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윤도훈 그놈이 간사하게 폭탄을 도로 가지고 올 줄은 몰랐어요. 산호님이 이천강 비서와 그러고 있을 때 하도 위급한 상황이라 제가 달려가서 알리려고 했으나 이천강이 저를 말렸어요. 일단은 우리부터 살아남아야한다고... 그래서 바로 창문으로 뛰어내려 겨우 목숨을 건졌는데, 산호님은...”여진묵은 침통하기 그지없는 목소리로 말했다.NC 조직은 보통 잔인한게 아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완전히 자기를 그 속에서 빠져나오게 하려는 것이었다.하지만 그와 동시에 이천강과 이은정을 불덩이로 떨어뜨려 버렸다.모든 걸 듣고 난 다크 별은 콧방귀를 뀌더니 으스스하게 입을 열었다.“이천강이 일부러 그랬다는 거예요? 자기 비서한테 그런 마음을 품고 있었던 산호가미워서 복수하려고 죽게 놔둔 거란 말인가요?”여진묵은 당황해하며 눈을 두어 번 반짝였다.“꼭 그렇다고 할 수는 없지만 1분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라 긴박하긴 했습니다.”“가장 먼저 산호님께 알리려고 한 건 절대 거짓말이 일도 없습니다.”“흥! 알았어요.”“이천강 부녀도 윤도훈도 우리 측에서 절대 가만히 두지 않을 겁니다.”다크 별은 짙은 살기와 횡포를 띤 말투로 삼엄하게 말했다.“그... 네네네.”말을 마치고서 여진묵은 전화를 끊었다.한숨을 내쉬며 흥건해진 이마의 식은땀을 닦았다.NC 조직에서 어떻게든 하든, 자기한테만 엮이지 않으면 되다고 생각하면서....같은 날 오후, 이천강과 이은정은 골머리를 앓았다.폭발 사고인 만큼 숨기고 싶다고 한들 숨겨지는 것이 아니다.도운시 소방부문에서 무려 소바차 5대를 출동시켰고 관련 부문에서는 이천강에 대해책임을 물었다.이천강도 다급한 상황에서 침착한 편이었다.일이 나자마자 비서 가족에게 돈을 주면서 그에 대한 책임을 덮어버렸으니 말이다.게다가 이 공장구역은 아직 정식으로 생산에 투입되지 않아 기타 사상자를 초래하지 않았으므로 이천강과 이은정은 아무런 형사책임도 지지 않고 안전사고로 벌금형이 떨어졌다.여하튼 션샤인 제약회사는 다시 개업하기 어
살 떨리는 상대의 말을 듣고서 이천강은 그만 파르르 떨며 놀란 목소리로 물었다.“누... 누구세요?”“모르는 척하지 마! 내가 누군지 몰라? 감히 NC 조직 멤버를 죽이고 너희들이 무사할 줄 알았어?”음산한 목소리가 또다시 들려왔다.말했다.“NC 조직에서 전화오신 거군요. 산호 형님은 우리가 죽인 것이 아니라 윤도훈 그놈이죽인 거예요. 아무 죄도 없는 저희한테 이러시면 안 됩니다.”이천강은 가능한 한 공손한 말투로 변명했다.“아무런 죄도 없어? 너희들이 한 짓이 아니더라도 두 사람은 절대 빠져나갈 수 없을줄 알아! 그리고 어디서 따박따박 대꾸하는 거야! 저녁 8시 수작 부리지 말고 다로수 길 끝에 있는 폐허로 와. 제시간에 오지 않거나 다른 꿍꿍이라도 한다면 그땐 죽게 될 줄 알아!”으스스하게 말하고 나서 상대는 바로 전화를 끊었다.이천강은 핸드폰을 보면서 얼굴에 공포와 두려움이 가득했다.“아빠, 왜 그러세요? NC 조직에서 전화 온 거예요?”이은정은 당황한 표정으로 불안해하며 물었다.앞에서 운전하고 있던 이수혁 역시 표정이 굳어졌다.“응. 우리 보고 저녁 8시에 다로수 길 끝에 있는 폐허로 오라고 그랬어. 가만두지 않겠다고.”침을 삼키며 이천강이 말했다.“네? 그럼, 우리 이제 어떡해요?”“가야 하는 거예요? 수혁 아저씨도 데리고 갈까요?”겁에 질린 얼굴로 이은정은 당장이라도 울 것만 같았다.이천강은 이수혁을 바라보더니 한숨을 내쉬었다.“NC 조직의 세력은 우리가 감히 나서서 대항할 수 있을 정도가 아니야. 수혁이는 암력 고수가 맞긴 하지만 우릴 지킬 수 없을 거야. 게다가 워낙 어두운 세력이라 무척이나 극단적일 것인데... 아마 우리도... 은정이 넌 그 사람들 손에 넘어가게 되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을 겪게 될지도 몰라.”그 말을 듣고서 이은정은 고개를 끄덕였다.“산호님도 우리가 죽인 게 아니잖아요. 하지만 그렇게 말한다고 들을 사람들도 아니고... 아빠, 절대 가면 안 돼요! 우리 가면 안 돼요!”이은정은 자신
이천강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바로 그 뜻이야! 약속 장소로 가지 말고 오늘 저녁에 바로 이씨 가문 고택으로가자.”...같은 날 오후 4시, 이씨 가문 고택.남미숙은 정원의 연못가에 앉아 물고기를 감상하고 있었다.이때 이천강과 이은정이 미소를 머금 채 들어오는 것이 보였는데.“갑자기 무슨 일로 온 것이냐.”두 사람을 보고서 남미숙은 바로 얼굴이 차가워졌다.비록 지난번 윤도훈과 이진희의 결혼식에서 두 사람과 잠시 한 편을 먹었지만, 용서한다는 뜻은 아니었다.뒤끝 있는 남미숙은 이천강이 자기를 죽이려고 했던 그 일을 잊었을 리가 없다.“그냥 인사드리려고 온 거예요.”이천강이 웃으며 말했다.이은정 역시 웃는 얼굴로 손에 들고 있던 각종 진귀한 보양식을 남미숙의 곁에 두었다.“할머니, 그동안 잘 지내셨어요?”남미숙은 콧방귀를 뀌며 입을 열었는데.“너희들이 오기 전까지는 잘 지내고 있었다.”그 말을 듣고 이천강은 얼굴에 짙은 죄책감과 회한의 빛이 떠올리며 무릎을 꿇었다.“어머니, 아직도 저를 탓하고 계신다는 거 알고 있습니다. 그때는 성계평 그년한테 넘어가서 그런 못된 짓을 한 겁니다.”“그 독한 년은 지금 죗값을 받고 있고 전 내내 후회하면서 지내고 있었습니다. 아직도 그때 그 일만 떠올리면 심장이 떨릴 정도예요.”“평생 용서해 주실 수 없다는 거 잘 알고 있어요. 용서를 바란 적도 없고요. 그냥 지금처럼 효도하면서 천천히 그 죗값을 받고 싶을 따름이에요.”자기 앞에 무릎을 꿇고 통곡하는 이천강을 바라보며 남미숙은 차갑게 웃었다.“흥! 그래? 사고 치고 와서 우리 집안을 방패로 쓰려는 건 아니고?”순간 이천강과 이은정은 안색이 확 달라졌다.“어머니, 그게... 무슨 뜻인지?”이천강이 깜짝 놀라 물었다.“무슨 뜻이냐고? 네가 새로 차린 회사 말이다, 아직 운영되지도 않았는데, 공장 구역에서 폭발 사고가 일어났잖아. 내가 모를 줄 알았어? 이제 곧 여기저기 조사받아야 할 것인데 우리 가문으로 그 모든 책임을 피해 가려고 하
같은 날 저녁, 남미숙은 두 사람과 함께 저녁 자리를 가졌다.남미숙은 본래 제멋대로 날뛰는데 습관 되어 있지만 살짝 아부를 떨어도 넘어가게 되어 있다.이에 대해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이천강은 어떻게 남미숙의 환심을 사는지에 대해 박사나 다름없다.단번에 400억이나 준 것에 대해 무척이나 가슴이 아팠지만 이씨 가문의 힘을 빌려 NC 조직을 진섭할 수만 있다면 밑지지 않는 장사라고 생각했다.“어머니, 이거 드세요!”식탁에서 이천강은 정성스럽게 남미숙에게 반찬을 집어 주었다.“할머니, 괜찮아 보이셔서 너무 다행이에요. 저도 아버지도 진심으로 기분이 좋네요. 전에는 우리가 너무 어리석었어요. 다 같은 가족이니 그만 노여움 푸시고 한 번만 용서해 주세요.”애교 섞인 목소리로 이은정이 달콤하게 말했다.“그래. 잘못은 뉘우치라고 있는 거다. 며느리는 어찌 됐든 남이니 잠시 성계평한테 넘어간 걸로 간주하마. 후회하고 있는 거 맞지?”“당연하죠! 그 빌어먹은 년이 옆에서 부추기지만 않았더라면 절대 그럴 리 없었을 거예요. 그리고 그제야 정신을 차렸고요. 역시 피는 속이지 못한다고.”남미숙에 대한 가족애를 듬뿍 드러내며 말했다.“알았다니 됐다!”이천강은 또 무슨 말을 하고 싶었으나 바로 이때 전화가 울렸다.발신자 번호를 보고 바로 덤덤하게 받았다.“여보세요.”“여보세요? X발! 이게 죽으려고 환장했나! 너 지금 어디에 있어? 내가 어디로 오라고 한 거 잊었어? 아니면 길을 헤매고 있는 거야?”전화기 너머 소리는 점점 어둡고 무겁게 들려왔다. 당장이라도 달려와서 죽일 것처럼.“저기요, 말로 하면 안 되나요? 저도 그렇게 만만한 놈이 아니거든요.”“어디에 있냐고요? 저 지금 이씨 가문 고택에 있는데요. 이씨 가문이라고 알죠? 도운시 상류 계층 가문, 할 말 있으면 여기로 와서 나누시죠.”이천강은 마음을 가라앉히고 말했다.상대방은 콧방귀를 뀌면서 목소리를 낮추었다.“이씨 가문 고택? 그래! 딱 기다리고 있어.”말을 마치고 그는 바로 전화
외눈박이가 험악한 부하 네 명을 데리고 기세등등하게 오는 것이 보였다.“잠깐만요. 누구시죠?”이씨 가문 고택 밖을 지키던 경호원은 그들을 보자마자 앞을 막아섰다.“여기 이씨 가문 고택 맞지? 이천강, 이은정, 지금 저 안에 있지?”외눈박이가 음산하게 물었다.“정체가 뭡니까?”경호원은 눈빛이 차가워지면서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걔들한테 볼일 있어 온 거니 신경 쓰지 말고 꺼져! 확 죽여버러기 전에!”무지막지하게 외눈박이가 들이밀었다.“여기가 어딘 줄 알고 함부로 행패를 부리는 거야! 여긴 이씨 가문 고택이야!”이씨 가문 경호원은 그 말을 듣고 노발대발하며 소리쳤다.이씨 가문은 도운시의 일류 가족으로서 경호원들도 평소에 일반인들은 전혀 안중에 두지 않는다.지금도 마찬가지로 외눈박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있다.그러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경호원의 목소리가 뚝 그치고 만다.펑-둔탁한 소리와 함께 경호원은 바로 날아가 버리면서 피를 왈칵 토해냈다.죽었는지 살았는지 아직은 알 길이 없다.“아!”또 다른 경호원은 그 상황을 목격하고서 바로 비명을 질렀다.이윽고 곧장 고택을 향해 뛰어들어 급하게 외쳤다.“다들 나오세요! 밖에서 지금 사람 죽이고 있어요!”우르르-이씨 가문의 제1고수 이무가 소리를 듣고 재빨리 사람을 데리고 달려왔다.이무는 피바다에 누워 생사를 모르는 경호원을 보고서 갑자기 분노의 기색을 드러냈다.“감히 이씨 가문에서 소란을 피우다니! 죽고 싶어 환장했나!”“한 명도 빠짐없이 죽이거라!”이무는 두말없이 외눈박이를 비롯한 그들에게 돌진했다.“젠장, 감히 우릴 건드려!”외눈박이는 상황을 보고 살벌하게 욕을 퍼부었다.순간 두 무리의 사람들은 갑자기 뒤엉켜져 격렬하게 싸우기 시작했다.이때 이씨 가문 고택의 모든 사람이 소란스러운 소리를 듣게 되었다.아직 식사를 채 마치지 않은 남미숙과 이천강 부녀도.“무슨 소리야?”아직 청력이 정정한 남미숙은 바로 의아해하며 물었다.이천강은 눈빛을 몇 번 반짝이며 콧방
외눈박이는 원망하고 비분하여 소리를 질렀다.이윽고 이무에게 공격을 당하고 이씨 가문 고수 두 명을 몰아치고 나서 줄행랑을 쳤다.그는 암력 중기의 고수이다. 이번에 데이고 온 4며의 부하들도 모두 실력이 막강하며 암력 실력을 지니고 있다.그러나 이무를 위수로 하는 이씨 가문 고수들의 포위공격에 직면하여 그들은 끝내 이기지 못했다.결국, 그 혼자만 도망쳤으니 말이다.이무는 원래 사람을 데리고 쫓아가려고 했지만 외눈박이의 말을 듣고 얼굴색이 갑자기 변했다.“쫓지 마!”바닥에 누워 있는 몇 구의 시체를 바라보며 얼굴색이 한동안 흐리멍덩했다.어렴풋이 걱정스러운 기색을 드러내면서.이 전투에서 외눈박이 부하 4명은 모두 현장에서 사살되었고, 이씨 가문 쪽도 처음에 그 경호원 외에 명력 고수 두 명을 잃었다.“무슨 일이야?”남미숙이 어두운 얼굴로 짙은 분노를 띠며 물었다.이천강과 이은정은 이때 눈을 마주쳤는데 모두 상대방의 눈에 의아함을 보았다.그들 부녀는 NC 조직 사람들이 오고 나서 바로 이씨 가문 고수들과 싸울 줄은 몰랐다.적어도 먼저 말로 풀 줄 알았는데.이무는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일의 경과를 남미숙에게 보고하였다.남미숙은 자초지종을 듣고서 외눈박이 부하들을 바라보며 차갑게 말했다.“미친놈들, 감히 우리 가문을 상대로 뭘 해?”“잘 죽었어! 죽어도 개죽음이야!”자기 측에서 3명의 고수를 잃은 것을 보고 남미숙은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상대방이 4명을 잃었다고 한들 한이 풀리지 않았다.그러나 이때 이무의 얼굴빛이 굳어지기 시작했는데.“어르신, 도망간 그 사람이 그랬는데, NC 조직이라고 그랬습니다.”그 말을 듣고서 남미숙은 냉랭하게 말했다.“NC 조직이드 NB 조직이든 그게 뭐가 어때서! 감히 우리 가문을 상대로 이런 짓을 하다니! 백번 죽어도 마땅하다!”이무의 입가에 쓴웃음이 새어 나왔는데.“어르신께서 모르시고 계시는 것 같은데, NC 조직은 SJ 지역에서 가장 막강한 지하 세력입니다. 그들의 실력은 주위에 있는 모든
같은 날 저녁, 어느 한 도시.이곳은 NC조직의 본거지가 있는 도시이다.다크 별은 외눈박이의 보고를 듣고 난 뒤, 온몸에서 공포의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도운시 이씨 가문?”“이것들이! 죽으려고!”외눈박이는 전화기 너머에서 또 몇 번 기침을 하고 피를 토했다.그는 이를 갈며 말했는데.“형님, 이씨 가문은 우리 조직을 안중에 두지도 않고 윤도훈 그놈보다 더 막무가내였습니다. 제가 알기로는 윤도훈의 아내 이진희도 이씨 가문 사람입니다. 이씨 가문은 절대 이렇게 가만히 둬서는 안 됩니다. 소문이라도 난다면 다들 우리 조직 만만하게 볼 거 아닙니까! 형님께서 직접 나서서 본때를 보여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다크 별은 차갑게 콧방귀를 뀌었다.“닥쳐! 나도 알고 있어!”말하면서 그는 말투가 매서워졌다.“내가 어떻게든 다 죽여버릴 건데, 요즘은 시간이 안 돼. 회장님과 함께 청황대회에 참석해야 하거든. 복수는 나중에 다시하자!”...그 뒤로 며칠 동안 윤도훈은 시간만 나면 단약을 제고 율이와 이진희 그리고 처남인이원에게 무술을 가르쳤다.그동안 이찬혁은 노차빈과 함께 경보 회사를 설립했다. ‘블랙 가드’라고 하는 그룹.지금은 사람이 많지 않지만 이찬혁은 실력을 과시하기 위해 남성구 쪽에 빌딩 한 채를 통째로 빌렸다.대외적으로는 블랙 가드 안에는 종사와 신적 경지 강자가 있다고 고객을 끌어들였다.때가 되면 정말 누군가가 찾아와도 금액을 높일 수 있으니 말이다.눈 깜짝할 사이에 약속한 그날이 왔다. 고민기와의 약속.이날 고민기는 윤도훈에게 먼저 연락을 했고 그는 바로 고씨 가문으로 달려갔다.“도련님, 준비되셨죠?”윤도훈이 오는 것을 보고 고민기는 웃으며 물었다.윤도훈은 고개를 끄덕였다.“네. 언제든 출발해도 됩니다.”가벼운 옷차림만 하고 아무것도 가지고 오지 않았다. 고씨 가문 사람들과 함께 가기만 하는 듯이.이때 고향기는 대수롭지 않은 표정으로 윤도훈을 힐끗 쳐다보며 입을 삐죽거렸다.“인수 맞추려고 가는 건데 준비할 게 뭐가 있다
세 사람은 지프차를 타고 이날 오전 곧바로 출발했다.청황대회의 목적지는 강진시를 떠나 무더운 Z시에 있다. 무려 2000여 킬로미터 떨어져 있는 거리에.고향기은 몸에 냉병기를 휴대했기 때문에 비행기를 탈 수 없었다.세 사람은 먼 길을 걸어서 차를 몰고 갈 수밖에 없었다.도중에 윤도훈은 고향기, 진주댁과 할 말이 없어 조용히 차 뒷좌석에 누워 눈을 감고 정신을 가다듬었다.“저기요, 이제부터 나는 고향기라고 하지 않고 고수라고 신분을 숨길 거예요. 절대 새어나가지 않게 조심하고요. 알았어요?”조수석에서 고향기는 윤도훈을 향해 당부했다.말투는 여전히 그다지 좋지 않다. 손가락을 까딱거리며 윤도훈에 대한 그런 거들떠보지도 않는 것을 감출 수 없다.“네, 고수 도련님!”윤도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담담하게 대답했다.“그리고, 그쪽도 윤도훈이라고 하지 말고 고도훈이라고 하죠. 괜찮죠?”고향기가 또 말했다.“당신 성을 따르라는 건가요?”윤도훈은 입을 삐죽거리며 참지 못하고 한 마디 조롱했다.고향기는 차갑게 콧방귀를 뀌었는데.“신분을 숨기는 것뿐이지 그런 거 아니거든요. 오버는!”고민기와 고태형이 두 사람을 맺어주려고 한 전적이 있어 고향기는 생각이 많아진 것이다.윤도훈의 이 말이 자기한테 작업을 건다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윤도훈은 허허 소리를 내며 상대방이 다시 자신을 귀찮게 하지 않도록 아예 입을 다물었다.그는 아무리 봐도 고향기가 자기를 도통 마음에 들지 않아 한다고 느꼈다.이때 차를 몰고 있던 진주댁이 기침을 하고 고향기에게 눈짓을 했다.“향기야, 너무 무례하게 그러지 마.”진주 댁은 이미 가주에게서 들은 바가 있다.윤도훈이 어쩌면 어떤 강대한 고무세력의 자제 일수도 있다는 것을.고향기가 상대방에게 미움을 살까 봐 두려웠다.“왜요? 뭐가 무섭다고.”고향기는 입을 삐죽거리며 대수롭지 않은 표정을 지었다.하루를 걸쳐 차는 같은 날 저녁 Z시 부근에 도착했다.“오늘은 그냥 호텔에서 자고 내일 다시 가요.”고향기는 말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