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나 말고 다: Chapter 331 - Chapter 340
343 Chapters
제331화
송지음은 신유리를 보는 순간 멈칫하더니 눈빛에는 감출 수 없는 떨림과 당황함이 담겨있었지만 이내 표정 관리하면서 웃음을 머금은 채 물었다.“유리 언니, 여긴 어쩐 일이세요?”신유리도 마찬가지로 송지음을 보고 많이 당황했다.송지음은 전에 청순하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어진 채 지금은 아이라인을 길게 빼고 진한 화장을 하고 있었다.청순하던 긴 생머리도 웨이브를 하고 그녀와 어울리지 않는 섹시한 옷을 입고 있었다.마치 어른 옷을 훔쳐 입은 아이처럼 보였다.신유리는 그녀를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덤덤하게 입을 열었다.“여긴 내 방인데, 아마도 네가 잘못 찾아온 모양이야.”그녀의 이 한마디는 마치 송지음을 자극한 듯 송지음은 순식간에 얼굴이 굳어지더니 신유리를 노려보며 말했다.“전 언니가 여기 있는 줄도 몰랐어요. 말을 굳이 그렇게 해야겠어요?”신유리는 멈칫하더니 고개를 들어 화가 잔뜩 난 신유리의 얼굴을 쳐다보며 차갑게 내뱉었다.“말을 굳이 그렇게 한 게 아니라 네가 마음대로 내 방문을 먼저 열었잖아. 송지음, 너 지금 주거침입이야, 당장이라도 신고해서 너를 내보낼 수도 있어.”이신이 예약한 호텔은 성급이 높은 편이라 전체 층이 조용하다 보니 신유리의 말이 유난히 뚜렷하게 들려왔다.신유리는 무표정한 얼굴로 자신의 앞에서 잔뜩 화가 나서 얼굴이 하얗게 질린 송지음을 보며 하필 오늘 방을 옮기는 바람에 운수 나쁘게 송지음을 부딪쳤다고 생각했다.송지음은 오른손으로 가슴을 막으며 오늘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튜브톱 스커트를 차려입었는데 자칫하면 노출되기 쉬웠다.그녀는 이곳에서 신유리를 만날 줄은 전혀 생각지도 못한 데다가 그녀를 난처하게 한 것은 신유리는 906호였고 그녀가 가려던 것은 909호로 자신이 잘못 찾은 것이었다.그녀는 가슴이 오르락내리락하며 굴욕스럽고 원망스러운 느낌을 억누르려고 애썼다. 눈을 들어 신유리를 깊이 쳐다보고는 입술을 깨물며 나지막하게 내뱉었다.“제가 잘못 찾은 것 같네요.”신유리는 여전히 얼굴에 아무런 표정도 없었고 송지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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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2화
부산시는 최근에 비가 많이 내렸고 굳게 닫힌 문과 창문은 바깥의 한기를 막아서 되려 집안의 분위기를 더욱 건조하고 덥게 만들었다.송지음은 얼굴을 붉힌 채 소파에 앉아 드폰을 응시하고 있다.한세형이 샤워를 하러 가자마자 그녀는 서준혁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서준혁이 그녀를 데려가길 원했다.그녀는 여기에 오고 싶지도 않았고 한세형을 만나고 싶지도 않았지만 더 이상 용화 그룹에 있을 수 없었다.용화 그룹에서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고 아무도 그녀를 챙겨주지 않았다. 그녀는 용화 그룹에서 심하게 따돌림을 당했다.그리고 경희영은 원래 그녀와 약속했던 일은 하나도 지키지 않은 채 다른 여자와 관계를 맺고 있었다.심지어 부산시에 한세형을 찾으러 온 것도 경희영과 그녀가 안배한 일이었다.하지만 이게 무슨 뜻인지 그녀가 제일 잘 알았다.송지음은 핸드폰을 손에 쥔 채 서준혁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그는 바로 신유리 그 천한 년이 있는 옆방에 있었다. 욕실 문이 갑자기 열리는 소리에 송지음은 하던 일을 멈추었고 한세형은 샤워를 마치고 나왔다. 몸에는 샤워 가운만 씌워져 있었고 군살 가득한 허리와 배를 보고 송지음은 구역질이 났다.“지음아.”한세형은 야릇한 목소리로 그녀를 불렀다.“이리 와서 가운 좀 갖다 줘.”송지음은 소파에 앉아 꼼짝도 하지 않았고 한세형은 짜증을 내며 그녀를 두어 번 더 부르며 혼자 걸어오려는데 마침 핸드폰 소리가 들렸다.그는 얼굴에 불쾌감이 스치며 귀찮은 듯 전화를 받으러 갔다. 송지음은 그제야 잠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만 이 안도의 한숨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녀는 한세형의 불쾌함이 가득 담긴 목소리를 들었다.“알아, 버닝 스타를 추천하는 사람은 꽤 많은데 구체적인 것은 그때 가서 다시 이야기하자.”송지음은 눈꺼풀을 치켜들고 한세형을 바라보았다. 그녀가 오기 전에 경희영은 한세형이 보통 사람이 아니라고 신신당부했었다. 그녀는 원래 신경 쓰지도 않았는데, 지금은...‘버닝 스타와 관련이 있나?’그녀의 머릿속에는 신유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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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3화
서준혁은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그게 뭔 뜻이야?”신유리는 입꼬리를 치켜올리며 입가에 가벼운 조소를 띤 채 말했다.“송지음한테 물어봐, 화인 그룹에 꽤 충성하던데?”신유리가 한세형에게 설명하려고 할 때 송지음은 바로 옆에서 그녀를 방해하면서 화인 그룹을 증거로 삼았다. 마치 버닝 스타가 화인 그룹을 곤경에 빠뜨리게 한 것처럼 말이다.신유리는 어젯밤 서준혁이 송지음의 메시지를 받고 황급히 자리를 뜨던 모습을 떠올리며 비아냥거림을 감추지 못했다.그녀는 핸드폰을 거두고 서준혁을 지나쳐 밖으로 나갔다.서준혁은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미간을 찌푸리더니 이내 눈을 내리깔았다. 얼굴은 더없이 차가웠다.신유리는 밖으로 나가 이신에게 전화를 걸어 한세형의 일을 말하자 이신은 잠시 침묵했다.한참 후에야 그는 목청을 가다듬고 입을 열었다. “한세형은 인품이 별로 좋지 않으니 접촉하지 않는 게 좋겠어. 가서 다시 얘기하자.” 신유리는 다소 의아한 듯 물었다.“그런데 지금 상황으로 봐서는 버닝 스타에 대한 거부감이 큰 것 같은데 계속 이 상태면 어떡해?”이신은 그녀를 위로하며 말했다.“홍란의 책임자는 어차피 그가 아니니 걱정하지 마.”비록 이신은 계속 그녀를 안심시켰지만 그녀는 도무지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 그녀는 걱정이 가득한 채 다시 회의장으로 갔다.비록 한세형이 강경하게 거절했지만 신유리는 쉽게 포기할 성격이 아니었다.한세형은 그녀가 지금까지 만났던 수없는 진상 고객 중의 한 명에 불과했다.더구나 버닝 스타는 동종 업계에서도 인정하는 실력이다.다만 한세형의 태도에 송지음의 연기까지 더해지면서 그녀를 바라보는 시선이 다소 남다르기도 했다.장수영은 친분을 믿고 그녀에게 다가와 물었다. “버닝 스타랑 세형 씨 사이에 무슨 문제가 있나 봐요. 고의적인 것 같은데.”신유리는 눈살을 찌푸리며 아직 말을 하기도 전에 또 장수영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지금은 대표님께 신경 쓰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아까 비서랑 엄청 다정해 보였어요.”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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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4화
신유리는 종래로 서준혁의 앞에서 송지음에 대한 증오와 혐오를 이렇게 직접적으로 표현한 적이 없었다. 그러나 외할아버지의 죽음과 송지음이 회개하지 않고 오히려 득의양양해하는 모습을 생각하면 그녀는 줄곧 억눌러왔던 고통과 분노를 참을 수 없었다. 그녀는 송지음이 저지른 죄를 무조건 갚아야 한다고 생각했다.만약 서준혁이 그녀를 감싸려 한다면 신유리는 서준혁마저 가만두지 않을 생각이었다. 나쁜 짓을 하고도 무사하다니 너무 억울한 일이었다.신유리는 고개를 든 채 서준혁의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그의 눈은 마치 바다와 같이 깊고 어두웠으며 무거웠다. 마치 당장이라도 폭풍우가 몰아칠 것 같았다.잠시 후 서준혁은 복잡한 눈빛을 거두어들이더니 잠긴 목소리로 내뱉었다. “맘대로 해.”그의 말투에는 분간할 수 없는 감정이 서려 있었다. 그는 말을 마치고 몸을 돌려 떠났고 신유리는 문 앞에 잠시 서 있다가 돌아섰다. 마침 임아중이 전화를 걸어왔다. 그녀는 신유리에게 물었다. “이신이 너 보러 부산시에 간다며?”신유리는 그녀의 말을 바로잡았다.“재료 주문하러 오는 거야.”“다 똑같지 뭐. 암튼 부산시에 가잖아.”임아중은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유리야, 나도 너 찾으러 가면 안 돼? 나 혼자 성남에서 너무 지루해.”지난번에 임아중이 진욱과 약혼해서 만취한 일을 그들은 누구도 다시 언급하지 않았다. 마치 일어난 적 없는 일처럼 말이다. 신유리는 어두컴컴한 하늘을 보며 웃음을 머금고 말했다. “요즘 부산시 날씨가 계속 흐려있어. 와서 놀 것도 없는데 어쩌면 성남보다 못할지도 몰라.”임아중은 한숨을 내쉬고 신유리와 십여 분 동안 이야기를 더 나누고 나서야 전화를 끊었다. 때마침 신유리의 음식도 배달되었다.방문을 열자 마르고 키가 큰 청년이 검은색 운동복을 입고 노란 조끼를 입은 채 서 있었다.신유리는 미간을 찌푸렸고 청년은 검은색 캡모자를 푹 눌러썼다. “신유리 씨, 배달입니다.”신유리의 눈동자가 약간 흔들리더니 이내 진정하고 평온한 얼굴로 말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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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5화
신유리는 신기철의 말이 듣기에 우스워 전화를 끊어버렸다. 이전에는 말끝마다 서준혁과 헤어지라고 하더니 지금은 갑자기 태도를 바꾸었다. 서준혁의 신분을 어디서 알게 된 건지 이익을 도모하려는 것 같았다. 그녀의 눈에 조소가 스쳐 지나갔다.신유리는 속눈썹을 내리깔고 눈에 담긴 사색을 가리고 부 선생님을 찾으러 가려 했다. 몸을 돌린 순간 송지음이 멀지 않은 곳에 서서 일부러 그녀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았다. 송지음은 그녀를 향해 걸어오더니 그녀 앞에 멈춰선 채 눈썹을 치켜올리며 신유리가 먼저 입을 열기를 기다렸다. 신유리는 무표정하게 그녀를 바라보며 냉담하게 말했다. “뭔 일 있어?”송지음은 얼굴에 불쾌감이 스쳐 가더니 웃으며 말했다. “버닝 스타에서 홍란 입찰회에 참가하고 싶다고 들었어요. 유리 언니, 전 지금 세형 씨를 따라 일하고 있어요.”한편으로 말하면서 신유리를 바라보는 그녀의 눈에는 마치 신유리보다 한 수 위인 것처럼 우월감을 감추지 못했다.신유리는 단번에 그녀의 뜻을 알아챘다. 지금 그녀는 자신을 과시하려는 마음이었다. 어쨌든 버닝 스타는 지금 홍란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으니 송지음은 득의양양해했다. 다만 신유리의 어조는 담담했다. “하고 싶은 말이 뭔데? 네 말 한마디면 세형 씨가 버닝 스타를 부정할 수밖에 없다는 걸 알려주고 싶어?”그녀는 전혀 개의치 않는다는 듯이 아무런 표정 변화도 없었다. 송지음은 약간 미간을 찌푸린 채 마음속의 화를 누르며 신유리를 향해 언성 높여 말했다. “유리 언니, 저는 호의로 언니에게 알려주고 싶었을 뿐이에요. 어쨌든 성남시에서 버닝 스타의 명성이 좋지 않을 뿐만 아니라 사고 났을 때 화인 그룹에서도 증언할 수 있잖아요.”그녀는 냉소하며 말했다. “내 앞에서 고고한 척 하기 전에 우선 세형 씨가 버닝 스타에 대한 인상을 어떻게 바꿀 수 있을지부터 생각해 보는 게 좋지 않나요?”신유리는 침착하게 대답했다. “버닝 스타의 일은 신경 꺼.”그녀는 시종 비굴하지도 거만하지도 않았다. 송지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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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6화
“왜 그렇게 빨리 가세요, 대표님 못 봤어요? 유리 씨 찾으러 온 거 맞죠?"장수영은 연신 손을 뻗어 그녀를 끌어당기며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신유리는 여전히 걸음을 멈추지 않고 말했다. “절 찾으러 온 게 아니에요.”송지음도 아직 가지 않았기에 신유리는 서준혁이 그녀를 데리러 온 것이라고 여겼다. 그녀는 속눈썹을 내리깔고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다만 송지음의 득의양양한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다. 얄미운 사람이 앞에서 날뛰는 것을 보면 짜증 나기 마련이다. 장수영은 그녀를 붙잡고 물었다. “유리 씨를 기다리는 게 맞는 것 같은데요? 유리 씨가 나오자마자 그의 눈이 유리 씨 몸에 달라붙은 것처럼 계속 보잖아요.”장수영은 고개를 저으며 신유리를 붙잡고 서준혁 앞으로 직접 데리고 가서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대표님께서 유리 씨를 기다리고 있었죠?”신유리의 안색은 굳어졌고 서준혁은 잠긴 목소리로 대답했다. “네.”“그럼 왜 그렇게 가만히 있어요? 다행히 제가 똑똑해서 알아차렸지, 아니면 틀림없이 대표님께서 다른 사람을 기다리러 온 줄 알았을 거예요.”그녀는 말을 마치고 흔쾌히 손을 흔들며 말했다. “그럼 전 먼저 갈게요.”장수영이 떠나자 서준혁은 차 문을 열고 담담하게 말했다. “타.”신유리는 제자리에 선 채 움직이지 않고 서준혁을 보며 말했다. “일 있으면 여기서 얘기해.”서준혁은 미간을 찌푸리더니 가볍게 혀를 내둘렀다. “난 네가 신기철이 나 찾으러 온 걸 아는 줄 알았네. 중요한 미팅 자리에서 나보고 자기 사위라며 오늘 저녁에 식사를 초대하겠다던데?”그의 일목요연한 말에 신유리는 대뜸 눈동자가 흔들렸다. 신기철이 직접 서준혁을 찾아갈 줄 생각지도 못했다.답답한 정서가 용솟음치자 신유리는 주먹을 움켜쥐고 불편함을 참으며 말했다. “그냥 거절하면 돼. 그가 생각이 너무 많아서 그래.”서준혁은 깊고 새까만 눈동자로 신유리를 바라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신유리는 서준혁의 눈빛에서 더는 거절할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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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7화
“임산부가 집에 있지 않고 뭐 하러 돌아치나?”신기철은 미간을 찌푸리며 서준혁에게 경고했다. “우리 집은 비록 부자가 아니지만 유리는 어려서부터 내가 총애하며 받들어 키웠네. 자네가 설령 능력이 있다 하더라도 감히 우리 딸을 괴롭힌다면 가만두지 않을 거야.”“무슨 말을 하는 거야? 자네가 딸바보인 줄은 몰랐네. 젊은 부부의 일에 네가 무슨 참견이야?”옆에 있던 사람은 농담을 건넸다. 신기철은 눈을 부릅뜬 채 노려보며 의젓하게 말했다. “내 딸은 당연히 내가 편들어줘야지. 아직 결혼하지 않지만 이후에 결혼하더라도 유리는 여전히 말할 것 없는 내 하나뿐인 딸이라네.”신유리는 그들이 서로 치켜세워주는 말에 무료함을 느꼈다. 그러나 신기철이 찾은 이 두 배우는 그의 말을 잘 받아 겨우 몇 마디 만에 결혼 이야기를 꺼냈다.신기철은 잠시 고민하다가 고개를 들어 서준혁과 신유리를 바라보았다. 만약 신유리가 그날 그의 진면목을 보지 않았더라면 지금쯤 진심 어린 그의 얼굴에 감동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는 서준혁에게 물었다. “유리는 이미 임신까지 했는데 언제 결혼할 계획인가?”신유리는 순식간에 마음을 가라앉히며 덤덤하게 말했다. “전 결혼할 생각 없어요.”“뭐라고?”신기철의 목소리는 한결 높아졌다.“너 바보야?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거니? 왜 아직도 어리광이나 부리느냐?”그는 말을 마치고 다시 고개를 돌려 서준혁을 바라보았다. 여전히 미간을 찌푸린 채 그를 떠보았다. “유리가 자네 아이를 임신했으니 책임져야지?”서준혁은 손가락으로 무심코 책상을 툭툭 내리치더니 아무런 감정도 없는 눈길로 신유리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는 한참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신유리를 바라보더니 여유로운 말투로 말했다.“당연하죠, 제 아이라면.”신기철은 만족스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유리에게 예물은 준비하고 있는가?”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옆에서 펑-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신유리는 손을 들어 찻잔을 테이블 위로 내리치고는 신기철을 바라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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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8화
관성 탓에 신유리의 손은 자연스럽게 서준혁의 팔을 부여잡았고, 서준혁은 냉랭한 눈빛으로 그녀를 힐끔 쳐다보고는 몸을 일으켰다.그는 그녀의 뒤에 서서 신유리의 팔을 꽉 잡았고 그녀가 다시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게 만들었다.신유리와 서준혁은 너무나 가까운 거리에 서있었고 서로의 호흡과 심장소리마저 들릴 듯 했다.“그쪽이 말한 사랑하는 마음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잘 배웠습니다.”신기철은 화가 나 눈을 부릅뜨고 있었다. 서준혁의 눈과 마주쳤을 때 그의 기에 눌려 몸이 굳었지만, 다시 신유리를 쳐다볼 땐 그녀를 죽을 듯 노려보며 고함을 질렀다.“이런 불효자 같은 년! 네가 지금 무슨 말을 하는지 봐라, 내가 지금 누구를 위해 이러고 있는데. 유리 너를 위함이 아니면 내가 왜...”신기철의 말에 대답을 해주는건 열렸다 닫힌 문 소리 뿐이었다.신유리는 더 이상 견딜 수가 없어 서준혁을 끌고 방밖으로 나왔고 신기철의 당당함에 할 말을 잃었다.이런 느낌은 전에 이연지가 자신을 찾아왔을 때보다 더 힘이 들고 짜증이 났다. 그래서 방밖으로 나온 신유리는 성큼성큼 걸었고 호텔 로비에 도착해서야 천천히 발걸음을 멈췄다.그녀는 누군가 자신의 가슴속에 몇 톤이나 되는 솜을 집어넣은 것 같은 무겁고, 답답한 느낌에 자신의 가슴을 부여잡고 가만히 서있었다.서서히 조금 진정이 되어서야 그녀는 지금 자신이 계속 서준혁의 팔을 잡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하지만 서준혁은 아무 말 하지 않고 가만히 그녀를 바라보며 신유리가 진정되기까지 기다려줬다. 신유리는 천천히 그의 팔에서 손을 떼고는 한숨을 푹 쉬고 나지막한 소리로 말을 했다.“오늘 밤 일은 죄송했어요.”신유리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머릿속으로 생각을 애써 했지만 도저히 떠오르지 않아 하려던 말을 삼켜버렸고 미간을 찌푸리고 멍을 때렸다.한참 뒤, 신유리가 먼저 입을 열었다.“먼저 호텔로 돌아가세요. 나중에 신기철 씨가 찾아가면 그때 똑바로 말하시면 돼요.”그녀와 신기철 사이의 일에 서준혁까지 끌어들이면 좋지 않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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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9화
확신에 차 물어보지 못하는 그는 그녀의 대답을 조용히 기다려줬다.신유리는 잠시 망설이는 듯싶다가 자신의 손목에 채워져 있는 입원 팔찌를 보며 생각에 잠겼다.[의사선생님은 병원에서 며칠 쉬다가 퇴원하라고 하셨는데...]하지만 서준혁은 신유리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바로 퇴원수속을 밟아버렸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홍란 쪽에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신기철이 있기에 일은 꼬일 대로 꼬여버렸고 신유리는 이 일을 어떻게 이신에게 알려줄지를 고민했다.신유리는 자신이 그 어떠한 것도 제대로 처리하지를 못했다는 생각에 자책했다.이신은 그런 그녀의 상태를 인차 발견하고는 차분하고 자상한 말투로 나지막하게 물었다.“무슨 일 있는 거는 아니지?”신유리는 이신의 물음에 깊은 한숨을 쉬고는 천천히 대답해줬다.“이신아, 나 너희들이 기대하는 만큼 잘못한 것 같아.”그녀는 송지음과 신기철, 그리고 한세형에 관한 일은 모조리 이신에게 털어놓았지만 병원에서 발생했던 일은 입 밖으로 꺼내지 못했다.그 일을 말하면 마치 핑계이자 변명거리가 되는 것만 같아 숨길 수밖에 없었다.이신은 송지음이 한세형의 비서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고 이렇게까지 끈질기게 신유리를 잡고 늘어질 것이라고는 더더욱 몰랐다.그는 그녀의 말에 말을 잇지 못하다가 오히려 신유리를 위로해주며 다독였다.“너무 걱정 하지마, 송지음 씨는 아직 비서니까 그렇게 많은 일에 간섭하지는 못할 거야. 네 아빠랑 신연 씨 쪽은 네가 너무 복잡하게 생각한 것 일수도 있잖아.”“그래도 괜찮아, 나 내일 오전 비행기야. 다녀와서 자세하게 얘기해, 오늘 밤엔 푹 쉬고.”이신의 나지막하고 자상한 목소리는 사람을 다독여주는 힘이 있었고 신유리는 짧은 대답을 해줬다.사실 그녀도 이렇게 많은 생각을 해도 소용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지만 행여나 그들이 이신에게 무슨 악한 영향을 입히진 않을지, 그를 귀찮게 굴지는 않을지 자꾸만 걱정이 되었다.어렸을 때부터 신유리는 자신의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를 끼치는 것을 아주 싫어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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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0화
서준혁의 대답을 듣기도 전에 병실 문이 스르르 열렸고 이신은 아까 급히 들어오는 바람에 문을 제대로 닫지 않아 조금의 틈을 남겨둔 상태였다.문 밖에는 사람들로 붐볐고 이신은 신유리의 침대 맡에 기대 담담한 얼굴로 서준혁을 쳐다보았다.서준혁의 발걸음도 그를 보자 천천히 멈췄고 눈빛은 마치 초겨울의 얼음 마냥 서서히 얼어붙고 있었다.그의 시선은 이신에게 떨어져 있다가 신유리에게로 옮겨갔고 심판이라도 하듯 날카로운 눈빛으로 두 사람을 쳐다보았다.신유리는 그런 그가 탐탁치 않아 그에게 먼저 물었다.“왜 또 오신 거예요?”병실안의 공기는 순식간에 얼어붙었고 서준혁은 고개를 들어 신유리를 쳐다보더니 얇은 입술을 꽉 깨물고 있었다.옆에 있던 이석민은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감지하고 얼른 대답했다.“신유리 씨, 오늘 검사 하나가 남았는데 서 대표님께 전화가 와서... 대표님께서 신유리 씨와 함께 검사를 하려고 오신 겁니다.”아침에 병실에서 떠날 때, 서준혁은 신유리 혼자 힘들게 검사를 받지 않도록 특별히 의사에게 부탁해 무슨 일이 생기면 자신에게 연락을 취하라고 말해줬었다.그래서 의사 또한 검사목록을 확인해보고는 바로 그에게 연락을 했고 서준혁은 회의를 끝마치자마자 바로 병원으로 한달음에 달려왔다.이석민은 서준혁이 진심이 담긴 말들을 혼자 속으로 삼키고 있는 습관을 잘 알기에 말을 마치고 슬쩍 옆으로 비켜줬다.만약 서준혁의 성격이 이렇지 않았더라면 할아버지도 그를 따라 부산에 왔을 때 그를 대신해 말을 해주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신유리는 눈꼽만큼도 감동한 기미 없이 무뚝뚝한 말투로 대답했다.“병원에 간호사분들도 많은데요.”그녀의 말에 담긴 뜻은 서준혁이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을 한다는 것이었다.이신도 때마침 몸을 일으켰는데 서준혁과 체격이 비슷했지만 포스는 서준혁을 따라잡을 수 없었다.그는 낮은 목소리로 먼저 입을 열었다.“서 대표님께서 유리에 대한 보살핌은 정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하지만 유리는 우리 버닝스타의 사람이니 앞으로 서 대표님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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