 가로등 없이 어두운 불빛 아래 서준혁은 마치 조금 전까지 그에게 남아 있던 온기는 한꺼번에 사라진 것 같았다.마치 밖에서 느꼈던 다정함은 신유리의 착각처럼 온데간데없었다.서준혁의 뜻은 분명했고 신유리는 그를 따라 올라가지 않을 수 없었다. 어쨌든 이 서류는 그녀의 손을 거쳤으니 말이다.신유리는 미간을 찌푸린 채 서준혁을 따라 사무실로 향했다.1층의 적막함과는 달리 사무실은 불이 환하게 켜져 있었고 이석민과 쥴리, 그리고 신유리와 안면 있는 인턴도 있었다. 그 외에 회사의 고위층도 몇 명 있었다.그들은 서준혁의 뒤를 따라 들어오는 신유리를 보자 얼굴빛이 묘하게 변했다.신유리는 전혀 개의치 않고 담담하게 옆에 있는 소파에 앉아 서준혁이 무엇을 하려는지 기다리고 있었다.하지만 의외로 서준혁은 한마디만 내뱉었다. “석민 씨, 최근 일주일 동안 사무실 부근의 모든 감시카메라를 조정하고 겸사겸사 이번 주 안에 누가 내 사무실에 들어왔는지 집계해 보세요.” 그는 멈칫하더니 말을 이었다.“사무실을 비웠을 때 누가 왔는지 중점적으로 살펴봐 주세요.” 어쨌든 서준혁의 사무실에 그가 없을 때 들어올 수 있는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신유리는 눈썹을 잠시 치켜올리더니 구석에 앉아 입술을 오므린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오히려 쥴리가 서류 때문에 이리저리 오갈 때 시선이 몇 번이고 그녀에게 꽂혔다.신유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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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3화
서준혁의 얼굴에는 줄곧 아무런 표정이 없엇지만 송지음은 지금의 서준혁이 평소보다 더 무섭다고 느껴졌다. 그의 눈빛은 더없이 차가웠고 두 눈을 마주하는 순간 송지음은 준비했던 말을 삼켜버렸다. 그녀는 심지어 뒤로 물러서며 당장이라고 뛰쳐나가고 싶었다. 그러나 아직 그녀가 움직이기도 전에 서준혁이 그녀를 향해 입을 열었다. “화인 그룹의 서류를 네가 경희영에게 넘겨줬어?”송지음은 어리둥절했다. 서준혁이 그녀에게 이런 질문을 할 줄은 생각지도 못한 듯했다. 그녀는 제자리에서 어쩔 바를 몰라 했다. 그녀는 원래 서준혁이 왜 경희영과 함께 있었는지 왜 다른 남자랑 함께 잤는지를 물어볼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서준혁은 오직 화인 그룹의 서류에만 관심이 있었을 뿐이었다. 송지음은 준비한 변명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되려 서준혁에게 물었다. “오빤 나한테 더 궁금한 게 없어?”서준혁은 여전히 그녀를 바라보며 눈동자에는 차가움을 제외하고 약간의 불쾌함이 어려있었다. 그는 손가락을 구부려 테이블을 두드리며 냉랭하게 물었다. “내 말을 못 알아듣겠어? 화인 그룹의 자료를 네가 경희영에게 줬어?”송지음의 얼굴에는 상처받은 마음이 그대로 드러났다. 그녀는 천천히 서준혁의 앞으로 다가가서 애절하게 그를 바라보았다. “오빠, 지금 무슨 말 하고 있는지 알아? 나 다른 남자랑 잤는데 아직도 서류에 신경 쓰고 있어?”“오빠는 도대체 나한테 관심을 갖고 있기나 해?!”송지음의 마지막 질문은 서준혁의 눈에 짜증이 더 철저해지게 했다. 그는 더 이상 숨기기도 귀찮은 듯 이석민에게 분부했다. “누군가 사업기밀을 빼돌렸다고 경찰에 신고하세요.”송지음은 갑자기 두 눈을 커다랗게 뜬 채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서준혁을 바라보며 소리 질렀다. “오빠!”그녀는 외치자마자 눈물이 쏟아졌다. 지극히 슬퍼하는 모습이었다. “오빠의 마음속에는 오직 일뿐이야? 그래서 날 신경 쓰지도 않는 거야? 오빠, 오빠가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어?”송지음은 마치 서준혁이 얼마나 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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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4화
송지음은 얼굴이 약간 굳어졌다. “오빠가 오늘 저녁에 야근해야 돼서 매우 바빠요.”“아무리 바빠도 밥은 먹어야지. 아이고 지음아, 설마 네 남자 친구한테 우리 같은 가난한 친척을 소개하고 싶지 않은 건 아니겠지? 이러면 안 되지...”셋째 이모의 말투는 다소 불만스러워서 송지음은 안색이 좋지 않았다. 그녀는 몇 마디 대충 대꾸하고 방으로 돌아갔다. 그런데 들어오자마자 어머니는 따라 들어왔다. 그녀는 얼굴의 불쾌함을 조금도 숨기지 않은 채 낮은 소리로 꾸짖었다. “너 준혁이랑 싸웠니?”송지음은 흠칫하더니 말을 이었다. “그게...”어머니는 어두운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전에도 말했듯이 준혁이랑 싸우지 말랬잖아? 무슨 이유든지 얼른 사과해.”“그리고 요 며칠 그를 데리고 오거라. 식사 자리라도 만들게. 네 셋째 이모의 아들을 화인 그룹의 비서로 들여보내는 데 절대 문제없다고 보증했으니까.”어머니는 쉬지 않고 말을 이어갔고 송지음은 점점 더 짜증이 났다. 그녀는 어머니의 말을 몇 번이나 끊으려고 했지만 어머니가 노려보는 바람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가까스로 어머니가 나가자 송지음의 굳어진 얼굴이 금세 무너졌다. 그녀가 어떻게 서준혁을 데리고 그들과 함께 밥을 먹는단 말인가. 그녀는 지금 서준혁의 얼굴조차도 볼 수 없는 상황이었다. 서준혁은 그녀를 화인 그룹에서 쫓아내려고 마음을 굳혔다. 송지음은 마음이 너무 초조한 나머지 미처 발견하지 못했는데 침대 위에 던져진 핸드폰에 메시지 여러 개가 와있었다. 그녀는 연속 뜨는 전화번호를 보더니 짜증이 났지만 어쩔 수 없이 다시 전화를 걸 수밖에 없었다. 송지음이 화인 그룹의 비밀문서를 용화 그룹에 넘긴 사건은 빠르게 퍼졌고 한동안 떠들썩했다. 신유리 쪽에서도 예전 관계자들로부터 보낸 문자를 적지 않게 받았지만 그녀는 일체 몰랐다는 이유로 막아버렸다. 하지만 이 일은 결국 신유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커졌다. 임아중은 소개팅 상대가 준 몇 개의 케이크를 손에 들고 왔다. 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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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5화
어르신께서 너무 직설적이라 신유리는 다소 의외였다. 그러나 그녀는 잠시 멈추었다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저와 서준혁은 이미 과거에요.”어르신은 한숨을 쉬더니 눈에는 서운함이 역력했다. 그러나 그는 더 이상 말하지 않았고 다만 밥을 먹을 때도 기분이 좋지 않아 몇 입 드시지 않고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신유리는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몰랐고 그녀도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모른 척할 수는 없었다. 환절기에는 날씨가 불안정해서 밥을 다 먹기도 전에 밖에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신유리는 한창 택시를 타고 먼저 할아버지를 모셔다드린 후 집으로 가려고 했는데 할아버지께서는 이미 류 사부님더러 연락하라고 했다. 류 사부님이 돌아왔을 때 그는 신유리를 보더니 어르신께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금방 도련님한테서 전화가 왔는데 어르신께서 밖에 계시는지를 물어보았습니다. 비가 오니 어르신을 모시러 오겠다고 합니다.”어르신은 짧게 대답했다.“오라고 해. 어차피 조만간 나한테 볼 일이 있을 테니”그는 말을 마치더니 이내 한마디를 덧붙였다. “마침 밖에 비가 오니 유리도 데려다주라고 하렴.”신유리는 듣자마자 거절했다. “번거롭게 할 필요 없어요. 저 혼자 택시 타고 가면 돼요.”할아버지는 애원의 눈빛으로 작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유리야, 조금만 더 나랑 함께 있어 줄 수 없겠니? 만약 준혁이때문이라면 나랑 뒷줄에 앉자. 팔순 노인이 아직도 이런저런 일에 신경을 써야 한다니, 난 네가 제일 편하다.”어르신의 많은 말들이 신유리는 듣기에 불편했다. 마치 어르신이 불쌍한 척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어르신의 기대에 찬 눈빛을 바라보면 그녀는 더 이상 거절할 수 없었다. 서준혁은 생각보다 빨리 왔다. 그는 요즘 화인 그룹의 난장판을 처리하느라 바빴는지 피곤함이 역력했다. 살도 좀 빠진 것 같았고 워낙 훤칠한 이목구비는 더욱 뚜렷해졌다. 평소의 냉랭함보다는 날카로움이 더해졌다. 그의 눈빛은 신유리의 몸에 잠시 머물렀고 새까만 눈동자는 조금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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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6화
서창범의 목소리에는 말할 수 없는 위엄이 어려 있었고 거실에는 아무도 없었다. 서준혁의 덤덤하던 얼굴이 갑자기 차가워지더니 새까만 눈동자는 서창범을 빤히 바라보았다. 다만 그가 아직 입을 열기도 전에 뒤에서 더욱 심각한 호통이 들려왔다. “너도 내가 한 말을 들은 적도 없으면서 지금 준혁이보고 말을 들으라고 하다니, 무슨 낯짝으로 그런 말을 할 수 있지?”어르신은 류 사부님의 부추김을 받으며 천천히 들어섰다. 그는 비록 팔순이 다 되어가지만 몸의 기세는 오히려 그 당시보다 조금도 뒤지지 않았다.그는 서창범을 노려보며 말했다. “준혁이가 너한테 한 약속말고 네가 당시에 나한테 했던 약속부터 떠올려보거라, 그런 말 하기에 부끄럽지도 않으냐? ”서창범은 서준혁이 어르신을 모시고 올 줄은 몰랐다. 굳었던 표정을 천천히 거두어들이더니 양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아버지, 어떻게 오셨어요?”“내가 오지 않았다면 너한테 아직 나 같은 애비가 있다는 것을 기억하고 있겠느냐?”어르신은 콧방귀를 뀌며 태도가 좋지 않았다. “우리 서씨 가문은 아직 준혁이를 혼인시켜야 할 정도로 망하지 않았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난 동의하지 않는다.”서창범은 어쩔 수 없었다. “아버지, 아직 주현을 만나본 적도 없어서 그래요. 저랑 정숙이도 그녀가 결혼하기에 적합한 아가씨라고 생각합니다. 아버지가 그 애를 봤더라면 분명 좋아했을 것입니다."어르신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너랑 정숙이 생각에 결혼할 가치가 있다고? 네가 그렇게 생각한다면 결혼은 너랑 하면 되겠네.”어르신은 말이 끝나기 바쁘게 서준혁을 보며 말했다. “그만 가자.”서창범의 얼굴색도 말이 아니었지만 반박할 수 없었다. 그는 어두운 표정으로 서준혁을 보며 말했다. “ 서재로 오거라. 할 말이 있다.”어르신께서 또 입을 열려고 하자 그는 또 한마디를 덧붙였다. “회사 일이다.”그는 말을 마치고 돌아서서 서재로 향했다. 어르신은 서준혁을 보며 고개를 슬며시 흔들었다. 서준혁이 서재에 들어가자 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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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7화
송지음의 눈에 비친 억울함이 모두 애원으로 변해버린 지금, 그녀가 가장 듣기 싫은 것은 바로 신유리의 이름이었다. 만약 신유리만 아니었다면 서준혁은 그녀에게 그렇게 모질게 대하지 않았을 것이다. 송지음은 갑자기 고개를 들더니 그날 저녁 자신과 경희영의 일이 발각되어 급히 회사에 도착했을 때 신유리를 보았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리고 전에 병원에서도 신유리는 그녀와 경희영의 일에 대해 언급했었다. 송지음은 갑자기 무언가를 잡은 듯 눈빛이 싸늘해졌다. 틀림없이 신유리가 서준혁한테 고자질한 것이다!송지음은 마음속으로 자신의 추측을 거의 긍정했다. 신유리가 그녀와 서준혁 사이의 관계를 질투한 것 외에는 굳이 서준혁한테 고자질할 이유를 더 찾을 수 없었다. 아니면 신유리가 서준혁의 사무실에 나타났을 이유가 없다.“틀림없이 그녀였다. 신유리 그 천한 년!’송지음의 가슴에서 갑자기 강렬한 원한과 증오가 터져 나와 그녀는 괴롭게 했다. 신유리를 절대 가만두지 않을 생각이었다.분명히 서준혁은 그녀의 남자였는데 오히려 신유리가 중간에서 방해하려고 들었다.송지음은 그대로 선 채 움직이지 않았고 몸만 가늘게 떨었다. 갑작스러운 핸드폰 벨 소리에 그녀의 생각이 끊겼다. 송지음은 발신자 표시에 엄마라는 두 글자를 보더니 무뚝뚝한 얼굴로 전화를 받았다. 전화 너머 어머니의 잔소리가 흘러나왔다. “준혁이랑 어떻게 됐어? 잘 사과했어? 준혁이 같은 재벌 사위를 놓치면 너 나중에 후회할 거다.”“네 셋째 이모가 주말에 이모부랑 동생 데리고 함께 오려고 하니까 준혁이 꼭 데리고 와. 알겠지?”송지음은 한숨을 깊데 들이쉬었다. “저 지금 일하는 중이에요.”그녀는 말을 마치자마자 전화를 끊더니 핏기가 별로 없는 입술을 깨문 채 고개를 숙이고 누군가에게 급히 전화를 걸었다. ‘신유리, 나한테 빚진 건 배로 갚아야 할 거야!’…“레드 스튜디오에서 오늘 밤 만나기로 했어요?”별장 안, 신유리는 미간을 찌푸리고 말했다. “그들이 약속했던 시간은 수요일이었는데 왜 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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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8화
송지음은 신유리의 한쪽 팔을 부축해주며 귀에 대고 아까와는 다른 부드러운 목소리로 소곤거렸다.“유리언니, 너무 많이 마신 거 아니 예요? 제가 부축해 드릴 테니 올라가서 좀 쉬세요.”신유리는 송지음의 손을 뿌리치고 싶었지만 몸에 힘이 풀려 어쩌지도 못했다. 그녀는 크게 호흡을 내쉬며 들끓는 화를 조절했다.“송지음, 지금이 후회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야.”송지음은 말을 하는 신유리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자신의 악독함을 더는 숨기지 않으며 대답했다.“아직까진 저 협박할 힘도 있나본데... 그럴 바엔 조금 잇다 어떻게 하실 건지나 생각해보는 게 어때요?”여정원은 하얀 셔츠에 검은 바지를 입은 차림으로 이미 입구로 들어오고 있었다.저번에 성서에서 마주친 이후로 여정원을 본 적이 없었지만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어떤 이유로 인해 만흥 그룹사장님으로부터 좌천당했다고 한다.여정원은 멀리서 머쓱하다는 듯 안경을 만지작거리며 걸어오며 인사를 건넸다.“유리씨, 오랜만입니다.”신유리는 송지음에게 부축을 당하며 몸을 겨우 일으켰고 미간을 찌푸린 채 시뻘건 얼굴을 하고 있었다.몸에 이미 퍼진 약의 효능이 너무도 불편했지만 눈빛은 여전히 살아있었다. 그녀는 시선을 송지음과 여정원 사이에 고정했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제 술잔에 무슨 짓을 한 거죠?”송지음은 일부로 깜짝 놀란 척 연기하며 대답했다.“어머, 사람 함부로 의심 하지 마요. 유리씨 저희가 그랬다는 증거 있어요? 증거도 없으면서 막 말해도 되는 거예요?”신유리는 송지음의 가식적인 모습에 가슴이 내려앉는 기분마저 들었다.“경희영씨보고 내 술잔에 약을 타라고 했겠죠?”그녀는 자신에게 불순한 의도를 가지고 술을 부으러 온 경희영의 모습이 생각나 확신에 차 말했고 그 말을 들은 송지음은 피식 비웃더니 신유리를 쳐다보며 대답했다.“제가 그런 게 맞다면 또 어쩔 건데요? 설마 오늘 밤도 도망칠 수 있겠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죠?”송지음은 말을 마치고 여정원을 쓱 쳐다보고는 그에게 물었다.“준비해야 할 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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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9화
신유리는 그의 품에 안겨 자기도 모르게 그 남자의 옷깃을 꽉 붙잡았다.이미 말라 터진 입술을 하고 무슨 말이라도 하려고 하였지만 낼 수 있는 소리는 작디작은 신음소리 뿐이었다.서준혁은 품에 안긴 여자의 체온이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감지했고 순간 동공이 급격히 흔들렸다.뒤에 따라 오는 이석민은 그들의 모습을 발견하곤 급히 안내하고 잇던 두 명의 사업파트너에게 사과를 건네고는 둘을 데리고 전에 예약했던 방으로 다시 안내했다.신유리가 그에게 안겨 방으로 들어왔고 그녀의 얼굴은 심할 정도로 빨개져있었으며 몸은 뜨겁다 못해 불구덩이 같았다.오는 길 내내 서준혁에게 안겨 그에게서 나는 익숙하고도 은은한 향수냄새를 맡자 신유리는 금세 진정이 조금 되는 듯 한 눈치였다.그래서 그녀는 오는 길에 계속 서준혁의 가슴팍에 머리를 틀어박고 약간 변태처럼 그의 냄새를 맡아대고 있었다.서준혁은 바로 그런 그녀를 침대위로 던져버렸고 신유리는 반응이 더뎌져 얼른 손을 뻗어 그의 손을 잡고 그의 냄새를 맡고 싶어 안달이 나 있는 상태였다.그의 옷은 신유리가 비벼대는 바람에 얼룩으로 범벅이 되어 있었고 서준혁은 이미 눈이 반쯤 풀려 자신의 손끝을 잡고 있는 신유리를 조심스레 쳐다보았다.신유리의 눈은 원래도 예뻤지만 지금 약 효과 때문인지 눈 끝이 빨개져 반짝반짝 빛이 나던 동공도 더욱 청초해보였다.그녀는 무릎을 반쯤 꿇고 침대에 앉아있었고 서준혁의 손가락을 잡고는 말라 터진 입술이 아파오는지 혀를 내밀어 입술을 쓱 핥았다.신유리는 이미 정신이 온전치 못한 상태로 도달했지만 서준혁에게서 나는 냄새가 좋아 그 냄새만을 쫓아다니려고 애를 썼다.뜨거운 그녀의 손이 서준혁의 손가락을 잡아 끌어 자신의 쪽으로 힘없이 끌어당겼고 그가 아무 움직임도 없자 미간을 슬쩍 찌푸리고는 잔뜩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너 일로와!”서준혁은 어떤 표정도 없이 있다가 조금 망설이는 모습을 보이더니 신유리의 말대로 그녀 곁으로 천천히 다가갔다.그 순간, 신유리가 서준혁의 몸을 덮치더니 그의 허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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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0화
신유리는 자신의 핸드폰을 들고 가만히 서서 서준혁을 쳐다보았다.그래도 지금껏 사회생활을 한 경력이 있고 눈치가 있기에 아무것도 모르는 바보가 아니었다.어젯밤 뭔가 이상하다는 낌새를 느끼고서는 바로 임아중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는 핑계로 녹음기를 슬쩍 켜놓았던 신유리다.원래는 경희영의 증거들을 조금 모아두려고 했지만 예상외로 송지음과 여정원의 악행들을 두 눈으로 보았고 녹음까지 마친 상황이었다.신유리는 아까 정신을 차린 뒤, 얼마 남지 않는 핸드폰 배터리를 확인하고는 재빠르게 녹음을 저장했고 파일형식으로 남겨두었다.채 잠기지 않은 셔츠 사이로 서준혁의 목젖이 보였고 그는 긴장한 듯 침을 꿀꺽 삼키고 있었다.“제가 왜 증인이 서준혁의 표정은 그의 뒤에서 비추는 쨍한 햇빛에 의해 보이지 않았지만 그의 말은 아주 잘 들려왔다.“제가 왜 증인이 되어주어야 하는 겁니까?”신유리가 고소하려고 하는 사람은 송지음이니 서준혁이 당연히 동의할 리가 없었고 그녀는 이런 그의 반응을 예상하지 못했던 건 아니다.[뭐 괜찮아.]그녀의 눈은 현재 어젯밤 몽롱하게 풀려있던 모습과는 달리 평소 새침하고 도도한 눈빛으로 돌아왔고 여전히 잠겨있지만 단호하게 다시 말을 했다.“전 그냥 지금 서대표님께 통보하는 거예요, 지금 제가 가지고 있는 증거로 충분하니까.”신유리의 시선은 곧 핸드폰에 멈췄고 옅게 웃음을 지으며 말을 이어갔다.“누가 송지음씨더러 그렇게 멍청하게 구라고 시켰나요? 아무 말이나 막 하고...”저리듯 아파오는 몸을 더는 가눌 수가 없었던 신유리는 조금 진정이 된 후 가까운 소파로 향했다.방안엔 온통 어젯밤 흔적들로 가득했고 분위기는 뭔가 오묘했다.신유리는 자신도 모르게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비록 신경을 안 쓴다고는 말했지만 속으로 내심 많이 불편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게다가 지금 서준혁도 꼿꼿하게 그녀의 앞에 서있었고 신유리의 말에 어떤 말도 잇지 못하고 가만히 있었다.방안은 조용했고 적막만이 흐르고 있을 뿐이었다. 그때, 누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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