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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6화

서창범의 목소리에는 말할 수 없는 위엄이 어려 있었고 거실에는 아무도 없었다.

서준혁의 덤덤하던 얼굴이 갑자기 차가워지더니 새까만 눈동자는 서창범을 빤히 바라보았다. 다만 그가 아직 입을 열기도 전에 뒤에서 더욱 심각한 호통이 들려왔다.

“너도 내가 한 말을 들은 적도 없으면서 지금 준혁이보고 말을 들으라고 하다니, 무슨 낯짝으로 그런 말을 할 수 있지?”

어르신은 류 사부님의 부추김을 받으며 천천히 들어섰다. 그는 비록 팔순이 다 되어가지만 몸의 기세는 오히려 그 당시보다 조금도 뒤지지 않았다.

그는 서창범을 노려보며 말했다.

“준혁이가 너한테 한 약속말고 네가 당시에 나한테 했던 약속부터 떠올려보거라, 그런 말 하기에 부끄럽지도 않으냐? ”

서창범은 서준혁이 어르신을 모시고 올 줄은 몰랐다. 굳었던 표정을 천천히 거두어들이더니 양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아버지, 어떻게 오셨어요?”

“내가 오지 않았다면 너한테 아직 나 같은 애비가 있다는 것을 기억하고 있겠느냐?”

어르신은 콧방귀를 뀌며 태도가 좋지 않았다.

“우리 서씨 가문은 아직 준혁이를 혼인시켜야 할 정도로 망하지 않았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난 동의하지 않는다.”

서창범은 어쩔 수 없었다.

“아버지, 아직 주현을 만나본 적도 없어서 그래요. 저랑 정숙이도 그녀가 결혼하기에 적합한 아가씨라고 생각합니다. 아버지가 그 애를 봤더라면 분명 좋아했을 것입니다."

어르신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너랑 정숙이 생각에 결혼할 가치가 있다고? 네가 그렇게 생각한다면 결혼은 너랑 하면 되겠네.”

어르신은 말이 끝나기 바쁘게 서준혁을 보며 말했다.

“그만 가자.”

서창범의 얼굴색도 말이 아니었지만 반박할 수 없었다. 그는 어두운 표정으로 서준혁을 보며 말했다.

“ 서재로 오거라. 할 말이 있다.”

어르신께서 또 입을 열려고 하자 그는 또 한마디를 덧붙였다.

“회사 일이다.”

그는 말을 마치고 돌아서서 서재로 향했다.

어르신은 서준혁을 보며 고개를 슬며시 흔들었다.

서준혁이 서재에 들어가자 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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