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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화

손태진은 그녀에게 변명할 기회조차 주지 않고 몰아쳤다.

“증거가 빼박인데 넌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어! 오늘 부로 손가을을 회사에서 제명한다! 넌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게 될 거야!”

그 말이 끝나자 사람들은 너도나도 손태진을 지지했다.

“전 사장님 의견에 전적으로 찬성입니다!”

“손가을은 그룹에 암 같은 존재가 틀림없어요!”

“암덩어리는 당연히 제거하는 게 맞죠.”

너도나도 한마디씩 하며 손가을을 비웃듯 쳐다보았다. 손가을은 입술을 질끈 깨물고 고개를 숙였다.

이런 쓰레기들 앞에서 눈물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

그는 손영그룹의 불공정한 처사에 깊이 실망했다.

“하! 웃기지도 않는군!”

차가운 웃음소리가 현장의 정적을 깨뜨렸다.

염구준이었다.

“연기 잘 봤습니다!”

그는 손태진을 향해 박수를 치며 핸드폰을 꺼냈다.

“손 사장님, 오늘 하신 그 발언, 핸드폰으로 전부 녹취해 두었습니다. 그 연기실력이면 오스카 주연상을 노려봐도 괜찮겠군요!”

손태진은 음침한 얼굴로 으르렁거렸다.

“염구준, 방해할 생각하지 마. 난 팩트만 말했어. 연기 따위가 아니었다고!”

“맞아요!”

다른 임원들도 염구준을 비웃으며 한마디씩 거들었다.

“손가을 씨 월급은 한 달에 200도 안 돼요. 월급 정산 기록만 봐도 알 수 있지요.”

“월 이백으로 네 명이나 먹고 살아야 하는데 무슨 돈으로 외제차를 사겠습니까? 게다가 진숙영 여사가 이번에 밍크코트까지 구매했더군요. 이게 뇌물을 받았다는 증거입니다!”

염구준은 가증스럽다는 듯이 임원들을 쏘아보며 냉소를 지었다. 그는 천천히 손을 들어 겉옷 호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그 모습을 본 손태진이 긴장한 얼굴로 다급히 소리쳤다.

“염구준, 여긴 회사야. 밖에 경비원들이 상시 대기하고 있어! 허튼수작 부릴 생각하지 마! 경비! 경비 뭐해?”

손태진의 이마에서 식은땀이 흘렀다. 가진 게 많은 자일수록 죽음을 두려워하기 마련이다.

염구준의 입가에 비릿한 미소가 지어졌다.

탁!

그는 호주머니에서 구매 명세서를 꺼내 책상에 던졌다.

“잘 봐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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