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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화

“당장 신영이 다시 촬영팀으로 불러. 가족끼리 얼굴 붉히게 만들지 말고!” 성홍주는 차가운 목소리로 명령했다.

“불가능해요. 여자 조연은 이미 정해졌어요.” 강유리는 한 치의 망설임 없이 그의 말에 대답했다.

성홍주는 이미 화가 머리끝까지 나 있었다. 승권을 손에 쥔 듯 침착한 강유리의 모습에 그의 마음은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뭔가 예감이 왔다. 강유리가 이번 귀국에 진심이라는 게 느껴졌다.

강유리는 유강그룹을 손에 넣을 생각이다.

하지만 오랜 시간 동안 피땀을 쏟으며 경영한 유강그룹을 어떻게 손쉽게 그녀에게 넘겨주겠는가…

성홍주의 눈빛은 험악했다. “강유리, 잊지 마. 병원에 있는 그 영감탱이한테는 아직 내 싸인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협박이었다.

강유리는 그의 말에 거절한 후 자리를 떠날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 말을 듣자마자 그대로 얼어버렸다. 그녀의 날카로운 시선이 그의 몸에 머물렀다.

성홍주는 드디어 그녀의 다른 얼굴을 보게 되었다. 그는 콧방귀를 뀌며 말을 이어 나갔다. “육씨 집안에 들어가게 됐다고 기고만장해서는 네가 누구 딸인지도 잊었나 본데! 내가 강씨 집안의 몸을 걸치고 있는 한, 이 집안의 일은 다 내 손을 거쳐야 한다는 거 잊지 마!”

“…”

성홍주는 자리를 떠났고, 옥상도 이내 안정을 되찾았다.

잠시 후, 그녀의 번호로 문자가 왔다. 성신영의 문자였다.

‘언니, 대본 리딩은 빠질게. 대신 제작발표회에는 나 꼭 불러줘야 해.’

휴대폰 너머로 성신영의 의기양양한 얼굴이 보이는 듯했다. 강유리의 손에 힘이 들어가기 시작했고, 주위에는 살벌한 기운이 퍼지기 시작했다.

“그게… 다시 오라고 해도 돼. 여자 조연한테는 내가 가서 해명할게.” 등 뒤에서 강덕준의 조심스러운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강유리는 고개를 돌렸다. 벽 쪽에는 머리 하나가 빼꼼 나와 있었다. 강덕준은 입술을 오므리기만 할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강덕준은 천천히 걸어오더니 변명을 하기 시작했다. “일부러 들으려고 한 건 아닌데… 네가 한참 동안 안 오길래 어디 갔나 해서! 그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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