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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7화

“마음에 들어.”

강지혁이 미소를 지으며 손에 쥔 상표를 내려놓았다.

“누나, 앞으로 내가 수천수만 벌의 스웨터 사 줄게. “

“수천수만 벌의 스웨터를 내가 다 어떻게 입어.”

임유진이 피식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아, 이리 와봐. 손 크기를 재야겠어.”

그리고 유진은 지혁의 손을 잡아당겨 줄자로 지혁의 손 크기를 재기 시작했다.

맞닿은 두 손에 지혁은 유진의 손이 아주 차갑다는 게 느껴져 인상을 썼다.

“뜨개질 그만 해요. 손이 너무 차잖아요.”

“난 괜찮아. 아, 손 좀 그만 움직여. 지금 크기 재고 있잖아.”

유진은 중얼거리며 다시 지혁의 손을 잡아당겨 유진이 원하는 방향으로 고정시켰다.

“이 정도면 너무 차가운 편도 아니야. 지금은 그래도 방 안에 있잖아. 전에 새벽이랑 밤에 길거리 청소하는 일을 했을 땐 장갑을 껴도 손에 감각이 없을 정도로 차가웠어.”

유진의 말에 지혁은 눈앞이 조금 흐려졌다. 핑 도는 눈물이 지혁의 양심을 콕콕 찔렀다. 사실 지혁은 얼마든지 유진의 고달픈 생활을 반전시켜 줄 수 있었다.

처음에는 그저 호기심 뿐이었다. 그래서 유진을 자신의 옆에 두고 누나라고 부르며 따랐지만 이젠 그런 호기심을 넘어선 감정이 찾아왔다. 지혁은 유진을 자신의 옆자리에 두고 싶어졌고 힘든 일 궂은일은 다시 하지 않게 하고 싶어 졌다.

“자, 이제 됐어.”

유진은 손 크기를 재고 나서 다시 뜨개질로 주의를 돌렸다. 하지만 전에 다쳤던 손가락 때문인지 유진의 손은 조금 굼떴고 뜨개질 속도도 아주 느렸다.

“누나, 오늘 소민준과 진세령이 약혼하는 날이래.”

지혁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

“돌아오는 길에 길이 막혀서 무슨 일인가 싶었는데, 다들 약혼식 때문에 그쪽 길로 몰려든 거래.”

“나도 알아. 아까 검색하다가 기사 읽었어. 약혼식 시작 전에도 사람들로 꽉 찼더라고.”

유진은 대수롭지 않은 듯 말을 이어갔다.

“누나는 서운하지 않아?”

지혁은 고개를 살짝 올려 유진의 반응을 살폈다.

“서운하냐고?”

유진의 손이 뚝 멈춰 섰다.

“만약 누나가 소민준이랑 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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