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15화 다시 잘해볼 생각이야?

서준혁의 시선은 신유리의 몸에 멈추었다. 그녀는 태연하게 말했다. “오는 길에 차가 망가졌어.”

그녀는 서준혁이 건넨 술잔을 들며 무심하게 말했다. “술 마시고 싶은 거면 내가 대신 마셔줄게.”

“대신 마셔준다고?” 서준혁은 말꼬리를 잡으며 검은 눈동자로 그들을 쳐다보았다. 그의 맡투는 조금 나른했다. “둘이 무슨 사이길래 신 비서가 대신한다는 거야?”

그 말에 신유리는 인상을 찌푸렸다. 서준혁의 말투에는 불쾌함이 가득했다.

마침 그때, 줄곧 아무 말 없던 송지음이 갑자기 놀란 표정을 지으며 그에게 물었다. “연우진 씨, 설마 그쪽이 유리 언니 남자 친구예요?”

신유리는 그만 당황하고 말았다. 그녀는 차가운 눈빛으로 송지음을 쳐다보았다. 막 입을 열려는 그때, 서준혁의 가벼운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런 거야?”

그는 깊은 눈동자로 신유리를 쳐다보며 그녀의 대답을 기다렸다.

“유리 곤란하게 하지 마.” 연우진은 여전히 다정했다. 그의 얼굴에는 봄바람 같은 웃음이 걸려있었다.

“그냥 친구야.” 그가 신유리 대신 상황을 무마했다.

연우진이 나서자 다른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입을 다물었다.

신유리는 몸을 일으키더니 사람들에게 말 한마디를 하고 화장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연우진과 만나게 된 건 정말 우연이었다. 그는 방금 출장에서 돌아왔고, 파티가 있다며 같이 가겠냐고 그녀에게 물었다.

그의 일을 방해하고 싶지 않았던 신유리를 그를 따라왔다. 그가 말한 파티가 서준혁네 파티일 줄은 정말 몰랐다.

그녀는 복잡한 마음으로 손을 씻었다. 그녀는 밖에 잠깐 앉아 있다 연우진에게 먼저 간다고 문자를 보낼 생각이었다. 하지만 결국 화장실 문을 나서자마자 누군가의 의해 가로막히게 되었다.

서준혁의 손에는 핸드폰이 들려 있었다. 그는 고개를 숙인 채로 핸드폰 화면을 보고 있었고, 신유리가 나오자 천천히 고개를 들어 그녀를 쳐다보았다. “연우진이랑 다시 잘해볼 생각이야?”

연우진이 신유리를 맘에 두고 있다는 사실은 모두가 다 아는 사실이었다.

서준혁 무리에서 그나마 신유리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이 바로 연우진이었다.

그의 말에 그녀의 몸이 잠시 멈칫했다. 해명하려 했지만 생각과 다르게 말이 입 밖으로 흘러나왔다. “그러면 오히려 안심 아닌가?”

서준혁은 가볍게 코웃음을 쳤다. “나랑 뭔 상관인데?”

“네가 송지음한테 물어보라고 시켰잖아? 나 남자 친구 생긴 건 아니냐고.” 신유리는 담담한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서준혁, 무슨 대답이 듣고 싶은 건데.”

복도에는 사람이 없었고 말랑한 카펫은 나는 듯한 기분을 들게 했다.

신유리는 손가락을 구부리더니 계속해서 말을 이어 나갔다. “오늘 전화쳤 었는데, 없는 번호하라고 하더라.”

서준혁의 어두운 눈동자가 그녀의 얼굴에 멈추었다. 예전에 신유리는 그의 눈동자를 쳐다보는 것을 제일 좋아했다. 왠지 그곳에 남들이 보지 못하는 서준혁의 모습이 숨어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지금, 다시 그의 눈동자를 바라봤을 때 그녀는 그 속에 차가움 말고는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었다.

신유리는 눈을 깜빡였다.

“번호 바꿨어. 계속 쓰면 지음이가 싫어할 거야”

서준혁이 전에 쓰던 개인번호는 신유리와 같이 만든 것이었다. 뒷자리 번호만 조금 달랐다.

“그리고.” 앞으로 걸어가던 서준혁이 발걸음을 멈추더니 고개를 돌려 신유리를 쳐다보았다. 무심한 말투였다. “네가 연애한다고 하면 쟤도 안심하겠지.”

신유리가 룸으로 돌아왔을 때, 사람들은 진실게임을 하고 있었다. 마침 송지음의 차례였고 그녀의 벌칙은 서준혁과의 키스하는 것이었다.

엄청난 야유가 울려 퍼졌고, 송지음은 쑥스러움에 서준혁의 품으로 숨어버렸다.

신유리는 작은 목소리로 연우진에게 인사했다.

“잘 놀다 가. 나 먼저 들어가 볼게.”

하지만 예상 밖으로 연우진이 바로 몸을 일으켰다. “내가 데려다줄게.”

그의 목소리가 크지는 않았다. 하지만 마침 카드를 뽑고 있는 타이밍이라 말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고, 모두 그의 말을 똑똑히 듣게 되었다.

종요한 분위기 사이로, 웃음기 섞인 송지음의 목소리가 유독 맑게 울려 퍼졌다. “유리 언니, 연애하면 꼭 저한테 알려줘야 해요.”

Related chapters

Latest chapter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