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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화

그렇게 우희나는 강덕준의 짖꿎은 두 번째 테스트까지 완벽하게 끝내고 란희 역은 우희나가 연기하는 걸로 거의 분위기가 기울게 되었다.

모든 오디션이 끝나고 강덕준이 자리를 뜨려는 강유리의 앞을 막아섰다.

“아까... 그 배우한테 뭐라고 한 거야?”

“아, 연지한 배우 알지? 희나 씨가 데뷔 전부터 팬이었거든? 오예라가 연지한과 사귀는 사이었고, 먼저 바람까지 피웠다고. 그 충격에 우울증 치료를 받느라 요즘 활동도 못하고 있는 거라고 말해줬어.”

“뭐?”

한편, 오디션을 마치고 주차장으로 향할 때에도 우희나는 방금 전의 분노에 여전히 푹 빠져있는 모습이었다.

한참을 혼 나간 사람처럼 터덜터덜 걸어가던 우희나는 갑자기 정신을 차린 건지 다급하게 사과를 시작했다.

“죄, 죄송합니다, 대표님. 제가 순간 너무 화가 나서 대본에도 없는 따귀를...”

하지만 강유리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고 그녀의 눈치를 살피던 우희나가 조심스레 물었다.

“그런데... 아까 대표님 말씀 사실인가요? 오예라가 정말 우리 지한 님을...”

“거짓말이에요.”

순간, 우희나의 표정이 어색하게 굳었다.

“희나 씨는 성격이 소심하고 너무 심하게 긴장하는 게 탈이에요. 이 단점을 커버할만큼 놀라운 연기력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고요. 그런데... 내가 왜 희나 씨를 선택했는지 알아요?”

우희나가 막연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희나 씨의 백지 같은 모습이 마음이 들어서였어요. 내가 원하는 그림을 그릴 수 있을 것 같으니까. 뭐, 첫 붓터치는 제대로 된 것 같네요.”

우희나에게 계약서를 건넨 강유리가 말을 이어갔다.

“란희 배역은 우희나 씨가 연기하기로 했어요. 지금은 조연이지만 다음엔 서브 여주, 그 다음엔 메인 여주, 그리고 언젠가 우희나 씨가 원톱 배역으로 작품을 맡는 그날까지 난 서포트를 아끼지 않을 생각이에요.”

강유리의 기대감이 담겨서인지 우희나는 단 몇 장의 종이가 너무나 무겁게 느껴져 손이 파르르 떨려왔다. 하지만 결연한 강유리의 눈빛을 보고 있자니 그 말이 허황된 꿈이 아니라 언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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