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나 말고 다: Chapter 321 - Chapter 330
355 Chapters
제321화
신기철의 명령식 말투에 신유리가 미간을 찌푸렸다. 서준혁이 남자친구이든 아니든 전혀 상관할 바가 못 되었다.특히 어른이라고 꼰대질하면서, 자칭 아빠라고 하면서 아빠로서의 책임을 져본 적도 없는데 말이다.신유리는 불쾌한 감정을 억지로 숨기면서 냉랭하게 말했다.“제가 누구랑 연애하든 저의 일이에요.”신기철은 이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그 역시 억지로 다정하게 말했다.“미안해, 유리야. 아까 아빠 말투가 좀 거칠었지? 그런 식으로 말하는 거 아니었어. 다 네가 걱정되어서 하는 말이잖아.”신기철은 또 가소로운 눈빛으로 서준혁을 쳐다보고는 성질을 죽이면서 신유리를 말렸다.“유리야, 아빠 말 믿어. 아빠 사람 잘 봐. 이놈은 딱봐도 돈 한 푼 없는 거지잖아. 난 네가 이런 사람이랑 고생하는 꼴 못 봐. 내가 나이가 비슷한 괜찮은 사람을 소개해 줄게. 오늘 점심에 같이 밥 먹는 거 어때?”신기철은 신유리의 의견도 물어보지 않고 바로 누군가에게 전화하려고 했다.신유리가 한숨을 내쉬면서 인내심 없는 말투로 말했다.“할 일이 있어서 먼저 갈게요.”“유리야!”신기철은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한숨을 내쉬었다.“지금 하는 일 그만두고 아빠 회사에서 출근할래? 지금보다는 훨씬 편할 거야.”신유리는 어이없다는 듯이 말했다.“아까부터 계속 아빠, 아빠 하시는데 십몇 년 동안 한 번이라도 저 생각한 적 있었어요? 성남에 저희를 버렸던 거 생각나지도 않으세요? 저를 관심해 주는 척하지 마세요. 고등학교 입학시험 치던 그해 여름날 이후로 연락한 적도 없으면서! 제가 걱정된다면 왜 병원에 왔는지 묻지도 않았겠죠. 그리고, 어떻게 지금 하는 일이 무엇인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바로 때려치우라고 말할 수 있어요?”신유리가 또박또박 내뱉는 말에 신기철은 표정이 어두워졌다.그는 신유리를 유심히 바라보더니 말했다.“지금 나를 탓하는 거야? 십몇 년 동안 보러 가지 않았다고?”신유리는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더 이상 필요 없어요.”신기철은 비통하고 실망스러운 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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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2화
신유리는 입술을 꽉 깨물면서 시선을 거두고는 약을 옆에 두고 서준현의 옆에 앉았다.어깨에 있는 상처는 쇄골까지 퍼져있었고 심지어 살결이 찢어져 있었다. 신유라는 약을 발라주기 전, 먼저 상처 주위에 있는 물기부터 닦아냈다.약 발라주다 보면 가까워질 수밖에 없었다. 서준혁이 소파에 앉아있었다면 약 발라주기 어려웠을 것이다.신유리는 옆에 있는 의자에 앉아 정성스레 서준혁의 상처를 소독해 주었다.반듯하게 누워있는 서준혁의 배에는 복근이 선명하게 보였다.느슨해진 수건 사이로 언뜻언뜻 보이는 치골 라인에 더욱 미칠 것만 같았다.약 발라주다 우연히 이 모습을 발견한 신유리는 멈칫하더니 애써 침착하면서 시선을 돌렸다.“석민 씨한테 돌아올 때 예방약 좀 사 오라고 해. 감염되면 안 되니까.”“응.”누워있어서인지 목소리가 더욱 매력 있어 보였다.서준혁은 우연히 고개 숙여 약 발라주는 신유리의 모습을 쳐다보게 된다. 대충 묶은 포니테일, 가늘고 긴 목.서준혁도 왠지 모를 감정을 느끼고 애써 시선을 피했다.신유리가 모든 걸 다 끝내고 고개를 들었다.“약 다 발랐어. 일단 옷 입지 마.”서준혁이 의미심장하게 쳐다보자 신유리가 급히 설명했다.“옷 입으면 약 묻으니까. 어차피 나갈 일도 없잖아.”서준혁은 여전히 무표정이었다. 병원을 나설 때부터 기분이 안 좋아 보였다.신유리가 말했다.“그러면 휴식 방해하지 않을게. 이따 석민 씨한테 언제 오는지 연락해 봐야겠어. 너도 필요한 거 있으면 석민 씨한테 전해.”신유리의 명령식 말투에 서준혁이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내가 뭐 병신 된 것도 아니고. 그렇게까지 돌봐줄 필요 없어.”신유리가 멈칫했다.“그러면 프론트 데스크에 좀 부탁할까?”서준혁은 신유리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들쑥날쑥 반복되는 숨소리, 성난 가슴, 성난 이두박근, 완벽한 A라인.스킨십도 해본 사이라 그의 몸매가 좋은 줄 알았지만 자꾸만 시선을 피하게 된다.아까는 약 바르는데 정신이 팔려있어 괜찮았지만 지금은 어색할 따름이다.서준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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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3화
신연과의 통화를 마친 신유리는 그제야 자신의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혀있다는 것을 발견했다.신연과의 약속은 내일 밤, 포시즌스 호텔 16층이었다.신유리는 자신의 핸드폰을 한쪽에 던져버리고 숨을 크게 내쉬었다. 지금 그녀의 머릿속에는 신연과 신기철의 얼굴이 서로 정신없이 바뀌고 있었고 귓가에는 서준혁의 목소리가 끊임없이 울려 퍼졌기 때문이다.그녀는 지금 가슴이 꽉 막혀 답답할뿐더러 우울감이 극도로 치솟은 상태였다.신유리는 자기 스스로를 방안에 반나절 간 가두다 시피 안에만 있었고 점심시간이 되자 장수영에게서 전화가 걸려오자 빙빙 돌던 머리가 조금 진정이 되는 것 같았다.“무슨 일이에요? 왜 신유리 씨랑 서 대표님이 같이 교통사고를 당한 거죠?”전화를 받자 장수영의 목소리가 쩌렁쩌렁하게 들려왔고 신유리는 별 다른 말을 하고 싶지 않아 간단한 상황설명만 해줬다.“뒤에 오던 차가 저희 차를 박는 바람에... 단순한 추돌사고 일 뿐이에요.”장수영이 그저 궁금해서 물어보는 줄 알았지만 그녀는 순간 말을 바꿔 얼른 신유리에게 말을 했다.“그럼 저희가 지금 갈게요. 신유리 씨랑 서 대표님 같은 호텔이니까 주소 보내주세요. 위안이라도 삼아 드릴게요.”신유리가 괜찮다는 대답을 하려고 입을 막 떼려고 할 때, 장수영이 급히 말을 덧붙였다.“오해하지 마요, 저는 그저 이 기회에 서 대표님께 조금이라도 얼굴을 더 비추려고 이러는 거지 절대 다른 뜻은 없어요. 저희 사무실에서 다 갈 건데... 서 대표님께서 투자 좀 해주길 바라는 거예요.”이런 장수영의 말을 거절하기 조금 어렵다는 생각이 든 신유리는 하는 수 없이 주소를 장수영에게 보내주면서 자신은 보러 올 필요 없으니 직접 이석민에게 연락해 서준혁을 만나면 된다고 연신 강조했다.하지만 장수영 일행은 신유리의 예상과는 달리 영양제를 한 아름 들고 와 그녀를 보러 왔고 신유리는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며 말했다.“서 대표님은 위층에 계세요.”“알아요, 위층에 계시는 거. 근데 저희도 바로 올라 갈수는 없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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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4화
“안에서 피가 고여 있어서 그런 거 아니에요? 갑작스런 충격에 반응을 못한 것 일수도 있고... 저번에 지연이도 그랬어요. 문에 세게 부딪혔는데 다음날에 바로 부어오르더라고요.”장수영은 신유리의 손을 보며 중얼중얼 거리며 신유리에게 응급치료 방법을 알려줬고 말을 하는 중간에 갑자기 차가운 시선이 느껴져 몸이 굳어 고개를 돌려 뒤를 봤을 때 서준혁의 검은 눈동자랑 눈이 마주쳐버렸다.머리가 빠르게 돌아가는 장수영은 얼른 말을 바꿔 안타까워하는 말투로 말했다.“근데 될 수록이면 병원에 가보시는 게 좋을 거예요. 그 누구도 뼈까지 다쳤는지 아닌지는 모르니까요.”“근데 저희가 지금 얼른 돌아가야 하니까... 서 대표님께서 번거로우시겠지만 같이 가주시는 게 좋을 거예요. 서 대표님도 다치셨지만 그래도 남자니까. 그리고 누군가가 함께 병원에 가주면 얼마나 편한데요.”장수영은 랩을 하듯 빠르게 말을 하고 몸을 일으켜 자신의 가방을 들며 자신의 회사 동료들더러 서준혁에게 인사를 하라고 눈짓까지 하며 말을 이어갔다.“그럼 저희 먼저 가볼게요. 손목 빨리 병원 가는 게 좋을 거예요.”말을 마친 장수영은 미련 하나도 없이 동료들과 함께 자리를 떠났고 신유리도 따라 나서려고 준비하는 순간 서준혁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못 들었습니까? 손목뼈까지 영향된다잖아요.”신유리가 그의 말에 짧은 대답을 했다.“병원 가서 검사할거예요.”“그래요.”서준혁은 고개를 끄덕이며 낮은 소리로 대답을 이어갔다.“기다려요, 옷만 바꿔 입고 올 테니까.”신유리는 고개를 돌려 서준혁을 쳐다보며 얼른 거절의사를 내비췄다.“저 혼자 갈 수 있어요.”이미 몸을 일으킨 서준혁은 자신보다 키가 작은 신유리를 내려다보며 변하지 않은 말투로 말했다.“제가 말했잖습니까. 이석민 씨가 지금 피해보상에 대해 애기중이라고.”서준혁의 말은 무조건 신유리와 함께 병원에 가겠다는 뜻이었고 또 다시 차를 불러 병원까지 향해 이런 저런 검사를 마치자 그냥 단순한 멍이라 큰 문제가 없다는 결과를 받았다.그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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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5화
신유리는 신기철이 은주를 안고 들어가는 모습을 입구 부근에서 보고 있었고 사실 신기철이 뒤를 한번만이라도 돌아봤다면 신유리를 볼 수 있는 상황이었다.하지만 신기철은 은주랑 얘기하는 데만 집중하였기에 다른 곳을 볼 생각도 하지 않았고 신유리는 그가 얼굴에 환한 미소를 띠며 은주의 볼에 뽀뽀까지 해대는 모습을 똑똑히 보고 있었다.더 본다면 토할 것 같아 신유리는 급히 시선을 돌렸고 그 순간, 옆에서 냉정하고 도도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시간 딱 맞춰 잘 오셨습니다.”뒤를 볼아본 신유리의 눈에 들어온 신연의 모습은 이제 막 회사에서 온 것인지 정장차림를 하고 이마까지 드러낸 헤어스타일을 하고 있어 전의 그 소년 같던 모습과는 정반대였다.신유리는 그가 언제 도착한 건지는 모르지만 무의식적으로 신연도 신기철과 은주를 보았다는 생각이 들었고 신연은 여전히 무뚝뚝하고 약간의 표정변화도 없이 서있었다.그와 눈이 마주친 신유리는 순간 머릿속에 문득 생각이 떠올라 나지막한 소리로 신연에게 물었다.“일부로 약속을 여기로 잡은 거예요?”신연은 신유리의 물음에 그녀를 흘깃 쳐다보고는 되물었다.“왜 이렇게 묻는 겁니까?”그는 반박할 의지는 하나도 없어보였고 신유리가 그를 뚫어져라 보는 순간까지도 이상한 기미 하나도 없이 있었고 얼른 16층으로 올라가려고 발걸음을 뗐다.신유리는 아무 말 없이 그를 따라 룸 안으로 들어섰고 크나큰 룸은 저번에 서준혁이 예약한 장소와 똑같았고 거대한 창으로 도시의 야경이 한눈에 들어왔다.신유리는 신연을 한참이나 쳐다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그가 먼저 말을 걸어왔다.“은주 나이가 어떻게 되는지 아십니까?”그녀는 신연을 쳐다보고는 아까 본 은주의 모습을 떠올렸다. 얼굴에 화장기가 가득 하지만 어려 보였고 어른이라기엔 미숙해보였다.“제 기억이 맞다면 열아홉 일겁니다.”그 말에 신유리는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고 은주가 어리다는 것을 예상했지만 이정도로 어릴 줄은 몰랐던 눈치였다.신유리의 눈빛에 알지 못할 감정들이 섞였고 그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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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6화
“상처가 감염되는 바람에 열이 심하게 나는 것 같은데... 제가 아무리 병원에 가라고 말을 해도 듣지를 않습니다.”신유리는 이석민의 말에 표정이 점점 굳어졌다.어제 서준혁이 돌아오자마자 샤워를 하는 모습을 보고 괜찮을까 걱정했지만 아무 일 없어 마음을 놓았는데 이렇게 문제가 생겨버린 것이다.“서 대표님 어제 오후부터 미열이 있었는데 저도 처음엔 몰랐습니다. 그러다가 오늘 갑자기 열이 펄펄 끓어 제가 방금 의사한테도 전화를 했는데 저더러 항생제 좀 준비하라고 하시더라고요.”“올라가서 조금 봐주실 수 있겠습니까? 혼자 방에서 아프실 가봐 걱정이 돼서...”신유리는 빠르게 말을 하는 이석민에게 고개를 저으며 대답해줬다.“서준혁 씨 약물 알레르기 있어요, 제가 가서 약 사올게요.” 항생제 안에도 알레르기를 일으킬 성분이 있기에 이것 또한 신유리가 어제 서준혁을 걱정한 이유였다.이석민은 신유리의 말에 그 자리에 그대로 얼어붙었다.[나한테 약물 알레르기 있단 말은 안하셨는데?]하지만 서준혁이 평소에 별로 아픈 적이 없어 약을 먹는 시간도 짧거나 없었다. 신유리도 그와 함께 한 시간이 오래기에 천천히 그의 이런 저런 습관을 깨달은 상황이었다.마침 부근에 약국이 있어 신유리는 의사가 말한 대로 서준혁의 증상에 따라 약을 처방받았다.돈을 지불할 때서야 이석민에게서 걸려온 부재중 전화 몇 통을 발견했는데 당시 복잡한 마음 때문에 벨소리를 듣지 못했었다.신유리가 약을 들고 돌아왔을 때 이석민은 방 문 앞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그녀가 올라온 것을 발견한 이석민은 쭈뼛거리며 낮은 소리로 말을 했다.“회사 쪽에 문서 하나 처리할게 있어서... 저 먼저 방에 돌아가 보겠습니다. 부탁 좀 드릴게요.”신유리는 원래 그의 말을 거절하려고 했지만 이석민 머리에 씌워진 붕대들 보며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이석민의 상처는 서준혁보다 더 심각했고 서준혁은 신유리를 보호하려다 다친것이니 원래 대로라면 그녀가 그를 보살피는 것이 더 합리했다.서준혁이 고열이 난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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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7화
마르고 가느린 몸매를 가진 신유리는 소파에 웅크리고 누워있었는데 그녀의 모습은 마치 한 마리의 고양이 같았다.검고 긴 머리를 뒤로 늘어뜨린 신유리는 소파가 조금 불편한 듯 인상을 조금 찌푸리고 있었다.서준혁은 그런 그녀를 새까만 눈동자로 쳐다보고 있었고 빵빵하게 튼 에어컨 때문에 추워 다시 안으로 들어갔다.깊은 잠에 들었던 신유리는 시끄럽게 울려대는 핸드폰 벨소리에 눈을 떴고 졸린 눈을 비비고 일어나 전화를 받았다.“유리야, 좀 어때? 몸은 괜찮아졌니?”수화기 너머 할아버지의 다정한 목소리가 들려왔고 그의 목소리에 놀란 신유리는 얼른 나지막한 소리로 대답했다.“네, 많이 나아졌어요.”잠에서 금방 깬 탓인지 잠기고 비음마저 섞인 신유리의 목소리를 들은 할아버지는 안타까워하며 물었다.“내가 너 자는 걸 방해한 모양이구나.”“아니에요, 저 그냥 조금 힘들어서...”신유리가 말했다.“그래 알았다. 푹 쉬고... 내가 너랑 그 못난 놈한테 밥을 시켜줬으니 제때에 밥 챙겨먹으렴. 준혁이 상처가 감염됐다고 이석민 씨가 알려주더구나.”할아버지는 깊은 한숨을 푹 내쉬더니 말을 이어갔다.“하나부터 열까지 다 마음에 안 들긴 하지만 그래도 내 친손자니 걱정이 되는구나.”그는 신유리와 몇 마디 더 나누다가 그녀의 휴식에 방해될까 얼른 전화를 끊어버렸고 신유리는 핸드폰을 들고 멍하니 소파에 앉아 정신을 차리려고 노력했다.소파에서 잔 탓인지 다리와 손이 저려오는 신유리는 불현 듯 자신의 몸 위에 덮여진 담요 하나를 발견했고 잠시 당황하더니 안쪽방향으로 시선을 돌렸다.신유리가 체온계와 약을 들고 들어갔을 때 자는 줄 알았던 서준혁은 아직까지도 업무를 보는 중이었고 그녀는 담요를 한쪽에 내려놓으며 작은 소리로 입을 뗐다.“체온 한번 재요.”서준혁은 신유리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하던 행동을 잠시 멈추고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며 아까보다 조금 나아진 목소리로 물었다.“푹 잤습니까?”“네, 고마워요.”자신에게 덮여있던 담요가 서준혁이 가져다준 것임을 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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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8화
“제가 그쪽이랑 친했던가요?”은주는 신유리의 날선 말에도 방긋방긋 웃으며 말했다.“지금 안 친해도 상관없죠, 나중에 친해지면 저를 엄마라고 불러야 될 수도 있잖아요.”은주의 말에 표정이 순식간에 굳어버린 신유리는 그녀를 뚫어져라 쳐다보았고 나이가 어린 은주는 아직 젊은이들만의 패기가 있는 듯 여전히 웃음을 지으며 말을 이어갔다.“농담 한번 해본 거니까 너무 신경 쓰지 말아요.”말을 하던 은주는 신유리 뒤에서 따라 들어오던 남자를 보자 표정이 확 변하더니 목을 풀고는 그 남자를 반갑게 맞이했다.“어머, 장 대표님. 왜 이제야 온 거에요? 저 여기서 한참 기다렸다고요.”음식을 주문 할 때까지 신유리의 표정은 싸늘하게 굳어져있었고 장수영은 헛기침을 몇 번하더니 신유리에게 먼저 말을 걸었다.“그... 젊은 애가 참 용기 하나는 봐줄만 하죠?”은주가 여기에 있으면 무조건 신기철도 와있다는 사실을 알기에 이미 기분이 상할 대로 상한 신유리는 입맛이 전혀 없어 밥을 먹는 둥 마는 둥 했고 그녀의 모습을 본 장수영은 젓가락을 내려놓고 또 다시 말을 했다.“우리 다른 집 가서 먹을까요? 이 집 참 맛이 없네요.”신유리도 그녀의 제안을 거절하지 않고 대답했다.“제가 쏠게요.”은주는 웃으며 장대표님을 음식점 안에 있는 룸으로 안내하고는 신기철 옆에 다소곳하게 앉아있었는데 아까 장대표와 꼭 붙어있던 여자와는 다른 사람 같아보였다.장대표의 시선은 아직까지도 은주에게서 떨어질 줄을 몰랐고 장대표는 먼저 입을 뗐다.“은주 비서님은 점점 더 예뻐지십니다? 신 대표님 참 운이 좋다니까. 이렇게 예쁜 미녀 한명을 옆에 꼭 붙이고 다니시고.”은주는 부끄러운 듯 수줍은 미소를 띠며 얼른 대답했다.“장 대표님 지금 무슨 말씀이세요, 제가 어디가 예뻐요? 신 대표님 따님이야말로 최고 미녀시죠.”“네?”그녀의 말에 호기심이 폭발한 장대표는 신기철을 쳐다보며 물었다.“신 대표님 따님? 저는 왜 신 대표님께 딸이 있다는 사실을 몰랐죠?”“아까 제 옆에 서있던 그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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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9화
악에 바친 신유리를 보며 은주는 가식으로 둘러싸인 모습을 하고는 입을 뗐다.“그러게요, 장 대표님처럼 멋지고 재밌으신 사람이랑 전화번호 좀 교환하는 것  가지고 뭘 저렇게 난리를 부리는지 참.”“모르는 사람이 보면 장 대표님이 유리 씨한테 뭘 하려는 줄 알겠어요.”신기철은 안경을 올리고는 미간을 잔뜩 찌푸리며 옆에서 말을 보탰다.“장 대표와 나는 오랜 친구다, 그저 너를 관심해주고 신경 써주려고 이러는 거야.”“왜 절 관심해주죠? 저랑 친해요? 그리고-”신유리는 평온한 표정으로 그를 똑바로 쳐다보더니 물었다.“당신도 저를 포기한지가 몇 년이나 흘렀는데 지금 와서 당신도 아닌 당신 친구가 저한테 관심을 좀 주고 싶다고요? 그걸 누가 믿어? 당신이라면 믿겠어요?”“신유리!”돌려 까는 식으로 말을 하는 신유리에게 신기철은 버럭 화를 내더니 창백해진 얼굴을 하고 혼을 내려는지 벌개진 얼굴로 입을 열었다.“누가 너한테 웃어른한테 이런 말버릇을 가르쳐 준거야? 네 할아버지? 아니면 네 그 엄마? 애초에 내가 너를 데려 갔어야해, 지금 네가 어떤 모습인지 좀 봐라. 예절도 예의도 뭘 잘못했는지 아무것도 모르고!”원래까지도 치밀어 오르는 화를 꾹꾹 참고 있던 신유리는 신기철의 입에서 돌아가신 외할아버지를 비웃는 듯한 말투를 듣자 안색이 싹 굳고는 그에게 버럭 외쳤다.“신기철, 당신은 할아버지를 말할 자격 따위 없어!”신유리의 외할머니, 외할아버지 두 분 다 일찍 돌아가셔서 외할아버지는 늘 신기철을 친아들을 대하듯이 소중히 여겼고 당시 이연지와 이혼을 결심했을 때에도 외할아버지는 신기철의 편을 들어줬었다.나중에 신기철이 먼저 바람을 폈다는 사실을 알고도 신유리의 앞에서 단 한 번도 신기철에 대한 나쁜 말이나 원망의 말은 한 적도 없는 외할아버지였다.도대체 신기철은 무슨 자격으로 외할아버지의 탓으로 돌리는가?-신기철은 그녀의 말에 손을 치켜 올리더니 화가 잔뜩 난 눈빛으로 신유리에게 고함을 질렀다.“신유리, 너 점점 규칙이라는게 없구나? 감히 나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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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0화
서준혁의 뒤를 따라 식당에서 나오는 신유리는 어떠한 말도 하지 않았다.신기철의 목소리가 머릿속에서 맴도는 바람에 신유리는 가슴이 답답해와 숨쉬기조차 어려웠고 그 순간, 성큼성큼 걷던 서준혁이 갑자기 발걸음을 멈췄다.신유리는 갑자기 멈춘 서준혁을 고개를 들어 쳐다보았고 그를 보는 신유리의 눈빛은 많은 감정들이 섞여있는 것 같았다.신유리는 아까 만약 서준혁이 그녀를 끌어당기지 않았더라면 신기철에게 따귀를 맞았을 것이 분명했다.그녀는 나지막한 소리로 서준혁에게 먼저 물었다.“아까... 어떻게 오신 거예요?”“장수영 씨가 문자를 보내줬습니다.”서준혁은 별일 아니라는 듯 담담하게 시계를 확인하고는 말을 이어갔다.“신기철 씨와 신연 씨 두 사람 사이도 아직 제대로 모르는데 그쪽마저 이 일에 발을 들이게 되면 복잡해집니다.”신유리는 서준혁의 말에 입술을 오물거리다가 물었다.“그래서 서준혁 씨는 저 알려주시려고 온 거네요?”서준혁은 묻는 신유리의 말에 대답하지 않고 그녀를 슥 훑어보더니 되물었다.“이석민 씨더러 신유리 씨를 병원에 데려가서 검사하라고 할까요?”그는 낮은 소리로 물었고 자신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서준혁은 행여나 자신의 일에 방해될 가봐 걱정하고 있다는 뜻으로 받아들였다.서준혁은 원래 일을 하면 세심하고 조심스레 하는 스타일이고 더욱이 신기철은 신연까지 끌어들였으니 복잡해지는 바람에 그는 자연스레 신유리 쪽에서 그 어떠한 일도 영향을 받고 싶지 않았다.신유리는 한동안 대답을 못하다가 그의 말을 거절했다.“아니요, 저 혼자 회의실로 돌아갈래요.”자신의 비참하고 부끄러운 모습을 그에게 보였으니 그녀는 지금 서준혁을 마주보고 있는 것 또한 편하지만은 않았었다.서준혁도 신유리의 대답에 그녀를 쳐다만 볼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신유리가 홀로 회의실로 들어섰을 때, 장수영은 이미 도착해있었고 그녀가 도착한 것을 본 장수영은 조금 놀라며 물었다.“왜 이렇게 빨리 왔어요?”장수영은 신유리와 서준혁이 더 오래 같이 있으리라고 생각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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