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할매는 어릴 적부터 자신과 함께 수련했던 검은 뱀이 눈 깜짝할 사이에 윤구주의 손에 죽을 줄은 몰랐다.그 뱀은 무려 대가 경지에 다다른 사황이었다.검은 뱀이 죽자 뱀할매는 비명을 질렀다. 백발을 휘날리던 그녀의 두 손에 갑자기 뼈로 만들어진 흰색 피리가 나타났다.“내 사황을 죽이다니, 오늘 내가 죽는 한이 있더라도 꼭 네 놈과 동귀어진 할 것이다!”뱀할매의 눈빛이 섬뜩하게 빛났다.곧이어 그녀는 피리를 불기 시작했다.그 피리는 군형에서 오랫동안 전해져 내려온 보물이었다.사람의 목숨을 빼앗는 피리 소리가 울려 퍼졌다. 주변에서 검고 사악한 기운이 윤구주를 향해 날아드는 것이 느껴졌다.“법기인가?”윤구주는 덤덤한 눈길로 뱀할매가 들고 있는 피리를 보았다.피리 소리가 들리자 주변의 풀과 꽃들이 빠르게 시들어갔다. 절멸하듯 말이다.“무시무시한 법기네!”뒤에 있던 연규비는 그 광경을 바라보다가 서둘러 그 피리 소리의 범위 밖으로 물러났다.그러나 오직 윤구주만이 움직이지 않았다. 피리 소리가 그의 귓가를 파고들었는데도 윤구주는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이럴 리가 없는데. 내 피리 소리를 들은 사람이라면 6품 대가조차도 피리 소리에 조종당하는데 왜 저자는 멀쩡한 거지?”뱀할매는 꼼짝하지 않고 서 있는, 아무런 정신적인 영향도 받지 않는 윤구주를 보자 표정이 점점 어두워졌다.“흥! 겨우 같잖은 중급 무기로 내 앞에서 건방을 떨어? 우습군!”윤구주는 차갑게 코웃음 치더니 주먹을 쥐었다. 그 순간 주변 현기가 순식간에 그의 주먹에 모여들었다.쿵!윤구주가 주먹을 휘둘렀다.그 주먹은 힘이 엄청났다.무시무시한 힘을 가진 주먹이 휘둘러지자 주위에 먼지가 일었다.피리를 불고 있던 뱀할매는 주먹의 위력을 막을 수가 없었다. 그녀가 들고 있던, 몇 대에 걸쳐 내려온 피리는 부러졌고 뱀할매는 충격으로 피를 몇 번이나 내뱉으면서 십여 미터 멀리 날아갔다.길씨 일가의 뱀할매가 윤구주의 상대가 되지 않자 여씨 일가 족장과 전씨 일가 족장의 안색이 달라졌다.
그건 아주 사악하고 잔인한 요술이었다.전해지는 데 따르면 산 사람을 이용해 만든다고 한다.그리고 마지막에는 구리를 녹인 물을 오장육부와 전신에 부어서 총칼이 들어가지 않는 난공불락의 경지에 이르게 만든다고 한다.거인이 완전히 깨어난 순간, 전씨 일가 족장이 윤구주를 가리키며 말했다.“저 자식을 죽여!”거인은 곧바로 쿵쾅대면서 윤구주를 향해 미친 듯이 달렸다.두 개의 굵은 구리 팔이 광풍처럼 윤구주를 향해 매섭게 날아들었고 윤구주는 허공으로 뛰어 올라서 두 손바닥을 내밀었다.팍팍!대가 경지의 강자를 단숨에 죽일 수 있는 무시무시한 공격이었지만, 눈앞의 거인은 몸에 깊은 손바닥 자국만 두 개만 남았다. 거인은 뒤로 십여 걸음 물러날 뿐 쓰러지지는 않았고 다시 윤구주를 향해 돌진했다.“음? 재밌네!”윤구주는 눈을 살짝 가늘게 떴다. 그는 이 거인에 조금 흥미가 생겼다.전씨 일가 족장이 공격하고 있을 때, 여씨 일가 족장도 손을 썼다.그의 왼손에는 검은색 방울이 있었고 오른손에는 강마봉이 들려있었다.그는 소리 없이 주술을 읊었고 그가 들고 있던 검은색 방울이 갑자기 허공에 떠 올랐다.“환혼영음!”여씨 일가 족장이 크게 소리치자 검은색 방울이 허공에서 기괴한 소리를 냈다. 그 소리가 나자마자 주변 공간이 순식간에 검은색 안개로 둘러싸인 공간으로 변했다.같은 시각, 중상을 입은 뱀할매도 악다구니를 쓰면서 달려들었다.3대 족장, 3대 태허경지의 강자들이 전부 손을 썼다.3대 족장이 힘을 합치자 확실히 무시무시했다.상대가 신급 강자라고 해도 싸울만했다.그러나 윤구주는 여전히 무표정이었다.마치 눈앞에 태허경지 강자가 세 명 있든 열 명 있든 상관없다는 듯이 말이다.그들의 모습이 마구 뒤섞였다.쾅쾅!눈 깜짝할 사이 네 사람은 허공에서 열 번 넘게 공격을 주고받았다.옆에 있던 연규비는 윤구주가 3대 족장에게 공격당하자 차갑게 코웃음 치면서 말했다.“구주야, 내가 도와줄게!”연규비가 나서려는데 윤구주가 갑자기 그녀의 앞에 나타났다.
화련금안.봉왕팔기 중 제3기.이것은 정우를 불태울 때 잠깐 보여준 적 있었다.그리고 윤구주는 지금 이 신통을 진정으로 시전하려 했다.금빛 연꽃이 점점 더 눈부셔지면서 주변 온도도 점점 높아졌다.그것은 불이 타오르는 것보다 더욱 무시무시한 화끈거림이었다.공기마저 불타는 것 같았다.화련금안이 뒤덮인 범위 내에서 모든 것이 뜨거운 화염으로 타올랐다.땅과, 화초와, 나무가 전부 자연적으로 불타오르기 시작했다.딱딱한 돌멩이조차 서서히 녹기 시작했다.“세상에... 이게 무슨 신통인 거지?”가장 처음 말한 사람은 여씨 일가 족장이었다.그는 눈이 휘둥그레져서 불타는 땅과 녹는 자갈을 보았다. 그 순간 그는 완전히 겁에 질려서 뒤로 물러나며 허공에 떠 있는 검은 방울을 통제했다.“불이다!”“정우를 태워버린... 연꽃 화염이네!”“얼른 피해요!”뱀할매는 윤구주의 불꽃을 알아본 뒤 곧바로 뒤로 물러났다.짐승 가죽을 뒤집어쓴 전씨 일가 족장은 사납게 외쳤다.“시괴, 덤벼!”거인은 칼과 총에도 상처를 입지 않고 물과 불에 닿아도 멀쩡하다고 했다.전씨 일가 족장이 명령을 내리자 거인은 곧바로 윤구주를 향해 다시 돌진했다.그러나 윤구주는 이번에 시괴를 봐주지 않았다. 그는 차갑게 코웃음 쳤다.“이미 죽은 것이 감히 내 앞에서 건방을 떨어? 꺼져!”윤구주가 팔을 휘두르자 커다란 손바닥이 하늘에서 내려와 거인을 덮쳤다.쿵 소리와 함께 2미터 넘는 거인의 몸은 윤구주의 일격에 땅속으로 곤두박질쳐 더 이상 기어 나올 수 없게 되었다.“이젠 당신들 차례야!”윤구주는 천천히 얼굴을 들었다. 그의 두 눈에서 금빛 물결이 일렁였다.그의 동공에 연꽃 두 송이가 활짝 핀 것이 보였다.“연꽃이 피면 만물이 죽지. 내 화련금안 아래 살아남을 수 있는 건 없어.”윤구주는 차갑게 말했고, 두 눈동자에서 연꽃이 피었다.그 순간 그곳은 완전히 불바다로 변했다.그 불은 술법으로 인한 불이 아니라 진짜 도화였다.이 불은 물로도, 자갈로도 끌 수 없는 것이었다.
“당신 혼자 남았네.”윤구주는 신처럼 허공을 날아와 뱀할매 앞에 섰다.그의 두 눈동자에서는 아직도 찬란한 금빛 연꽃이 반짝이고 있었다.불쌍한 뱀할매는 고개를 들어 윤구주를 볼 엄두조차 나지 않았다. 그녀는 덜덜 떨면서 무릎을 꿇고 말했다.“살려주세요... 제발, 제발 살려주세요...”“이제 와서 용서를 빌다니, 너무 늦었다는 생각 안 들어?”윤구주의 목소리는 차가웠다.“잘... 잘못했습니다... 절 한 번만 용서해 주신다면 뭐든 알려드리겠습니다...”뱀할매는 완전히 정복당해 윤구주의 발치에 무릎을 꿇고 빌었다.윤구주는 그녀를 냉담하게 바라보며 말했다.“말해. 군형 삼마 중 살아 있는 놈은 어디 있어?”“그... 그는 이미 우리 4대 가족을 떠났습니다. 지금쯤 류씨 일가로 가고 있을 겁니다.”뱀할매가 떨면서 말했다.“군형 5대 가족 중 류씨 일가 말이지?”윤구주가 물었다.“맞습니다!”뱀할매가 떨면서 대답했다.윤구주는 그 말을 듣더니 눈동자에 서늘한 살기가 번뜩였다.“제가 해야 할 말은 다 했으니 제발... 제발 비천한 목숨을 살려주세요...”뱀할매는 바닥에 엎드려서 용서를 빌었다.윤구주는 그녀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말했다.“군형 5대 가족은 서남의 가장 큰 재앙이야. 그동안 5대 가족은 무고한 사람을 마구 죽이고 사람들을 감옥에 가두며 제멋대로 날뛰었지. 하지만 당신들은 모를 거야. 5대 가족은 일찌감치 화진의 제거 상대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는 걸. 그러니까 5대 가족을, 당신들을 죽이는 건 화진을 위해 재앙을 제거하는 셈이지.”윤구주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을 마쳤다. 그의 두 눈이 번쩍이는 순간 뱀할매의 몸에 연꽃 낙인이 찍혔다.낙인이 남자 뱀할매는 갑자기 몸이 통제할 수 없이 떨리기 시작했고, 곧 금빛 화염이 그녀의 입에서, 몸 안에서부터 타오르기 시작했다.“당신...”뱀할매는 그 말만 남긴 뒤 몸이 자연적으로 타오르기 시작했다.처절한 비명과 함께 그녀의 몸은 결국 여씨 일가, 전씨 일가 족장들과 마찬가지로
이제 5대 가족 중 류씨 일족만 남았다.게다가 군형 삼마 중 유일하게 살아남은 방지형은 아마도 류씨 일족과 함께 있을 것이다.연규비의 말을 들은 윤구주는 고개를 끄덕인 뒤 류씨 일족이 있는 곳으로 향하려 했다.두 사람이 떠나려는데 갑자기 왼쪽 땅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고개를 돌려 보니 전씨 일족 족장이 만든 거인이 내는 소리였다.그 거인은 윤구주에게 공격당해서 바닥에 파묻혔다.그런데 어떻게 올라온 건지 머리를 밖으로 내밀고 붉고 사악한 눈을 번뜩이며 윤구주를 향해 웅얼거리고 있었다.시괴는 전신이 구리로 뒤덮여서 칼이나 총으로는 몸에 상처가 남지 않았고 물과 불을 써도 소용이 없었다.윤구주의 화련금안으로도 그 시괴를 태워버릴 수 없었다.시괴는 여전히 윤구주를 죽이려는 듯이 그를 향해 소리치고 있었다.“흥! 전씨 일족 족장이 남긴 괴물이었네. 구주야, 내가 이걸 없애버릴게!”연규비는 그렇게 말하면서 시괴를 없애버리려 했다.그런데 윤구주가 갑자기 말했다.“잠깐!”“왜?”연규비는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로 윤구주를 바라보았다.“저 시괴 꽤 재미있네.”윤구주는 그렇게 말하면서 거인의 앞에 나타났다.거인은 온몸이 땅에 박혀서 머리만 내놓고 있었다. 붉고 사악한 두 눈동자에서는 잔인한 살의가 날뛰고 있었다. 시괴는 윤구주를 노려보면서 짐승처럼 울부짖는 소리를 냈다.“몸 하나는 정말 끝내주게 단단하네!”윤구주는 시괴를 바라보면서 말했다.윤구주가 시괴를 칭찬하자 연규비는 당황했다.“구주야, 설마 그 시괴를 거두려는 건 아니지?”“맞아, 그럴 생각이야. 이렇게 연시비술로 만들어진 구리 시괴는 무도 대가에 필적해.”윤구주가 말했다.“하지만 군형의 연시비술이라 이걸 만든 사람만이 조종할 수 있어. 이것 봐, 이 괴물 아직도 널 향해 으르렁거리고 있잖아. 너한테 항복하지 않아서 그래.”연규비가 말했다.윤구주는 웃었다.“틀렸어. 군형의 연시비술은 기괴하긴 하지만 진정한 꼭두각시 술법은 아니야. 그러니까 난 이 시괴의 영지를 깨워서
연규비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좋아!”윤구주는 책상다리를 하고 앉은 뒤 시괴의 영지를 깨우기 시작했다.영지를 깨우는 것은 최고의 술법 중 하나였다.영지를 깨우는 것은 자연의 규칙을 거스르는 힘을 죽은 것에 주입해 영지를 갖게 하는 것이었다.이런 영지는 산 사람의 지능보다는 낮았지만 어느 정도 분별력을 갖게 할 뿐만 아니라 평생 한 주인만 섬기게 된다.윤구주는 지금 이 시괴 거인의 영지를 깨울 생각이었다.윤구주는 두 손으로 수인을 맺었다. 그가 수인을 맺자 그가 앉은 곳에 큼직한 음양 도안이 생겼다.“음양 역행, 건곤 역행!”윤구주가 주문을 외우자 엄청난 기운이 삽시에 사방으로 퍼졌다.“영지여, 깨어나라!”윤구주가 손가락으로 시괴의 미간을 눌렀다.그 순간 발밑의 음양 도안에서 엄청난 힘이 시괴 거인의 미간으로 흘러들었다.조금 전까지 울부짖던 시괴 거인은 윤구주의 음양 역행의 힘이 미간으로 전해지자 눈동자의 살기가 점차 줄어들기 시작했고 끝내는 빨갛던 두 눈이 정상으로 돌아왔다.심지어 울부짖지도 않았다.피부가 구리 피부인 걸 제외하면 정상인과 다를 바 없었다.한편 연규비는 윤구주가 음양 역행술을 시전하자 시괴 거인이 조용해지는 걸 보고 눈이 반짝거렸다.윤구주가 시괴 거인의 영지를 깨우고 있을 때, 멀리 벌거벗은 나무줄기 위에 온몸이 새까만 이상한 까마귀 한 마리가 가지 끝에 서서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었는데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그 까마귀는 일반 까마귀보다 더욱 컸고 동공은 적갈색이었다.까마귀는 눈앞의 광경을 지켜보다가 두 날개를 펴고 먼 야산을 향해 푸드덕거리며 날아갔다.윤구주에게서 십여 킬로미터 떨어진, 황폐한 산꼭대기 위에는 화려한 옷을 입은 절세 미녀가 꼼짝도 하지 않고 그곳에 서 있었다.그녀는 마치 타고난 황후처럼 그곳에 서 있었는데 기세가 아주 엄청났다.만약 국방부의 사람이 그곳에 있었다면 그녀가 바로 화진의 새로운 왕 문아름이라는 걸 알아봤을 것이다.이때 문아름의 뒤에는 두 사람이 서 있었다.한
“흥, 죽이든 죽이지 않든 이제는 쓸모없는 놈일 뿐이에요.”문아름의 입가에 지독한 미소가 걸렸다.노인은 덤덤히 웃었다.“네 말이 맞아. 지금 화진 사람들은 구주왕이 죽었다고 알고 있어. 지금 살아있다고 해도 커다란 파문을 일으키지는 못할 거야. 하지만 워낙 실력이 뛰어난 놈이니 항상 조심해야 해.”노인이 다시 말했다.“할아버지, 그렇게 두려워할 필요가 있어요? 윤구주가 뭐가 그렇게 대단한데요? 당시 우리 문씨 일가가 도와주지 않았다면 윤구주가 그렇게 쉽게 구주왕이 될 수 있었겠어요? 그리고 왜 이렇게 멀리 있어야 해요? 할아버지가 있는데 윤구주가 우리 기운을 눈치챌 수 있겠어요?”문아름이 내키지 않는 얼굴로 말했다.이 산은 여씨 일족 영지에서 십여 킬로미터 떨어져 있었다.문씨 일가의 노인이 그곳에 있는 이유는 윤구주에게 발각당하지 않기 위해서였다.문아름이 내키지 않는 얼굴로 말하자 노인이 덤덤히 말했다.“아름아, 네가 구주를 원망한다는 건 나도 알고 있어. 이것만 명심해. 윤구주는 한때 화진의 왕이었어. 심지어 봉왕팔기와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구양진용결도 알고 있지! 만약 윤구주가 정말로 화가 난다면 나도 물러나야 할 정도야.”문아름은 그 말을 듣자 차갑게 코웃음 칠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됐어, 그만 짜증 내. 윤구주가 다른 여자를 사랑하게 돼서 네가 윤구주에게 큰 불만을 품고 있다는 건 알아. 하지만 이 점을 명심해야 해. 너에게는 문씨 일가의 피가 흐르고 있어. 그러니까 넌 평생 윤구주와 잘 될 수 없어!”노인이 다시 한번 말했다.말을 마친 뒤 그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여씨 일족 방향을 바라보다가 갑자기 중얼거렸다.“혈아야, 돌아와!”그의 말이 떨어지자 먼 하늘에서 검은색 까마귀가 깍깍대면서 멀리서 날아왔다.까마귀가 가까워지자 노인은 팔을 뻗었고 그 까마귀는 그의 팔뚝 위에 내려앉았다.까마귀가 팔뚝 위에 앉자 노인은 오른손으로 까마귀의 눈동자를 콕 찔렀다. 곧 까마귀의 빨간색 눈동자에서 화면이 튀어나왔다.화면 속에는
“할아버지, 할아버지가 직접 윤구주를 죽일 생각은 없는 거예요?”문아름이 갑자기 노인에게 물었다.“내가? 당연히 없지.”“왜요?”문아름은 이해할 수 없었다.“내가 손을 쓴다면 곤륜의 그 괴물들이 분명 눈치를 챌 거야. 그리고 내가 손을 쓴다고 해도 윤구주를 죽일 수 있다는 보장은 없어. 그런데 내가 왜 그러겠어? 그리고 윤구주에게 그 영패만 없었어도 난 윤구주를 우리 문씨 일가의 사위로 삼았을 거야! 윤구주는 화진의 왕이었잖아!”노인이 중얼거렸다.할아버지의 말을 들은 문아름은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여씨 일족 영지.음양 역행 기운이 사방에서 몰려들어 시괴 거인의 미간으로 들어갔다.얼마나 지났을까, 윤구주가 갑자기 손가락을 튕겼다.“영지, 깨어나!”의식이 끝나자 시괴 거인이 꼿꼿이 일어나 윤구주의 곁에 섰다.“구주야, 끝났어?”연규비는 그 광경을 보고 빠르게 달려왔다.“끝났어.”윤구주는 팔을 휘둘렀고 주변의 음양 역행 기운이 전부 체내로 돌아왔다.연규비는 아름다운 눈으로 의아한 듯 시괴 거인을 바라보았다.예전에는 짙은 시체 냄새를 풍기던 시괴 거인이 지금은 마치 산 사람처럼 윤구주의 곁에 꼿꼿이 서 있었다. 시체 냄새가 사라졌을 뿐만 아니라 몸 전체가 예전과 달라졌다.눈에 띄는 구리 피부와 큰 키를 제외하고는 시체라는 걸 알아보기 힘들 정도였다.“너무 빨리 변한 것 같은데.”연규비는 놀라워하며 말했다.윤구주는 웃으며 말했다.“내가 영지를 깨워줬으니 이제부터는 내 명령에 완전히 복종할 거야. 믿기지 않는다면 이걸 봐!”말을 마친 뒤 윤구주는 고개를 돌려 시괴를 향해 외쳤다.“이리 와!”그 말을 들은 시괴는 윤구주에게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갔다. 마치 충실한 종처럼 말이다.“오늘부터 내가 네 주인이야. 내가 살라고 하면 살고 내가 죽으라고 하면 죽어. 알겠어?”윤구주의 목소리가 시괴의 귓속에 천천히 울려 퍼졌다.영지가 생긴 시괴는 듣기 싫은 목소리를 냈다.“알겠습니다, 주인님!”시괴가 윤구주로 인해 영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