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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화 너한테도 부족하지는 않았어

여러 가지로 해석할 수 있는 말이었다. 신유리가 팔찌를 질려한다는 건지, 서준혁이 신유리를 질려한다는 건지 말하기 어려웠다.

떠날 때, 서창범은 하정숙과 함께 대문에서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었다. 서준혁은 단번에 신유리의 차를 보게 되었다. “안 데려다줘도 되지? 마침 저녁에 일이 있어서.”

애초에 서준혁의 차를 타고 이곳에 온 것도 아니었다. 신유리는 입술을 오므리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송지음 만나러?”

“응.” 서준혁은 고개를 숙이더니 핸드폰을 확인했다. “생리가 앞당겨져서 케이크가 먹고 싶데.”

그의 말에 신유리가 대답했다. “정말 관심이 엄청나네.”

서준혁은 눈썹을 들썩였다. “너한테도 부족하지는 않았어.”

맞는 말이다.

솔직히 말하면 신유리가 서준혁을 따라다닌 몇 년 동안, 그는 그녀에게 무척이나 통이 컸다.

신유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딱히 반박할 말이 없었다. 그녀는 서창범이랑 인사를 하고는 혼자 차를 몰아 저택을 떠났다.

다음날 회사에서 송지음을 만나게 됐을 때, 그녀의 목에는 다이아 목걸이가 걸려있었다.

신유리는 눈썰미가 좋았다. 그녀는 그 목걸이가 서준혁이 좋아하는 브랜드의 신상이라는 것을 바로 알아차렸다.

점심시간, 신유리는 물을 받기 위해 탕비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문 앞에 도착하자마자 그녀는 안에서 전해지는 말소리를 듣게 되었다.

송지음의 말랑하고 귀여운 목소리가 특히 더 잘 들렸다. “다들 장난치지 마세요. 다른 사람들이 들으면 어떡해요.”

“게다가.” 조금 고민이 섞인 말투였다. “유리 언니가 알면 엄청 화내겠죠?”

신유리의 이름에 주위 사람들은 더 이상 그녀를 놀리지 않았다. 신유리는 화인에서 꽤 좋은 평판을 가지고 있었다.

신유리는 문 앞에서 잠깐 서 있더니, 이내 커피를 사러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오후, 그녀는 평소처럼 출근했고 프로젝트팀은 신유리에게 자료 하나를 올려다 주었다.

자료를 확인하던 신유리의 이마는 점점 더 찌푸려지기 시작했다. 그는 결국 서류를 다시 덮으며 말했다. “도표가 너무 난잡하네요. 다시 하세요.”

프로젝트팀 팀장은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바로 그녀에게 해명했다. “이 도표, 비서팀에서 전달한 파일이에요.”

그 말에 옆에 있던 송지음의 얼굴색이 붉으락푸르락 해졌다. 그녀는 고개를 숙이더니 낮은 목소리로 우물거렸다. “유리 언니, 그 도표 제가 만든 거에요.”

신유리는 인상을 찌푸렸다. “넌 인턴이야. 아직 이런 도표 만들 레벨이 아니야.” 그녀는 참지 못하고 송지음을 꾸짖었다.

송지음은 코를 훌쩍이며 대답했다. “죄송합니다, 유리 언니.”

도표에는 수정해야 할 문제가 많았다. 프로젝트팀은 더 이상 이 일을 인수받고 싶지 않아 했고 어쩔 수 없이 신유리가 고치는 수밖에 없었다.

송지음은 오후 내내 성실하게 자리에 앉아 자신의 검수 작업을 해야 하는 수밖에 없었다.

퇴근하는 시간이 되어서야 서준혁은 사무실에서 나왔다. 그는 신유리의 앞에서 멈춰서더니 손가락을 구부려 그녀의 책상을 두드렸다. “송지음, 내일부터 내가 전담 할 거야. 일 다시 배정해 줘.”

그 말에 신유리는 옆에 있는 송지음을 쳐다보았다.

그녀는 고개를 숙인 채로 앞에 있는 계약서를 보고 있었다. 서준혁의 말을 듣지 못한 듯했다.

그녀는 그냥 입술을 깨물고 있었다. 턱에 팽팽하게 힘이 들어간 긴장된 모습이 무척이나 눈에 띄었다.

신유리는 서서히 시선을 거두며 서준혁에게 물었다. “이유라도 알려주지?”

“넌 신입 키우는데 적합하지 않아.” 서준혁이 무표정으로 말했다. “네 옆에서는 아무것도 배울 수가 없어.”

신유리는 그를 똑바로 노려보고 있었다. “처음에 네가 나보고 쟤 가르치라고 한 거야.”

그의 말투는 담담했지만 태도는 무척이나 단호했다. “맞아. 그 말 이제 취소할게.”

송지음이 신유리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있고, 서준혁이 송지음의 편을 들고 있다는 소식은 빠르게 회사에 퍼졌다.

신유리가 퇴근할 때, 그녀는 자신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이상한 눈빛을 느낄 수 있었다. 그녀는 그것을 모른 척했다.

성남시는 비가 자주 오는 도시였다. 여름이 가까워지자 그 비는 더 빈번해졌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신유리는 주유소에 주유하러 갔다. 주유를 하고 나올 때 이미 비는 억수같이 쏟아지고 있었다.

그녀는 힘겹게 차를 몰아 집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집에 도착한 그녀는 문이 열려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었다. 서준혁이 그 안에 앉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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