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준혁과 송지음이 신유리 때문에 심하게 다퉜다는 사실은 빠르게 소문이 퍼졌다.필경 송지음이 비서실로 돌아왔을 때 안색은 매우 안 좋았기 때문이다.그저 영화를 보듯이 흥미진진해 하는 사람들의 눈빛은 송지음으로 하여금 화가 나고도 속상하게 하였다.그녀는 서준혁이 끝까지 신유리를 감싸는 모습에 두 사람 사이가 평범하지만은 않다는 경희영의 말이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이런저런 생각으로 머리가 너무 복잡해진 송지음은 생각하면 할수록 서운함이 물 밀 듯 밀려와 눈물을 참기가 힘들었고 그러던 와중 책상위에 놓인 핸드폰이 울렸다.[지음씨, 점심 같이 먹을까요? 내 친구가 레스토랑 오픈했다는데 꽤 맛있을 거예요. 지음씨 데리고 가고 싶어서...]경희영에게 보내온 문자였다.송지음은 약간 망설이는 듯싶더니 바로 답장을 보냈다.[좋아요.]신유리는 화인에서 일을 하지 않아도 양예슬이라는 “스피커”가 있기에 송지음의 상황을 하나도 빠짐없이 알고 있었다.서준혁과 송지음은 여전히 냉전 중 이었지만 서준혁은 아랑곳 않고 부산으로 출장을 나갔고 그 때문인지 송지음은 매일 굳은 표정으로 출퇴근을 하더니 조퇴와 지각횟수가 더욱 많아졌다.[요즘 지음씨 혼자 막 나대는 거죠. 회사가 진짜 자기 집 인 것 마냥 행동하고... 근데 저번에 송지음이랑 어떤 남자가 같이 영화 보는 모습을 오청아씨가 봤대요! 재밌죠?]신유리는 양예슬이 보내온 문자들에 대충 답장을 해주고는 바로 업무에 몰두했다.서준혁의 할아버지는 아침부터 전화를 걸어 그녀더러 저녁에 일찍 오라고 당부했다.서씨 가문에서는 특별히 할아버지를 위한 생일파티를 준비했기에 신유리는 매우 성대할 줄 알았지만 서창범은 오직 서씨 가문과 사이가 좋은 몇몇 친구들만 초대하여 아주 소소했다.생일파티 장소는 화려한 장식들로 둘러싸인 야외에서 하였고 가을이 다가오고 있는 탓인지 날씨는 조금 쌀쌀했다.신유리는 연우진과 함께 약속장소로 도착하였고 연씨 가문과 서씨 가문은 듣던대로 사이가 몹시 좋아보였다.할아버지는 일찍부터 유원장과 함께
서준혁의 말에는 조롱이 섞여있었고 그걸 들은 신유리는 입을 꾹 다물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신유리는 확실히 할아버지가 치마에 그려진 아이리스 꽃을 좋아하는 것을 알고 있었다.하지만 더 자세히 말하자면 할아버지가 아닌 서준혁의 할머니가 좋아하셨던 꽃이다.전에 할아버지는 화원에 아이리스 꽃을 가득 직접 심었고 그중 일부분은 신유리가 할아버지를 도와 같이 하였다.그러기에 임아중이 이 스타일을 추천했을 때 군말 없이 바로 허락했던 것이다.하지만 한 가지 서준혁이 잘 못 말한 점이 있었다.신유리는 평온한 표정을 하고 서준혁을 쳐다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그렇게 신경 쓰실 거면 왜 할아버님 대신 그 선물을 도로 가져가지 않는 건가요?”그녀의 물음에 서준혁의 눈빛이 조금 흔들리는 듯싶더니 담담한 말투로 대답했다.“저랑 무슨 상관이 있는 겁니까?”서준혁은 말을 마치자마자 바로 몸을 돌려 파티가 진행되고 있는 안으로 향했고 그가 도착한 것을 발견한 할아버지의 표정은 점차 풀려갔다.할아버지는 서준혁의 브로치인 아이리스 꽃 장식을 보고 멍하니 있다가 얼굴에 온정을 띠더니 말을 했다“문희가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네 할미가 너를 얼마나 예뻐했는데.”서준혁은 고개를 숙인 채 할아버지 말만 듣고 있을 뿐이었다.신유리가 들어오자 파티가 곧 시작되려고 하는 분위기였고 할아버지는 제일 앞자리에 앉아 신유리를 보고는 손을 흔들며 말했다.“유리야, 여기 와서 앉으렴.”할아버지의 주위를 쓱 둘러본 신유리는 하정숙과 서창범은 할아버지의 오른쪽에, 왼쪽엔 서준혁이 자리를 잡고 있었고 마침 그의 옆자리 하나가 비어있었다.[아... 좋은 자리는 아닌데.]할아버지의 말에도 침묵을 유지하던 신유리는 연우진을 발견하고는 말을 꺼냈다.“괜찮아요, 저 여기 앉으면 돼요.”그녀의 대답에 할아버지는 미간을 잔뜩 찌푸리고는 물었다.“밥 한 끼조차 나랑 같이 먹기 싫은 게냐?”신유리는 그 말에 잠시 굳었다가 이어 대답을 하려는 순간 서준혁의 핸드폰이 요란하게 울려댔다.서
신유리의 말에 서준혁의 눈빛은 마치 그녀를 비웃듯이 변해갔고 웃음을 참지 못하며 대답했다.“아니, 정말 자기 자신을 이 집 주인이라고 생각하는 겁니까?”그의 말소리는 큰소리가 아니었지만 신유리를 내리까려는 의미는 아주 그득하게 담겨있었다.신유리는 아무렇지도 않은 모습을 유치하며 서준혁에게 말했다.“전 그냥 불필요한 위험한 일은 굳이 하지 않고 피하셨으면 좋겠는 마음에 그런 거예요.”서준혁이 송지음을 데리고 이곳에 올 거였으면 신유리에게는 살짝 귀띔을 해줘야했다. 그래야 그녀가 자연스럽게 자리를 피해주며 송지음의 자리를 뺏지 않고 이렇게 어색하고 흐린 분위기마저 조성하지 않아도 되니까 말이다.“위험? 무슨 위험인지 똑똑히 말해 봐요.”서준혁이 물었다.그는 고개를 들어 신유리를 쳐다보았고 냉랭하고 차가운 눈빛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싸늘하게 만들었다.서준혁은 살짝 망설이더니 결심이라도 한 사람마냥 다시 물었다.“신유리씨는 자기 자신이 제가 피해야 할 위험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나 봅니다?”그는 입 꼬리를 치켜 올리며 물었고 신유리를 바라보는 눈빛은 더욱 차가워졌다.“신유리씨 다른 건 몰라도 자신감 하나는 인정합니다.”가만히 듣고 있던 신유리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을 하려고 하는 순간 옆에 있던 할아버지의 기침소리가 들려왔다.할아버지는 잔뜩 찡그린 표정을 하고 서준혁을 쳐다보며 소리쳤다.“개 같은 놈! 유리는 내가 직접 초대한 사람이다. 그렇게 마음에 안 든다면 네가 꺼지 거라. 그리고 네가 데려온 그 비서도 같이 말이다.”그는 기침을 콜록콜록하면서도 서준혁에게 노발대발하며 외쳤다.할아버지는 서준혁이 자신의 생일파티에 송지음을 데려온 것에 대해 정말 화가 머리끝까지 차올랐던 모양이다.서준혁은 할아버지의 밑에서 자랐던 터라 할아버지가 화를 내자 머리를 수그린 채 어떠한 말도 하지 않았다.가만히 앉아있는 신유리를 할아버지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위로해주며 말했다.“유리야, 걱정하지마라. 이 새끼가 널 괴롭히기라도 한다면 내가 너 대신 아주
송지음이 어떤 대답도 못하고 있을 때 할아버지가 화가 잔뜩 난 채로 외치는 소리가 파티장소에 울려 퍼졌다.“준혁아, 넌 내가 경호원을 불러 비서를 쫓아내야만 만족하는 거냐?”할아버지의 고함소리에 서준혁이 잠간 굳더니 송지음을 싸늘하게 쳐다보던 눈빛을 거두고는 천천히 말했다.“내가 사람 불러서 너 데려다 주라고 할게.”말을 마친 그는 송지음이 대답도 하기 전에 바로 몸을 돌려 그녀 곁에서 떠났다.서준혁은 어렸을 적부터 지금까지 할아버지 밑에서 자란 아이고 서씨 집안에서도 가장 권위 있는 할아버지에게 송지음은 하필이면 하지 말아야 할 말을 마구 꺼낸 것이다. 서준혁의 마음속에 할아버지가 차지하고 있는 비중이 얼마나 큰지도 모르고.서준혁이 떠나고 송지음은 그제 서야 자신이 어떤 말을 했었는지를 깨달았고 얼굴은 순식간에 새하얗게 질려갔다.[난 그 뜻이 아니었는데...][난 그냥 너무 급한 마음에...]하지만 송지음이 뭐라고 설명할 틈도 없이 하정숙과 서창범이 줄을 이어 나왔고 하정숙은 그녀를 보며 한마디 툭 뱉었다.“경호원은요? 이곳이랑 상관없는 사람은 얼른 내보내지 않고 뭐해요?”가족사진을 찍는 장소는 파티 장소 옆에 준비된 다른 커다란 식장이었고 안에는 화려한 장식들이 즐비해있었다.신유리는 방금 전 조용한 곳에서 고객의 전화를 받느라 무슨 상황이 펼쳐진 것인지 몰랐지만 들어서는 순간 뭔가 달라진 분위기에 눈치를 보고 있었다.서준혁은 늘 그랬듯 무표정으로 소파에 앉아있었고 할아버지는 표정이 쌔하게 굳은 채 제일 높은 곳에 서계셨다.또한 서창범과 하정숙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안색이 안 좋아 보이는 상태였고 신유리가 돌아온 것을 발견한 하정숙은 흥 하고 비웃음소리를 내었다.행여나 자신이 늦었을 가봐 발걸음을 재촉하던 신유리가 서서히 멈췄고 그 순간 할아버지가 지팡이를 쾅 내리치며 서준혁에게 화를 내는 상황을 보았다.“준혁아, 이번 일은 네가 알아서 잘 처리하 거라. 안 그러면 나는 너한테 그 어떤 것도 베풀지 않을 테니까. 내가 나이가 들
송지음의 몰골 또한 그 남자와 별 다른 점이 없었고 가슴엔 크고 작은 멍들이 가득했다.공기엔 아직 술 냄새와 묘한 남녀 간의 사랑의 싹트는 분위기가 맴 돌았고 송지음은 순간 속이 울렁거려 구토를 하기 직전이었다.“지음아, 왜 그래?”경희영의 잠긴 목소리가 들려왔고 그는 한 손으로 송지음의 허리를 감싸 안으며 지그시 눈을 떴다.송지음은 순간 너무도 당황해 몸이 굳어버렸고 본능적으로 그의 손을 뿌리쳤다.머릿속엔 어젯밤 일들이 점차 생생하게 떠올랐고 송지음은 점점 두려웠고 후회됐다.그녀는 어제 파티장소에서 경호원들에 의해 거의 끌려나다시피 나왔고 우울한 마음에 시 중심에 있는 술집으로 향해 술을 마구 퍼마셨다.처음엔 적당히 마시고 집에 가려고 하였지만 마시면 마실수록 자기 자신을 컨트롤 할 수도 없었고 도대체 언제 어떻게 경희영에게 연락을 취해 그를 불러냈는지조차 생각나지 않았다.필름이 끊긴 송지음은 머릿속에서 이런 저런 장면이 스쳐갔고 경희영은 어제 저녁에 계속 그녀를 끊임없이 위로해줬다.떠올릴 수 있는 마지막 장면은 바로 경희영이 자신을 안고 호텔 방 안으로 들어서는 모습이었다.“지음아, 왜 그래? 아직도 아파? 불편해?”남자의 잠에서 덜 깬 목소리가 조용한 방안에 울려 퍼졌고 경희영은 몸을 일으켜 자상한 눈빛으로 송지음을 바라보며 말을 이어갔다.“지음아, 난 네가 처음인줄 몰랐어... 미안해. 어제는 내가 너무 심했지?”“입 닥쳐!”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송지음의 날카로운 목소리로 소리쳤다.그녀의 안색은 새하얗게 질려있었고 침대에서 내려오려고 땅에 발을 딛는 순간 그대로 주저 앉아버렸다.송지음은 천 쪼가리 하나 걸치지 않은 나체상태였고 온 몸엔 어제의 거사를 증명이라도 하듯이 격렬한 흔적들이 여기저기 남아있었다.그녀는 이런 자신의 모습이 믿기지 않는다는 눈빛으로 경희영을 쳐다보며 물었다.“왜... 왜 그랬어요? 이건 강간 이예요!”송지음은 더 이상 자신의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마구 외쳤다.“경희영 당신이 나한테 어떻게
그의 말에 송지음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고 그녀가 아무리 멍청해도 그의 말에 담긴 의도를 한 번에 알아차릴 수 있었다.“애초에 저한테 접근한 게... 화인의 문서들을 가지려고 그런 거였어요?”“에이~ 설마 내가 그랬겠어? 넌 진짜 너무 귀여워, 난 너한텐 항상 진심이었어.”경희영이 말을 이어갔다.“그냥 내가 어디서 들은 게 있는데 그 문서가 너무 중요해서 서준혁이 누구한테도 보여주지 조차 않는다더라고. 전에 그렇게 중요한 문서도 신유리씨보고 가져다 달라고 했다던데. 그래서 좀 궁금할 뿐이야. 대체 어떤 문서 길래.”경희영은 조금 뜸을 들이고 송지음을 힐끗 쳐다보더니 계속 말했다.“어찌나 중요한지 여자 친구한테도 안 보여주는데 신유리씨에게 맡긴다...”“지음아, 넌 안 궁금해?”경희영의 말들은 악마의 유혹과도 같이 송지음의 머릿속에서 맴돌았고 신유리가 서준혁에게 문서를 가져다줬다는 사실은 그녀는 당연히 알고 있었지만 그 문서가 그렇게나 중요한 것인지는 몰랐다.서준혁은 그리도 중요한 문서에 대해 송지음에게는 입도 뻥긋하지 않았고 송지음의 눈빛은 조금씩 변해갔다.그녀도 직접 확인하고 싶었다. 대체 어떤 문서기에 신유리는 되고 자기 자신은 안 되는지를.신유리가 다시 할아버지의 전화를 받았을 때 주국병이 신유리에게 할 말이 있어 보자고 했다는 소식이 전해져 연우진과 함께 교도소로 향하는 길이었다.전화를 받자 수화기 너머 할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유리야, 사진 아주 잘 빠졌더라. 언제 시간 되니?”“제가 지금은 좀 바빠서요, 며칠 뒤에 가지러 갈 게요.”신유리의 대답에 실망한 할아버지는 천천히 대답을 했다.“괜찮다, 일 봐야지. 내가 다른 사람보고 너한테 가져다주라고 하마.”그녀는 할아버지가 유씨 아저씨에게 부탁을 하는 줄 알고 바로 승낙했다.전화를 끊자 차는 마침 교도소 안으로 들어섰다.신유리는 주국병이 있는 곳으로 안내를 받았고 오랜만에 본 주국병의 얼굴엔 전의 당당하고 날선 모습이 아닌 많이 힘들었는지 폭삭 삭아 있었다.그는
서준혁의 안색은 놀라울 정도로 순식간에 어두워졌고 날카로운 눈빛엔 싸한 냉기가 더욱 맴돌았다.그는 낮은 목소리로 이석민과 짧게 통화를 마치고 전화를 끊었고 서준혁의 주위에는 차디찬 공기마저 느껴졌다.서준혁과 몇 걸음 떨어지지 않은 신유리는 뒤에서 느껴지는 그의 냉기를 단숨에 알아차렸다.그녀는 뒤로 몇 발자국 물러섰고 입술을 오므리고 발걸음을 떼려고 하고 있는 와중 서준혁은 한동안 신유리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고 있었다.그가 신유리 옆을 스쳐 지나갈 때, 은은하게 나는 향수냄새와 잔뜩 뿜어져 나오는 차가운 냉기는 그녀를 덮쳐왔다.서준혁의 밑에서 일한 시간이 있으니 신유리는 지금 그의 기분이 얼마나 나쁜지 자연스럽게 알아차렸다.화인그룹이 서서히 자리를 잡고 신유리는 한동안 서준혁의 감정기복이 이렇게도 큰 모습을 보지 못했다.서준혁은 성큼성큼 자신의 차량 옆으로 가 차문을 열었고 앉기 전 신유리를 쳐다보며 말을 했다.“할아버지께서 며칠 뒤에 밥이나 한번 같이 먹잡니다.”그의 시선을 느낀 신유리가 잠시 긴장하며 슬그머니 서준혁을 바라보는 순간 그의 냉랭한 목소리가 들렸다.“데리러 올겁니다 제가.”서준혁이 말을 이어갔고 신유리의 대답을 듣지도 않고 바로 차를 몰고 떠나버렸다. 신유리는 차문을 닫는 그의 힘으로 보아하니 그의 기분이 얼마만큼이나 뭣 같은지를 더 잘 알게 되었다.신유리는 그 자리 그대로 서서 가만히 있다가 한참 뒤에야 서류에서 그날 같이 찍었던 가족사진을 꺼내 쳐다보았다.전날 할아버지가 문자로 보내준 사진과 별 다른 점이 없다는 것을 확인한 신유리는 대충 보고는 주머니에 그 사진을 넣어버렸다.같은 시각, 서준혁은 화인으로 돌아왔고 이석민은 사무실 앞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다가 바로 마중나오며 인사를 건넸다.“서대표님.”“모든 사람에게 지금 당장 회의 시작한다고 전하세요.”서준혁이 잔뜩 굳은 얼굴을 하고 말을 했다.이번 일은 결코 작은 일이 아니었는데 화인에서 거의 반년을 준비한 프로젝트를 태씨 집안이 참여하자마자 용화에서 먼저
서준혁의 말투에서 아무런 감정도 읽어낼 수 없었다. 신유리는 양미간을 찌푸리더니 서준혁을 빤히 보며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뭔 뜻이야?”“말 그대로야, 그 서류는 너랑 나 말고 건드린 사람이 없거든.”서준혁도 어두운 목소리로 말했다.“게다가 넌 누구도 보지 않는 상태에서 접했으니까.”그는 피식 콧방귀를 뀌더니 말을 이어갔다.“그런데도 혐의가 없다고?”신유리는 서준혁이 오늘 그녀를 어르신께 데려온 건 이 일을 캐묻기 위해서라는 것을 알아챘다.그녀는 안색 하나 변함없이 맑은 눈동자로 서준혁을 바라보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난 여전히 그대로야, 스스로 내 구덩이를 팔 이유가 없잖아.”서준혁은 덤덤하게 웃더니 차에서 내렸지만 신유리의 말을 믿었는지는 모르는 일이었다.어르신께서는 일찍이 안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두 사람이 오는 것을 보더니 즉시 류 사부님을 불러 식사를 준비하였다.신유리는 어르신을 모시고 소파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고 서준혁은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었다.“유리야, 앞으로 계획이 어떻게 되는 거냐?”어르신께서 갑자기 물었다.“네가 이 씨네 셋째 밑에서 일하고 있는 건 알지만 예술로 먹고 살기는 안정되지 않았잖니. 앞으로 계획에 대해 생각해 봤니?”신유리는 눈을 껌벅이더니 입을 열었다.“버닝 스타 쪽도 나중에 비즈니스 라인을 밟을 테니 천천히 해봐도 될 것 같아요.” 신유리는 굳이 어르신을 속이는 데 신경을 쓸 필요가 없었다.어르신은 그녀를 바라보며 미간을 찌푸리더니 말했다.“정말 화인 그룹으로 다시 돌아가지 않을 거니? 요즘 화인 그룹 상황이 좀 어렵다고 들었는데, 그래도 전에 네가 있을 때는 아무 일도 없었는데 이제 얼마 지났다고 벌써 이런 일이 생겼다니.”신유리는 어르신께서 화인 그룹에 관한 얘기를 꺼낼 줄 몰랐고 잠시 침묵을 지키더니 말을 이었다.“비지니스를 하려면 오고 가는 게 정상이죠.”어르신은 포기하지 않고 그녀를 계속 설득하려 했다.“만약 화인 그룹에서 네가 돌아가길 바란다면?”어르신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