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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5화

어르신께서 너무 직설적이라 신유리는 다소 의외였다.

그러나 그녀는 잠시 멈추었다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저와 서준혁은 이미 과거에요.”

어르신은 한숨을 쉬더니 눈에는 서운함이 역력했다.

그러나 그는 더 이상 말하지 않았고 다만 밥을 먹을 때도 기분이 좋지 않아 몇 입 드시지 않고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신유리는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몰랐고 그녀도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모른 척할 수는 없었다.

환절기에는 날씨가 불안정해서 밥을 다 먹기도 전에 밖에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신유리는 한창 택시를 타고 먼저 할아버지를 모셔다드린 후 집으로 가려고 했는데 할아버지께서는 이미 류 사부님더러 연락하라고 했다.

류 사부님이 돌아왔을 때 그는 신유리를 보더니 어르신께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금방 도련님한테서 전화가 왔는데 어르신께서 밖에 계시는지를 물어보았습니다. 비가 오니 어르신을 모시러 오겠다고 합니다.”

어르신은 짧게 대답했다.

“오라고 해. 어차피 조만간 나한테 볼 일이 있을 테니”

그는 말을 마치더니 이내 한마디를 덧붙였다.

“마침 밖에 비가 오니 유리도 데려다주라고 하렴.”

신유리는 듣자마자 거절했다.

“번거롭게 할 필요 없어요. 저 혼자 택시 타고 가면 돼요.”

할아버지는 애원의 눈빛으로 작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유리야, 조금만 더 나랑 함께 있어 줄 수 없겠니? 만약 준혁이때문이라면 나랑 뒷줄에 앉자. 팔순 노인이 아직도 이런저런 일에 신경을 써야 한다니, 난 네가 제일 편하다.”

어르신의 많은 말들이 신유리는 듣기에 불편했다. 마치 어르신이 불쌍한 척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어르신의 기대에 찬 눈빛을 바라보면 그녀는 더 이상 거절할 수 없었다.

서준혁은 생각보다 빨리 왔다. 그는 요즘 화인 그룹의 난장판을 처리하느라 바빴는지 피곤함이 역력했다.

살도 좀 빠진 것 같았고 워낙 훤칠한 이목구비는 더욱 뚜렷해졌다.

평소의 냉랭함보다는 날카로움이 더해졌다.

그의 눈빛은 신유리의 몸에 잠시 머물렀고 새까만 눈동자는 조금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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