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유리는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는 눈빛으로 서준혁을 쳐다보았고 사무실은 물을 뿌린 듯 조용했다.그녀는 원래 사무실 안으로 들어올 생각이 없었고 밖의 휴게실에서 서준혁을 기다리려고 하였지만 예상에는 없던 하정숙과 주현을 만나는 바람에 안으로 발을 들인 것이다.신유리는 서준혁의 눈빛을 보곤 주먹을 꽉 쥐며 똑바로 서 있으려고 애를 쓰고 있었지만 그는 그런 그녀를 슬쩍 보고는 여전한 말투로 대답해줬다.“당신을 도와주지 않으면 제가 지음이를 너무 좋아해서 꽉 쥐고 있는 게 됩니까?”“신유리 씨 지금 너무 박력 있습니다?”말을 마친 서준혁은 바로 전화기를 집어 들어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들어오세요.”그가 전화를 끊자마자 이석민이 기다렸다는 듯 사무실로 들어왔고 서준혁은 고개를 들어 이석민을 쳐다보며 말했다.“데리고 나가세요.”이석민은 서준혁의 말에 앞으로 몇 발자국 다가와 신유리에게 천천히 말을 꺼냈다.“신유리 씨, 저랑 가시죠.”서준혁이 지금 신유리와의 대화도, 소통도 거절하고 있다는 것이 확실해졌다. 신유리는 그것을 아는지 무슨 말을 하고 싶어 하는 눈치였지만 그 순간 서준혁의 낮지도 크지도 않은 목소리가 들렸다.“이석민 씨, 마지막으로 경고해주죠. 아무 사람이나 막 제 사무실에 들어올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아시겠어요?”신유리는 턱 끝까지 차올랐던 말들을 다시 삼켰고 서준혁을 뚫어져라 쳐다보고서야 몸을 돌려 자리를 떠났다.이석민은 회사 아래까지 배웅해줬고 둘의 사이는 꽤나 좋았기에 오는 길 내내 조용한 신유리가 걱정됐는지 잠시 생각을 하다 말을 내뱉었다.“택시 불러줄게요.”“아니요, 괜찮아요.”신유리는 그제야 고개를 들어 이석민을 보고는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고 말을 끝내자마자 바로 회사를 빠르게 떠나버렸다.이석민은 그 자리 그대로 서서 신유리의 뒷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바라보다가 발걸음을 다시 회사 안으로 옮겼다.하지만 이석민이 모르는 사실 한 가지는 신유리가 구석진 코너를 돌고나서 한 행동이었다.우울하던 얼굴은 삽시간에
이나의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에 신유리는 당황했다.이신은 더 이상 못 봐주겠다는 듯 말했다.“그만해.”말이 끝나기도 전에 이나의 얼굴에 웃음은 사라졌고 답답하다는 듯 이신을 보며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네 여자 친구가 아니라고 해봐, 이 자리에서 당장 기절할 수도 있어.”이신은 이마에 핏줄이 선명해지며 많이 난처했다.신유리도 마찬가지로 이나 같은 캐릭터는 처음이라 어떻게 말해야 할지 고민하다가 결국 손에 들었던 물건을 내려놓으며 입을 열었다.“안녕하세요. 전 이신의 친구 신유리라고 합니다. 많이 다치셨다고 들었는데 여긴 보양식이에요. 하루빨리 쾌유하시길 바랍니다.”그녀가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 이나는 잠시 침묵을 지키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고맙지만 아직 건강합니다.”이나는 머리에 붕대를 감고 쇄골도 보호대로 고정한 채 두 팔과 다리는 모두 깁스를 하고 있었다. 신유리는 이나의 몸 상태가 좋아 보이지 않았지만 또 묻기에는 난감했다.그저 뒤늦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많이 쉬면 아무래도 좋겠죠.”이나는 피식하고 웃었다.“그래도 프로 카레이서인데 이 정도쯤이야.”제임스는 이내 옆에서 말을 이었다.“네, 매우 강한 여자입니다.”“한국어를 제대로 배우기 전까지 말하지 말아 줄래?”이신은 빈틈도 없이 제임스의 말을 가로챘다.두 사람은 너나 할 것 없이 한국어에 영어를 섞어가며 말다툼 했다.“신경 쓰지 마. 어쩌면 둘만의 애정 표현이야.”이신은 옆에서 한편으로 난감하고 한편으로 어이없었다.신유리는 이신을 바라보며 말했다.“누나랑 사이가 좋아 보이네.”이신은 평소 허경천 그들과도 사이가 좋았지만 이나 앞에서 긴장을 풀지 않았다.이신은 짧게 대답했다.“어릴 때부터 함께 자랐어.”그가 말을 마치자마자 이내 이나의 맑은 목소리가 들려왔다.“제수씨, 번호라도 교환하시죠. 이신이 감히 괴롭히기라도 하면 저를 찾아오세요.”이나가 너무 열정적으로 말하는 바람에 신유리는 거절하기도 난감했다.이신이 옆에서 입을 열었다.“누나가
사실 신연이란 이름은 서준혁에게 낯설지 않았다.부산시에 신경 쓰는 사람이라면 다 아는 이름이었다.불과 몇 년 사이에 허경의 인턴에서 총경리로 승진하였고 최근에는 더욱 독한 수단을 써서 허경의 그 노인네들까지 직접 제압하였다.그래서 허경 그룹이 성을 바꾸는 것은 시간문제였다.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신연은 올해 24세에 불과하다는 점이다.서준혁은 우서진의 말을 곱씹으며 새까만 눈동자에 생각이 솟구쳤다.우서진은 눈치채고 그를 더 이상 방해하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정보는 알려줬으니 난 이만 갈게. 이정이 기다리고 있어.”말을 이어가던 그는 갑자기 뭔가 생각난 듯 발걸음을 옮기더니 서준혁을 향헤 눈꼬리를 치켜세우며 물었다.“들은 데 의하면 벌써 신유리를 데리고 서준혁 부모까지 만났다던데.”그는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역시 신유리 이 여자는 밑지지 않는다니까.”서준혁은 눈꺼풀을 치켜올리며 그를 바라보더니 차츰 평온해지더니 결국 차갑게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말 다 했으면 그만 나가.” 우서진은 어깨를 들썩이면서 오히려 서준혁의 차가운 말투에 일도 개의치 않았다.“대표님께서 참 무정하셔. 오늘 밤 술 한잔 마시고 싶은데 넌 아마 시간이 없겠지?”“나가.”우서진은 외투를 챙겨 여유롭게 사무실을 나섰다.그가 문을 나서는 순간, 마침 이석민이 서류 두 개를 안고 걸어왔다.이석민은 고개를 약간 끄덕이며 그와 인사를 나눈 후에야 문을 밀고 사무실로 들어갔다.“대표님, 새로 만든 기획안입니다.”서준혁은 무표정한 얼굴로 눈을 반쯤 감은 채 이석민에게 물었다.“버닝 스타 쪽은 요즘 어떻게 돼갑니까?" 이석민은 멈칫하더니 솔직하게 대답했다.“2단계는 곧 완공될 것 같습니다. 버닝 스타 쪽에서 몇 번 와서 다음 단계 송금을 요구했는데 요즘 회사 상황이 좋지 않아서 시간 내서 해결하기 어렵다고 했습니다.”신유리는 이석민의 전화를 받고 저녁 먹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이석민의 여전히 공적인 일은 공적으로 해결하려는 태도였다.“메시지 남긴
신유리의 이 말은 다소 자조적이었다.비록 틀린 말은 아니었다. 확실히 서준혁은 지난번 그의 사무실에서 주현과 하정숙을 만났을 때 직접 뱉은 말이었다.신유리의 성격은 인자하지만 그래도 한계가 있었다.송지음의 일도 아직 처리되지 않아서 좋은 태도로 서준혁을 대하기는 어려웠다.그래서 요즘 버닝 스타와 화인 그룹의 일은 당분간 허경천이 맡고 있었다.이번에도 허경천은 화인 그룹의 사람들과 연락이 안 돼서 신유리가 직접 이석민한테 연락한 것이었다.그녀는 속눈썹을 떨더니 서준혁을 바라보았다.커피숍 안에는 사람이 별로 없어서 단지 느리고 경쾌한 피아노곡 한 곡만 울려 퍼졌다. 서준혁의 새까만 눈동자 속에 신유리의 그림자가 비쳤다.그는 손가락을 굽혀 손가락 마디로 탁자 위를 덤덤하게 두드리더니 피식 웃으며 말했다.“내 탓이라는 거네?” 신유리는 눈을 내리깔고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대표님께서 생각이 많으신 것 같네요. 전 그저 이런 상황에 대해 말했을 뿐이에요.”서준혁은 새까만 눈동자에 냉소가 스쳐 지나갔지만 신유리의 안색은 전혀 변함없었다. “대표님.”옆에 있던 이석민은 상황을 보더니 낮은 목소리로 서준혁에게 주의를 주었다.“4시에 미팅이 잡혀있어서 아직 40분 남았습니다.”서준혁은 차가운 눈빛으로 그를 훑어보더니 이내 신유리를 바라보았다.그의 목소리는 냉담했고 얼굴의 감정도 모두 거두어들인 채 공적인 일은 공정하게 처리하려는 모습이었다.“3단계 기획안과 2단계 보고서까지 모두 올리고 나서 재무부를 찾아가 송금받으세요.”이건 거의 다 됐다는 뜻이었다.신유리는 원래 서준혁이 또 트집을 잡으면서 며칠을 끌 줄 알았는데 이번에 이렇게 시원시원하게 처리할 줄은 몰랐다.그녀는 자신의 가방에서 서류 한 장을 꺼내 서준혁 앞으로 내밀며 말했다. “럼 대표님께서 먼저 서명해 주세요.”서준혁은 신유리가 정 없이 서류를 내밀자 순간 눈살을 찌푸렸다.그는 이내 눈을 내리깔고 입을 오므린 채 양미간 사이도 어둡게 드리워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초가을의 바람은 차가웠다. 신유리가 말을 하기도 전에 이신이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 “이마가 왜 이렇게 차? 옷 너무 얇게 입은 거 아니야?”신유리는 머리를 옆으로 돌리며 이신의 손을 피했다. 그리고 고개를 가로저으며 대답했다. “바람 때문에 그래.”이신은 그녀가 분명히 피하는 모습에도 별로 개의치 않았다. 그는 손을 거두어들이며 신유리 머리 위에 있는 청록색의 작은 덩굴을 가리키며 말했다. “가시 있으니까 조심해.”신유리는 그제야 그가 가리키는 덩굴을 보았다. 청록색의 덩굴 위로 파란색 작은 꽃들이 피어있었고 꽃 옆에는 작고 뾰족한 가시들이 나 있었다. 자세히 보지 않으면 전혀 알리지 않았다. 이쪽은 모두 오래된 집이라 집집마다 지붕이나 베란다가 이런 덩굴에 둘러싸여 있었다. 신유리는 처음에 평범한 식물로 알고 별로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 그녀는 뭔가 이상한 듯 물었다. “왜 집집마다 이 식물을 심는 거야?”“예전엔 안전을 위해서 심었어. 이 식물은 날카로운 가시가 있어서 좋은 보안 수단이었어.”이신이 말을 마치자 신유리는 그제야 그가 거둬들인 손등이 약간 붉어진 것을 발견했다. 그녀는 미간을 찌푸리며 이신을 향해 물었다. “손 좀 보여줘 봐.”이신은 잠시 멈칫하다가 손을 신유리 앞으로 내밀었다. 손등은 가시에 긁힌 상처가 나 있었다. 비록 상처가 심하지는 않았지만 붉게 부어올랐다. 신유리는 그 몇 갈래의 긁힌 자국을 보면서 가책을 느꼈다. “미안해. 나 때문에 다쳤네.”이신은 대수롭지 않은 듯 손을 거두어들이며 말했다. “아무것도 아니야.”그 가시의 날카로운 정도를 신유리가 모르는 것도 아닌 데다가 이미 이신의 손등에 상처까지 나 있었다.신유리는 눈을 내리깔며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말했다. “내 기억이 맞으면 앞에 진료소가 있었던 것 같아. 같이 가자. 네 손이 얼마나 귀중한 손인데.”이신은 버닝 스타의 디자이너로서 평소 전시회의 설계도마저도 그가 그려야 하는 상황인데 신유리는 이대로 그냥 놔둘 수 없었다. 그
한참이 지나서야 헛구역질이 사라졌다. 신유리는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눈꺼풀을 치켜올렸다. 이신은 그녀에게 휴지를 건네며 걱정했다. “왜? 어디 아파?”신유리는 머리를 흔들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도 왜서인지 마음이 갑자기 두근거리는 느낌이 들었다. 그녀는 당황한 마음을 달래려고 자신의 명치를 눌렀다. 다만 그 후 그녀는 더 이상 레이싱할 흥미가 없었다.그녀의 심드렁한 모습을 보자 이신은 손에 든 헬멧을 내려놓으며 낮은 소리로 말했다. “다음에 다시 올까? 오늘은 일찍 들어가 쉬어.”신유리는 손을 들어 자신의 이마에 손을 대보더니 그만 머리를 끄덕였다. “아마도 환절기라 감기 기운이 있는 것 같아.”돌아가는 길에 아까 같은 구역질 증상은 잠시 나타나지 않았다. 신유리는 잠시 쉬었다가 정말 환절기에 마침 감기 걸렸나 보다 싶었다. 별장으로 돌아가자마자 그녀는 이신에게 말하고 방으로 돌아가 쉬었다. 거실에 앉아 있던 임아중은 신유리가 자신을 못 본척하자 이신에게 물었다. “뭔 일 있어?”“컨디션이 별로 안 좋아.”이신은 임아중에게 물었다. “넌 웬일이야?”임아중은 다소 불만스럽다는 듯이 말했다. “뭐가 웬일이야? 이나 언니가 다친 것도 나한테 안 알려주고. 너 정말 그럴 거야?”이신은 눈을 내리깐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임아중은 잠깐 침묵하더니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아저씨께서 우리 아빠를 찾아갔어. 사실 네가 다시 이씨 가문으로 돌아가길 여전히 바라고 있어.”“나와 우리 아빠는 네가 먼저 그 일들을 잠시 내려놓고 어쨌든 먼저 재산을 가지고 와서 다시 이야기해야지. 그게 아니면 정말 이정한테 줄 거야? 걔한테 너무 잘해주는 거 아니야?”이씨 가문의 골치 아픈 일들은 사실 임아중이 생각해도 돌아가서 참견하고 싶지 않을 정도였다.그러나 이씨 가문도 작은 집안이 아닌 만큼 이신이 정말로 자신의 권리를 포기한다면 사실 손해가 너무 크다. 임아중은 엄청 진지하게 말했지만 그에 비해 이신은 담담한 표정으로 말
신유리가 하나하나 검사를 하러 갈 때마다 임아중은 그녀의 뒤를 따라다니며 결과가 나올 때까지 침묵을 지켰다. 리스트를 말없이 뚫어져라 바라보는 신유리의 표정은 너무 차분해서 되려 무서웠다.그러나 임아중은 그녀의 온몸이 작게 떨리는 것을 똑똑히 볼 수 있었다. 검사 결과에 따르면 태아는 이미 2주가 되었다. 임아중은 참다못해 입을 열었다. “설마 지난번에 제대로 피임 조치를 하지 못해서 그런 거야?”신유리는 검사 결과를 보면서 말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숨이 올라오지 않았다. 마치 바닷물이 뼈 틈틈이 스며들어 가듯 온몸이 아파 났다. 그녀는 심지어 어떤 감정으로 받아들여야 할지도 몰랐을 뿐 오직 막연함 뿐이었다. “유리야?”임아중의 부름소리가 그녀를 현실로 당겨왔다. 그녀는 눈꺼풀을 치켜올리며 임아중을 바라보았다. 임아중은 전혀 빛이라고 없는 그녀의 눈을 마주하며 마음이 아득해졌다.“누구 애야?”사실 임아중도 많이 놀랐다. 그녀는 워낙 개방적인지라 성인 여성이 사생활을 즐기는 것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지난번 신유리를 호텔에서 우연히 마주쳤을 때도 별다른 생각이 없었다. 다만 신유리가 임신할 줄은 전혀 몰랐다. 게다가 그녀의 표정을 보아하니 자신도 생각조차 못 한 모양이었다. 더군다나 제일 어려운 문제는 아이의 아빠를 알아내는 것이다. 복도는 사람들로 북적거렸고 신유리의 가슴은 누군가 꽉 움켜잡은 듯 입을 벌려도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몰랐다. 임아중은 눈을 가늘게 뜬 채 자신도 말이 안 된다고 생각되는 이름을 꺼냈다. “설마 서준혁이야?”신유리는 침묵했다. 임아중은 단번에 멍해졌다. “준혁이랑 계속 만났었어?”“아니.”신유리는 거의 쉬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무표정한 얼굴이 마침내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나도 지금 어떻게 된 일인지 모르겠어.”임아중은 신유리의 말을 들으며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그녀는 신유리를 위로하고 싶었지만 결국 내뱉은 말은 이 한마디뿐이었다.“어떻게 할 생각인데?”
이신이 너무 뚫어져라 쳐다보는 바람에 서주혁은 보지 않으려 해도 어려웠다. 그는 울타리 밖에서 서서 어두운 시선으로 이신을 마주 바라보며 조금도 물러설 의사가 없었“매우 한가해 보이는데 이정이 당신을 이 씨네 가문에서 내보낼까 봐 두렵지도 않으세요?”이 목소리는 눈감고 들어도 우서진이었다. 그는 가방에서 담배 한 대를 꺼내 입에 물고 무심히 불을 붙였다. 이신은 양미간을 찌푸리며 눈치채지 못하게 신유리 앞을 막아서더니 고개를 들며 말했다. “어쩐지 이정이 요즘 까불더라니, 우 씨네 집에 붙었네요.”우서진이 웃으며 대꾸했다. “윈윈하자는 거지.”그가 담배를 태우자 신유리는 냄새에 민감하다 보니 코가 자극되었다. 신유리는 또 구역질이 나려고 하자 이내 뒤로 물러섰다. 이신은 그녀의 불쾌함을 눈치채고 멈칫하더니 손을 내들어 신유리 앞에 다가가 자신의 손바닥으로 그녀의 코를 막아주었다. 신유리는 불편함을 참으며 고개를 들어 이신을 바라보았다. 이신은 낮은 소리로 말했다. “불편하면 먼저 들어가.”이신은 비록 종종 현장에 나가지만 결벽증이 있다 보니 그한테서 항상 깔끔하고 깨끗한 냄새가 났다. 옅은 박하 냄새도 나서 맡고 있으면 매우 편안해졌다. 신유리는 눈을 내리깐 채 그의 손바닥을 바라보며 말했다. “고마워.”주변을 의식하지 않는 그들은 보기에 다정했다. 서준혁의 얼굴에는 아무런 표정도 일지 않았지만 눈에는 그윽한 정서가 어리며 천천히 깊어졌다. 마치 아침의 햇살마저도 차가운 그를 녹일 수 없을 것 같았다. 신유리도 자연히 그의 그윽하고 차가운 시선을 느낄 수 있었다. 다만 지금 서준혁을 보고 있으면 머릿속이 복잡해 났다. 그녀는 서준혁에 눈길 한 번도 주지 않은 채 이신에게 작은 소리로 말했다. “그럼 먼저 들어갈게. 나중에 다시 얘기해.”다만 떠나기도전 에 갑자기 서준혁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석민이 말하기를 버닝 스타의 기획안과 총합 부분이 아직 제출되지 않았다고 하던데요. 보아하니 송금을 그다지 서두르지 않아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