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계약 해지: 놔줘요 대표님: Chapter 51 - Chapter 60
732 Chapters
제51화
그녀는 비록 조금 당황했지만 재빨리 전화를 받았다.“서유 씨, 잠깐 사무실로 오세요.”핸드폰에서 대표님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그는 말을 마친 뒤 바로 전화를 끊었고 서유가 거절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았다.이승하가 대표실에 있을 것을 생각하면 정말 가고 싶지 않았지만, 대표님이 먼저 그녀를 부른 거라면 중요한 지시 사항이 있는 것이 분명했다.그녀가 이온에 있는 동안 대표님은 그녀에게 늘 친절했다. 어쩔 수 없이 그녀는 이를 악물고 대표실로 향했다.예상대로 이승하가 사무실에 앉아 있었고 대표인 연중서와 일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그들은 서부 개발 입찰 프로젝트에 관한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전에 태안 그룹에 사건이 있었던 이후, JS는 무슨 이유 때문인지 갑자기 입찰을 며칠 연기했다.아직 입찰은 시작되지 않았고 태안 그룹에서도 가짜 계약에 대한 일을 더 의심하지 않았다.게다가 임태진이 다쳐 혼수상태였기에 가짜 계약서를 건네받지도 못했을 것이다.그러나 그녀가 조금 걱정되는 것은 임태진이 깨어난 뒤 가짜 계약서를 발견하고 그녀에게 따지러 오는 것이었다.하지만 이 모든 것은 나중 일이다. 임태진이 깨어난다고 해도 태안 그룹에 해결해야 할 일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을 것이다.태안 그룹을 어떻게 일으킬 것인지, 임 회장님을 어떻게 보석으로 풀려나게 할 것인지, 그리고 파트너 회사에 대한 위약금까지 한두 가지 문제가 아니었다.이 일련의 일을 끝낼 때쯤이면 그녀는 아마도 그 전에 이미 죽었을 것이고 아무리 임태진이 그녀에게 복수를 하려고 해도 그녀를 찾을 수조차 없을 것이다.그녀는 이런 고민을 접고 노크를 하려고 할 때 안에서 부산 화진 그룹에 관해 얘기를 나누는 소리가 들렸다.화진이라는 두 글자에 서유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 소년의 모습이 머릿속에 떠올랐기 때문이다.그녀는 최선을 다해 침착함을 유지한 뒤 노크하며 정중하게 물었다.“대표님, 저 찾으셨습니까?”연중서는 그제야 손에 들고 있던 커피잔을 내려놓고서는 고개를 들어 서유를 바라보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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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화
연지유는 돌려서 말했다.서유에게 사직서를 아직 승인하지 않았으니 아직 이온의 직원으로서 대표님이 시키는 업무를 처리하라는 것을 상기시켜 주었다.또 하나 서유에게 알려주는 것은 이 자리에서 대표님을 명령을 거절하는 것은 대표님의 체면을 잃게 만드는 일이기에 불가능하더라도 해내라는 것이다.서유는 연지유의 뜻을 알아듣고 마음속으로 긴 한숨을 쉬었다.방금 그녀는 조금 충동적으로 생각도 하지 않고 입 밖으로 말을 뱉었다.지금 이런 상황에서 그녀도 다시 거절할 수 없었다. 그렇지 않으면 그녀는 배은망덕한 것처럼 보일 것이다.서유는 어쩔 수 없이 마지막 업무라고 생각하며 화진의 일을 처리할 수밖에 없었다.그녀가 돌아서서 나가자 연중서는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불만스러운 시선을 거두고서는 이승하에게 물었다.“승하야, 오늘 저녁 식사 자리에 너도 함께 가는 건 어떠니?”이승하와 대화할 때 연중서의 목소리는 아주 부드러웠고 눈빛마저 다정했다.이승하는 소파에 기대어 한 손으로 이마를 짚고서는 다른 한 손으로 핸드폰을 들고 있었다. 내내 고개를 들지 않고 핸드폰 화면만 바라보고 있었다.연중서는 아무 말도 없는 이승하의 모습에 가고 싶지 않아 한다고 생각해 다급하게 말했다.“내 정신 좀 봐. 화진과 우리 이온은 이제 서부 프로젝트 때문에 갈등이 있을 거야. 당연히 화진 대표가 조율하자고 찾아온 걸 텐데 입찰 주최자인 네가 그 자리에 오는 건 불편하지.”화진의 사람은 그의 딸과 이승하의 관계 때문에 이승하가 이온의 편의를 봐줄까 봐 은밀히 이온에 문제를 만들어 스스로 입찰을 포기하게 만들려고 했었다.연중서가 이렇게 좋은 땅을 포기할 리가 없었다. 이승하 앞에서 특별히 오늘 식사 자리를 잡으며 이승하에게 함께 갈 것인지 물은 것도 사실 그가 연지유를 도와 양측의 관계를 조절해 주길 바랐기 때문이다. 이승하가 주최자였기에 화진 사람들이 얌전히 순종할 것 같았다. 오직 그의 딸 연지유에게 이 일의 조율을 맡기는 것은 시간 낭비일 뿐이다.물론 이승하가 내켜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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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화
서유가 핸드폰으로 레스토랑 예약을 막 마쳤을 때 연중서에게서 또 전화가 왔다.“서 비서, 레스토랑 주소를 이 대표에게 보내줘.”그는 지시를 내린 뒤 서유에게 말할 기회도 주지 않은 채 전화를 끊었다.그녀는 싸늘한 얼굴로 전화를 내려놓았다. 그런 다음 카톡을 열어 주소를 이승하 스케줄 담당 비서에게 보내주었다.그 결과 상대 비서에게서 답장이 왔다.「서유 씨, 제가 지금 이 대표님과 연락이 되지 않아 직접 카톡을 보내시죠.」서유는 어쩔 수 없이 이를 악물며 차단했던 이승하의 전화번호를 풀고 신속하게 주소를 보낸 뒤 다시 차단했다.그런 다음 그녀는 업무용 차량의 차키를 들고 회사 주차장으로 향했다.그녀가 엘리베이터에서 나오자 옆에 대표 전용 엘리베이터도 열렸다.검은색 코트를 입은 이승하가 성큼성큼 걸어 나왔다.서유의 심장이 쿵쾅쿵쾅 뛰었고 그녀는 못 본 척 재빠르게 돌아섰다.그녀는 이승하가 그녀를 무시하고 바로 떠날 줄 알았다. 그런데 갑자기 그녀를 향해 다가올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서유는 긴장해서 손을 꽉 움켜쥐었다. 발을 떼고 싶었지만 마음처럼 움직여지지 않았다.그녀의 뒤에 천천히 멈춰 서는 발걸음 소리가 선명하게 느껴졌다.그는 그녀의 뒷모습을 깊은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 같았다. 서유는 고개를 돌리지 않아도 이승하가 어떤 눈빛으로 그녀를 보고 있을지 전부 상상할 수 있었다.냉담함, 무관심, 경멸, 혐오감, 이런 감정들이 섞여 있을 것이다.그녀가 손을 꽉 쥐며 숨을 참는 순간 앞에서 부가티가 울렸다.이승하는 그녀를 지나쳐 운전석의 문을 열고 앉았다. 그는 눈을 내리깔고 차에 시동을 건 뒤, 한 손으로 핸들을 돌려 후진했다.그는 그녀를 한 번도 쳐다보지 않았다. 그저 차를 몰고 주차장을 빠져나갔다.서유는 긴장했던 몸이 그가 떠나는 순간 완전히 힘이 풀렸다.그녀는 또 한 번 혼자서 사랑에 빠지는 자신이 너무 우스웠다. 겨우 감정을 진정하고서는 7인승 업무용 차 쪽으로 걸어갔다.요 며칠 비가 많이 내렸다. 이런 날씨가 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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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화
그는 로얄 블루 컬러의 셔츠에 같은 컬러의 코트를 입고 있어 멀리서도 큰 키에 아우라가 넘치는 모습이었다.가까이 다가가니 금테 안경 아래 얼굴이 선명하게 보였다. 유치함은 이미 사라지고 깨끗하면서도 성숙한 느낌만이 남아 있었다.오랜 세월이 흐른 뒤 그를 이렇게 다시 만났지만 그녀의 마음속은 아주 평온했고 아무런 감정변화도 없었다.그녀는 손을 들어 올리며 그들을 향해 손을 저었다.“여기입니다.”남자는 인파 속에서 손을 흔들고 있는 그녀를 발견하더니 숨이 멎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그가 사람들을 이끌고 서울로 출장을 온 이유는 서부 부지 입찰을 위해서였다.태안 그룹 사람들에게 자기가 왔다는 것을 알리고 싶지 않았는데 이렇게 사람까지 보내 마중을 오다니, 거기에 식사까지 준비할 줄은 몰랐다.그는 어쩔 수 없이 동의했다. 하지만 자기를 마중 나온 사람이 서유일 줄은 상상도 못 했다.그는 몇 초 동안 멈칫하더니 다시 자연스럽게 행동했다. 사람들을 이끌고 서유에게로 다가갔다.187센치가 넘는 남자가 그녀의 앞에 서니 그녀보다 머리 하나는 더 높은 것 같았다.그는 그녀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서유 씨, 오랜만입니다.”서유 씨라는 한마디에 어렸을 적 두 사람의 감정은 완전히 깨끗하게 정리가 되었다.서유는 차갑게 웃으며 사무적인 태도로 말했다.“김 대표님, 절 따라오시면 됩니다.”그 한마디를 던지고서는 뒤로 돌았다. 그녀는 싸늘한 표정으로 구두를 또각거리며 지하 주차장 방향으로 걸어갔다.뒤따라가던 남자는 그녀의 불쾌한 표정을 보고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그는 잠시 망설이다가 긴 다리를 움직여 재빨리 서유에게 다가갔다.“서유 씨, 아직도 나한테 화났어요?”서유는 그 말을 듣고 갑자기 걸음을 멈추더니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내가 무슨 자격으로 그쪽에게 화를 내겠어요?”김시후는 조금 어이가 없었지만 그래도 사과했다.“미안해요, 서유 씨. 난 기억을 잃었어요. 정말 서유 씨가 기억나지 않아요. 그래서 5년 전에 그렇게 서유 씨를 대한 거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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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화
“왜?”그는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리더니 깔끔하고 단정한 얼굴이 순식간에 사악함과 증오로 뒤바뀌었다.“지금 왜냐고 물었어? 내가 병원에 혼수상태로 누워있는 동안 넌 다른 남자하고 바람을 피우고 있었어.”“그렇게 더러워졌으면서 감히 나하고 계속 만나겠다는 생각을 해? 말도 안 되는 상상을 하네.”‘이것 봐. 기억을 잃지 않았어.’안타깝게도 그녀는 그가 기억을 잃은 척한 것이 자기를 버리기 위해서였다는 걸 그제야 깨달았다.그런데도 바보 같은 그녀는 눈앞에 쓰레기보다 못한 남자를 예전에 자기와 평생을 함께하기로 약속했던 소년이라고 생각했다.그녀는 김씨 저택 앞에서 모든 자존심을 내려놓은 채 무릎 꿇고서 소년을 붙잡으려고 했던 것을 후회했다.하지만 이미 김시후라고 이름과 성을 바꾼 남자는 그녀에게 후회할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서유는 그가 당시 열 걸음 정도 물러나더니 갑자기 온 힘을 다해 앞으로 돌진하던 모습을 기억했다.그는 달려오며 추진력까지 이용해 두꺼운 가죽 부츠로 다시 한번 그녀의 심장을 걷어찼다.그도 그녀에게 선천적인 심장병이 있어 외부의 충격을 받으면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일부러 위치를 정확하게 계산해서 단숨에 치명타를 날렸다.그녀는 입에서 피를 토해내며 자기가 알고 있던 소년이 그녀가 죽기를 바란다는 것을 깨달았다.그녀는 피를 토하며 바닥에 쓰러져 온몸을 추위에 덜덜 떨었다. 그런 그녀를 소년은 내려다보며 차갑게 비웃었다.“서유야, 난 이제 널 사랑하지 않아. 너하고 계속 만나고 싶지도 않으니까 다시는 찾아오지 마. 그리고 너 똑똑히 알아둬. 난 지금 화진 그룹의 후계자야. 더 이상 고아원의 송사월이 아니라고. 너하고 정가혜 내 옛날 신분 폭로하기만 해. 그리고 그걸로 김씨 가문을 협박하면 내가 너희들 삶을 지옥보다 더 힘들게 만들어줄 거니까.”서유는 이승하의 차가운 면을 보았지만 송사월에는 비교할 수가 없었다.그러니 이승하가 그녀를 대용품으로 생각한다고 해도 그녀는 그를 원망하지 않았다. 이승하는 그녀를 사랑하지 않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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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화
김시후가 데려온 사람이 많았기에 업무용 차량에 모두 앉을 수가 없었다. 서유는 어쩔 수 없이 차량 두 대를 더 불렀다.고위직 인사들은 다른 차량에 앉고 김시후와 그의 경호원들은 그녀의 차에 앉았다.서유는 가는 동안 김시후와 아무런 대화도 나누지 않고 운전에 집중했다. 그를 5성급 레스토랑에 데려다줬다.화려한 룸 안, 연지유와 이온의 몇몇 부사장들이 도착해 있었지만 이승하는 아직 오지 않았다.연지유는 룸 안에 김시후쪽 사람들이 앉을 자리를 마련한 뒤 걸어 나와 서유에게 물었다.“주소 이 대표님에게 보내줬죠?”서유는 고개를 끄덕였다.“네.”이승하가 문자를 확인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녀는 그에게 주소를 보내주었다. 그가 오든 오지 않든 그녀와는 상관없는 일이었다.“연 대표님, 저 먼저 가 보겠습니다.”사람을 모두 데려왔으니 그녀가 계속 있을 필요는 없었다.몸을 돌려 떠나려는데 연지유가 그녀를 잡았다.“서유 씨 잠깐만요. 가서 김 대표님에게 호텔 좀 예약해 줘요. 끝나길 기다렸다가 서유 씨가 호텔까지 데려다줬으면 좋겠는데.”“전...”서유가 거절하려는데 연지유는 그녀에게 부탁한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그만두고 싶어 한다는 거 알아요. 하지만 아직 그만두지는 않았잖아요. 이 일도 서유 씨의 업무예요. 맞죠? 오늘 김 대표님 잘 케어해주면 내가 돌아가서 사직서 처리해 줄게요.”연지유의 말은 약간 위협적이었다. 하지만 돌아가면 바로 그만둘 수 있다는 생각에 서유도 거절하지 않았다.그녀는 김시후의 비서에게 신원 정보를 달라고 해 룸 밖에 앉아 핸드폰을 꺼내 호텔을 예약했다.이번 식사는 이온과 화진의 관계를 중재하기 위해 특별히 만든 자리였다.참석하러 온 사람들은 당연히 대표님들과 고위직 임원들이었다.그녀는 호텔은 예약한 뒤 핸드폰을 넣고 화장실에 가려고 했다.몸을 일으키려는데 머리가 어지러워 바닥에 쓰러질 뻔했다.그때 마친 단단한 손이 그녀의 허리를 붙잡아 온몸을 지탱해 주었다.“서유 씨, 괜찮아요?”서유는 그의 힘에 의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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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화
얇은 흰 셔츠 사이로 그의 익숙한 향기가 느껴지자 갑자기 온몸이 그 자리에서 얼어붙는 것 같았다.그녀는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들어 그의 쇄골에 청룡의 문신이 없는 것을 확인했다.정말 그가 금빛 가면 남자는 아닌 것 같아 그녀는 조금 실망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이승하는 한 손으로 그녀의 어깨를 한쪽으로 밀어버렸다.“역시 누군가의 품에 안기는 걸 제일 잘하나 봐?”방금 김시후의 품에 기대어 있는 자신을 그가 본 것 같았다.“난...”서유가 해명하려는데 그는 마치 더러운 것에 닿기라도 한 것처럼 물티슈를 꺼내 미친 듯이 손가락을 닦았다.다 닦은 뒤 물티슈를 서유의 얼굴에 던졌다.싸늘한 눈빛이 하찮은 것을 바라보듯 그녀를 훑고서는 룸으로 들어갔다.이번에는 그녀가 문을 열 필요도 없었지만 그저 이 굴욕의 순간에 멈춰 있는 것 같았다.서유는 굳은 얼굴로 물티슈를 떼어내 쓰레기통에 버렸다.그녀는 가슴에서 불타오르는 분노를 진정시키며 핸드폰을 꽉 쥐고 다시 자리에 앉았다.인내심을 가져야 했다. 어떤 사람도 어떤 일도 그녀를 쉽게 무너뜨릴 수 없다며 마음속으로 되뇌었다.그들은 연씨 가문이 주최한 식사 자리에 이승하가 참석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충격을 받은 뒤 그들은 연씨 가문의 깊은 뜻을 이해했다.김씨 가문이 요즘 연씨 가문을 표적으로 삼고 문제를 만들었었다. 이승하가 연지유를 위해 이 자리에 온 것이다.이승하가 나섰으니 김씨 가문의 사람들도 연지유를 더는 난감하게 만들진 않을 테다.그들은 오히려 웃는 얼굴로 이승하에게 상석을 내어주며 아부를 떨었다. 이승하는 무심하게 그들이 따라주는 술을 받았다.김시후가 룸에 다시 돌아오고 나서야 이승하는 차가운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방금 화장실에서 김시후는 다른 임원이 보낸 이승하가 왔다는 문자를 확인했다.연지유와 이승하에 대해 잘 몰랐지만, 이씨 가문과 연씨 가문이 이후 결혼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건 알고 있었다.결혼 상대이기 때문에 이승하가 연지유를 도와주는 것이라면 이해되었다. 그렇지 않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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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화
김씨 가문은 언제나 프로페셔널했기에 김시후는 화진 그룹의 실력에 대해 걱정하지 않았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당연히 실력에 달렸죠.”소 이사는 김 대표가 입을 열자 이어서 한마디 했다.“연 이사님, 저희 화진에서 동아 그룹에 프로젝트를 중단한 건 제 부하가 사적으로 벌인 일입니다. 연 이사님께서 신경 쓰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제가 이미 그들을 처벌했으니까요.”당연히 연지유는 비즈니스 전쟁에서 하는 말을 믿지 않았지만 이 자리에서 화진이 체면을 잃지 않게 소 이사의 말에 따랐다.“그렇다면 저희도 더 걱정이 없습니다. 이제부터 서로 파트너쉽을 이어가 보죠.”말을 마친 그녀는 술잔을 들어 김시후와 소 이사에게 건배한 뒤 술을 원샷했다. 그러고 나서 웃는 얼굴로 그들에게 말했다.“그럼, 오늘은 다들 일찍 돌아가서 쉬시죠. 입찰 현장에서 뵙겠습니다.”연지유는 이승하가 짜증을 낼까 봐 서둘러 식사 자리를 끝냈다.김씨 가문과 이씨 가문의 실력은 국내에서는 비슷했지만 아시아 시장에서는 이씨 가문이 독보적인 기업이었다.김씨 가문도 식사 자리를 끝내자는 연지유의 말에 토를 달지 않았고 오히려 이승하를 바라보았다.얼음처럼 차가운 남자가 가지 않으면 그들 중 누구도 자리에서 일어날 수가 없었다.이승하는 담담하게 한마디 했다.“일어나 보죠.”그런 다음 바로 연지유의 손을 잡고 밖으로 나갔다.여자를 가까이하지 않는다던 이승하가 먼저 연지유의 손을 잡고 나가자 다들 경악했다.두 사람의 사이는 모두의 예상보다 훨씬 더 가까웠다.이걸 김씨 가문에서는 가장 걱정하고 있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온갖 수단을 이용해서 연씨 가문을 괴롭혔을 것이다.룸 안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서유는 다급하게 일어났다.이승하가 연지유의 손을 잡고 밖으로 나왔다. 두 사람이 손깍지를 낀 모습을 보고 서유의 속눈썹이 미세하게 떨렸다.그녀는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시선을 돌리려고 했지만 시선은 계속 연지유의 손을 잡은 이승하의 손으로 향했다.힘 있게 잡은 손의 핏줄이 터질 것 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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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화
이미 멀리 갔던 김시후는 뒤에서 들려오는 큰 소리에 돌라서 얼굴이 창백해졌다.그는 다급하게 달려가서 핸들에 머리를 박고 있는 서유를 발견했다. 그녀는 고통스러운 얼굴로 심장을 부여잡고 있었다.그는 굳은 얼굴로 손잡이를 잡아당겼지만 안에서 문이 잠겨 열 수가 없었다.그는 창문을 세게 두드렸다.“서유 씨 문 열어 봐요.”서유는 핸들을 잡고 가슴을 움켜쥐고서는 숨을 크게 쉬었다.머리가 너무 어지러워 김시후의 목소리가 들리지도 않았고 귀에서는 윙윙 울려대는 이명만이 가득했다.김시후는 그녀가 의식을 잃었다고 생각해 더 말하지 않고 바로 뒷좌석 창문을 부쉈다.문을 연 뒤, 차 안에 들어가서 운전석의 문을 연 다음 신속하게 차에서 내려 서유를 빼냈다.서유는 누군가 자기를 구해주고 있다는 것을 느꼈고 마치 죽기 전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손을 들어 그의 손목을 잡으며 겨우 한마디를 뱉어냈다.“산소 좀...”심부전으로 인한 혈액 공급 부족으로 쉽게 저산소증을 유발했다. 그녀는 현재 심한 저산소증 상태였기에 반드시 산소를 흡입해야 했다.김시후는 그 한마디에 하얗게 된 머릿속에 한 장면이 너무 빨리 지나가 버렸고 갑자기 머리가 아팠다.그는 머리를 흔들며 서유를 안아 올렸다. 그러고서는 소 이사에게 말했다.“호텔 직원한테 산소통 좀 가져오라고 하세요.”지금 병원에 가기에는 너무 늦었다.다행히 이 호텔은 김씨 가문이 운영하는 호텔이었고 고객들을 위해 언제나 응급구조키트를 준비해 두고 있었다.호텔 지배인은 본사의 이사님이 온 걸 보고서는 다급하게 부하 직원에게 산소통을 가져가라고 했다.김시후는 서유를 품에 안고 그녀가 예약해 준 프레지던트 룸으로 향했다. 핏기 하나도 없이 창백해진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고서는 그녀가 갑자기 이렇게 죽을까 봐 걱정되었다. 그는 다급하게 서울에서 학회에 참가하고 있는 자기의 친구 소진섭을 불렀다.규칙적인 생활을 하는 소준섭은 시끄럽게 울리는 핸드폰 벨소리에 잠에서 깼다. 김시후는 주소를 말하고서는 빨리 사람을 구하러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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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화
서유는 그가 자기와 거리를 두는 것을 보고 더 거부하지 않았다. 얌전히 누워 어지럼증이 조금 줄어들기를 기다렸다.의사가 전에 그녀에게 과로하지 말라고 당부한 적이 있었다.하지만 그녀는 요즘 금색 가면 남자에게 이틀 동안 시달렸고 제대로 쉬지도 못한 채 출근했다.공항, 레스토랑, 그리고 호텔을 돌아다니는 것은 그녀는 물론이고 일반인들도 피곤함을 느낄 것이다.그녀는 너무 피곤했기에 이렇게 병이 발작하는 것이었다.서유는 내일 연지유가 자기의 사직서를 처리해 주면 남은 날들은 편하게 집에 누워 죽기를 기다릴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그렇지 않으면 오늘처럼 갑자기 병이 발작해 아무도 그녀를 구해주지 않는다면 분명 이대로 죽음을 맞이할 것이다. 그러면 누가 그녀의 시신을 수습해 줄까?그녀는 멍하니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흰 정장을 입은 남자가 들어왔다.깔끔하고 예의 바르게 생긴 남자는 온몸에서 우아한 아우라를 물씬 풍겼다.그는 침대에 누워 있는 서유를 발견하고 입꼬리를 올리며 웃었다.웃을 때면 양 볼에 보조개가 깊게 파였다.“여자였네.”소준섭은 약상자를 가지고 다가오며 김시후의 눈치를 살폈다.“드디어 철벽 나무에도 꽃이 피는 건가?”“장난치지 마. 빨리 무슨 일인지 알아봐 줘.”그는 오늘 그녀가 쓰러지려는 걸 두 번이나 발견했다. 이는 분명 저혈당의 증상이 아닌 것 같았다.소준섭은 그제야 장난스러운 태도를 거두고서는 응급 상자에서 청진기를 꺼내 서유의 심장에 댔다.서유는 바로 그 손을 제지했다.“저 선천성 심장병 있어요. 갑자기 발작한 것뿐이에요. 큰일 아닙니다.”그녀는 의사를 속일 수 없을 것 같아 솔직하게 말했다.하지만 그의 진찰은 거부했다. 김시후에게 자기가 심부전이라는 것을 알리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그녀는 김시후가 알게 되면 또 그녀에게 발길질할까 봐 무서웠다.그녀는 아직 정가혜와 제대로 된 마지막 인사도 하지 못했는데 이렇게 죽을 수는 없었다.소준섭은 의사였기에 환자가 거짓말을 하는 것은 아니라는 걸 한눈에 보아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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