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유리는 그의 품에 안겨 자기도 모르게 그 남자의 옷깃을 꽉 붙잡았다.이미 말라 터진 입술을 하고 무슨 말이라도 하려고 하였지만 낼 수 있는 소리는 작디작은 신음소리 뿐이었다.서준혁은 품에 안긴 여자의 체온이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감지했고 순간 동공이 급격히 흔들렸다.뒤에 따라 오는 이석민은 그들의 모습을 발견하곤 급히 안내하고 잇던 두 명의 사업파트너에게 사과를 건네고는 둘을 데리고 전에 예약했던 방으로 다시 안내했다.신유리가 그에게 안겨 방으로 들어왔고 그녀의 얼굴은 심할 정도로 빨개져있었으며 몸은 뜨겁다 못해 불구덩이 같았다.오는 길 내내 서준혁에게 안겨 그에게서 나는 익숙하고도 은은한 향수냄새를 맡자 신유리는 금세 진정이 조금 되는 듯 한 눈치였다.그래서 그녀는 오는 길에 계속 서준혁의 가슴팍에 머리를 틀어박고 약간 변태처럼 그의 냄새를 맡아대고 있었다.서준혁은 바로 그런 그녀를 침대위로 던져버렸고 신유리는 반응이 더뎌져 얼른 손을 뻗어 그의 손을 잡고 그의 냄새를 맡고 싶어 안달이 나 있는 상태였다.그의 옷은 신유리가 비벼대는 바람에 얼룩으로 범벅이 되어 있었고 서준혁은 이미 눈이 반쯤 풀려 자신의 손끝을 잡고 있는 신유리를 조심스레 쳐다보았다.신유리의 눈은 원래도 예뻤지만 지금 약 효과 때문인지 눈 끝이 빨개져 반짝반짝 빛이 나던 동공도 더욱 청초해보였다.그녀는 무릎을 반쯤 꿇고 침대에 앉아있었고 서준혁의 손가락을 잡고는 말라 터진 입술이 아파오는지 혀를 내밀어 입술을 쓱 핥았다.신유리는 이미 정신이 온전치 못한 상태로 도달했지만 서준혁에게서 나는 냄새가 좋아 그 냄새만을 쫓아다니려고 애를 썼다.뜨거운 그녀의 손이 서준혁의 손가락을 잡아 끌어 자신의 쪽으로 힘없이 끌어당겼고 그가 아무 움직임도 없자 미간을 슬쩍 찌푸리고는 잔뜩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너 일로와!”서준혁은 어떤 표정도 없이 있다가 조금 망설이는 모습을 보이더니 신유리의 말대로 그녀 곁으로 천천히 다가갔다.그 순간, 신유리가 서준혁의 몸을 덮치더니 그의 허리를
신유리는 자신의 핸드폰을 들고 가만히 서서 서준혁을 쳐다보았다.그래도 지금껏 사회생활을 한 경력이 있고 눈치가 있기에 아무것도 모르는 바보가 아니었다.어젯밤 뭔가 이상하다는 낌새를 느끼고서는 바로 임아중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는 핑계로 녹음기를 슬쩍 켜놓았던 신유리다.원래는 경희영의 증거들을 조금 모아두려고 했지만 예상외로 송지음과 여정원의 악행들을 두 눈으로 보았고 녹음까지 마친 상황이었다.신유리는 아까 정신을 차린 뒤, 얼마 남지 않는 핸드폰 배터리를 확인하고는 재빠르게 녹음을 저장했고 파일형식으로 남겨두었다.채 잠기지 않은 셔츠 사이로 서준혁의 목젖이 보였고 그는 긴장한 듯 침을 꿀꺽 삼키고 있었다.“제가 왜 증인이 서준혁의 표정은 그의 뒤에서 비추는 쨍한 햇빛에 의해 보이지 않았지만 그의 말은 아주 잘 들려왔다.“제가 왜 증인이 되어주어야 하는 겁니까?”신유리가 고소하려고 하는 사람은 송지음이니 서준혁이 당연히 동의할 리가 없었고 그녀는 이런 그의 반응을 예상하지 못했던 건 아니다.[뭐 괜찮아.]그녀의 눈은 현재 어젯밤 몽롱하게 풀려있던 모습과는 달리 평소 새침하고 도도한 눈빛으로 돌아왔고 여전히 잠겨있지만 단호하게 다시 말을 했다.“전 그냥 지금 서대표님께 통보하는 거예요, 지금 제가 가지고 있는 증거로 충분하니까.”신유리의 시선은 곧 핸드폰에 멈췄고 옅게 웃음을 지으며 말을 이어갔다.“누가 송지음씨더러 그렇게 멍청하게 구라고 시켰나요? 아무 말이나 막 하고...”저리듯 아파오는 몸을 더는 가눌 수가 없었던 신유리는 조금 진정이 된 후 가까운 소파로 향했다.방안엔 온통 어젯밤 흔적들로 가득했고 분위기는 뭔가 오묘했다.신유리는 자신도 모르게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비록 신경을 안 쓴다고는 말했지만 속으로 내심 많이 불편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게다가 지금 서준혁도 꼿꼿하게 그녀의 앞에 서있었고 신유리의 말에 어떤 말도 잇지 못하고 가만히 있었다.방안은 조용했고 적막만이 흐르고 있을 뿐이었다. 그때, 누군
신유리는 이신의 시선을 살짝 피하며 눈을 마주치지도 않은 채 대답했다.“방금요.”이신은 신유리 목에 둘러져있는 스카프를 보고는 동공이 흔들리는 듯 했고 생각에 빠져드는 모습이었다.자신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이신 때문에 조금 민망한 신유리는 그 자리에 굳어 무슨 일부터 손을 봐야 하는지 갈팡질팡하고 있었다.아까 호텔에서 임아중과 마주했을 때도 이런 기분이 안 들은 신유리지만 이신의 눈을 바라보자니 긴장감이 맴돌았다. 마치 거짓말을 하다가 들킨 어린 아이처럼.이신의 시선은 신유리에게 고정되어 있었고 그녀는 하는 수 없이 그의 시선을 애써 계속 피하고만 있었다.곡연은 둘의 모습에 신유리가 부끄러워 말을 못하는 줄 알고 화가 나 씩씩대며 아까 그녀가 했던 말들을 다시 막 뱉어냈고 마지막엔 이런 말도 덧붙였다.“오대표님도 참... 경희영씨 소문이 그렇게 안 좋은데 왜 그 사람을 데려왔을까요?”곡연의 말을 다 들은 허경천은 방금 전 곡연과 똑같은 반응을 보였고 첨엔 화가 나 얼굴이 빨개지다가 후에는 오대표님에게 전화를 걸어 무슨 상황인지 따지려고 하였다.신유리는 곡연과 허경천이 같이 나가는 것을 보고는 긴장했던 마음이 점차 진정되는 것 같았지만 고개를 들면 보이는 이신의 얼굴 때문에 또다시 긴장을 늦출 수가 없었다.그녀가 마음을 굳게 먹고 말을 꺼내려고 준비할 때, 이신의 목소리가 먼저 들려왔다.“어제... 많이 무서웠지?”“...”이신은 말을 하지 못하는 신유리를 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고 위로를 건네듯 천천히 말을 이어갔다.“그런 일은 여자인 너 혼자 감당하게 만들었네... 미안해, 빨리 나타나주지 못해서.”신유리는 이신의 입에서 이런 말들이 나올 줄 몰라 잠시 당황하더니 고개를 저으며 안 무서웠다고 대답하고 싶었지만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어찌 안 무서웠겠는가? 어제 복도에서 버티다 못해 주저앉았을 때의 심정은 지금 생각해도 오금이 저려오는 신유리였다.그 순간, 이신이 큰 손으로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더니 다정하게 위로했다.“이젠 괜
연우진은 잔뜩 긴장한 모습으로 신유리를 바라보며 조심스레 물었고 그녀의 대답에 모든 신경을 다 쏟아 붓는 것 같았다.신유리는 전에 진송백 또한 자신에게 부산에 친척이 있는지 물어보던 일이 생각이 났고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어 연우진에게 되물었다.“왜 물어보는거야?”하지만 연우진은 입을 꾹 닫아버렸고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얼른 부인하더니 말을 꺼냈다.“아니야, 내가 잘못 생각했나보다. 미안.”요즘 일이 바쁜 탓인지 신연과 신유리가 아는 사이 일 것이라고 착각을 한 연우진은 자신의 잘못임을 인정했고 신유리는 평소와 무척이나 다른 그의 모습에 걱정 어린 표정을 하고 물었다.“무슨 일이 있는 거라면 나 먼저 가볼게.”연우진은 입을 조금씩 움직이면서 무슨 말을 하려는 시도를 하였지만 결국 꾹 참아내는 행동을 반복했다. 그리고는 한참 뒤, 낮은 목소리로 결심이라도 내린 듯 신유리에게 말했다.“유리야, 그때 말이야... 왜 계속 서준혁씨랑 헤어지지 않았던 거야?”신유리는 처음으로 자신에게 이런 질문을 하는 연우진이 당황스러웠고 그녀는 그를 유심히 보며 생각했다.[옛날에 대판 싸웠을 때도 이런 건 안 물어보더니...][그냥 아무 말 없이 날 도와주던 애가 왜 이러지?]지금 연우진의 모습과 저번에 말했던 지연이가 생각이 나 신유리는 더욱 더 생각이 많아졌고 그녀는 책상위에 놓인 얼마 마시지도 않은 커피를 보며 아무 감정도 없이 대답했다.“그러게 말이야. 그땐 내가 너무 멍청했어. 누가 와서 말려도 안 될 정도로.”예전의 신유리는 서준혁이 저지른 크고 작은 나쁘고 악한 만행들을 모르는 게 아니라 모르는 척해줬고 한번, 또 한 번 자기 자신을 위로하며 서준혁은 단지 지금 재밌는 게임을 하면서 논다고 생각하려고 애썼다.하지만 결국 서준혁이 가지고 놀던 “장난감”은 신유리였다.연우진은 무거운 마음으로 자리를 지키고 앉아있었고 신유리는 그런 그를 방해하고 싶지 않아 얼마 지나지 않아 자리를 떴다.그녀가 몸을 일으키기 전, 연우진이 대뜸 입을 열었다.“송
그녀의 부름에 서준혁은 살짝 미간을 찌푸린 상태로 천천히 머리를 들고 송지음을 쳐다보았다.송지음은 순간 그의 눈빛에 뜨끔했고 곧이어 온 방엔 서준혁의 냉랭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네가 이석민씨한테 말한 거 그거 다 사실이야?”서준혁에게로 다가가려고 하고 있던 송지음은 발걸음을 멈췄고 첫마디부터 이런 물음을 던지는 그에게 실망한 것 같아 보이는 눈치였지만 그래도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네, 그거 다 경희영씨가 술에 많이 취해서 저한테 알려준 거예요.”그녀의 대답에도 서준혁은 평온한 표정을 유지하고 있었고 까만 눈동자 속에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조차 알리지 않았다.송지음은 마음을 굳게 먹고는 계속 서준혁에게 가까이 다가가며 말을 이어갔다.“오빠, 전에 일은 제가 다 설명할게요. 그러니까 제발 화 좀 풀어요. 네?”서준혁은 말을 하는 송지음을 흘긋 째려보며 물었다.“너는 내가 왜 너를 고소하지 않는다고 생각해?”“네?”송지음은 그의 질문에 어찌할 바를 몰라 했고 서준혁은 손에 들고 있던 펜을 책상위에 툭 던져놓으며 차갑게 말했다.“회사 내 비밀문서들을 팔아넘긴다... 이 하나로도 넌 절대 법의 심판을 피하지는 못 할 거야.”가만히 서있는 송지음은 새하얗게 질려있었고 그녀는 지금 서준혁이 하는 말들이 다 사실이고 그가 무슨 의도를 가지고 있는지를 알아차렸다.서준혁이 송지음을 가만히 내버려두는 건 다 화인 그룹을 위해서이고 그런 줄도 모른 송지음은 사실 그날 이석민에게서 연락이 왔을 때, 그래도 아직 서준혁이 자신을 좋아하고 있다가 혼자 속으로 기뻐하고 있었다.그러나 지금 자신의 앞에 있는 서준혁의 굳은 표정을 보고는 그제야 반응을 했다. 그가 자신을 남겨둔 건 오직 회사를 위해서이고 아직 그녀가 이용가치가 남아있기 때문이라고 말이다.송지음은 포기하지 않았고 이런 저런 생각들을 다 제쳐둔 채, 울먹거리며 입을 열었다.“오빠... 이렇게 독한 사람이었어요? 저 요 며칠 많이 반성했잖아요. 왜 저를 용서하려고 하지 않는 건데요?”
긴 복도와 큰 사무실은 넓기 그지없었기에 하정숙의 까랑까랑한 목소리는 신유리가 무시 할래야 할 수가 없었다.그녀와 하정숙은 아예 모르는 남보다는 조금 친한 사이라고 할 수 있었다. 왜냐하면 신유리는 전에 서준혁 때문에 그녀에게 잘 보이려고 애를 썼기 때문이다.나중에서야 알게 된 사실은 신유리가 무엇을 하든, 어떤 짓을 하던 지간에 하정숙은 그녀를 얕잡아보았고 좀처럼 마음을 열지 않았다.하정숙과 신유리가 제일 많은 소통을 하는 시간은 서씨 집안의 큰 행사나 파티가 있는 날이었고 그때마다 하정숙은 신유리에게 좀 도와달라고 늘 먼저 말을 걸었었다.하지만 대부분 시간 신유리는 하정숙과의 소통과 교류를 숙제삼아, 임무삼아 완수하려고 하였고 그리하여 매일 참고 인내하며 그녀와 함께 했었다.하정숙은 신유리가 어떤 반응도 보이지 않자 화장을 세심하게 한 얼굴엔 미소가 띠었고 고개를 돌려 옆에 있는 주현에게 말했다.“나중에 너랑 준혁이 결혼하면 준혁이를 좀 잘 관리해봐, 회사가 얼마나 성스럽고 중요한 곳인데 개나 소나 다 들어오게 하고 말이야.”그녀의 말에 주현의 시선은 자연스레 하정숙을 타고 신유리에게로 떨어졌고 생긋 웃으며 마치 불난 집 불구경이라도 하듯 대답했다.“화인 그룹의 룰은 잘 모르겠지만 우리 엄마 회사는 절대 잘린 직원을 다시 회사 내에 발 들이게 하지 않던데요.누가 잘 통하는 사이 아니랄까봐 주현과 하정숙은 사람을 조롱하는 말투마저 똑같았고 신유리가 여전히 대꾸조차 해주지 않자 또다시 신유리를 쳐다보며 물었다.“요즘 업무 때문에 화인에 자주 들락거린다고 들었어요. 한 걸음 물러나는 척하며 두 걸음 다가서는 거... 좋은 방법이네요.”신유리는 딱히 아무 감정이 없어 무덤덤한 얼굴로 주현을 쓱 훑어보고는 천천히 입을 뗐다.“화인그룹이랑 버닝스타의 협업을 제가 담당하고 있어서요. 주현 아가씨랑 정숙 부인님이 그렇게 불만이 많으시다면야 직접 서대표님께 가서 합작을 취소하라고 말씀하세요. 위약금만 낸다면야 버닝스타도 의견은 없을 거예요.”그녀는
신유리는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는 눈빛으로 서준혁을 쳐다보았고 사무실은 물을 뿌린 듯 조용했다.그녀는 원래 사무실 안으로 들어올 생각이 없었고 밖의 휴게실에서 서준혁을 기다리려고 하였지만 예상에는 없던 하정숙과 주현을 만나는 바람에 안으로 발을 들인 것이다.신유리는 서준혁의 눈빛을 보곤 주먹을 꽉 쥐며 똑바로 서 있으려고 애를 쓰고 있었지만 그는 그런 그녀를 슬쩍 보고는 여전한 말투로 대답해줬다.“당신을 도와주지 않으면 제가 지음이를 너무 좋아해서 꽉 쥐고 있는 게 됩니까?”“신유리 씨 지금 너무 박력 있습니다?”말을 마친 서준혁은 바로 전화기를 집어 들어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들어오세요.”그가 전화를 끊자마자 이석민이 기다렸다는 듯 사무실로 들어왔고 서준혁은 고개를 들어 이석민을 쳐다보며 말했다.“데리고 나가세요.”이석민은 서준혁의 말에 앞으로 몇 발자국 다가와 신유리에게 천천히 말을 꺼냈다.“신유리 씨, 저랑 가시죠.”서준혁이 지금 신유리와의 대화도, 소통도 거절하고 있다는 것이 확실해졌다. 신유리는 그것을 아는지 무슨 말을 하고 싶어 하는 눈치였지만 그 순간 서준혁의 낮지도 크지도 않은 목소리가 들렸다.“이석민 씨, 마지막으로 경고해주죠. 아무 사람이나 막 제 사무실에 들어올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아시겠어요?”신유리는 턱 끝까지 차올랐던 말들을 다시 삼켰고 서준혁을 뚫어져라 쳐다보고서야 몸을 돌려 자리를 떠났다.이석민은 회사 아래까지 배웅해줬고 둘의 사이는 꽤나 좋았기에 오는 길 내내 조용한 신유리가 걱정됐는지 잠시 생각을 하다 말을 내뱉었다.“택시 불러줄게요.”“아니요, 괜찮아요.”신유리는 그제야 고개를 들어 이석민을 보고는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고 말을 끝내자마자 바로 회사를 빠르게 떠나버렸다.이석민은 그 자리 그대로 서서 신유리의 뒷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바라보다가 발걸음을 다시 회사 안으로 옮겼다.하지만 이석민이 모르는 사실 한 가지는 신유리가 구석진 코너를 돌고나서 한 행동이었다.우울하던 얼굴은 삽시간에
이나의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에 신유리는 당황했다.이신은 더 이상 못 봐주겠다는 듯 말했다.“그만해.”말이 끝나기도 전에 이나의 얼굴에 웃음은 사라졌고 답답하다는 듯 이신을 보며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네 여자 친구가 아니라고 해봐, 이 자리에서 당장 기절할 수도 있어.”이신은 이마에 핏줄이 선명해지며 많이 난처했다.신유리도 마찬가지로 이나 같은 캐릭터는 처음이라 어떻게 말해야 할지 고민하다가 결국 손에 들었던 물건을 내려놓으며 입을 열었다.“안녕하세요. 전 이신의 친구 신유리라고 합니다. 많이 다치셨다고 들었는데 여긴 보양식이에요. 하루빨리 쾌유하시길 바랍니다.”그녀가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 이나는 잠시 침묵을 지키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고맙지만 아직 건강합니다.”이나는 머리에 붕대를 감고 쇄골도 보호대로 고정한 채 두 팔과 다리는 모두 깁스를 하고 있었다. 신유리는 이나의 몸 상태가 좋아 보이지 않았지만 또 묻기에는 난감했다.그저 뒤늦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많이 쉬면 아무래도 좋겠죠.”이나는 피식하고 웃었다.“그래도 프로 카레이서인데 이 정도쯤이야.”제임스는 이내 옆에서 말을 이었다.“네, 매우 강한 여자입니다.”“한국어를 제대로 배우기 전까지 말하지 말아 줄래?”이신은 빈틈도 없이 제임스의 말을 가로챘다.두 사람은 너나 할 것 없이 한국어에 영어를 섞어가며 말다툼 했다.“신경 쓰지 마. 어쩌면 둘만의 애정 표현이야.”이신은 옆에서 한편으로 난감하고 한편으로 어이없었다.신유리는 이신을 바라보며 말했다.“누나랑 사이가 좋아 보이네.”이신은 평소 허경천 그들과도 사이가 좋았지만 이나 앞에서 긴장을 풀지 않았다.이신은 짧게 대답했다.“어릴 때부터 함께 자랐어.”그가 말을 마치자마자 이내 이나의 맑은 목소리가 들려왔다.“제수씨, 번호라도 교환하시죠. 이신이 감히 괴롭히기라도 하면 저를 찾아오세요.”이나가 너무 열정적으로 말하는 바람에 신유리는 거절하기도 난감했다.이신이 옆에서 입을 열었다.“누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