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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1화

어르신의 어조에는 얼마간의 명령이 들어있었다. 서준혁은 무거운 눈빛으로 잠시 멈칫하더니 이내 해명했다.

“저 바빠요. 시간 낭비하고 싶지 않아요.”

“내가 아침밥을 먹으라고 한 것이 시간을 낭비하는 것이냐?”

어르신의 얼굴색은 단번에 어두워졌다. 그의 주름이 가득한 얼굴에 이내 불쾌감이 어렸다.

신유리는 손을 씻고 느릿느릿 식탁 앞에 앉아 고개를 숙인 채 류 사부님을 도와 수저를 세팅했다.

어르신과 서준혁 사이의 일에 그녀는 끼어들 자격도 없었고 딱히 무슨 말을 할지도 몰랐다.

서준혁의 얼굴에 피곤함이 가득 차 있었고 깊고 그윽한 동공은 고요해지더니 결국 식탁에 마주 앉았다.

할아버지는 안색이 조금 나아졌다. 그는 윗자리에 앉았고 서준혁과 신유리는 그의 옆에 마주하고 앉았다.

신유리 앞에는 제비집이 놓여있었는데 할아버지께서 입을 열었다.

“여자애들이 많이 먹으면 미용에 좋다더라.”

신유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할아버지의 관심에 감사를 드렸다.

서준혁은 옆에서 할아버지의 냉대를 받고 있었다. 그 역시도 아무 말 없이 조용히 밥 먹고 있었다.

아침 식사 시간 별다른 교류는 없었다. 할아버지께서 여러 화제를 꺼내도 서준혁과 신유리는 눈치껏 말을 돌리곤 했다.

밤새 내리던 비는 그제야 조금 약해졌다가 다시 더 세게 내리는 추세였다.

서준혁은 조급해 보일 정도로 급하게 외출했다.

원래 신유리도 가려고 했는데 할아버지께서 바깥 날씨를 보더니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아직도 많이 흐렸다. 좀 개이면 떠나거라.”

신유리는 거절하려고 했지만 할아버지께서 탄식하는 소리에 멈칫했다.

“유리야, 이 늙은이가 많이 귀찮게 굴었지. 이제 몇 년이 더 남았는지도 모르겠다. 제일 걱정되는 게 준혁이다. 성격이 집요해서 한곳으로 파고들기 좋아하는 데다가 충고도 듣지 않으니.”

신유리는 눈을 내리깔고 대꾸하지 않았다.

어르신께서 돌아온 며칠 동안 의도가 너무 뚜렷했다. 여전히 그녀와 서준혁을 다시 이어주려고 한다.

웃어른인지라 신유리는 너무 무정하게 말하지는 못하고 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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