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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화 안 본데가 어딨다고

신유리는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그럴게.”

송지음은 서준혁을 다시 게임으로 끌고 갔고, 그도 그런 그녀를 따랐다. 그는 신유리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바를 나선 후, 신유리는 고개를 돌려 연우진에게 감사 인사를 했다. “아까는 고마웠어.”

연우진의 말투는 무척이나 부드러웠다. “나한테 무슨 예의를 차려. 집에 데려다줄게.”

“됐어…” 신유리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연우진이 그녀의 말을 끊어버렸다. 그는 하늘을 가리키며 말을 이어 나갔다. “오늘 밤에 폭우 내린데. 여자 혼자는 너무 위험해.”

흔치 않은 그의 강압적인 태도에 신유리도 거절하기가 애매했다. 그녀는 어쩔 수 없이 연우진의 차에 올라탔다.

연우진은 선을 잘 지키는 사람이었다. 그는 신유리를 집에 데려다준 후, 아무것도 묻지 않고 바로 자리를 떠났다.

신유리는 그의 외투를 들고 있었다. 그 옷은 오후 차가 견인될 때 실수로 옷이 더러워져 연우진이 빌려준 것이었다.

깨끗하게 씻은 후에 그에게 다시 돌려줄 생각이었다.

저녁 내내 비가 부슬부슬 내리더니, 한밤중이 되자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천둥 번개가 싫었던 신유리는 미리 창문을 닫아버렸다.

단지 새벽 2시가 되었을 때, 도어락 소리가 유난히 더 선명하게 들릴 뿐이었다.

그녀는 아직 잠에 들지 않았다. 울려 퍼지는 소리에 심장이 쿵 내려앉았고, 그녀는 이내 거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서준혁은 이미 외투를 벗었다. 그는 소파에 앉아 자연스럽게 본인이 마실 물을 따르고 있었다.

그의 몸에는 여전히 바깥의 차가운 한기가 묻어있었다. 그 모습에 신유리는 잠시 멈칫했다. “왜 왔어?”

서준혁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컵을 내려놓았다. 그는 몸을 일으키더니 손을 뻗어 셔츠 단추를 풀며 자신의 아름다운 몸을 드러냈다.

곧이어 그는 아무렇게나 벨트를 벗었고, 바지 단추도 마음대로 널브러지게 했다.

그는 그제야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갈아입을 옷 좀 가져다줘. 샤워할 거야.”

신유리의 집에 서준혁의 옷이 있긴 했다. 모두 그가 예전에 두고 간 옷들이었다. 신유리는 그 옷들을 버리지 않았고, 전부 잘 챙겨두고 있었다.

그녀가 옷을 챙겨 밖으로 나왔을 때, 서준혁은 이미 욕실에 들어가 있었다. 쏴-하는 물소리가 바깥은 요란한 날씨를 가려주는 것 같았다.

신유리는 외투 하나를 걸치며 거실에서 그를 기다렸다.

그때 욕실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서준혁의 나른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갖고 와.”

신유리는 핸드폰을 내려놓더니 옷을 챙겨 욕실로 걸어갔다.

그녀가 미처 문을 두드리기도 전에 욕실 문이 바로 열려버렸다. 서준혁은 아무런 거리낌 없이 그녀의 앞에 섰고, 신유리는 의식적으로 시선을 피했다. 그런 그녀의 모습에 서준혁이 피식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안 본데가 어딨다고 아직도 쑥스러워해?”

신유리는 평정심을 유지하며 입을 열었다. “지금은 서로 선을 지키는 게 좋겠어.”

“누구한테 보여주려고 선을 지켜?” 바지를 입던 서준혁은 갑자기 손에 있던 옷을 던지더니 단번에 신유리를 욕실로 잡아당겼다. 그녀는 천천히 몸을 숙이며 여자에게 다가갔다. 그의 말투에는 알아채기 어려운 조롱이 섞여 있었다. “연우진이 돌아와서 선 지키려는 거야?”

그 말에 신유리는 인상을 찌푸리며 서준혁을 쳐다보았다.

그녀는 갑자기 서준혁의 눈가가 빨갛게 충혈되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게다가 항상 차가웠던 그의 눈동자가 조금 흐트러져 있었다.

서준혁이 취했다.

신유리는 그제야 그 사실을 알아차렸다.

서준혁이 술에 취하는 모습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신유리가 유일하게 기억하고 있는 건 그녀가 서준혁을 따른 지 얼마 안 됐을 때 일어난 일이었다.

갓 사회에 얼굴을 알린 그에게 사람들은 미친 듯이 술을 권했다. 신유리가 그를 데리러 갔을 때, 그는 그녀의 허리를 감싸며 애매모호하게 많은 말들을 했었다.

한눈을 파는 그녀의 모습에 서준혁은 기분이 조금 나빠졌다. 그는 손을 뻗어 신유리의 턱을 잡으며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잠시 좌우로 그녀의 얼굴을 살펴보던 그는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못생겼어.”

그 말에 신유리는 그의 손을 치우더니 허리를 숙여 그의 옷을 주워주었다. 허리를 숙이는 순간 그녀가 입을 열었다. “그럼 누가 예쁜데?”

서준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신유리를 밀치더니 욕실을 나섰고 그대로 소파에 누워버렸다.

신유리는 집에 가서 자라고 그를 깨우려고 했다. 하지만 인상을 쓰고 있는 그의 모습에 그 생각을 거두었다.

다음 날 아침, 일어나자마자 그녀는 서준혁이 나쁜 안색으로 거실에 앉아 있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그는 신유리를 쳐다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송지음한테 말하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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