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계약 해지: 놔줘요 대표님: Chapter 31 - Chapter 40
732 Chapters
제31화
출입구 쪽에서 검은 옷을 입은 경호원 열댓 명이 문을 밀고 들어왔다.임태진은 양복바지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고 당당하게 들어섰다.결혼식장 안을 가득 메운 하객들은 앞에 있는 사람들의 태도를 보고 겁에 질려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정가혜와 강은우는 약간 당황한 듯 그 자리에서 얼어붙었고 서유는 임태진을 보는 순간 얼굴이 갑자기 하얗게 질렸다. 그가 오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결혼식장에 들이닥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임태진이 결혼식을 망칠까 봐 서유는 하객석에서 일어나 재빨리 그를 향해 걸어갔다.“임 대표님.”서유는 무대 방향으로 걸어가던 임태진을 급히 멈춰 세우며 말했다.“계약서에 서명했으니 오늘 밤에 보내드릴게요.”임태진은 그녀를 위아래로 훑어보다가 매혹적인 샴페인색 드레스를 입고 있는 것을 보고는 순식간에 회흑색 눈동자에 욕망의 불빛이 번뜩였다.그는 한 팔로 서유의 허리를 감싸고 그녀를 품에 끌어안으며 어루만졌다.“이미 사인을 했으면 진작에 주지 그랬어?”“임 대표님, 결혼식이 순조롭게 끝나야 드리죠. 그렇지 않으면 만약 대표님이 계약서를 가져가 놓고는 약속을 지키지 않고 제 친구의 결혼식을 망치면 어떡해요?”서유는 역겨운 기분을 애써 참으며 조심스럽게 말했다.“나 못 믿는 거야?”“네.”서유는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임 대표님, 계약서를 원하시면 저녁까지만 기다려 주세요.” 그녀는 비록 연한 화장을 했지만 표정은 조금 딱딱해서 아주 단호해 보였다.그 말을 들은 임태진은 웃었다.“네 말이 거짓말인지 아닌지 내가 어떻게 알아?”그러자 서유는 휴대폰을 꺼내 파일을 열고 미리 만들어둔 가짜 계약서를 꺼내 임태진에게 보여줬다.“임 대표님, 잘 보세요. 이 계약서는 JS 그룹이 작성한 계약서인 데다가 도장이 찍혀 있으니 가짜일 리가 없어요.”대표님 사무실에서 그녀의 주된 업무는 협력사를 접대하고 계약 문서를 관리하는 것이었다.JS 그룹은 동아 그룹의 가장 큰 협력사였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계약서를 가지고 있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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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화
그들이 떠나자마자 결혼식장을 가득 채운 하객들은 서유를 가리키며 어쩌다가 저런 사람이랑 엮이게 됐냐며 수군거렸다.하지만 서유는 신경 쓰지 않고 고개를 돌려 자신을 향해 걸어오는 정가혜와 강은우를 바라보았다.“서유야, 저 사람은 누구야?”정가혜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서유를 바라보았고, 직감적으로 저 사람들은 좋은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서유는 미소를 지은 채 정가혜의 손을 쓰다듬으며 말했다.“태안 그룹의 대표님인데, 중요한 계약 서류를 부탁하러 오셨어.”그녀는 일부러 목소리를 높여 말했다.정가혜의 웨딩드레스에는 작은 마이크가 달려 있었는데, 가까이 다가가면 마이크에서 목소리가 나왔다.하객들은 서유의 설명을 듣고 정가혜의 친구가 태안 그룹의 대표까지 알고 있을 정도로 대단한 사람이라고 말하며 다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강은우의 본가는 서울 외곽에 있었기 때문에 강은우 측 하객들은 거물들을 잘 알지 못했지만 서울에서 가장 부유한 사람의 이름은 들어 본 적이 있었다.서유가 이렇게 설명한 이유는 사람들의 의견을 불식시키기 위해서였다.아니면 강은우의 친척들은 신부 정가혜의 친구가 볼품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할 게 뻔했기 때문이다.어쨌든 끼리끼리 논다는 말은 한 사람의 평판을 무너뜨리기에 충분하다.서유는 정가혜가 무시당하지 않도록 명확하게 설명해야 했다.하객들의 의구심은 풀렸지만 정작 신부 정가혜는 마음이 불안했는데, 이 일이 서유가 말한 것처럼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서유의 말대로 계약서만 가지면 되는 일이라면 태안 그룹의 대표는 왜 이렇게 많은 사람을 데려왔을까?결혼식을 망치러 온 것처럼 보이는 그가 심지어 서유의 허리를 팔로 감싸고 사방을 더듬은 이유는 무엇일까?외설적으로 보이는 그의 움직임은 서유에게 구애하는 것이 아니라 강요하고 협박하는 것처럼 보였다.정가혜는 생각할수록 마음이 놓이지 않아 웨딩드레스에 고정되어 있던 마이크를 떼어내고 서유의 손을 잡아당기며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서유야, 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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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화
서유는 두 페이지 분량의 종이에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서둘러 썼다.글을 다 쓴 후 그녀는 은행 카드를 유서와 함께 편지지에 넣고 봉투에 「가혜에게」라는 네 글자를 적었다.고민 끝에 다른 편지지를 꺼내 이승하에게 무언가를 쓰려고 펜을 들었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결국 서유는 그의 이름 세 글자만 적고 펜을 내려놓고 편지지를 접어서 서랍에 넣었다.서유가 떠난 후 정가혜는 반드시 그녀의 소지품을 정리하러 와서 그녀가 남긴 것을 찾을 것이다.모든 준비를 마친 후 서유는 약을 한 움큼 집어 먹었고, 오늘 밤에 중요한 임무를 완수해야 하기 때문에 몸이 잘 버텨주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약을 먹은 후 서유는 자물쇠로 잠긴 책상 서랍을 열고 열흘 정도 보관해 두었던 수면제가 들어 있는 작은 약병을 꺼냈다.미리 준비한 가짜 계약서, 작은 칼과 함께 수면제를 가방에 넣은 후, 그녀는 휴대폰을 꺼내 호텔을 예약했다.임태진에게 문자 메시지로 주소를 보내기 전에 먼저 호텔에 가서 짐을 풀었다.서유는 임태진의 카카오톡을 추가하지 않았고, 그가 이전에 문자 메시지로 연락을 한 적이 있던 것이 생각나 이번에 그녀도 똑같이 문자로 주소를 보냈다.「임 대표님, 하얏트 호텔 2008호 방에서 기다리겠습니다.」서유는 임태진이 문자 메시지를 보고 바로 올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그가 물음표로 답장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서유는 물음표를 보고 눈썹에 살짝 주름을 잡았다. 오늘 밤에 계약서를 주겠다고 하지 않았나?그녀가 의아해할 때쯤 상대방이 또 다른 메시지를 보냈다.그제야 서유는 의심을 떨쳐버리고 휴대폰을 내려놓고 수면제를 꺼냈다.병에 담긴 약을 모두 와인 잔에 부은 후 칼을 들고 칼끝으로 약을 조금씩 가루 냈다.지난번부터 목숨을 걸고 임태진과 싸울 계획이었지만 그때는 준비가 부족했으니 이번에는 반드시 그를 죽여야 한다!서유는 그에게 놀아나고 싶지 않았고 정가혜를 끌어들이고 싶지도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임태진을 죽이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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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화
심장이 떨릴 정도로 긴장한 서유는 왜 이 남자가 임태진을 사칭하며 자신에게 접근했을지 의아했다.왜 감히 자신의 본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걸까, 왜 들어올 때 불을 다 끄는 걸까, 도대체 뭘 원하는 걸까?그녀는 머릿속이 복잡해서 다음에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다.원래 계획에 따르면 서유는 임태진만 상대하면 됐지만, 갑자기 낯선 사람이 하나 더 생겼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그녀의 마음은 너무 불안해서 심장이 격렬하고 뛰고 있었지만 표정은 애써 침착함을 유지했다.이 사람이 누구든 이 집에 들어오는 한, 그녀는 약으로 제압할 방법을 찾아야 했다.이런 생각을 하며 서유는 꽉 쥔 손을 풀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말했다.“임 대표님, 역할극을 하고 싶은 거면 불은 끄지 마세요, 어두워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잖아요.”이렇게 말하면서 그녀는 더듬거리며 테이블로 가 옆에 있는 빈 와인 잔을 집어 들고 수면제가 든 와인을 따라주었다.와인의 조금 들어간 와인 잔을 집어 들고 남자에게 다가가 건넸다.“임 대표님, 먼저 와인 한 잔 마시고 기운을 차리세요.”서유는 임태진이 도착한 후 그에게 계약서를 주려고 했다. 그러나 계약서를 받은 후 그는 반드시 그녀에게 수작을 부릴 것이다.그래서 이때 서유는 임태진에게 먼저 술을 마시게 해서 기분을 좋게 하고, 약효가 나타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칼로 그를 죽이려 계획을 세웠다.그런 다음 그녀는 동영상을 찍어 임태진의 범죄를 폭로하면서 그를 죽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는 것을 주장할 것이다.서유는 이 모든 과정을 마친 후 동영상을 인터넷에 올리고 손목을 그어 자살할 것이다.그렇게 하면 태안 그룹의 사람들은 그녀와 임태진이 감정 문제로 서로 싸우다 죽인 것이라 생각할 것이고, 정가혜를 괴롭히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계획을 완벽하게 세웠다고 생각했던 그녀는 호텔로 온 사람이 임태진이 아니라는 사실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이로 인해 계획은 완전히 실패로 돌아갔고, 이 사람을 바로 죽일 수도 없었다.아니면 임태진의 문제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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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화
눈을 가린 후 그녀의 눈앞은 칠흑같이 어두워져 조금의 빛도 볼 수 없었다.어둠 속에서 느껴지는 공포감은 마치 끝없는 심연에 빠진 것 같았고, 아무리 발버둥 쳐도 빠져나올 수 없었다.이 순간에야 서유는 임태진보다 더 무서운 사람을 만났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남자는 임태진보다 상대하기 더 어려운 변태였다.두려움에 그녀는 식은땀을 흘리며 저도 모르게 다리까지 후들거렸다.눈은 가려지고 손은 묶여 있어서 주도권을 완전히 잃었다.서유가 지금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진정하고 그와 대화를 시도하는 것이었다. “이 봐요.”그녀는 이를 악물고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도대체 뭘 원하는 거예요?”그 남자는 그녀의 말에 대답하지 않고 대신 그녀를 들어 안았다.서유는 순식간에 몸이 공중으로 떠오르는 것을 느꼈고, 이어서 푹신한 침대에 던져졌다.그 남자가 자신을 성폭행하려 한다고 생각했지만, 그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그녀의 옆에 앉았다.침대 앞부분이 가라앉은 것을 느낀 서유는 자신이 침대 한가운데 누워 있다고 생각했다.그녀는 베개 아래에 칼을 숨겨 놓았기 때문에 베개가 있는 위치로 이동하기만 하면 칼을 꺼내 케이블 타이를 끊을 수 있다.그래서 즉시 다리의 힘을 이용해 몸을 위로 움직였다.머리가 베개에 닿으려는 순간, 남자가 갑자기 그녀의 몸을 눌렀다.그가 자신을 누르는 느낌과 함께 그의 쉰 목소리가 귓가에 들렸다.“임태진에게 호텔로 오라고 해놓고 와인에 약을 탔네. 이게 무슨 뜻이지?”서유는 잠시 얼어붙었다.‘지금 당장 범죄를 저지르고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 왜 자신과 아무 상관도 없는 이런 일을 물어보는 걸까? 혹시 임태진이 계획을 알아채고 일부러 이 남자를 보내 의도를 찔러보려는 건 아닐까? 그럴 리가!’임태진의 성격에 그녀가 자신을 죽이려 한다는 것을 알았다면 이미 누군가를 보내 그녀를 토막 냈을 것이다.“흥분하게 만드는 약일 뿐이에요.”그녀는 애써 차분한 척하며 대답했다. 이 남자가 누군지 모르기 때문에 절대 그에게 진실을 말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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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화
“알겠어요.”서유는 차가운 목소리로 한 마디 대답했고 눈앞에 있는 남자는 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그녀는 남자의 표정을 볼 수 없어 그저 애타게 그에게 애원할 수밖에 없었다.“저기요, 들으신 것처럼 지금 제 친구의 목숨이 위태로워요. 임태진을 사칭해서 저에게 무슨 짓을 하든 상관없지만 시간만 바꿔주세요. 오늘 밤 그 사람을 만나서 계약서를 넘겨줘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내 친구를 죽일 거예요!”서유의 불안한 모습에 비해 그 남자는 여유로운 듯 담담하게 물었다.“무슨 계약서인데?”이승하와 관련된 일이라서 서유는 당연히 자세하게 말하지 않았다.“그냥 프로젝트 계약서예요.”그 남자는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며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네가 명확하게 말하지 않으면 임태진에게서 듣도록 하지.”서유는 임태진이 그녀와 자고 싶어 하는 것과 자신이 그것으로부터 벗어나려 계획을 세운 것,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것을 그에게 말해야 했다.다만 임태진을 죽이려는 계획은 말하지 않고 대신 계약서에 대한 일은 간략히 설명했다.“나는 다른 방법이 없어서 그 사람한테 서부 개발 프로젝트를 따낼 수 있다고 말했어요. 그렇게 그 사람을 막아야 내 친구의 결혼식을 순조롭게 진행할 수 있었으니까요. 그런데 상대하기 쉽지 않아 가짜 계약서를 만들어서 설득할 수밖에 없었죠.”그 남자는 그녀의 말을 들은 후 한참 동안 침묵했다.서유는 그가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을 보고 불안한 마음에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선생님, 제가 한 말은 전부 사실이니 제발 저를 보내주세요!”그러나 그 남자는 꿈쩍도 하지 않고 불쑥 물었다.“임태진이랑 같이 잔 적은 없어?”“당연히 없죠!”서유는 너무 화가 나서 소리쳤다.“저렇게 잔인한 남자와 어떻게 같이 잘 수 있겠어요!” 서유는 임태진이 정가혜의 신혼집에 사람을 보냈다고 생각하자 이성을 잃고 날카로운 태도로 말했다.그 남자는 서유가 기겁하는 것을 보고 그제야 작은 금색 칼을 꺼내 손목의 흰 타이를 끊었다.타이가 풀리자, 서유는 서둘러 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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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화
“그래도 능력은 좀 있는 것 같군.”임태진은 서유의 허리에 팔을 감고 볼에 뽀뽀하며 말했다.“말해봐, 예쁜아, 무슨 보상을 원해?”서유는 뺨을 가리고 무표정한 채 말했다.“임 대표님, 저는 어떤 보상도 바라지 않으니 부하들더러 제 친구의 신혼집에서 나가게 해 주세요.”“알겠어.”임태진은 즉시 휴대폰을 꺼내 부하들에게 철수하라고 전화를 걸었다.그제야 서유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돌아서서 약이 든 술잔을 집어 임태진에게 건넸다.“대표님, 제가 특별히 이 와인을 가져왔으니 함께 마셔보시죠.”“와인을 마신다고?”임태진은 눈썹을 살짝 치켜들었다. 그녀가 먼저 자신에게 술을 마시자고 할 줄은 몰랐다.다소 놀란 임태진은 서유가 드디어 정신을 차렸다고 생각하고 급히 그녀의 귓가에 대고 물었다.“왜? 이제 마음먹었어? 내가 만져도 돼?”서유는 임태진이 의심할까 봐 걱정되어 여전히 이전의 태도와 차가운 목소리를 유지했다.“대표님, 무슨 생각하시는 거예요? 제가 말했듯이, 대표님이랑 자고 싶지 않습니다. 그래서 프로젝트 계약서와 거래하자고 했고요. 왜 약속을 안 지키세요?”임태진은 그 말을 듣고 기분이 언짢아졌다.“근데 왜 술을 마시자고 한 거야?”서유는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대표님, 제가 같이 와인을 마시자고 한 건, 저를 두 번 연속 봐주시고 건드리지 않으신 데다가 저를 믿어주시기까지 하셨으니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었을 뿐이에요. 저 그렇게 감사할 줄 모르는 사람 아닙니다. 적어도 당연히 술은 같이 마실 수 있죠.”서유가 그렇게까지 자신을 칭찬하자 임태진은 자신의 이미지가 갑자기 영광스럽고 위대해졌다고 느꼈다.“그렇다면 한 잔 같이 마셔주지.”임태진은 손을 뻗어 그녀가 건네는 술잔을 받아 들었다.서유는 지나치게 긴장한 탓인지 손가락이 약간 떨렸다.그러자 임태진은 한눈에 뭔가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그는 티를 내지 않고 술을 받았지만 마시지 않은 채 대신 서유를 훑어보았다.서유의 얼굴은 변함이 없었지만, 빠르게 올라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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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화
서유는 임태진이 계약서를 가진 후에도 자신을 놓아주지 않을 거라고 이미 예상했었다.하지만 그건 수면제를 마셨다는 가정하에서였다. 이건 모두 화장실에 있는 그 남자 탓이다.그가 임태진으로 위장하고 한바탕 소란을 피우지 않았다면 그녀는 손이 떨릴 정도로 긴장하지 않았을 것이고 임태진에게도 들키지 않았을 것이다.이제 이 상황에서 그녀는 어떻게 해야 할까? 정말 임태진과 같이 자게 될까?불안감에 식은땀을 흘리고 있을 때, 휴대폰 진동 소리가 임태진의 더듬거리는 손을 멈추게 했다.“임 대표님, 전화 왔으니 먼저 받으세요.”서유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재빨리 임태진을 밀어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임태진은 그녀가 오늘 밤 어떤 식으로든 도망칠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녀의 태도에 따지지 않았다.그는 핸드폰을 꺼내어 스크린에 뜬 번호를 보고는 다급히 전화를 받았다.서유는 임태진이 전화를 받자마자 말투가 지극히 공손해지고 안절부절못하며 아첨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그래서 임태진에게 전화를 건 사람이 호락호락하지 않은 거물일 것이라 짐작했지만 정확히 누구인지는 알지 못했다.하지만 그녀는 전화를 건 사람이 누구인지 신경 쓸 겨를이 없었고, 눈앞에 들이닥친 골치 아픈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만 했다.임태진은 전화를 받으면서 계약서를 들여다보고 말했다.“문제가 있나요? 저는 이상한 점을 발견하지 못했는데요?”서유는 수화기 너머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었지만 임태진이 곧이어 말했다.“지금 말입니까?”그는 잠깐 멈칫하더니 다시 말했다.“네, 알겠습니다. 지금 당장 가겠습니다.”그가 가겠다고 말하는 것을 듣자 서유는 더 조급해 났다. 만약 오늘 밤 임태진을 해결하지 못하고 내일 입찰이 시작하면 그녀는 끝장날 것이다.서유는 임태진을 막고 싶었지만 그는 곧바로 계약서를 들고 그녀의 허리를 감싸안으며 얼굴에 키스했다“예쁜아, 나 갑자기 급한 일이 생겨서 해결하러 가야 하니까 여기서 가만히 기다리고 있어.”그가 다시 돌아온다고 말하는 것을 듣고 서유는 막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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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화
서유는 자신이 낯선 사람에게 성폭행당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게다가 그가 어떻게 생겼는지조차 모른다.그녀는 더 없이 절망했다.이제 진짜 더러워졌다.아마도 이승하는 그녀를 혐오할 것이다.이승하, 이승하, 이승하…서유는 마음속으로 수없이 그의 이름을 외쳤고, 눈가에서 눈물이 속절없이 흘러내렸다.남자는 그녀가 울고 있는 것을 알아차리고 턱을 잡고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누구 때문에 우는 거야?!”서유는 입술을 앙다물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눈물이 끊임없이 흘러내려 넥타이를 적셨다.그녀의 침묵은 남자를 언짢게 만들었다.“넌 내 것이어야만 해!“남자는 서유의 붉은 입술을 깨물며 소리쳤다.그러고는 두 시간이 지나서야 움직임을 멈추고 그녀를 놓아주었다…서유의 몸은 이미 힘이 풀린 지 오래되었고 전에 마셨던 수면제를 탄 와인 때문에 머릿속이 흐리멍덩했다.남자는 그녀의 몸을 침범하자마자 바로 떠나지 않고 그녀를 안아서 욕조에 내려주었다.온수로 깨끗이 씻긴 후 공주 안기로 침대까지 데려갔다.부드러운 침대에 눕자 서유는 바로 잠이 들 것 같았다.하지만 임태진이 다시 돌아올 거라 생각하자 혀를 깨물며 정신을 차리려고 버텼다.입 안에서 피 맛을 느낀 후에야 정신이 좀 들었다.”이제 저를 놓아주겠어요?“그녀의 목소리는 뼈가 시릴 정도로 차가웠다.이 남자가 누구인지 알게 되면 무조건 죽여버릴 것이다.남자는 옷을 입는 듯했지만 서유의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그러자 서유는 화가나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다.”잠까지 자놓고 설마 날 죽이려는 거예요?“그녀가 말을 마치자마자 남자는 다시 몸으로 그녀를 눌렀다.그는 서유의 붉은 입술에 살짝 입맞춤하고는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너 위조 계약서로 임태진을 속였잖아. 너한테 보복할까 봐 두렵지 않아?“”그러든 말든 당신이랑 뭔 상관이야!“서유는 울부짖듯 말했다.이미 강간을 당했으니 더 잃을 게 없어 더 이상 이 남자가 무섭지 않았다.그러자 남자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한참 동안 그녀를 가만히 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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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화
서유는 칼도 빼앗기고 손도 남자에게 붙잡혀서 움직일 수 없었다.이런 피동적인 느낌은 그녀를 무력하게 만들었다.그래서 아예 주저앉아 바닥에 무릎을 꿇고 얼굴을 가린 채 울음을 터뜨렸다.“울지마.”남자는 차가운 목소리로 위로했다.하지만 그 말은 서유의 귀에 들어가지 않았고, 그녀는 바닥에 엎드려 떠나갈 듯 울부짖었는데 그 모습은 더없이 비참했다.남자는 답답한 듯 한숨을 쉬면서 주저앉아 서유의 머리를 쓰다듬었다.그녀가 손을 뿌리치자 남자는 담담하게 말했다.“네가 너무 보고 싶었는데 한순간 나도 모르게 참지 못했어. 미안해.”보고 싶었다고?그럼 이 변태 자식이 갑자기 발정난 게 아니라 오래전부터 계획하고 있었다는 소리야?임태진을 사칭해서 그녀에게 문자를 보낸 것을 보면 그녀가 임태진이 마음에 둔 여자라는 것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임태진이 서유를 자기 여자라고 선포한 것은 그날 밤 나이트 레일에서였다.서유는 곰곰이 생각해 보니 그날 밤 확실히 이렇게 키가 크고 건장한 남자가 있긴 했다.이승하와 이연석 외에도 다른 부잣집 도련님들이 많았다.이씨 가문의 형제는 그녀를 얕잡아 보기 때문에 절대 이런 짓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그렇다면 눈앞에 있는 이 남자는 임태진이 데려온 사람 중 한 명일 가능성이 높다.그는 임태진을 잘 알기 때문에 그녀가 전화를 걸어서 확인할 때 임태진이 회의 중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을 것이다.이렇게 생각하자 서유의 머릿속 생각들이 정리되는 것 같았다. 임태진과 어울려 지내는 사람만이 이런 짓을 벌일 것이다.그러다 갑자기 조금 전 이 남자가 자신을 잠시 풀어주었을 때 자신이 모든 계획을 알려준 것을 생각하자 순간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만약 이 남자가 임태진에게 그 계획들을 전부 알려준다면, 임태진을 해결하는 것은 둘째 치고 그전에 그들의 손에 죽게 될 것이다.서유는 겁이나 몸을 떨었고 절망이 덮쳐와 숨조차 쉬어지지 않았다.남자는 떨어진 칼을 집어 들고 서유가 위장 계약서로 임태진을 속인 다음 무엇을 하려고 했을지 짐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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