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말고 다의 모든 챕터: 챕터 341 - 챕터 350
355 챕터
제341화
신유리는 병원 침대에 누워있고 의사가 증상에 대해 채 묻기도 전에 이신이 손에 방금 검사를 예약한 영수증을 들고 들어왔다.의사의 말을 들은 이신은 얼른 발길을 돌려 간호사한테서 휠체어 하나를 빌려왔고 신유리는 자신이 휠체어를 타는 것이 마음에 썩 내키지 않아 인상을 잔뜩 썼다.“나 이정도로 심각한 정도는 아니지않나?”이신은 휠체어 위에 보들보들하고 따뜻한 담요 하나를 깔아주며 신유리에게 대답해줬다.“의사선생님 말 못 들었어? 너 지금 마음대로 다니면 안 된다고.”이신과 고집을 부려봤자 쓸모없다고 생각한 신유리는 고분고분 올라탔고 그가 이끄는대로 향해 검사를 받았다.휠체어에 앉아있는 신유리는 등을 곧게 펴도 불편하고, 그렇다고 기대앉기도 이상해 표정이 잔뜩 찡그러져 다른 사람이 보기엔 아주 엄숙한 표정이 돼버렸다.그런 그녀의 모습에 이신이 한숨을 푹 쉬더니 휠체어를 끌고 인적이 드문 곳으로 향해 나지막한 소리로 말했다.“나 너 넘어지게 안 만들어, 그러니까 좀 편하게 있어.”이신의 말에 신유리는 당황하고 민망해하며 대답했다.“내가 휠체어에 앉아본적이 없어서....”검사를 받는 곳은 병실과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어 굉장히 빠른 속도로 검사를 마친 신유리지만 검사결과는 오후가 다 돼서 나온다는 말을 들었다.검사실에서 나올 때, 신유리는 핸드폰으로 시간을 확인하고는 조금 망설이며 이신에게 먼저 말했다.“시간이 너무 이른데... 지금 회의실로 당장 달려가면 오늘 회의는 참석할 수 있을 것 같아.”신유리는 병실 안에만 박혀있는 것이 도저히 적성에 안 맞았고 홍란의 일도 산더미처럼 밀려있고 게다가 장수영의 말로는 오늘 다른 사업파트너도 온다고 들었었기에 마음은 더 급해났다.이신도 그녀의 뜻을 모를 리가 없었고 잠시 생각에 잠기다 말했다.“건강이 제일 중요해, 그쪽은 너무 급해 하지마. 오혁 씨도 있으니까 무슨 상황이 벌어진다면 오혁 씨와 부 선생님께서 나한테 먼저 말해줄 거니까.” “근데 오늘 다른 회사에서도 온다 그랬는데... 한세형 쪽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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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2화
서준혁의 말은 누가 들어도 이신을 조롱하는 것 같았고 해란 다리가 신유리인지 그의 눈빛은 시종일관 신유리에게 고정돼 있었다.그의 말에 신유리는 미간을 잔뜩 찌푸렸고 시선은 자연스레 한세형을 쳐다보았지만 그는 이미 불만이 가득한 표정을 하고 앉아있었다.이번 홍란이 버닝스타에게만 엄격하고 버닝스타만 지켜야 하는 룰을 세운 것은 익히 아는 사실이었지만 서준혁과 이신이 서로 물고 뜯는 모습은 한세형에게 흥미로운 볼거리를 제공해주었다.신유리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이신에게 낮은 소리로 그만하라는 말을 해주고 싶어 입을 열려고 하는 순간, 서준혁이 또 다시 말을 했다.“그런데 뭐 버닝스타도 확실히 실력은 있어 보입니다, 그러니까 이렇게 규칙도 규율도 없이 막 나가는 거겠죠. 다만 저희 화인은 버닝스타를 위해 그 해란 다리를 만들어줄 의향이 가득합니다.”서준혁의 말투는 여전히 그대로였지만 아까보다는 고개를 조금 수그린 것 같았지만 이신이 던져준 물음을 그대로 다시 그에게 던져 보냈다.원래 이신이 송지음의 이름을 들먹였을 때 그냥 한세형에게 송지음은 사적인 감정이 남아있는 상태니 그녀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지 말라는 뜻으로 충고를 해주고 싶었다.하지만 서준혁은 지금 물음을 다시 돌려보냈고 겉으로는 버닝스타와 함께 하고 싶어 하는 것 같아도 실제로는 버닝스타가 자신의 힘으로 홍란에게 보여줄 수 있으니 발을 슬쩍 빼겠다는  말이었다.신유리는 인상을 찌푸린 채 서준혁을 보았고 머릿속에서는 빠르게 이 주제를 넘길 다른 말을 생각하고 있었다.그 순간, 송지음이 갑자기 입을 뗐다.“이 사장님, 지금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분명 버닝스타에서 책임을 똑바로 안 져서 난 사고를 왜 저한테 미시는 거죠?”그녀는 목을 빳빳이 들고 서준혁을 보며 말을 이어갔다.“그리고 전 이미 오래전 화인에서 나온 사람이에요, 전 그냥 당신들의 물품질량 문제가 걱정돼서 그랬던 것뿐인데 이렇게 가만히 있는 사람에게 돌 던지기 있어요?”“당신이랑 신유리 씨 사이가 보통 사이가 아니라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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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3화
송지음은 화가 잔뜩 나 주먹을 꽉 쥐었는데 그 힘이 어찌나 센지 손이 다 하얗게 변하고 있었다.분명 자신이 그리 오랜 시간을 서준혁을 사랑했는데 왜 그는 자신을 한 번도 보지 않는지, 왜 그의 눈에는 온통 신유리 뿐인지 그녀는 아무리 생각해도 도저히 이유를 몰라 했다.자신과 함께 있을 때 아무리 유혹을 하고 기회를 줘도 망부석이던 서준혁이 지금 신유리에게는 자신의 아이를 임신하게 만들었으니 송지음은 서준혁의 두 얼굴을 받아들이지 못했고 이런 차별대우는 더욱더 싫었다.그리하여 송지음은 이 모든 원망과 속상함을 전부 다 신유리에게로 쏟아부었다.만약 신유리만 아니었다면-신유리만 사라진다면.송지음은 마음속에 조금 남아있던 망설임을 뒤로 한 채 핸드폰을 꺼버리고는 몸을 돌려 정반대의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신유리는 밖의 베란다에서 바람을 쐬고 있었고 여기엔 난간도, 손잡이도 있어 장수영이 회의하다가 지치면 그녀를 이곳으로 데려와 휴식을 하게 해줬다.그녀는 지금 홍란의 일이 걱정돼 온 신경을 거기에 쓰고 있었고 이신이 계속 위로해주는 바람에 자신의 걱정을 털어놓지도 덜지도 못했다.하지만 그녀는 이신과 한 약속이 있으니 절대로 이대로 포기할 수가 없었다.핸드폰에는 임아중과 곡연이 만든 단톡방에서 문자가 떴고 임아중은 열심히 인터넷에서 유명한 맛집들을 공유하고 있었는데 신유리가 돌아오면 같이 가자는 말도 남겼다.신유리가 마침 타자를 하며 답장을 해줄 준비를 하던 그때, 뒤에서 갑자기 큰 소리가 귀를 쨍하게 만들었다.“뭐하는 거예요? 저기 사람있는거 안보여요?”장수영의 목소리였다.신유리가 너무도 놀래 뒤를 돌아보았고 20대 즈음 돼 보이는 젊은 사람이 큰 방망이 같은 물건을 들고 자신의 뒤에 서있는 것을 발견했다.그 나무 막대기 같기도 방망이 같기도 한 물건은 깔끔하게 처리돼 있었고 그 위에는 수많은 가시들이 박혀있었다.제일 중요한 점은 그 방망이가 아주 길었는데 만약 장수영이 큰소리로 부르지 않았더라면 무조건 신유리의 허리를 가격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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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4화
장수영 또한 무언가 이상하다는 낌새를 알아차린 듯 눈을 깜박거리며 말했다.“어떻게 이런 우연이 연속 벌어질 수 있겠어요? 누가 일부러 이러는거 같은데.”담담한 표정을 하고 있는 신유리는 뚫어져라 이미 깨져버린 찻잔을 보며 생각에 잠겼다.아직 연기가 폴폴 나는 그것은 뜨거운 물을 끓인지 얼마 안 된 것 같았다.[어떤 악한 사람이 이런 짓을 할 수 있는 거지?]장수영은 골똘히 생각에 잠긴 신유리 앞에서 손을 휘휘 저으며 물었다.“왜 그래요? 너무 놀라서?”신유리는 고개를 들어 장수영을 바라보았지만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고 고개를 돌려 이석민에게 물었다.“그 사람들이 cctv 언제부터 검사했다고 했어요?”“10분전쯤이라고 했습니다.”10분전은 때마침 그들이 회의를 끝낸 시간이라는 것을 단번에 알아챈 신유리는 범인이 무조건 계획을 세우고 이런 짓을 저질렀다고 생각했다.하지만 누가 이렇게까지 자신을 혐오하는지에 대해서는 도저히 알아차릴 수 없었고 머릿속이 복잡해지던 신유리에게 문득 한 사람의 얼굴이 떠올랐다.송지음.지금 부산에서 신유리와 얽혀있고 원한이 있는 사람이라고는 송지음 빼고 아무도 없었다.그녀는 무의식간에 서준혁을 쳐다보았고 서준혁의 표정은 이미 진작부터 굳어져있었다.신유리가 그를 쳐다보았을 무렵 서준혁도 마침 고개를 들어 신유리를 보았고 두 사람은 눈을 맞춘 채로 한참을 서있다 천천히 시선을 돌렸다.누가 그런 건지 신유리도 눈치를 챘는데 어찌 서준혁이 모를 수가 있겠는가?그녀는 얕은 한숨을 내쉬었고 입을 떼려고 하는 순간 장수영의 목소리가 귀를 울렸다.“유리 씨, 일을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그 사람은 유리 씨가 아닌 서 대표님을 노리고 그런 것일 수도 있어요. 다만 조준을 잘 못해 유리 씨 앞으로 떨어진 것뿐이고.”“부산에 유리 씨한테 원한 있는 사람도 없고 서 대표님은 필경 사업을 하시는 분이니 라이벌이 벌인 짓 일수도 있잖아요.”말을 하면 할수록 자신의 말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 장수영은 이석민을 쳐다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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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5화
신유리는 이신과 함께 병원으로 돌아왔고 그는 도착하자마자 바로 의사를 불러 검사를 해달라는 부탁을 했다.모든 검사를 마치고 이신은 신유리더러 절대로 침대에서 내려오지 말라고 말했고 신유리도 오후에 벌어진 일 때문에 머리가 아파 눈을 감고 병실에 누워 휴식을 취할 준비를 했다.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신유리는 감았던 눈을 떠 이신을 쳐다보며 작은 소리로 말을 걸었다.“이신아, 시간도 너무 늦었고 하니까 호텔가서 휴식해. 너 내일 고객도 만나야 한다면서.”컵에 물을 따르던 이신의 손이 멈췄고 그는 아무 말 없이 신유리를 가만히 바라보았다.“무슨 일 있으면 내가 간호사님 부를게, 걱정하지마.”신유리와 이신은 그저 친구였으니 그녀는 이신을 여기에 오래 남겨둘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다.그녀는 입술을 오므리며 가만히 있었고 여전히 이신의 대답을 듣지 못하자 머릿속으로 어떻게 말을 할지 고민하고 있었다.그런 신유리의 앞에 물 한잔이 나타나더니 이신의 낮은 목소리가 들렸다.“너 대체 무슨 걱정을 하는 거야? 좀 잇다가 저녁 먹고 전문 간호사님 찾으면 바로 가려고 했어.”신유리는 그의 말에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난 그냥 날이 너무 어두워져서...”이미 겨울은 성큼 다가왔고 날은 더욱 빨리 어두워졌기에 고작 저녁 8시였지만 땅거미가 짙게 쳐졌다.“저녁에 먹을 것들 좀 사고 올게.”이신이 말이 끝나기 무섭게 병실 문이 스르륵 열리더니 이석민이 배달음식 두 개를 들고들어오더니 입을 열었다.“이건 할아버지께서 시키신 음식들입니다, 할아버지께서 호텔로 시키셔서 서 대표님이 다시 병원으로 가져다주라고 하셔서 돌아왔습니다.”할아버지는 매일같이 신유리와 서준혁, 두 사람에게 배달을 시켜줬고 단 하루도 빼먹은 날이 없었다.신유리가 뭐라 대답도 하기 전에 이석민은 음식들을 내려놓고 바로 병실을 떠났고 이신은 상위에 놓인 음식들을 보며 무표정한 얼굴로 입을 뗐다.“저녁 사러 안 가도 될 것 같네.”“응, 대충 먹자.”두 사람이 젓가락을 들기도 전에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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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6화
신유리는 그녀를 보며 물었다.“무슨 남편이요?”“남편분께서 밤새 환자분 병실 문 앞에 앉아 있었는데, 싸워서 남편분을 쫓아낸 게 아니었어요?”“잘못 보셨어요. 전 아직 싱글이에요.”간호사는 약간 난처해하며 말했다.“그럼 옆 병실 가족분인가 보네요.”신유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간호사를 따라 씻으러 갔다.어제 이신과 의사 선생님 모두 그녀더러 병원에서 이틀 더 요양해야 한다고 했다. 그녀 자신도 아이가 걱정되어 퇴원하지 않았다.그녀는 부 선생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에 대해 설명했고 오혁과 장수영에게도 오늘 회의에 대한 자료를 보내달라고 메시지를 보냈다. 그리고 병실에서 기획안에 대해 수정을 시작했다.하지만 회의에 대한 자료를 보내기는커녕 되려 장수영이 전화를 걸어왔다.“음... 유리 씨에게 말하지 않으려 했지만 그래도 준혁 씨를 말렸으면 해요. 아니면 이신 씨라도. 두 분 지금 회의장에서 싸움이 났는데 이번에 새로 개정된 규정은 모두가 다 알고 있듯이 성남지역만이 가장 제한적이며 화인 그룹과 버닝 스타가 서로 잘 협력하지 않으면 어려울 것입니다.”장수영은 진심으로 조언해 주었다. 그녀의 스튜디오는 버닝 스타와 다른 라인이었고 이번에 쟁취하려는 분야도 다르기 때문에 경쟁상대가 없었다.이것도 그녀가 신유리와 친해질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였다.장수영이 전화를 끊은 지 얼마 되지 않아 오혁의 메시지를 받았는데 장수영이 말한 것과 같았고 그녀더러 이신을 설득하라고 했다.이렇게 좋은 기회를 놓치기는 매우 아쉬웠다.신유리는 사실 서준혁과 이신 사이의 대립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결국 미래 회사의 협력 초기 단계에서 그들은 서로 사이가 좋지 않았다.신유리는 눈을 내리깔고 생각에 잠겼다.홍란 입찰회에 참가할 수 있다면 버닝 스타의 큰 발전이었다. 부산 시장에 얼굴을 알릴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했다.게다가 화인 그룹이 얻을 수 있는 혜택은 말할 것도 없었다.신유리는 머리가 아파 났다. 두 사람이 굳이 왜 이렇게 중요한 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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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7화
차 안은 공기마저 조용했고 서준혁은 눈썹을 치켜올리며 물었다.“뭘?” 신유리를 바라보는 그의 표정은 더없이 덤덤했다.신유리는 이틀 동안 줄곧 병원에 입원해 있어 안색이 어두웠다. 그녀는 자신의 가방에서 서류를 하나 꺼냈는데 그녀가 입원해 있는 이틀 동안 병원에서 만든 것이다.“버닝 스타와 화인 그룹이 협력하면 서로 윈윈할 수 있어. 두 회사의 협력은 결코 어느 한쪽만의 일방적인 이익이 아니라고 생각해.”신유리가 서류를 서준혁한테 건네자 그는 힐끗 쳐다보고 시선을 돌렸다.차창의 보호 필름은 빛을 완벽히 차단했고 서준혁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그래서?”신유리는 잠시 멈칫하더니 또박또박 내뱉었다. “지금 상황에서 화인 그룹은 버닝 스타와 협력하는 것만이 최선이라는 것을 넌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잖아.”그녀가 입원했을 때 장수영은 때때로 그녀에게 메시지를 보냈는데 대략적인 뜻은 모두 이신과 서준혁의 대립으로 주최 측의 다른 사람들도 그 결과를 보고 그중에서 이간질을 했을 것이라고 했다.특히 한세형과 송지음은 거의 매번 서준혁과 이신의 불화를 일으켰다.처음에 신유리는 홍란 입찰회에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요즘 그녀가 갑자기 홍란 입찰에 신경 쓰는 것도 송지음 때문이 아니었다.아무래도 사업장에서 몇 년 뒹굴던 사람이라 그녀는 이젠 상황을 똑똑히 볼 수 있었고 홍란이 버닝 스타의 향후 발전에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화인 그룹에 대해서는 같은 성남 지역에 속해 있기 때문에 화인 그룹이 최선의 선택일 것이다.그녀는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고 서준혁은 양미간을 찌푸린 채 입꼬리를 살짝 치켜올리고 피식거리더니 말했다.“퇴원하자마자 버닝 스타를 위해 이익을 얻으려고 하는 걸 봐서는 네가 언제 버닝 스타의 주식을 샀는지 의심해 봐도 되겠다.” 신유리는 고개를 들어 정색하더니 말했다.“너도 손해 보는 건 없을 거야.”“손해 보고 말고는 네가 결정하는 게 아니야.”서준혁의 말투가 나른했고 그는 신유리의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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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8화
신유리는 서준혁과 함께 왕 대표님과 신기철을 만나러 가겠다고 고집했고 그녀는 신기철이 그녀의 이름을 팔면서 서준혁을 모함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전에 누군가 그녀는 책임감이 너무 강해서 무슨 일이든 자신이 다 처리해야 한다고 했었지만 그녀는 단지 자신 때문에 남한테 폐를 끼치고 싶지 않았을 뿐이다.서준혁도 포함이었다.그녀의 뼛속까지 강한 고집과 집요함이 지금의 그녀를 만들었으니 이 성격을 바꿀 수 없었다.포시즌스 호텔에 차를 세웠더니 방금 전까지만 해도 밝았던 하늘은 이미 흐려져 있었다.신유리는 원래 오늘 날씨가 좋은 줄 알고 옷을 얇게 입었는데 차에서 내리자마자 바람이 불어서 약간 쌀쌀했다.서준혁은 그녀의 어깨에 트렌치코트를 걸쳐주었다. 옷에는 아직 그의 따뜻한 체온이 남아있었다. 그는 신유리의 뒤에 선 채 덤덤하게 말했다.“또 기절하면 이번엔 보름이나 입원해야 해.”병원에 입원했을 때 의사가 말했었다. 다시 태기를 건드리면 더 오랜 시간을 들여서 안정을 취해야 한다고 했다.신유리는 입술을 오므린 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서준혁을 따라 들어갔다.어느 방문 앞을 지날 때 신유리는 잠시 발걸음을 멈추더니 지난번 신연이 바로 여기서 그녀에게 신기철의 영상을 보여주었던 게 생각났다.그들은 아직 방에 들어가기도 전에 안에서 울려 퍼지는 웃음소리를 들었지만 무슨 말을 하는지는 잘 들리지 않았다.신유리는 서준혁의 뒤를 따라 눈을 내리깐 채 마음속으로 잠시 후 신기철을 보면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생각했다.신기철에 대해 신유리는 생각이 많았다.적어도 부산시장에 오기 전까지만 해도 그녀는 여전히 신기철에 대해 큰 기대를 가지고 있었다.생각이 많은 그녀는 발걸음이 더딜 수밖에 없었다.이를 눈치챈 서준혁은 그녀를 바라보더니 눈빛을 반짝이며 말했다.“지금이라도 가도 돼.”신유리는 그를 보는 순간 쓸데없는 생각이 모두 사라졌다.잠시 후 그녀는 침착하게 입을 열었다.“일은 해결해야지.”서준혁은 잠시 멈칫하다가 말문이 막힌 듯 코웃음을 치며 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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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9화
그는 신기철을 보고 한 말인데 다만 이 말에 신기철이 어떻게 대답하란 말인가?서준혁은 신기철을 보며 차가운 목소리로 무심코 말했다.“하지만 신기철 씨를 보니 확실히 책임을 다하지 못하는 것 같네요. 그게 아니면 딸이 병원에 입원했는데 병문안조차 오지 않을 리 없겠죠.”서준혁의 말에 신기철은 어리둥절해졌다.하지만 그도 반응이 빨라서 이내 놀란척하며 가슴 아픈 표정을 지으며 신유리에게 물었다.“뭐? 유리야, 입원했다니 그게 무슨 소리야? 전화를 몇 통이나 치고 문자를 몇 개나 남겨도 말이 없길래 몰랐어.”그러더니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다.“지금은 좀 어때? 다시 가서 검사 안 해도 되겠어?” 서준혁은 입가에 의미 모를 웃음을 지은 채 비아냥거렸다.“그날 당신이 좀만 더 심하게 손을 썼더라면 지금쯤 병원에 가서 아버지 노릇을 할 수 있었을 텐데 말이죠.”서준혁은 워낙 입이 독한 데다가 신기철에 대한 비웃음을 아끼지 않았다.신기철은 자신이 신유리에게 손을 댄 일에 대해 입을 다물고 있으니 서준혁이 그를 도와 언급할 수밖에 없었다.신기철은 안색이 정말 안 좋아 보였다. 다만 그가 말을 하기도 전에 아까 말을 꺼냈던 고상민이 먼저 입을 열었다.“당신 지금 무슨 뜻입니까? 기철이가 그녀에게 손을 대다니, 없는 일입니다. 게다가 기철이가 왜 이렇게 화를 내는지 당신은 모릅니까?”고상민은 신기철보다 더 흥분했다. 서준혁은 그윽한 눈빛으로 고상민을 빤히 쳐다보며 무표정한 얼굴로 말하려는데 미세한 터치를 느꼈다.신유리는 테이블 위에 손을 올려놓으며 실수로 그의 손과 잠시 얽혔었다.그러고 나서 천천히 신기철을 바라보더니 한숨을 내쉬며 마치 머리가 복잡한 듯했다. 하지만 이내 침착하게 입을 열었다.“당신과 우리 엄마가 이혼한 후로 우리는 10년 동안 연락하지 않았고 당신도 아무 소식 없이 그냥 사라져 버렸잖아요. 당신은 늘 저를 위해서라고 말하지만 전 더 이상 어린아이가 아닙니다. 전 그 10년 동안처럼 지내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녀는 더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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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0화
신기철은 마지막 한마디를 뱉을 때 마치 다른 뜻이 있는 것처럼 유난히 또박또박 말했다.신유리는 본능적으로 그에게 눈길을 돌렸지만 그는 그저 한숨만 내쉬며 고개를 가로저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고상민은 보다 못해 손을 뻗어 테이블을 두드리더니 높은 소리로 말했다.“유리야, 기철이 딸로서 기철이 마음을 정말로 모르겠니? 기철이가 누구 때문에 이러는데? 다 너를 위해서지. 그가 성남시에서 여자 친구 찾은 걸 우리가 모르는 줄 아니? 진심으로 네가 걱정돼서 그러는데 오히려 너는 다른 사람 편이나 들면서 아버지와 관계나 끊으려 하다니.”고상민은 말할수록 감정이 격해져서 신유리를 보며 노여움을 금치 못했다.신유리는 주먹을 움켜쥐더니 흔들리는 눈동자로 신기철을 바라보았다.신기철은 송지음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즉, 그는 성남시로 조사 하러 간 것이다.하지만 서준혁을 조사하러 갔는지 아니면 그녀를 조사하러 갔는지는 확실하지 않았다.고상민은 여전히 한숨을 내쉬며 옆사람과 한탄했다.“세상에 자식 걱정 안 하는 부모가 어디 있겠어요? 부모 속도 모르고 되레 원망이나 하다니.”그는 마치 신유리가 오히려 신기철에게 미안한 짓을 한 것처럼 말했다.게다가 신유리의 처지에 조금이나마 안타까워하던 두 여인도 서로 바라보더니 말없이 고개를 숙였다.왕서원도 별로 기분이 좋지 않아 보였다. 분위기 좋던 식사 자리도 어색해졌으니 말이다.그러나 서준혁과 신유리 탓을 할 수도 없어 그저 구석에 앉아 있는 신기철과 고상민을 쳐다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신 대표님, 자식들도 알아서 잘할 테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신기철은 갑작스런 왕서원의 말에 어리둥절해하며 급히 사과했다.“왕 대표님께서 옳은 말씀입니다. 그래도 제 딸이다 보니 부모로서 어찌 상관 안 할 수 있겠습니까?”그는 말을 마치자마자 결심한 듯 술잔을 내려놓더니 신유리를 바라보며 깊게 한숨을 내쉬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저 끝까지 자애로운 아버지 연기를 할 뿐이다.왕서원 덕분에 분위기는 그나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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