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유리의 표정이 굳어졌고 이내 차가운 목소리로 소리쳤다. “서준혁!” 서준혁은 온몸으로 싸늘한 기운을 느꼈지만 여전히 차갑고 조소가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할 건 다 했으면서 뭐가 두려워?"신유리는 가슴에 돌이 박혀 있는 듯 갑갑한 기분이 들어 잠시 서준혁을 바라보다 뒤를 돌아 이신에게 말했다. "미안한데 먼저 나가줄래?"이신은 긴 속눈썹을 드리운 채 생각에 잠겨 있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필요하면 전화해."이신이 룸을 떠나자 신유리는 마음 속 답답함을 견디며 천천히 말했다. "서준혁, 나를 괴롭히는 것만으로는 부족해서 이젠 다른 사람까지 끌어 들이려는 거야?""괴롭혀?" 서준혁은 고개를 들어 신유리를 바라보기 전 그녀의 말을 되풀이했다. "네가 뭐라고 내가 너를 괴롭혀?"신유리는 눈을 감고 말했다. "그럼 앞으로 말도 안되는 소리는 그만해줘.""내로남불을 보니 평소 너의 모습 그대로인 것 같다." 서준혁의 목소리는 점점 더 낮아졌다. 그는 혀를 차며 말했다. "유리야, 넌 정말 나를 실망시킨 적이 없구나."룸에는 여전히 술 냄새가 진동했다. 서준혁은 소파에 앉아 있었고, 그녀는 앞이 잘 보이지 않았지만 지금 그의 표정이 얼마나 자신을 깔보고 있는지는 짐작할 수 있었다.서준혁이 자신을 위선적이고, 파렴치하고, 나쁜 성격을 가진 사람이라고 말한 게 웃겼다. 서준혁의눈에 자신이 언제 그렇게 변해 있었는지 신유리 자신도 몰랐다.다시 한 번 마음 속 깊은 곳에서부터 느껴지는 무력감에 신유리는 깊은 숨을 들이쉬고 꾹 참으며 말했다. “정말?”말을 마친 후 그녀는 떠나고 싶었지만 갑자기 룸의 문이 열렸고, 임아중이 다시 돌아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녀 뒤에 지인 몇 명이 있었다.우서진이 앞장 서서 들어왔고, 서준혁을 보고 말했다. "임아중이 너 여기 있다고 하길래 안 믿었는데, 진짜 네가 여기 왜 왔냐?" 그러나 이내 그의 옆에 신유리가 서 있는 것을 보고 눈을 크게 떴다. "준혁아, 이건 아니다. 소개팅에 비서님을 데리고 갔니?" 그는 서준혁
신유리의 말은 송지음의 체면을 전혀 살려주지 못했고, 그녀의 안색은 바로 굳어졌다. 송지음의 말투도 더 이상 가식적이지 않았다."유리 언니, 그렇게 말하면 안 되죠. 게다가 언니는 이제 화인 그룹을 떠나야 하잖아요?” 신유리는 송지음을 별 표정 없이 바라보았다. 처음부터 송지음의 속셈을 알고 있으면서도 줄곧 눈감아 주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제 신유리는 인내심이 한계에 달했다.몇 초 뒤, 그녀는 다시 눈을 치켜 뜨고 차갑고 날카로운 눈빛으로 송지음을 바라보았다. "송 비서, 당신이 잘못 알고 있는 것 같은데 화인 그룹을 떠나는 건 내 선택이지, 내가 해고된 게 아니야.” 송지음은 자신이 정말로 신유리를 화나게 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녀의 날카로운 시선에 저절로 몸이움츠러들었다.하지만 회의실에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송지음은 속으로 마음을 진정시키는 수밖에 없었다."어차피 결과는 똑같잖아요?” 신유리는 잠시 그녀를 조용히 바라보다가 눈을 내리깔았다. 방금 전에는 정신줄을 놓은 탓에 송지음과 말다툼을 벌일 뻔 했다.“회의는 여기까지 하죠, 더 궁금한 사항이 있다면 사무실로 오세요.” 신유리는 송지음과 더 이상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아 곧장 물건을 들고 회의실을 나갔다. 양예슬은 진지한 얼굴로 그 뒤를 바짝 따라갔고, 신유리는 그녀가 할 말이 있다는 것을 알고 담담한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그냥 하세요.” “정말 그만둔 거예요?”양예슬이 머뭇거리며 묻자, 신유리는 고개를 끄덕였다.“다음 달에 갈 거예요.”“왜요?”양예슬은 눈살을 찌푸렸다.신유리는 잠시 멈칫했다. 자신이 화인 그룹을 떠난다는 것을 아는 모든 사람들이 의아해하며 이유를 물을 것 같았다. 신유리의 속눈썹이 살짝 떨려왔고, 이내 침착하게 대답했다."새 직장을 구해서 이직을 하려고요.” 하지만 양예슬은 믿지 않는 눈치였다. 다른 말을 더 하기를 기다렸지만 신유리는 그녀에게 계약서를 내밀었다.“이것 좀 확인한 뒤에 인사팀에게 전달해
곽정희가 돌아왔을 때, 신유리의 안색은 여전히 좋지 않았고 이마를 한 손으로 짚으며 눈살을 찌푸리고 있었다. 곽정희는 놀라며 물었다.“서 대표님은, 가셨어?” 신유리는 서준혁이 한 말을 생각하고 있었다, 자신의 직위를 대신할 사람을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이후 면접에서 신유리는 마음이 딴 곳에 있었고, 앞에 놓인 이력서를 보았지만 어느 것 하나 마음에 드는 게 없었다.면접이 끝난 뒤, 곽정희와 감독관이 말을 꺼냈다."여기 면접자들도 다 이력서를 꾸며서 썼네요, 정말 하나같이 다 똑같은 것 같습니다.” 신유리는 잠시 앉아 있다가 물건을 집어 들고일어나 사무실로 돌아왔다.그녀는 근심에 잠겨 표정이 좋지 않았고, 사무실 입구에서 오청아와 마주쳤다. 오청아는 두 걸음 뒤로 물러나 신유리의 무거운 얼굴을 바라보며 낮은 목소리로 머뭇거리며 외쳤다."유리 님.” “무슨 일이시죠?”신유리도 걸음을 멈추며 대답했고, 기분이 좋지 않아 직설적으로 다시 말을 꺼냈다.“할 말이 있으면 그냥 하세요.”그러자 오청아는 무안해하며 말했다.“저, 저는 괜찮아요. 그냥, 유리 님이 너무 많은 생각을 하지 않으셨으면 해요.”신유리는 멈칫하더니 오청아를 바라보았다.“회사에서 한 얘기 말이에요, 저희 비서실에서는 아니라는 걸 다 알고 있어요. 그러니까, 그러니까……” 오청아는 이 말을 한 것을 곧바로 후회를 했다. 신유리에게 말하지 말았어야 했다고 생각했지만 이미 뱉어버렸기에 다시 돌이킬 수 없었다.그녀는 울며 겨자 먹기로 말할 수밖에 없었다. “회사에서는 유리 님이 송지음에게 자리를 뺏겨 어쩔 수 없이 퇴사를 했다는 소문이 돌고 있어요.” 오청아의 목소리는 점점 작아졌지만 그에 비해 신유리의 얼굴은 차분했다.신유리가 자리로 돌아왔을 때 양예슬은 서류에 집중하고 있었다. 인기척이 들리자 그녀는 고개를 들어 신유리를 바라보았다.“그 사람들이 뭐라고 얘기를 하던가요?”“뭐가요?” "내가 퇴사를 하는 게 송지음 때문이라고 하던가요? 아니면 서준혁 때문에?
신유리는 단념했는지 이번엔 얼굴에 원한을 품지 않았다.이신은 그제야 시름 놓고 휴대전화를 건네받으며 눈썹을 치켜올리면서 물었다."지금은, 밥 먹을 기분 들어? "신유리는 잠깐 멍해지더니 바로 알아챘다. 신유리가 기분이 안 좋아 보여서 이신은 먹고 싶지 않다고 배려했던 것이었다.그는 이신의 공감 능력에 감탄하면서 한편으로는 감격스러워했다.신유리는 낮은 목소리로 고마움을 전달했다."고마워."이신은 고개를 들지 않고 말을 이었다."연우진이랑은 너무 가까이하지 마!"신유리는 더 물어보려던 찰나에 아주 경쾌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이신!"이신은 발길을 멈추고 소리 방향을 따라보니 임아중이 한 남자의 팔짱을 끼고 멀리서 둘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었다.임아중은 남자를 데리고 빠른 걸음으로 그들 앞에 걸어왔다.그녀는 흥미진진하듯 신유리와 이신을 번갈아 보며 말했다."어머, 너희 둘도 밥 먹으러 왔어? "이신은 머리를 끄덕였다.임아중은 워낙 붙임성이 좋아 싱글벙글 웃으며 옆의 남자를 끌어 앞세우며 소개하기 시작했다."인사해, 우리 자기야."지난번 임아중을 봤을 때는 분명히 서준혁이랑 맞선을 보는 사이였다.임아중은 오히려 아무렇지 않은 듯 계속 신유리에게 물었다."며칠 전, 나 너랑 쇼핑하려고 메시지 엄청나게 보냈는데, 왜 답장 안 해? "신유리는 다소 놀라웠다.그날 캐톡 친구 하자는 얘기가 그냥 예의로 말한 줄 알았다.최근 기분이 안 좋아 임아중의 메시지를 놓쳤을 수도 있다.신유리는 미안한 듯 임아중에게 사과했다."미안, 요즘 너무 바빠서 캐톡 챙겨보지 못했어, 놓친 거 같아."임아중은 놀란 듯 눈을 휘둥그레 뜨면서 신유리를 바라보았다."요즘 세대에 캐톡을 안 보는 사람도 있어? ""업무용 캐톡이랑 개인 캐톡은 따로 있어." 신유리가 설명했다.다행히 임아중은 신경 안 쓰는 눈치다. 그녀는 데려온 남자의 팔짱에서 손을 떼고 서준혁의 팔을 다시 붙잡았다.임아중은 그의 반응에 재밌는지 호기심이 발동한 듯 몸을 더 붙이면서 신유리에
어색한 분위기는 얼마 유지되지 못하고 우서진 친구의 인사로 다시 완화되었다.신유리는 가지도 못하고 남아있지도 못해 망설이다가 소파에 계속 앉아 있을 수밖에 없었다.옆에 있던 두 도련님도 신유리의 기분을 알아채고 다른 자리로 피했다.룸의 분위기는 다시 들끓기 시작했다.임아중이 술잔을 들고 다가올 때 신유리는 휴대전화를 보고 있었다.그녀는 신유리의 곁에 앉았다."유리야, 저쪽에서 포카 놀던데, 왜 같이 놀지 그랬어? 그리고 이신은 왜 아직도 안 와?"룸 안의 등불은 어두컴컴하여 신유리의 표정을 읽을 수 없었다."너희들 재밌게 놀아."신유리는 저녁밥도 먹지 않고 오후 내내 화를 참은 관계로 결국 속이 안 좋기 시작했다.임아중도 신유리가 기운이 없어 보여 더 이상 권하지 않고 술잔을 다시 들어 다른 자리로 갔다.신유리의 시력은 워낙 안 좋아 이 시각 우서진과 서준혁이 어느 자리에 앉았는지는 잘 보이지 않았다,하여 마음은 다소 편해졌지만 그래도 한 공간에 있는지라 얼마간 불편함은 있었다.신유리는 한참 앉아 있다가 가방을 들고 화장실 가려 하였다.그녀는 천천히 문 입구에 걸어가서 문을 열려고 하였으나 마침 누군가 밖에서 문을 열고 들어왔다.바로 이신이 휴대전화를 들고 문 입구에 나타났다.그는 신유리를 내려다보면서 말했다."왜?"신유리가 인사하려 하려던 참에 이신을 잘 아는 친구들이 가로채고 그와 인사를 하기 시작했다."이신, 왔어? 아중이 글쎄 네가 온다고 해서 안 믿었는데, 결국 왔구나."신유리는 고개를 약간 숙이고는 옆으로 자리를 비켜줬다."나 화장실 갈 거니까 어서 들어와."이신은 미간을 찌푸리더니 뭔가 말을 하려다가 그만두었다.사실 그는 조금 전 바로 올라오려고 했는데, 고객이 전화를 갑자기 하는 바람에 아래층에서 좀 더 머물러 있었다.신유리는 화장실에서 손을 씻으며 무표정으로 거울에 비친 자기 모습을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었다.메이크업은 여전히 깔끔하나 눈에는 피로감이 가득 차 있었다.그녀는 입술을 오므리더니 이신에게
예술품 금융화는 갓 떠오르는 시장 열풍으로 지원받을 기회는 많다.신유리는 서준혁을 올려다보면서, 내심 그의 비즈니스에 대한 탁월한 민감도에 감탄했다.부도에 헤매는 화인 그룹을 되살려낸 능력만 봐도 알 수 있다.서준혁은 테이블을 가볍게 치면서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미래 쪽은 누가 갈 거야? "미래는 역사가 유구하고 명성이 높은 문화재 예술관이다.이때 신유리는 손에 쥐던 필을 놓고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제가 해보겠습니다."신유리는 비서실 직원으로 주로 회의실에서 회의록을 기록하는 역할을 한다.서준혁은 그녀를 돌아보더니 단칼에 거절했다."신 비서가 체험하라고 가져온 프로젝트는 아니에요. "그의 거절은 아주 확실하고 깔끔하여 신유리는 더 이상 대꾸하지 않고 입술만 깨물었다. 미래로 갈 사람은 회의가 끝나서도 정해지지 않았다. 회의실을 나오면서 양예슬은 신유리에게 물었다."유리 언니, 언니는 왜 주동적으로 그 일 맡으려고 해요? "신유리는 고개만 저으면서 아무 대답도 주지 않고 탕비실에 들어가 이신에게 전화를 걸었다.얼마 안 되어 이신이 전화를 받자, 신유리는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내가 지금 예술품 금융화 방면의 일을 접촉하려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해?"이신은 잠깐 멈칫했다가 말했다."예술품의 부가가치는 확실히 이후에 경제 핫 이슈로 될 수도 있지, 게다가 더 많은 전시 열을 일으킬 수 있을 것 같은데 좋은 선택이야"그는 말을 끝내고는 신유리에게 되물었다."왜 갑자기 그 얘길 하는데?""회사에 프로젝트 하나가 생겼는데 미래와 손잡을 수도 있어서 혹시나 해서 물어봤어."신유리는 조신하게 말했다."나 이 프로젝트 해보고 싶어."이신과의 통화를 끝내고 신유리는 바로 사무실로 돌아갔다.뜻밖에도 송지음이 사무실로 내려와 얌전한 척 신유리 앞에 나타났다."유리 언니, 나 언니한테 배우러 왔어요."어떻게든 신유리의 직위를 가로채려고 애를 쓰는 듯하였다.신유리는 그녀와 엮이기에 싫어 핑계를 댔다. "나 지금 일 있으니까 시간 없
휴대전화의 불이 천천히 꺼지자, 신유리는 뒤통수가 오싹해 났다.왜냐하면 건강검진을 예약한 적 없었던 것이다."유리 언니, 나 물어볼 게 있어요."잠잠했던 심정은 더 이상 통제가 안 되고 몸이 부들부들 떨었다.메시지를 받은 신유리는 자신이 얼마나 한심하고 비참한 사람인지를 알게 되었다.때마침 송지음이 문서를 들고 신유리한테 다가왔다.짙은 화장을 해도 기분을 감출 수가 없었다.하지만 송지음은 눈치채지 못한 듯 계속 서류를 신유리에게 내밀며 작은 소리로 말했다. "유리 언니, 여기 규격이 좀 명확하지 않은 것 같은데 순서를 어떻게 처리할까요?"신유리는 그녀가 내민 서류를 보다가 차가운 말투로 나무랐다."넌 손이 없어? 인터넷을 찾을 줄 몰라? "뜻밖의 차가운 태도에 송지음은 어리둥절해졌다.예전 같았으면 이럴 땐 신유리는 항상 대신 해주겠다고 챙겨줬었다.송지음은 분위기를 짐작하고 잠시 멍해 있다가 바로 당황한 듯이 아주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유리 언니, 난 그냥 이 부분을 잘 몰라서 물어봤을 뿐이에요."말하면서도 송지음은 창백한 얼굴을 하며 나약한 어깨는 후들거렸다.예전의 자신이 송지음의 어떤 부탁에도 오냐오냐해줬던 것이 문득 후회가 났다.어떤 요구든 다 들어주니 송지음은 신유리가 만만해 보였을 수도 있었다.신유리는 송지음의 서류를 대충 열어본 후 바로 본론을 말했다."규격이 명확하지 않으면 미래의 홈 사이트에 들어가서 찾아보면 되잖아! 거기에 문물 차트가 기재되어 있을 건데 안 보여? 인턴때 선배들이 안 가르쳐줬어?"신유리의 말투는 아주 거칠고 딱딱했다.그녀의 한마디 한마디에 송지음의 기색도 오르락내리락하면서 눈시울도 바로 붉어졌다.송지음은 이내 불쌍한 척 입술을 깨물기 시작했다.사무실 사람들의 주의력은 진작에 둘을 향하고 있고 모두 조용하게 그들을 쳐다보고 있었다.사람들의 시선이 따가워 신유리는 기분을 추스르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서류 남기고 가, 검색엔진을 사용하는 법을 터득하기 전엔 찾아오지 마."송지음의 눈시울은
서준혁과 진규성은 서로 충분히 교류하면서 담판은 아주 원활하게 진행되었다.여태껏 신유리는 조용하게 앉아 있기만 했다.진규성은 갑자기 그녀의 손에 든 서류를 보고는 물었다."신 비서님도 저희 미래를 잘 알고 있어요?"신유리가 들고 있는 문서는 바로 미래의 예술품 도감이다.일면의 첫 페이지에 몇 년 전 대중화 주제로 출시된 제품들이 기재되었다.진규성은 갑자기 흥미를 느끼면서 말했다."당시 그 컨셉들은 열풍을 일으키지 못했고 심지어 문화재도 아니었어요. 단지 그때 지사에 있는 작업실에서 영감을 타 잠깐 만들어낸 제품들인데 신 비서님은 어떻게 아셨나요?"갑자기 질문을 던지자, 신유리는 그 페이지를 펼쳐 테이블에 놓고는 말했다."제가 미래에 대해 좀 알아봤었거든요, 특히 사람과 자연을 주제로 된 목조품들이 너무 생동감이 넘친다고 느꼈죠, 특히 이 세트가 가장 맘에 들었어요.""아쉽게도 제가 관심을 가졌을 땐 전시가 별로 없어서 한 세트를 사기엔 힘들더라고요."신유리는 점점 진지해지면서 설명했다."안 그래도 오늘, 이 도감이라도 챙겨서 진 관장님을 만날 때 물어보려고 했었는데, 지금이라도 구매가 가능한지 한번 물어보고 싶었어요."말은 그렇지만 사실 그녀는 최초로 이신으로부터 알게 되었다.그땐 시한 지사의 전시장 배치를 주제로 토론하고 있었는데 허경천이 미래의 컨셉을 소개할 때 마침 옆에서 듣게 되었다.듣다가 흥취를 갖게 되어 성남으로 돌아가자마자 인터넷에서 도감 세트를 한꺼번에 구입하였다.먼 훗날 화인과 미래가 손잡을 줄은 아예 생각지도 못했다.신유리의 진정성 있고 생동감이 넘친 얘기에 진규성은 감격스럽기도 하고 흥이 나 그녀와의 담소에 푹 빠졌다.다행히 사전에 도감을 자세히 본 덕분에 그의 물음에 신유리는 유창하게 대답할 수 있었고 들키지 않았다.정확한 그녀의 대답에 진규성은 만족스러운 듯 한탄하면서 미소를 지었다.짧게 얘기를 나누다가 신유리는 다시 조신하게 앉아 있었다.다만 신유리를 바라보는 서준혁의 눈빛은 오히려 음침해졌다.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