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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화

s검은색 벤틀리가 도로에서 질주하고 있었다.

차 안에서 강유리가 한창 생각에 잠겨있는데 메시지 알람이 울렸다. 그녀가 오전에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아 소안영한테 털어놨더니 그때야 답장이 온 것이었다.

[그렇게 멋지고 자상하던 남편이 널 밀쳤다고? 그럼, 네 문제가 아닐까? 짚이는 거 없어?]

강유리는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다는 듯 미간을 찌푸리더니 또 전화기를 들었다.

[왜 내가 반성해야 해?]

[네 남편 완전 다정다감하잖아. 네 말이라면 다 순종하고. 분위기가 무르익었을 때 흐름이 깨져서 짜증 난 거 아니야?]

[……]

역시 산전수전 다 겪은 여자가 남자의 마음을 더 잘 알고 있었다.

육시준이 운전하면서 입을 열었다.

“여기 있다길래 퇴근하는 길에 데리러 왔어. 저녁에 뭐 먹고 싶어?”

강유리는 그의 말에 대답은커녕 눈을 돌려 그를 몇 초 가만히 쳐다보다가 천천히 입을 뗐다.

“요즘 나한테 뭐 불만 있어?”

육시준은 의문스럽다는 눈빛으로 그녀를 힐끗 쳐다보았다.

“무슨 눈빛이야? 불만 있으면 말해. 답답하게 속으로만 생각하고 있지 말고.”

그는 얇은 입술을 오므리더니 대답했다.

“반성하고 있는지는 몰라도 잘 때 내 팔을 베고 자고, 아침저녁으로 직접 간 커피를 마시고, 샤워할 때 좋아하는 드라마가 나올 때까지 씼는 거? 그런 작은 문제 빼고는 괜찮아.”

강유리는 워낙 자유로운 영혼이었고, 돈까지 많으니 더할 나위 없었다.

육시준의 목소리는 가벼웠지만 강유리의 귀에는 한없이 거칠고 사납게 들렸다.

‘그럴 줄 알았어. 역시 불만이 있었어. 이런 작은 문제들이 쌓이고 쌓여서 결국 터졌네?’

그녀는 담담한 태도로 말했다.

“나 원래 이래. 고치지 못한다고.”

육시준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고치란 말 한 적 없어.”

강유리가 혀를 끌끌 차더니 말했다.

“말과 속이 다르단 말이 여자한테만 쓰는 말이 아니구나?”

그녀는 숨을 크게 들이쉬고 고개를 들어 앞을 내다봤고, 군림 별장까지는 거리가 좀 있었다. 이 길로 곧게 가다 보면 고급 백화점 매장이 있는데 LK그룹 계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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