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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0화

“네, 아저씨가 나 목마도 태워주고 나랑 같이 게임도 해줘서 정말 좋아요.”

아이는 손가락을 접어가며 그와 같이 한 어떤 순간이 가장 좋았는지 얘기했다. 들어보니 대부분이 남자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어트랙션에 부자가 같이할 수 있는 게임들이 많았다.

탹유미는 아이의 말을 들으면서 표정이 점점 어두워졌다.

아버지라는 자리를 메꾸려고 아무리 노력해 봐도 윤이의 마음속 아버지의 자리를 대체할 수는 없었다.

매번 아버지 손을 꼭 잡고 가는 친구들을 윤이가 얼마나 부러운 눈으로 보고 있는지 모르는 게 아니다.

하지만 이경빈은... 좋은 아버지가 아니다. 그에게 윤이는 태어나지 말아야 할 존재일지도 모른다.

임유진은 탁유미의 기분을 알아채고 서둘러 화제를 돌렸다.

그렇게 한참을 더 얘기 나누다 떠날 때쯤 임유진이 탁유미에게 물었다.

“상처는 좀 어때요?”

“이제 괜찮아요. 움직여도 아무 문제 없어요.”

탁유미가 걱정하지 말라며 웃었다.

“이경빈 씨는 그 뒤로 언니 찾아온 적 있어요?”

임유진의 말에 탁유미가 고개를 저었다. 그날 이경빈의 앞에서 자해한 후 그는 더 이상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도움 필요하면 언제든지 얘기해요. 내가 도울 수 있는 게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혼자 짊어지는 것보다 한 명이라도 같이 짊어지는 게 낫잖아요”

“고마워요. 그보다 유진 씨는 요즘 어때요? 아까 윤이가 얘기한 그 아저씨라는 사람과는...”

임유진이 어색하게 웃으며 답했다.

“그냥 친구예요. 음, 친구라도 얘기하는 것도 좀 그런가... 이전 직장에서 친했던 동료예요.”

“그 사람 유진 씨 좋아하는 거 아니에요?”

그게 아니라면 굳이 놀이공원까지 갈 이유가 없다. 그것도 아이를 데리고 말이다.

“언니, 나는 지금 누구를 알아가고 연애하고 싶은 마음이 없어요. 지금은 그게 사치 같아서요.”

이번 생에 평생을 같이할 사람을 찾을 수 있다는 생각은 이제 버렸다.

어릴 적 꿈꿔왔던 로망이 거듭되는 현실로 부서지기 시작할 때쯤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초연한 얼굴의 그녀를 보며 탁유미도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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