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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74화

강소아는 웃으며 최군형의 팔짱을 끼고는 머리를 그에게 기댔다. 그만 있다면 반딧불 따위 안 봐도 괜찮았다.

“금방 도착했는데, 푹 쉬어야죠. 어... 방 하나 잡아줄게요.”

“아뇨! 여긴 너무 비싸요.”

최군형이 강소아의 손을 잡고 그녀와 이마를 맞댔다.

“설마 빈손으로 여기까지 온 건 아니죠?”

“당연히 아니죠. 여기 옷들이 있잖아요.”

“당신... 설마 나랑 같은 방에서 자려고요?”

강소아가 그제야 알아차린 듯 물었다. 최군형이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오, 괜찮은 생각이네요.”

“군형 씨!”

“왜요, 날 내치려고요? 내가 노숙했으면 좋겠어요?”

최군형이 낮은 소리로 강소아에게 귓속말했다. 강소아가 최군형을 째려보았다. 최군형이 모르는 척 억지를 썼다.

“이미 왔잖아요. 전에 모은 돈은 비행기표에 다 써버려서, 소아 씨 아니면 전 정말 노숙밖에는...”

“됐어요, 따라와요.”

강소아가 얼굴이 빨개진 채 말했다. 최군형이 그제야 환하게 웃었다.

“따로 떨어져서 가요. 사람들 눈에 띄면 어쩌려고요.”

“네. 그럼 빨리 따라와요. 엘리베이터로 바로 와야 해요!”

“알겠어요.”

“군형 씨, 모자 푹 눌러써요. 다른 사람들이 보지 못하게!”

최군형이 웃으며 모자를 눌렀다. 강소아의 말은 뭐든지 따를 준비가 되어있었다.

강소아가 앞장서 걸었다. 그녀는 고개를 푹 숙이고 호텔 로비를 지나며 어서 따라오라는 손짓을 해 보였다.

최군형은 일부러 느리게 걸었다. 강소아가 급해하는 모습을 더 보고 싶었다.

호텔 직원과 지배인들은 최군형을 보고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윤제 그룹 도련님이 확실하다는 걸 뒤늦게 확인하고는 모두 깜짝 놀랐다. 윤제 그룹이 호텔의 대주주이긴 했지만 윤씨 집안 사람을 접대한 적은 없었다. 그들은 남양에 올 때면 윤상 빌라, 장군부, 대황궁에 묵었지 이런 호텔에서는 절대 묵지 않았다.

그런데 오늘은...

호텔 경리는 세차게 뛰는 가슴을 진정시키고는 눈을 반짝였다. 환하게 웃으며 꼿꼿하게 서서 인사하려는데, 최군형이 매서운 눈길로 그를 제지했다.

강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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