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나 말고 다: Chapter 261 - Chapter 2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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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1화
어르신의 어조에는 얼마간의 명령이 들어있었다. 서준혁은 무거운 눈빛으로 잠시 멈칫하더니 이내 해명했다. “저 바빠요. 시간 낭비하고 싶지 않아요.”“내가 아침밥을 먹으라고 한 것이 시간을 낭비하는 것이냐?”어르신의 얼굴색은 단번에 어두워졌다. 그의 주름이 가득한 얼굴에 이내 불쾌감이 어렸다. 신유리는 손을 씻고 느릿느릿 식탁 앞에 앉아 고개를 숙인 채 류 사부님을 도와 수저를 세팅했다. 어르신과 서준혁 사이의 일에 그녀는 끼어들 자격도 없었고 딱히 무슨 말을 할지도 몰랐다.서준혁의 얼굴에 피곤함이 가득 차 있었고 깊고 그윽한 동공은 고요해지더니 결국 식탁에 마주 앉았다. 할아버지는 안색이 조금 나아졌다. 그는 윗자리에 앉았고 서준혁과 신유리는 그의 옆에 마주하고 앉았다. 신유리 앞에는 제비집이 놓여있었는데 할아버지께서 입을 열었다. “여자애들이 많이 먹으면 미용에 좋다더라.”신유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할아버지의 관심에 감사를 드렸다. 서준혁은 옆에서 할아버지의 냉대를 받고 있었다. 그 역시도 아무 말 없이 조용히 밥 먹고 있었다. 아침 식사 시간 별다른 교류는 없었다. 할아버지께서 여러 화제를 꺼내도 서준혁과 신유리는 눈치껏 말을 돌리곤 했다. 밤새 내리던 비는 그제야 조금 약해졌다가 다시 더 세게 내리는 추세였다. 서준혁은 조급해 보일 정도로 급하게 외출했다.원래 신유리도 가려고 했는데 할아버지께서 바깥 날씨를 보더니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아직도 많이 흐렸다. 좀 개이면 떠나거라.”신유리는 거절하려고 했지만 할아버지께서 탄식하는 소리에 멈칫했다. “유리야, 이 늙은이가 많이 귀찮게 굴었지. 이제 몇 년이 더 남았는지도 모르겠다. 제일 걱정되는 게 준혁이다. 성격이 집요해서 한곳으로 파고들기 좋아하는 데다가 충고도 듣지 않으니.”신유리는 눈을 내리깔고 대꾸하지 않았다. 어르신께서 돌아온 며칠 동안 의도가 너무 뚜렷했다. 여전히 그녀와 서준혁을 다시 이어주려고 한다. 웃어른인지라 신유리는 너무 무정하게 말하지는 못하고 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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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2화
송지음의 눈에서 분출된 강렬한 원한을 경희영은 모두 눈여겨보았다. 그러나 겉으로는 조금도 드러내지 않고 오히려 모르는 척하며 송지음을 관심했다. “왜 갑자기 안색이 안 좋아?”그는 손을 뻗어 송지음의 이마에 올렸다. “또 열이 나는 거 아니야?”갑자기 가까이 다가오자 그의 향수 냄새가 순식간에 송지음을 감싸왔다. 그녀는 멍하니 경희영을 바라보며 괜히 센 척하며 고개를 흔들었다. “난 괜찮아.”경희영은 더욱 안쓰러운 얼굴로 자연스레 송지음을 품에 끌어안으며 다정하게 위로했다. “바보야, 기분 나쁘면 나한테 말해야지. 말 못 할 게 뭐가 있어.”송지음은 손에 핸드폰을 쥔 채 천천히 주먹을 움켜쥐었다. 낯선 남자의 뜨거운 숨결은 순식간에 그녀를 정신 차리게 했다. 그녀는 순간적으로 경희영을 밀어내자 그는 되려 그녀를 더욱 꽉 끌어안았다. 송지음은 잠시 몸부림치는 척 하더니 아예 품에 안긴 채 낮은 소리로 흐느끼기 시작했다. 신유리는 인화 그룹에서 나온 후 곧바로 별장으로 향했다. 별장에는 임아중만 남아있었고 모두 공사 현장으로 가고 없었다. 비가 오더라도 일을 서둘러야 했다. 신유리는 임아중과 안사를 나눈 후 서재로 돌아가 일을 처리하려고 했다. 필경 어젯밤 채리영쪽에서 새로운 요구를 추가했으니 말이다. 임아중은 소파에 앉아 게임을 하고 있었다. 그녀는 눈꺼풀을 치켜들더니 신유리에게 물었다. “어젯밤에 호텔에서 잤어?”신유리는 흠칫 놀란 채 가슴이 두근거렸다. “왜?”“이신이 그러는데 어제 비가 너무 세서 네가 호텔에서 하룻밤 묵었다던데. 난 어제 너랑 얘기 나누고 싶었거든.”임아중은 의아해서 물었다.“왜? 어젯밤 호텔에 묵은 거 아니었어?”신유리는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담담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호텔에 있었어.”임아중은 짧게 대꾸했고 신유리는 이내 몸을 돌려 서재로 갔다. 신유리가 한참 일을 보다가 고개를 들어보니 폭우는 이미 약해져 보슬비가 내리고 있었다. 때마침 이신도 돌아왔고 임아중은 큰 테이블 한가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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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3화
주국병은 특유의 악랄한 표정을 하고 비웃음 섞인 눈빛으로  신유리를 쳐다보며 누런 이빨을 내비추며 말을 했다.“네가 나를 고소하지 않겠다고만 하면 내가 모든 증거를 다 줄게, 그리고 여우같은 여자가 네 엄마를 세뇌시킨게 한 두 번이 아니잖아?”주국병은 일부로 목소리를 내리깔며 엄숙한 분위기를 잡으려고 애쓰며 말을 이어갔다.“어때? 꽤나 솔깃한 제안이지?”신유리는 평온하고도 묵묵한 태도로 그를 쳐다보았다.이연지의 동태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사람이 주국병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하지만 신유리가 맨 먼저 주국병을 찾아오지 않은 제일 큰 이유는 바로 주국병이 교활하고도 악한 인간이라 제대로 된 말들을 하지 않을 것을 파악하고 있었기 때문이다.신유리가 말없이 주국병을 빤히 쳐다보았고 주국병은 그런 신유리가 두렵지도 않은지 여전히 말을 하고 있었다.“어차피 물건은 내 손에 있어, 네가 허락 하던 안 하던 그건 네 맘 대로지.”교도소에서 나오는 순간까지도 신유리의 안색은 변하지 않았고 옆에 있던 연우진이 조심스레 물었다.“주국병 그 사람이 말한 거... 정말 생각 없어?”“없어. 있어서도 안 되고.”신유리가 단호하게 대답했다.외할아버지를 돌아가시게 만든 사람도, 실제로 몹쓸 생각을 행동으로 옮긴 것도 주국병이기에 송지음의 증거 하나를 얻자고 살인자를 풀어줄 생각은 1도 없는 신유리였다.그리고 특히 주국병의 말은 별로 믿을 수가 없다는 것도 알기에 섣불리 행동해서도 안 된다.연우진이 단호한 그녀의 대답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대화주제를 바꾸기 위해 신유리를 데리고 주차장 쪽으로 걸어갔다.“서준혁씨 할아버지가 오셨대, 듣기론 다음 주에 서씨 집안에서 할아버님 생신도 같이 보낸다고 하던데?”“너는 갈 거야?”연우진이 신유리를 바라보며 천천히 물었다.이 업계사람들은 아무리 사람이 많아도, 또한 볼품없이 적어도 무조건 다 만날 수밖에 없다. 더욱이 서씨 집안과 연씨 집안 사이도 아주 좋기에 연락도 꾸준히 하는 사이었다.그러기에 연우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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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4화
서준혁과 송지음이 신유리 때문에 심하게 다퉜다는 사실은 빠르게 소문이 퍼졌다.필경 송지음이 비서실로 돌아왔을 때 안색은 매우 안 좋았기 때문이다.그저 영화를 보듯이 흥미진진해 하는 사람들의 눈빛은 송지음으로 하여금 화가 나고도 속상하게 하였다.그녀는 서준혁이 끝까지 신유리를 감싸는 모습에 두 사람 사이가 평범하지만은 않다는 경희영의 말이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이런저런 생각으로 머리가 너무 복잡해진 송지음은 생각하면 할수록 서운함이 물 밀 듯 밀려와 눈물을 참기가 힘들었고 그러던 와중 책상위에 놓인 핸드폰이 울렸다.[지음씨, 점심 같이 먹을까요? 내 친구가 레스토랑 오픈했다는데 꽤 맛있을 거예요. 지음씨 데리고 가고 싶어서...]경희영에게 보내온 문자였다.송지음은 약간 망설이는 듯싶더니 바로 답장을 보냈다.[좋아요.]신유리는 화인에서 일을 하지 않아도 양예슬이라는 “스피커”가 있기에 송지음의 상황을 하나도 빠짐없이 알고 있었다.서준혁과 송지음은 여전히 냉전 중 이었지만 서준혁은 아랑곳 않고 부산으로 출장을 나갔고 그 때문인지 송지음은 매일 굳은 표정으로 출퇴근을 하더니 조퇴와 지각횟수가 더욱 많아졌다.[요즘 지음씨 혼자 막 나대는 거죠. 회사가 진짜 자기 집 인 것 마냥 행동하고... 근데 저번에 송지음이랑 어떤 남자가 같이 영화 보는 모습을 오청아씨가 봤대요! 재밌죠?]신유리는 양예슬이 보내온 문자들에 대충 답장을 해주고는 바로 업무에 몰두했다.서준혁의 할아버지는 아침부터 전화를 걸어 그녀더러 저녁에 일찍 오라고 당부했다.서씨 가문에서는 특별히 할아버지를 위한 생일파티를 준비했기에 신유리는 매우 성대할 줄 알았지만 서창범은 오직 서씨 가문과 사이가 좋은 몇몇 친구들만 초대하여 아주 소소했다.생일파티 장소는 화려한 장식들로 둘러싸인 야외에서 하였고 가을이 다가오고 있는 탓인지 날씨는 조금 쌀쌀했다.신유리는 연우진과 함께 약속장소로 도착하였고 연씨 가문과 서씨 가문은 듣던대로 사이가 몹시 좋아보였다.할아버지는 일찍부터 유원장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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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5화
서준혁의 말에는 조롱이 섞여있었고 그걸 들은 신유리는 입을 꾹 다물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신유리는 확실히 할아버지가 치마에 그려진 아이리스 꽃을 좋아하는 것을 알고 있었다.하지만 더 자세히 말하자면 할아버지가 아닌 서준혁의 할머니가 좋아하셨던 꽃이다.전에 할아버지는 화원에 아이리스 꽃을 가득 직접 심었고 그중 일부분은 신유리가 할아버지를 도와 같이 하였다.그러기에 임아중이 이 스타일을 추천했을 때 군말 없이 바로 허락했던 것이다.하지만 한 가지 서준혁이 잘 못 말한 점이 있었다.신유리는 평온한 표정을 하고 서준혁을 쳐다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그렇게 신경 쓰실 거면 왜 할아버님 대신 그 선물을 도로 가져가지 않는 건가요?”그녀의 물음에 서준혁의 눈빛이 조금 흔들리는 듯싶더니 담담한 말투로 대답했다.“저랑 무슨 상관이 있는 겁니까?”서준혁은 말을 마치자마자 바로 몸을 돌려 파티가 진행되고 있는 안으로 향했고 그가 도착한 것을 발견한 할아버지의 표정은 점차 풀려갔다.할아버지는 서준혁의 브로치인 아이리스 꽃 장식을 보고 멍하니 있다가 얼굴에 온정을 띠더니 말을 했다“문희가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네 할미가 너를 얼마나 예뻐했는데.”서준혁은 고개를 숙인 채 할아버지 말만 듣고 있을 뿐이었다.신유리가 들어오자 파티가 곧 시작되려고 하는 분위기였고 할아버지는 제일 앞자리에 앉아 신유리를 보고는 손을 흔들며 말했다.“유리야, 여기 와서 앉으렴.”할아버지의 주위를 쓱 둘러본 신유리는 하정숙과 서창범은 할아버지의 오른쪽에, 왼쪽엔 서준혁이 자리를 잡고 있었고 마침 그의 옆자리 하나가 비어있었다.[아... 좋은 자리는 아닌데.]할아버지의 말에도 침묵을 유지하던 신유리는 연우진을 발견하고는 말을 꺼냈다.“괜찮아요, 저 여기 앉으면 돼요.”그녀의 대답에 할아버지는 미간을 잔뜩 찌푸리고는 물었다.“밥 한 끼조차 나랑 같이 먹기 싫은 게냐?”신유리는 그 말에 잠시 굳었다가 이어 대답을 하려는 순간 서준혁의 핸드폰이 요란하게 울려댔다.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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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6화
신유리의 말에 서준혁의 눈빛은 마치 그녀를 비웃듯이 변해갔고 웃음을 참지 못하며 대답했다.“아니, 정말 자기 자신을 이 집 주인이라고 생각하는 겁니까?”그의 말소리는 큰소리가 아니었지만 신유리를 내리까려는 의미는 아주 그득하게 담겨있었다.신유리는 아무렇지도 않은 모습을 유치하며 서준혁에게 말했다.“전 그냥 불필요한 위험한 일은 굳이 하지 않고 피하셨으면 좋겠는 마음에 그런 거예요.”서준혁이 송지음을 데리고 이곳에 올 거였으면 신유리에게는 살짝 귀띔을 해줘야했다. 그래야  그녀가 자연스럽게 자리를 피해주며 송지음의 자리를 뺏지 않고 이렇게 어색하고 흐린 분위기마저 조성하지 않아도 되니까 말이다.“위험? 무슨 위험인지 똑똑히 말해 봐요.”서준혁이 물었다.그는 고개를 들어 신유리를 쳐다보았고 냉랭하고 차가운 눈빛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싸늘하게 만들었다.서준혁은 살짝 망설이더니 결심이라도 한 사람마냥 다시 물었다.“신유리씨는 자기 자신이 제가 피해야 할 위험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나 봅니다?”그는 입 꼬리를 치켜 올리며 물었고 신유리를 바라보는 눈빛은 더욱 차가워졌다.“신유리씨 다른 건 몰라도 자신감 하나는 인정합니다.”가만히 듣고 있던 신유리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을 하려고 하는 순간 옆에 있던 할아버지의 기침소리가 들려왔다.할아버지는 잔뜩 찡그린 표정을 하고 서준혁을 쳐다보며 소리쳤다.“개 같은 놈! 유리는 내가 직접 초대한 사람이다. 그렇게 마음에 안 든다면 네가 꺼지 거라. 그리고 네가 데려온 그 비서도 같이 말이다.”그는 기침을 콜록콜록하면서도 서준혁에게 노발대발하며 외쳤다.할아버지는 서준혁이 자신의 생일파티에 송지음을 데려온 것에 대해 정말 화가 머리끝까지 차올랐던 모양이다.서준혁은 할아버지의 밑에서 자랐던 터라 할아버지가 화를 내자 머리를 수그린 채 어떠한 말도 하지 않았다.가만히 앉아있는 신유리를 할아버지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위로해주며 말했다.“유리야, 걱정하지마라. 이 새끼가 널 괴롭히기라도 한다면 내가 너 대신 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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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7화
송지음이 어떤 대답도 못하고 있을 때 할아버지가 화가 잔뜩 난 채로 외치는 소리가 파티장소에 울려 퍼졌다.“준혁아, 넌 내가 경호원을 불러 비서를 쫓아내야만 만족하는 거냐?”할아버지의 고함소리에 서준혁이 잠간 굳더니 송지음을 싸늘하게 쳐다보던 눈빛을 거두고는 천천히 말했다.“내가 사람 불러서 너 데려다 주라고 할게.”말을 마친 그는 송지음이 대답도 하기 전에 바로 몸을 돌려 그녀 곁에서 떠났다.서준혁은 어렸을 적부터 지금까지 할아버지 밑에서 자란 아이고 서씨 집안에서도 가장 권위 있는 할아버지에게 송지음은 하필이면 하지 말아야 할 말을 마구 꺼낸 것이다. 서준혁의 마음속에 할아버지가 차지하고 있는 비중이 얼마나 큰지도 모르고.서준혁이 떠나고 송지음은 그제 서야 자신이 어떤 말을 했었는지를 깨달았고 얼굴은 순식간에 새하얗게 질려갔다.[난 그 뜻이 아니었는데...][난 그냥 너무 급한 마음에...]하지만 송지음이 뭐라고 설명할 틈도 없이 하정숙과 서창범이 줄을 이어 나왔고 하정숙은 그녀를 보며 한마디 툭 뱉었다.“경호원은요? 이곳이랑 상관없는 사람은 얼른 내보내지 않고 뭐해요?”가족사진을 찍는 장소는 파티 장소 옆에 준비된 다른 커다란 식장이었고 안에는 화려한 장식들이 즐비해있었다.신유리는 방금 전 조용한 곳에서 고객의 전화를 받느라 무슨 상황이 펼쳐진 것인지 몰랐지만 들어서는 순간 뭔가 달라진 분위기에 눈치를 보고 있었다.서준혁은 늘 그랬듯 무표정으로 소파에 앉아있었고 할아버지는 표정이 쌔하게 굳은 채 제일 높은 곳에 서계셨다.또한 서창범과 하정숙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안색이 안 좋아 보이는 상태였고 신유리가 돌아온 것을 발견한 하정숙은 흥 하고 비웃음소리를 내었다.행여나 자신이 늦었을 가봐 발걸음을 재촉하던 신유리가 서서히 멈췄고 그 순간 할아버지가 지팡이를 쾅 내리치며 서준혁에게 화를 내는 상황을 보았다.“준혁아, 이번 일은 네가 알아서 잘 처리하 거라. 안 그러면 나는 너한테 그 어떤 것도 베풀지 않을 테니까. 내가 나이가 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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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8화
송지음의 몰골 또한 그 남자와 별 다른 점이 없었고 가슴엔 크고 작은 멍들이 가득했다.공기엔 아직 술 냄새와 묘한 남녀 간의 사랑의 싹트는 분위기가 맴 돌았고 송지음은 순간 속이 울렁거려 구토를 하기 직전이었다.“지음아, 왜 그래?”경희영의 잠긴 목소리가 들려왔고 그는 한 손으로 송지음의 허리를 감싸 안으며 지그시 눈을 떴다.송지음은 순간 너무도 당황해 몸이 굳어버렸고 본능적으로 그의 손을 뿌리쳤다.머릿속엔 어젯밤 일들이 점차 생생하게 떠올랐고 송지음은 점점 두려웠고 후회됐다.그녀는 어제 파티장소에서 경호원들에 의해 거의 끌려나다시피 나왔고 우울한 마음에 시 중심에 있는 술집으로 향해 술을 마구 퍼마셨다.처음엔 적당히 마시고 집에 가려고 하였지만 마시면 마실수록 자기 자신을 컨트롤 할 수도 없었고 도대체 언제 어떻게 경희영에게 연락을 취해 그를 불러냈는지조차 생각나지 않았다.필름이 끊긴 송지음은 머릿속에서 이런 저런 장면이 스쳐갔고 경희영은 어제 저녁에 계속 그녀를 끊임없이 위로해줬다.떠올릴 수 있는 마지막 장면은 바로 경희영이 자신을 안고 호텔 방 안으로 들어서는 모습이었다.“지음아, 왜 그래? 아직도 아파? 불편해?”남자의 잠에서 덜 깬 목소리가 조용한 방안에 울려 퍼졌고 경희영은 몸을 일으켜 자상한 눈빛으로 송지음을 바라보며 말을 이어갔다.“지음아, 난 네가 처음인줄 몰랐어... 미안해. 어제는 내가 너무 심했지?”“입 닥쳐!”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송지음의 날카로운 목소리로 소리쳤다.그녀의 안색은 새하얗게 질려있었고 침대에서 내려오려고 땅에 발을 딛는 순간 그대로 주저 앉아버렸다.송지음은 천 쪼가리 하나 걸치지 않은 나체상태였고 온 몸엔 어제의 거사를 증명이라도 하듯이 격렬한 흔적들이 여기저기 남아있었다.그녀는 이런 자신의 모습이 믿기지 않는다는 눈빛으로 경희영을 쳐다보며 물었다.“왜... 왜 그랬어요? 이건 강간 이예요!”송지음은 더 이상 자신의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마구 외쳤다.“경희영 당신이 나한테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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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9화
그의 말에 송지음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고 그녀가 아무리 멍청해도 그의 말에 담긴 의도를 한 번에 알아차릴 수 있었다.“애초에 저한테 접근한 게... 화인의 문서들을 가지려고 그런 거였어요?”“에이~ 설마 내가 그랬겠어? 넌 진짜 너무 귀여워, 난 너한텐 항상 진심이었어.”경희영이 말을 이어갔다.“그냥 내가 어디서 들은 게 있는데 그 문서가 너무 중요해서 서준혁이 누구한테도 보여주지 조차 않는다더라고. 전에 그렇게 중요한 문서도 신유리씨보고 가져다 달라고 했다던데. 그래서 좀 궁금할 뿐이야. 대체 어떤 문서 길래.”경희영은 조금 뜸을 들이고 송지음을 힐끗 쳐다보더니 계속 말했다.“어찌나 중요한지 여자 친구한테도 안 보여주는데 신유리씨에게 맡긴다...”“지음아, 넌 안 궁금해?”경희영의 말들은 악마의 유혹과도 같이 송지음의 머릿속에서 맴돌았고 신유리가 서준혁에게 문서를 가져다줬다는 사실은 그녀는 당연히 알고 있었지만 그 문서가 그렇게나 중요한 것인지는 몰랐다.서준혁은 그리도 중요한 문서에 대해 송지음에게는 입도 뻥긋하지 않았고 송지음의 눈빛은 조금씩 변해갔다.그녀도 직접 확인하고 싶었다. 대체 어떤 문서기에 신유리는 되고 자기 자신은 안 되는지를.신유리가 다시 할아버지의 전화를 받았을 때 주국병이 신유리에게 할 말이 있어 보자고 했다는 소식이 전해져 연우진과 함께 교도소로 향하는 길이었다.전화를 받자 수화기 너머 할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유리야, 사진 아주 잘 빠졌더라. 언제 시간 되니?”“제가 지금은 좀 바빠서요, 며칠 뒤에 가지러 갈 게요.”신유리의 대답에 실망한 할아버지는 천천히 대답을 했다.“괜찮다, 일 봐야지. 내가 다른 사람보고 너한테 가져다주라고 하마.”그녀는 할아버지가 유씨 아저씨에게 부탁을 하는 줄 알고 바로 승낙했다.전화를 끊자 차는 마침 교도소 안으로 들어섰다.신유리는 주국병이 있는 곳으로 안내를 받았고 오랜만에 본 주국병의 얼굴엔 전의 당당하고 날선 모습이 아닌 많이 힘들었는지 폭삭 삭아 있었다.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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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0화
서준혁의 안색은 놀라울 정도로 순식간에 어두워졌고 날카로운 눈빛엔 싸한 냉기가 더욱 맴돌았다.그는 낮은 목소리로 이석민과 짧게 통화를 마치고 전화를 끊었고 서준혁의 주위에는 차디찬 공기마저 느껴졌다.서준혁과 몇 걸음 떨어지지 않은 신유리는 뒤에서 느껴지는 그의 냉기를 단숨에 알아차렸다.그녀는 뒤로 몇 발자국 물러섰고 입술을 오므리고 발걸음을 떼려고 하고 있는 와중 서준혁은 한동안 신유리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고 있었다.그가 신유리 옆을 스쳐 지나갈 때, 은은하게 나는 향수냄새와 잔뜩 뿜어져 나오는 차가운 냉기는 그녀를 덮쳐왔다.서준혁의 밑에서 일한 시간이 있으니 신유리는 지금 그의 기분이 얼마나 나쁜지 자연스럽게 알아차렸다.화인그룹이 서서히 자리를 잡고 신유리는 한동안 서준혁의 감정기복이 이렇게도 큰 모습을 보지 못했다.서준혁은 성큼성큼 자신의 차량 옆으로 가 차문을 열었고 앉기 전 신유리를 쳐다보며 말을 했다.“할아버지께서 며칠 뒤에 밥이나 한번 같이 먹잡니다.”그의 시선을 느낀 신유리가 잠시 긴장하며 슬그머니 서준혁을 바라보는 순간 그의 냉랭한 목소리가 들렸다.“데리러 올겁니다 제가.”서준혁이 말을 이어갔고 신유리의 대답을 듣지도 않고 바로 차를 몰고 떠나버렸다. 신유리는 차문을 닫는 그의 힘으로 보아하니 그의 기분이 얼마만큼이나 뭣 같은지를 더 잘 알게 되었다.신유리는 그 자리 그대로 서서 가만히 있다가 한참 뒤에야 서류에서 그날 같이 찍었던 가족사진을 꺼내 쳐다보았다.전날 할아버지가 문자로 보내준 사진과 별 다른 점이 없다는 것을 확인한 신유리는 대충 보고는 주머니에 그 사진을 넣어버렸다.같은 시각, 서준혁은 화인으로 돌아왔고 이석민은 사무실 앞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다가 바로 마중나오며 인사를 건넸다.“서대표님.”“모든 사람에게 지금 당장 회의 시작한다고 전하세요.”서준혁이 잔뜩 굳은 얼굴을 하고 말을 했다.이번 일은 결코 작은 일이 아니었는데 화인에서 거의 반년을 준비한 프로젝트를 태씨 집안이 참여하자마자 용화에서 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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