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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진짜 고마워요!”

병실 밖에서 윤도훈이 진지한 모습으로 이진희에게 말했다.

“고마워할 필요 없어요. 이제 당신은 내 사람이니까요.”

이진희가 덤덤히 말했다.

“아...”

윤도훈의 표정이 이상해졌다.

이진희는 여신급이었는데 이렇게 완벽한 사람이 그를 자기 사람이라고 칭하니 어쩐지 조금...

바로 다음 순간, 이진희는 자신이 한 말이 이상한 오해를 불러올 수도 있다는 걸 자각했고 이내 화제를 돌렸다.

“참, 의술을 공부한 적 있어요? 당신 딸 백혈병이에요?”

조금 전 이진희는 문밖에서 똑똑히 들었다. 윤도훈의 딸은 활력징후가 전혀 없었다가 갑자기 살아났고 지금 상태를 보면 꽤 괜찮은 것 같았다.

정말 신기한 일이었다.

그래서 이진희는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조금 알아요.”

윤도훈은 잠깐 주저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일단 딸 일부터 처리하고 날 따라와요. 날 좀 도와줘야겠어요!”

이진희의 눈빛이 반짝였다. 표정을 보니 무언가를 시도할 생각인 듯했다.

뒤이어 윤도훈은 병실로 돌아왔고 한참 동안 율이를 달래서 재운 뒤 조심스럽게 자리를 떴다.

이진희의 인맥 덕분에 황 원장은 직접 병원의 다른 전문가를 불러와 율이를 1대1로 치료하게 했다.

현재 윤도훈은 용의 기운을 잘 응용하지 못했고 머릿속의 용황경 또한 흐릿했다.

율이는 집에 돌아가고 싶어 했으나 병원에 있으면서 계속해 전문적인 치료를 받는 게 더 나았다.

30분 후, 윤도훈은 이진희와 함께 개인 병원에 도착했다.

공립 병원에 비해 그곳은 의료 조건이 더 좋고 설비도 더 선진적이었다.

물론 그곳의 비용은 일반인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금액이었고, 그곳에서 치료받는 사람들도 전부 엄청난 거물이었다.

“인 대표님은 내가 지금 쟁취하고 있는 매우 중요한 파트너예요! 그의 아들도 백혈병을 앓고 있어요. 만약 당신이 아이를 치료하거나 아이의 상황을 개선할 수 있다면 나한테 아주 큰 도움이 될 거예요. 알겠어요?”

고급 병실 입구에서 이진희가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최선을 다할게요!”

윤도훈은 장담하지는 못하고 덤덤히 말했다.

이진희는 더는 말하지 않고 병실 문을 두드린 뒤 윤도훈과 기사를 데리고 안으로 들어갔다.

이진희는 이씨 집안의 3대 직계로 개인 능력이 출중하고 상업적인 수단이 뛰어났다. 그것들에 비하면 그녀의 미모는 오히려 자랑할 만한 것이 못 된다.

그러나 단지 여자라는 이유로 이씨 집안은 그녀를 못마땅하게 생각했다.

그리고 이진희가 가장 참을 수 없었던 것이 바로 수도권 허씨 집안 도련님 허승재가 그녀를 마음에 들어 해 이씨 집안에 혼담을 꺼냈다는 거다.

이진희의 남동생을 제외하고 이씨 집안 전체가 그 혼담에 동의했다. 첫째로는 감히 허씨 집안의 심기를 거스를 수 없었기 때문이고 더욱 중요하게는 허씨 집안과 관계를 맺길 원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이진희의 부모님마저 딸이 허승재와 결혼하기를 바랐다.

이진희는 힘겹게 싸운 끝에 마침내 기회를 얻었다.

만약 그녀가 책임진 그린 제약회사가 2년 안에 10배의 수익을 올릴 수 있으면 가문은 그녀에게 결혼을 강요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집안에서는 그녀를 도와주지 않을 것이고 허승재는 자신의 인맥을 이용해 사사건건 그녀를 방해할 것이다.

하지만 고집스러운 이진희는 여전히 필사적으로 노력했고 기회만 있다면 항상 전력을 다해 잡으려 했다.

인광준은 이 도시에서 가장 큰 약초 도매상으로 만약 그와 협력할 수 있게 되면 그녀가 책임진 제약회사는 원자재에 천문학적인 금액을 절약할 수 있기에 아주 큰 의미가 있는 일이라고 할 수 있었다.

자긍심 높은 이진희도 상대방의 눈치를 봐가며 부탁해야 할 정도였다.

그러나 인 대표는 미적지근한 태도를 보였고 협력할 생각이 별로 없는 듯했다.

그래서 이진희는 윤도훈이 율이를 살린 걸 본 순간 희망이 생겼다.

병실에 들어서자 7, 8살 정도 돼 보이는 남자아이가 병상에 누워있는 것이 보였다. 아이의 안색은 예전의 율이만큼 창백했다.

하지만 우월한 의료 여건 덕분에 상태가 그나마 안정돼 보였다.

옆에 있던 흰 가운을 입은 의사가 아이의 몸 상태를 꼼꼼히 점검하고 있었다.

“인 대표님, 아드님 몸 상태가 괜찮네요.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반드시 2년 안에 아드님이 만성에서 더 악화하지 않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 동안 저희 병원에서는 아드님께 맞는 골수를 찾는 데 총력을 기울이겠습니다.”

흰 가운을 입은 의사가 웃으며 말했다.

“그래요, 알겠습니다. 고마워요, 유 선생님!”

인광준은 그의 말에 조금 안심한 듯 보였다.

그의 아들은 만성 과립구성백혈병에 걸렸다. 이 백혈병은 만성기, 가속기, 급속기로 나뉜다.

2년 동안 아이의 상태가 만성기에서 더 악화하지 않는 게 가장 좋았다.

“겸이야, 괜찮아! 아빠가 꼭 치료해줄게! 전 재산을 쓰더라도 널 꼭 낫게 해줄게!”

인광준은 침대맡에 앉아 남자아이의 손을 잡고 위로했다.

“네, 아빠. 전 아빠를 믿어요!”

남자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이는 반짝거리는 큰 눈동자로 아버지를 바라보다가 웃으며 대답했다.

바로 그때, 인광준은 이진희 일행이 온 걸 발견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 대표님이시군요. 요즘 기분이 별로라 협력에 관한 일은 다음번에 얘기하시죠.”

그는 이진희가 협력에 관해 의논하러 온 것으로 생각했다.

“인 대표님, 오해하셨어요. 협력에 관해 의논하러 온 게 아니라 사람을 찾아서...”

이진희는 웃으며 입을 열었다.

그러나 그녀가 말을 끝맺기도 전에 다급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 아이는 지금 목숨이 위험해요! 당장 구해야 해요!”

병실 안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모든 이들의 시선이 그 말을 한 장본인에게 옮겨졌다.

경악과 분노, 차가움.

인광준은 흐려진 안색으로 윤도훈을 노려보았다.

“이 대표님, 이 사람은 누굽니까?”

누구라도 자기 아이의 목숨이 위험하다는 소리를 들으면 표정이 안 좋을 수밖에 없을 거다.

이진희가 입을 열기도 전에 그녀의 기사가 경멸 섞인 눈빛으로 윤도훈을 보며 말했다.

“인 대표님, 이분은 이 대표님의 새로운 약혼자입니다! 말을 잘하지 못하는 분이라 용서해주시길 바랍니다.”

“당신 지금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예요?”

이진희는 눈에서 불이 뿜어져 나올 것 같이 윤도훈을 째려보며 차가운 목소리로 그를 질책했다.

윤도훈은 입을 열자마자 인 대표의 아들이 죽을 거라고 말했다.

“이 대표님, 지금 이 사람으로 절 위협하려는 겁니까? 제가 협력하지 않겠다고 한다면 제 아들의 목숨이 위험할 것이라는 뜻인가요?”

인광준이 따져 물었고 이진희는 쓴웃음을 지었다.

“인 대표님, 그런 뜻이 아니에요. 이 사람이 헛소리한 겁니다. 전 시킨 적 없어요. 협력이라는 건 상대방의 의사가 중요한 법이죠. 성공하든 성공하지 못하든 저희는 계속 친구일 겁니다.”

이진희는 윤도훈을 죽어라 노려보았다. 괘씸해서 이가 갈릴 정도였다.

“당장 꺼지지 못해요?”

이진희는 윤도훈에게 치료를 맡길 생각이 사라져 문을 가리키며 차가운 목소리로 호통을 쳤다.

사실 그녀는 시도해보려는 마음으로 윤도훈을 이곳까지 데려온 것이었는데 윤도훈이 입을 열자마자 인 대표의 심기를 거스를 줄은 몰랐다.

이진희는 순간 후회됐다.

마음이 너무 급해서, 협력을 간절히 원해서 섣불리 움직인 탓이었다.

이진희의 기사는 어쩐지 기쁜 얼굴이었다.

그는 왠지 모르게 윤도훈에게 적개심이 가득했다.

그러나 윤도훈은 그들의 반응에 아랑곳하지 않고 여전히 초조함과 진지함이 느껴지는 표정으로 말했다.

“제 말은 사실입니다. 이 아이 이제 곧 목숨이 위험할 거예요. 지금 당장 처리해야 해요! 20분, 20분 뒤면 발작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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