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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04화

침실로 들어온 염구준은 블러드의 상처를 살피고 표정을 굳혔다.

“흑풍전주?”

그의 예상은 정확했다.

블러드 체내에서 강력한 기운이 마구잡이로 돌아다니고 있었는데 염구준이 수련했던 공법의 기운과 매우 흡사했다. 신무옥패에 기재된 무학 전적에서 본 내용이었다.

블러드를 다치게 한 사람이 그였다니!

“맞아. 흑풍.”

블러드는 침대에 누워 염구준이 손바닥을 통해 전해주는 내력을 느끼며 아까보다는 밝아진 안색으로 대답했다.

“흑풍존주 한 명만 상대했으면 이 정도는 아니었을 거야. 내 부하들, 백터가 나를 배신하고 흑풍과 손을 잡았어.”

염구준은 묵묵히 고개를 숙였다.

지하 세계에서 킬러조직 내부의 권력 다툼은 매우 잔인했다. 백터라는 사람이 만약 정식으로 보스의 자리에 앉으려 한다면 블러드와 정면 승부에서 이기는 방법 외에는 없었다.

그는 승산이 없자 결국 흑풍존주와 손을 잡고 킬러들의 왕이라고 불리는 블러드를 왕위에서 끌어내린 뒤, 새로운 왕이 되고자 했던 것이다.

“염구준.”

블러드는 낮은 소리로 염구준을 불렀다. 안색은 아까보다 많이 좋아졌지만 입가에서 피가 흐르고 있었다.

“이 일, 염구준 당신과도 관련이 있는 것 같아.”

“백터는 배신하기 전에 엘 가문의 짐과 만난 적이 있어. 내 추측이 맞다면 그들의 다음 목표는 엘 가문이야.”

역시 짐이 고성에 갔을 거라던 추측은 맞아떨어졌다.

“나도 들은 바가 있어.”

손을 내린 염구준은 블러드의 혈자리를 봉인하고 계속해서 말했다.

“부상이 심각해서 한동안 쉬면서 요양해야 해. 일단은 여기서 지내고 있어. 다른 곳보다는 안전하니까.”

말을 마친 그는 곧장 침실을 나가 연무장으로 돌아갔다.

손가을과 염희주는 여전히 그곳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염구준이 곧 떠나야 한다는 것을 눈치챈 건지, 두 모녀는 아쉬움이 가득 담긴 표정으로 다가와서 염구준의 품에 안겼다.

“아빠…”

“희주 착하지.”

염구준은 애틋한 얼굴로 딸의 볼을 살짝 꼬집은 뒤에 아내를 보며 말했다.

“봉황국으로 가봐야 할 것 같아.”

“너무 걱정하지 마. 일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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