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기 전엔 못 놔줘의 모든 챕터: 챕터 511 - 챕터 520
612 챕터
제511화
“우리 지금 어디 가는 거야?”차가 움직이고 있는 느낌이 들어 유남준은 물었다.“새해인데 당연히 즐겁게 기분 전환하러 가야지.”예전 이맘때쯤이면 김인우 등 부잣집 도련님들은 모두 제호 클럽에서 밤을 새웠다.“차 돌려.”김인우한테 무슨 큰일이 있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닌 걸 알고 유남준은 집으로 돌아가려 했다. 그는 이제 박민정과 시간을 보내는 게 더 중요했다.김인우는 기사한테 차를 돌리라고 했다.“왜, 형수님 곁에 딱 붙어 있으려고?”그가 박민정을 부르는 호칭은 귀머거리에서 형수님으로 바뀌었다.유남준도 의외라고 생각지 않았다.“그게 아니면? 너도 제수씨 곁에 붙어있어.”조하랑과 박민정은 절친이므로 김인우가 조하랑과 잘 되면 앞으로 자신과 박민정의 관계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그러나 조하랑과 같이 있으라는 말을 듣자마자 김인우는 인상을 찌푸렸다.“됐어. 나도 너랑 같이 형수님 보러 갈래.”“...”감히 유남준 앞에서 이런 말을 뱉을 수 있는 사람은 김인우밖에 없다.차가 유유히 유씨 집안 저택으로 들어갔다.김인우는 박민정뿐만 아니라 그 아이도 보고 싶었다.“남준아, 형수님이 너 떠나기 전에 임신한 거야?”그의 기억으로 5년 전, 박민정이 떠나기 전에 검사 결과에는 임신이라고 적혀있었다.유남준은 순간 침묵했고 그의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넌 무슨 질문이 그렇게 많아?”김인우는 급히 입을 다물었다.그리고 집 앞에 도착하자 얼른 들어가려고 했으나 유남준은 그를 덥석 잡아당겼다.“넌 이제 그만 돌아가.”“왜?”“우리 한 식구가 집에 있는데 네가 오면 불편해.”“불편할 게 뭐야. 난 아이만 보고 갈 거야.”김인우는 철면피를 깔고 계속 집 안으로 들어왔다.방에서 책을 보던 박민정이 기척을 듣고 거실로 나왔다.시선이 김인우한테 떨어지는 순간 그녀의 얼굴에는 냉기가 흘렀다.김인우는 그녀를 보자 꼿꼿이 서서 인사를 했다.“형수님, 안녕하세요.”형수님이라는 소리에 박민정은 좀 어리둥절했다.“김 이사님, 그렇게 부르지 마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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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2화
김은우가 내민 손이 허공에 멈췄다. 그는 한참 뒤에야 손을 거둬들였다.“저...”박민정은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돌아서서 방으로 들어갔다.김인우는 따라가서 사과하고 싶었으나 유남준이 그를 잡아끌었다.“넌 왜 날 잡아당겨?”유남준의 얇은 입술이 열렸다.“사과는 나중에 다시 해.”정월 초하루부터 김인우 때문에 분위기를 다 망치고 싶지 않았다.김인우도 그의 말을 듣고 너무 서두르면 안 될 거 같아 대답했다.“그래, 알았어.”박민정의 아들도 만나보고 싶었지만 지금은 떠나는 게 더 좋을 것 같았다.“그럼 나 오늘은 이만 돌아가고 다음에 다시 올게.”“응, 그래.”김인우는 차를 타고 떠났다.박민정은 방으로 돌아와 소파에 누워 책을 계속 읽었다. 그리고 얼마 뒤에 유남준이 돌아오자 물었다.“아까 일이 있다던 게 김인우 씨 일이에요?”유남준은 아까부터 김인우 때문에 자신이 연루될까 봐 걱정했는데 박민정이 이렇게 묻자 바로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며 김인우와의 연관을 끊어냈다.“난 인우가 뭘 말하려는지 몰랐어.”박민정은 책을 덮고 정색하여 그를 바라보았다.“그럼 됐어요. 난 김인우 씨랑은 친하게 못 지내요, 적어도 지금은 불가능해요.”유남준이 누구와 친구를 사귀는가 하는 것은 그의 자유지만, 그녀도 나름 친구 사귀는 기준이 있다.유남준은 곁에 앉으며 그녀를 품에 꼭 껴안았다.“응, 그래. 다 네 말대로 해.”유남준의 품에 안긴 박민정은 잠시 멍하니 있었다가 이내 그의 손을 떼어냈다.“책 읽어야겠어요.”“무슨 책을 보는데?”유남준은 계속 그녀를 품속에 끌어안은 채 물었다.“그냥 법률에 관한 책인데 당신 서재에서 가져온 거예요.”유남준의 서재에는 여러 분야의 서적이 골고루 들어있어 작은 도서관을 방불케 했다.한수민이 아직 구속되어 판결을 내리지 않은 상태고, 박씨 집안의 재산도 되찾으려면 법률 지식을 좀 알아둬야 할 것 같았다.“한수민 때문에 그래? 내가 전문 변호사팀을 알아봐 줘?”“아뇨, 제가 알아서 할 수 있어요.”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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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3화
박민정이 들어올 때부터 유남우의 눈길은 한시도 그녀를 떠난 적이 없었다.그는 의자를 뒤로 밀며 일어나더니 인사를 건넸다.“형님, 형수님. 안녕하세요.”박민정은 그에게 예의 바른 옅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이 모습을 지켜보는 윤소현은 너무나도 거슬렸지만 간신히 화를 억누르고 유남우를 따라인사했다.“형수님, 형님. 또 뵙네요.”유남준은 그녀의 인사를 무시하고 박민정이 앉자 그녀의 옆에 앉았다.다른 사람들도 함께 있는 자리라 박민정은 윤소현의 체면을 구기지 않고 짧게 인사를 받아줬다.윤소현은 의자에 다시 앉으면서 일부러 유남우의 팔짱을 꼈다.“남우 씨, 형님네 아들 참 귀엽게 생겼다, 그렇지 않아요?”유남우의 팔이 뻣뻣해지더니 눈가에 혐오감이 스쳤다.그는 소리 없이 윤소현의 손을 빼내며 시선을 윤우한테 돌렸다. 윤우는 정말 형님과 많이 닮아있었다.고영란도 윤우한테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박민정이 비록 윤우가 유남준의 아들이 아니라고 했지만 그녀는 여전히 그 말을 믿을 수 없었다.연지석의 아들이라면 왜 한 명은 조하랑과 같이 있고 한 명은 박민정과 같이 있겠는가.게다가 예찬이는 성이 박씨다. 아무리 생각해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윤우야, 이리 와. 할머니 옆에 와서 앉아.”고영란이 모처럼 자상한 얼굴로 얘기했다. 하지만 윤우는 그 말을 듣더니 조그마한 입으로 폭탄을 터트렸다.“누구세요? 우리 할머니는 돌아가셨는데요?”순간 다이닝룸의 분위기가 싸해졌고 고영란의 상냥한 얼굴은 굳어버렸다.그녀의 차가운 시선이 박민정한테 떨궈졌다.“네가 가르쳤니? 내가 죽었다고 저주한 거야?”박민정은 난데없이 누명을 쓴 꼴이 되었다. 윤우가 말하는 할머니가 은정숙을 가리킨 것이라고 해명하려고 하는데 윤우가 먼저 입을 열었다.“저기요, 어르신. 우리 엄마한테 왜 그래요? 제 할머니가 돌아가신 건 사실인데, 제 할머니도 아니면서 왜 엄마가 어르신을 저주했다고 그러는데요?”어르신이라니...고영란은 태어나서 아직 어르신이라는 호칭은 난생처음이었다.“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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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4화
최현아는 그 상황을 보고 말리는 척했다.“지훈아, 동생한테 좀 양보해.”하지만 지훈이는 척하는 게 뭔지, 눈치를 살피는 게 뭔지를 전혀 모르고 오직 자신의 물건이 남한테 뺏기면 안 된다는 것만 알고 있었다.지훈이는 의자에서 내려와 윤우 곁으로 달려가더니 그를 잡아당기기 시작했다.“너 내려와!”전에 예찬이한테 얻어맞은 적이 있어, 그와 너무 닮은 윤우한테도 지훈이는 감히 손찌검을 하지 못했다.“얼른 내려오라니까, 이 굴러먹다 온 놈이!”말끝마다 굴러먹다 온 놈이라고 하는 통에 박민정은 듣기 거슬려 손을 그러쥐었다.최현아는 속으로 냉소를 지으며 아이들을 말리지 않았다.유명훈은 마지못해 사용인에게 말했다.“가서 의자 하나 더 가져와서 내 옆에 갖다 놔.”“싫어요. 난 꼭 이 의자에 앉을 거예요!”총애를 듬뿍 받고 자란 지훈이는 막무가내였다. 반드시 윤우가 앉은 의자에 앉고야 말겠다고 심통을 부렸다.박민정은 더는 보다 못해 윤우를 불렀다.“윤우야, 엄마 옆에 와서 앉아.”“응, 알았어.”윤우는 바로 의자에서 내려오며 애정 어린 눈빛으로 지훈이를 보며 말했다.“너 나보다 작지? 내가 양보할게. 형이 동생한테 양보하는 건 당연한 거니까.”이 말은 최현아가 아까 한 말에 대한 반격이었다.부잣집에서 장손의 위치는 그 뒤에 태어난 아이들과 다른 법이다.최현아는 얼굴색을 확 달리했다.“윤우야, 너 잘못 알고 있는 거 아니야? 우리 지훈이가 너보다 좀 커. 네가 형이라고 불러야 해.”“얘가 나보다 커요?”윤우는 어리숙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그런데 왜 이렇게 유치해요? 의자 하나 가지고.”최현아는 순간 목구멍에 솜이 들어찬 것만 같았다.유명훈은 큰 소리로 껄껄 웃었다.“맞다, 윤우야. 그냥 의자일 뿐이야, 싸울 거 없어. 네가 지훈이보다 더 커 보이는구나. 자, 할아버지 곁에 앉아. 엄마한테로 갈 거 없어.”윤우는 박민정한테 눈길로 동의를 구했고 박민정이 고개를 끄덕이자 그제야 유명훈의 다른 한쪽에 앉았다.지훈이는 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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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5화
식탁 앞에 있던 사람들은 또 한 번 놀랐다. 지훈이가 이기적이라고 대놓고 욕하는 사람은 처음이었다.자기 자식이 욕먹는 건 내키지 않았지만, 상대방이 자기 아들보다 더 어린아이라서 최현아도 뭐라고 꾸짖기 난감했다.지훈이도 제멋대로 굴긴 하지만 아주 멍청이는 아니라 윤우가 자신을 욕하는 걸 알아듣고 발끈하였다.“이 촌구석에 굴러다니던 자식이 감히 날 욕해?!”윤우는 불난 집에 키질하듯 계속 입을 놀렸다.“화내지 마. 난 사실대로 말한 것뿐인데? 학교 다닐 때 선생님이 예의범절을 안 가르쳐줬어?”박민정은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오늘 외출하기 전 윤우한테 특별히 말을 적게 하라고 당부했었는데...두 아이의 싸움에 어른이 끼어들 수가 없어 박민정은 윤우한테 말을 그만하라고 눈짓만 자꾸 했다.그러나 윤우는 일부러 그녀의 시선을 피하며 지훈이를 향해 눈썹을 치켜올리면서 아니꼬우면 달려들어 보든가, 하는 의미의 표정을 날렸다.예찬이와 같은 얼굴의 윤우를 보며 지훈이는 쉽게 달려들지 못했다.하여 손에 있는 젓가락을 윤우를 향해 내던졌는데 조준을 잘못하여 유명훈의 얼굴에 던져졌다.유명훈은 단단히 화가 났다.“유성혁! 너희 부부는 애를 어떻게 가르친 거야! 뭔 짓이야, 이게?! 오전에 데려가서 잘 가르치라 했거늘, 이게 잘 가르친 거야? 얘는 밥을 안 먹어도 될 거 같으니까, 너희 셋 이제 집으로 돌아가!”다른 사람들도 함께 있는 자리에서 쫓겨나자 유성혁과 최현아는 안색이 말이 아니었다.최현아는 즉시 일어나 지훈을 잡아당기며 뾰로통한 말투로 말했다.“가자, 여기서 남들이 식사하는 걸 방해하지 말고.”하지만 지훈이는 일어나려 하지 않았다.“증조할아버지, 쟤가 먼저 날 욕했어요.”그러자 최현아는 지훈의 뺨을 한 대 때렸다.“이제 동생이 돌아왔는데 네가 말할 자격이 어디 있어?!”뜬금없이 뺨을 얻어맞은 지훈이는 큰소리로 엉엉 울기 시작했다.유성혁은 이 모든 것을 남 탓으로 돌리며 원망했다.“할아버지, 너무 하시는 거 아니에요? 아이가 이제 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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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6화
윤소현의 표정이 굳어졌다.원래는 최현아와 다른 사람들에게 좋은 인상을 남기고 싶었을 뿐이었는데 실수로 미래의 시어머니를 언짢게 할 줄은 몰랐다. 또한 고영란이 박윤우를 감쌀 줄은 더더욱 몰랐다.유성혁의 말이 맞았다. 이 아이는 유씨 가문에 데려간 지 아직 얼마 되지 않는데 유씨 가문의 핏줄이 맞는지 명확하지 않다.게다가 박윤우는 자기 입으로 직접 아빠가 연지석이라고 했다.최현아는 다정한 눈빛으로 윤소현을 바라보며 유성혁과 아들을 데리고 떠나려 했다.“가자. 집에 가서 먹자.”같이 밥 먹는 자리지만 각자 마음속에 다른 생각을 하고 있어 결국 이상하게 끝났다.식사가 끝난 후 유명훈은 도우미에게 선짓국을 새로 끓여 박윤우에게 가져다주라고 했다.박민정은 의아했다. 박윤우가 제일 싫어하는 음식이 동물 내장이었기 때문이다.유남준 집으로 돌아간 후 밤에 잠 자기 전, 박민정은 쪼그려 앉아 박윤우에게 물었다.“윤우야, 엄마한테 솔직하게 말해봐. 너 오늘 일부러 지훈이 난감하게 한 거지?”아들 마음은 엄마가 가장 잘 안다고 박민정은 박윤우가 유씨 집안 사람들을 무척 싫어한다고 생각했다.하지만 그렇게 싫어한다면 윤우는 왜 여기에서 지내는 것을 좋아하는 것일까?박윤우는 박민정의 질문에 반쯤만 솔직하게 말했다.“엄마, 걔가 먼저 나에게 망나니라고 욕했어. 그래서 나도 일부러 그런 말을 한 거고.”망나니라는 단어를 듣자 박민정은 가슴에 가시가 박힌 듯 아팠다.그녀는 두 팔을 벌려 박윤우를 끌어안았다.“우리 윤우는 절대 망나니가 아니야. 윤우는 엄마에게 가장 소중한 존재야, 알겠지?”박윤우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물었다.“엄마, 나랑 형의 아빠는 누구야? 아빠는 왜 우리를 버린 거야?”박윤우는 유남준이 사람들 앞에서 박민정을 감싸는 것을 보고 갑자기 이렇게 묻는 것이다.유남준이 정말로 나쁜 사람이었다면 왜 자신을 도와줬겠는가?왜 매번 혼낼 때 겉으로만 화를 낸 척하는 것일 뿐, 정말 나쁜 짓을 하지는 않는 것일까?그는 정말 엄마를 사랑하지 않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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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7화
박민정은 윤우를 재우고 방을 나섰다.유남준은 이미 거실로 돌아와 점자책을 넘기고 있었다.“윤우 잠들었어?”유남준이 묻자 물었다.박민정은 고개를 끄덕였다.“왜 아직 안 잤어요?”“같이 자려고 기다렸어.”유남준은 책을 덮고 그녀를 올려다보았다.박민정은 조금 난감한 표정으로 말했다.“우리 따로 자요.”“왜?”바람이 얼굴을 스쳤고 박민정의 얼굴이 약간 달아올랐다.“지금 임신 중이라 같이 자는 게 불편해요.”“2미터짜리 침대라 나랑 같이 잔다고 자리가 비좁진 않을 텐데.”유남준은 말을 하고 일어나더니 긴 다리로 몇 걸음 만에 박민정에게 다가와 손을 뻗어 그녀의 팔을 잡았다.유남준의 손은 뜨거웠는데 옷이 있어 직접 닿지 않았는데도 그 열기가 느껴졌다.“하지만 난 혼자 자는 게 편해요...”박민정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유남준이 그녀를 들어 올렸다.발이 바닥에서 떨어지자마자 당황한 그녀는 너무 높이 올라 어쩔 수 없이 유남준의 팔을 잡았다.“그만해요. 빨리 내려줘요.”유남준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은 채 그녀를 안고 방으로 돌아와 더듬더듬 큰 침대에 눕혔다.박민정은 일어나서 나가고 싶었지만, 먼저 예상한 유남준이 그녀의 손을 잡아당겨 자신의 품에 끌어안고 함께 누웠다.“됐어. 다른 데는 아직 정리가 안 됐으니 오늘은 나랑 같이 자자.”유남준의 숨결이 박민정의 얼굴에 닿았다.박민정은 더 이상 발버둥 치지 않고 빨리 잠들고 싶어서 눈을 감았다.하지만 유남준의 숨소리가 거칠고 손이 유난히 뜨거워서 빨리 자고 싶어도 잠이 오지 않았다.박민정은 불편한 듯 몸을 뒤척였다.유남준은 웅얼거리는 소리와 함께 커다란 손바닥을 아래로 내렸다.“가만히 있어. 움직이지 마.”박민정은 무언가를 발견하고는 감히 움직일 엄두를 내지 못했다.“잠이 안 오면 나랑 얘기 좀 할래?”유남준이 갑자기 말했다.“무슨 얘기요?”박민정은 고개를 들어 의아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네가 해외에 있을 때 있었던 일에 대해 얘기해 봐.”유남준은 서다희에게 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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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8화
두 사람은 쌍둥이이기 때문에 당연히 누구보다 서로에 대해서 더 잘 알았다.유남준은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그게 왜?”“별거 아니야. 그냥 조심하라고. 민정이는 단순한 사람이라 형이 계속 민정이를 속이면 앞으로 다시는 형을 믿지 않을 거야.”유남우가 천천히 말했다.유남준은 유남우가 박민정에 대해 잘 아는 것처럼 하는 게 싫었다.“네가 걱정할 필요 없어.”그는 멈칫하다가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나중에 내가 말하지 않았다고 탓하지나 마. 내 인내심도 한계가 있어. 민정이가 알게 되면 형제고 뭐고 없어.”유남준은 차 문을 열고 도우미와 함께 돌아갔다.차에 앉은 유남우는 눈을 살짝 감은 채 유남준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차가운 바람이 차창을 통해 쏟아져 들어왔고 그는 기침을 심하게 했다.차 안에 있던 부하가 서둘러 그에게 뜨거운 물을 따라주며 물었다. “도련님, 괜찮으세요?”유남우는 한참 기침하다가 천천히 멈추며 말했다.“괜찮아. 이지원은 요즘 뭐 하고 있어?”“월세방에 숨어서 외출하지 않고 있습니다.”부하가 대답했다.이지원은 유남준에게 보복을 당할까 봐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유남우가 눈을 감고 쉬고 있는데 전화가 걸려 왔다. 그의 개인 비서 홍주영이었다.“도련님, 지난번에 조사해 달라고 부탁하신 사건의 결과가 나왔습니다. 저희 회사의 해외 프로젝트를 모두 빼앗아 간 것은 IM 그룹이라는 외국 회사인데, 그 회사가 저희 회사의 내부 정보를 아주 잘 알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저희 회사에 스파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설날에 홍주영은 유남우를 돕기 위해 쉬지도 않고 일했다.유남우는 이마를 짚으며 물었다.“주영아, 내부 스파이가 아니라 이미 회사를 떠난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안 해봤어?”그제야 홍주영은 깨달았다.“큰 도련님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큰 도련님은 기억을 잃지 않았습니까? 그리고 앞이 보이지도 않을 텐데...”만약 정말 유남준의 짓이라면 유남준은 도대체 얼마나 강한 걸까?눈이 먼 사람이 회사와 싸운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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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9화
박민정은 당황하며 물었다.“무슨 기사?”“인기 검색어에 올라와 있어. 켜자마자 보일 거야. 글쎄 내가 유남준이 좋은 사람 같지 않다고 했잖아.”조하랑은 휴대폰을 움켜쥐었다.박민정은 정신을 차리고 옆을 보자 유남준은 여전히 잠들어 있었다.“잠깐만. 지금 볼게.”전화를 끊은 후 웹페이지를 열자 맨 위에 있는 인기 검색어가 눈에 들어왔다.기사를 들어가 보자 눈에 띄는 몇 장의 사진이 눈에 들어왔다.사진 속 이지원은 이불을 덮은 채 유남준의 품에 누워 있었고 두 사람은 아무것도 입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박민정은 자신이 이런 일에 신경 쓰지 않는다고 생각했었는데 사진을 보고 나니 그래도 마음이 아팠다.조하랑이 메시지를 보냈다.[민정아, 화내지 마. 이 세상에 남자는 많으니까.]박민정은 바로 답장을 보냈다.[응. 알겠어. 나 괜찮아.]그녀는 잠이 다 깨 일어나려던 참이었다.그런데 갑자기 유남준이 천천히 눈을 뜨고 그녀를 품에 끌어안았다.“지금 몇 시야?”“6시 반이요.”박민정은 침착한 표정을 지었다.유남준은 그녀의 변화를 눈치채지 못하고 따뜻하게 말했다.“아직 이르네. 더 자.”“자고 싶지 않아요.”박민정이 손을 뿌리치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하자 유남준은 마침내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왜 그래? 어디 아파?”박민정의 휴대폰은 여전히 울리고 있었다. 조하랑이 메시지를 계속 보내고 있었다.유남준은 그 소리를 듣고 연지석이나 다른 남자가 메시지를 보낸 줄 알고 손을 뻗어 휴대폰을 잡았다.“뭐 하는 거예요?”“누가 메시지를 보냈어?”“신경 쓰지 마요.”박민정은 유남준의 손에서 휴대폰을 빼앗았다.그런데 유남준의 손이 너무 커서 몇 번이나 시도해도 뺏지 못하자 화가 나서 소리쳤다.“이리 내놔요!”그제야 유남준은 순순히 휴대폰을 돌려주었다.기분이 더욱 나빠진 박민정은 조하랑이 보낸 음성 메시지를 눌렀다.[하랑아, 지금 어디야? 내가 찾으러 갈게.][내가 말했잖아. 연지석이 낫다고. 적어도 전 여자 친구가 나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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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0화
인터넷에 올라온 댓글 중 일부는 참을 수 없을 정도였다.인기 검색어가 삭제된 후에도 여전히 사람들은 이 일에 대해 관심을 보였다.원래 이지원은 이미 사람들의 시야에서 사라진 상태였는데 이번에는 여론의 헤드라인이 되어 다시 다른 의미로 인기가 높아졌다.김인우 역시 기사를 보고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이지원은 이미 정신병원에서 죽지 않았나? 누가 이 사진들을 공개한 거지?’외부 사람들은 이지원이 정신병원에 입원했다는 사실도 몰랐고 화재에 대해서도 몰랐다.유남준의 옛 원수 중 한 명일까?김인우는 컴퓨터를 끄고 밖으로 나갔다가 혼자 밖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 조하랑의 모습을 보았다.들어가서 살펴보니, 세상에, 조하랑은 땅에 쪼그리고 앉아 잡초를 뽑고 있었다.“뭐 하는 거예요?”김인우는 의아해했다.조하랑은 풀을 뽑다가 멈추고 김인우의 얼굴을 올려다보자 인터넷에 올라온 기사를 떠올렸다.“그쪽과는 상관없는 일이에요.”조하랑은 기분이 나빠 보였다.그녀는 인터넷 기사를 보고 박민정 대신 화가 잔뜩 났다.그런 은밀한 사진이 노출되었는데 배우자가 신경 쓰지 않을 수 있을까?김인우는 조하랑이 풀을 뽑다 못해 풀이 곧 사라질 것 같은 땅을 지켜보았다.“심심하면 나랑 유씨 집안에 갈래요?”조하랑은 원래 어두운 표정이었는데 김인우의 말을 듣고는 그를 올려다보았다.“정말요?”조하랑은 의아했다. 어제 할아버지가 김인우에게 그녀를 데리고 가족을 만나라고 할 때는 거절하더니 오늘 왜 갑자기 생각이 바뀌었을까?“네. 예찬이도 데려와서 같이 가요.”김인우는 유남준에게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인지 물어보고 싶었고 유남준의 아들을 만나고 싶기도 했다.습니다.“예찬이는 됐고 우리끼리 가요.”조하랑은 바로 거절했다. 만약 예찬이를 데려갔다가 무슨 일이 밝혀지기라도 하면 어떻게 하겠는가?“당연히 예찬이랑 같이 가야죠.”김인우는 그녀의 말을 거절하고는 대답을 기다리지도 않고 예찬이를 찾으러 돌아갔다.어쨌든 유남준을 만나러 가는 것이기 때문에 똑똑한 예찬이를 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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