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씨 가문 둘째 도련님은 어딜 가나 사람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다. 어릴 적부터 그랬다. 철이 일찍 들어 어른스러운 형과는 반대로 그는 아무 걱정도 없는 듯 천진하고 해맑았다. 언제나 웃는 얼굴이었다.최군성이 안으로 들어오자 육소유의 시선은 그에게 가 고정되었다. 그녀는 최군성을 향해 살짝 웃어 보였다.육경섭과 임우정은 그런 딸의 모습이 놀라워 서로를 쳐다보고는 얼른 최군성을 자리에 앉혔다. 육경섭이 최군성의 어깨를 치며 말했다.“먹고 싶은 게 있으면 마음껏 먹어! 더 튼튼해진 것 같은데?”“큼큼... 경섭 삼촌, 그럴 나이는 지났어요!”최군성은 헤헤 웃으며 음식을 집어 먹기 시작했다. 임우정이 그에게 따뜻한 우유를 따라주었다. 최군성은 우유컵을 들고는 큰 소리로 얘기했다.“감사합니다! 삼촌네 집 식탁에는 정말 없는 게 없어요! 최고예요!”“너희 집도 그렇잖아! 이제 부모님이 밥 안 해 주시는 거야?”육경섭이 웃으며 물었다. 최군형은 입안에 음식을 가득 넣은 채 다 뭉개진 발음으로 웅얼거렸다.육경섭과 임우정이 웃음을 터뜨렸다. 최군성 집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는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임우정이 최후의 한 방을 날렸다.“됐어, 너희 둘은 사고였어! 네 형이 너보다 그걸 빨리 깨달았나 보네. 강주로 도망갔잖아!”“큼큼...”“헛기침해도 소용없어, 사실은 사실이니까. 넌 왜 여자 친구가 없어? 이제 어린 나이도 아닌데.”최군성이 불쌍한 표정으로 그들 둘을 바라보았다. 입가의 음식 부스러기가 후드득 떨어졌다.“군성 오빠 그렇게 말하지 마요...”이때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식탁의 모든 사람들이 소리가 나는 쪽으로 시선을 집중했다.육연우는 부끄러운 듯 고개를 숙이고 토스트를 조금씩 떼먹고 있었다.육경섭과 임우정은 서로를 보며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최군성과 육소유에게서 젊은 날의 자신들이 보였다.젊은이들의 사랑은 단순하고, 단순하기에 아름답다. 처음에는 딸과 최군형을 이어주려 했으나 보아하니 그는 임자가 있는 몸이었다.
최군형은 그녀를 벽에 몰아세웠다. 그의 온몸에서 위험하지만 유혹적인 향기가 나고 있었다.“얼마나 기다렸는지 알아요?”약간 쉬어버린 그의 목소리에는 슬픔마저 담겨있었다. 강소아가 참지 못하고 피식 웃었다.“10시간 32분 56초나 기다렸다고요!”“그렇게 정확해요?”“당연하죠. 내게 상이라도 줘야 하지 않아요?”최군형이 강소아의 턱을 끌어올리고는 서서히 고개를 숙였다. 곧 키스하려 할 때, 강소아가 한 손가락으로 그의 입술을 막으며 신비하게 말했다.“상 줄게요, 같이 반딧불 보러 가요!”“네?”“어제 말한 거기 말이에요!”최군형이 어리둥절해졌다. 강소아가 그곳에 들어갈 수 있다고?강소아는 두 손으로 최군형의 목을 끌어안은 채 그의 귀에 대고 말했다.“동기가 말해줬는데, 사유지이긴 해도 뒤로 돌아가는 오솔길이 하나 있대요! 거기고 가면 들어갈 수 있어요!”“뭐... 뭐요?”최군형이 놀란 표정으로 입술을 달싹였다. 강소아는 그가 흥분한 줄 알고는 그를 향해 씩 웃어 보였다.“어때요? 괜찮죠? 사실 처음 그 얘기를 들을 때는 안 믿었는데, 검색해 보니까 정말 있더라고요. 이거 봐요. 제가 약도를 그렸어요. 먼저 이쪽으로 가고, 거기서 다시 이쪽으로... 이렇게 가면 사바 우림이 나온대요. 세계에서 유일한 쌍날개 반딧불이 여기 있어요!”강소아는 가방 안에서 약도를 꺼내 열심히 설명했다. 최군형은 한없이 부드러운 눈빛으로 그녀를 보고 있었다.그녀는 이 모든 게 이목을 끌기 위한 거짓말인지는 꿈에도 모르고 있었다. 윤상 빌라의 보안은 그렇게 허술할 리 없었다.최군형은 강소아의 약도를 들여다보았다. 그 오솔길은 멀리 돌아가는 길이었다. 경비원은 없었지만 선진적인 적외선 장비와 위치추적 시스템까지 있었다. 사람은 물론이고 벌레 한 마리 들어갈 수 없는 곳이었다.하지만...강소아가 가고 싶어 한다면 당연히 그 소원을 만족시켜 줘야 했다.강소아가 최군형의 팔을 잡으며 말했다.“군형 씨! 듣고 있어요?”“네, 듣고 있어요.”“무슨 일 있어요
윤정재는 미심쩍은 생각이 들어 이것저것 물어보다가 윤문희에게 꿀밤을 맞았다.“바보예요? 군형이가 그렇게 부탁할 정도면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 거 아니에요! 그대로 해주면 되지 무슨 말이 그렇게 많아요?”“그런데... 얘 좀 이상해!”“이상하긴 뭐가 이상해요! 군형이가 당신을 해치기라도 할까 봐요?”윤문희는 환멸이 난다는 듯 윤정재에게 쏘아붙이고는 핸드폰을 빼앗아 말했다.“군형아! 응, 응. 걱정하지 마, 할머니가 알아서 할게. 지금 당장 꺼줄게.”“네, 감사합니다!”“경비원도 없는 게 좋겠지?”“네, 역시 할머니가 저와 잘 맞아요!”윤문희는 웃으며 집사에게 당부했다.“오늘 밤 누구도 정원 뒤에 가지 마. 군형 도련님 방해하면 안 돼!”최군형이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전화를 끊었다. 그가 옷을 갈아입으려는데 최군성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형!”최군형이 인상을 쓰며 물었다.“너 어딘데 그렇게 시끄러워?”“나 강주에 도착했어.”“뭐? 너도 강주에 갔어? 부모님은 어떻게 하고, 너 왜 거기에 간 거야?”전엔 항상 최군성이 최군형에게 물어보는 처지였는데, 오늘은 그 처지가 바뀌게 되었다.전화 저편의 최군성은 평소처럼 그를 놀리지 않은 채 두어 번 헛기침하고는 낮은 소리로 말했다.“형, 이건 알려줘야 할 것 같아서... 나 소유랑 같이 왔어.”최군형은 눈을 크게 뜬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최군성이 말을 이었다.“그런데 이상해, 무슨 일이 있는 것 같아. 나한테 뭔가 말하고 싶은 눈치인데, 입을 열지 않아.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어!”“널 그 정도로 믿지는 않거나, 뭔가 사정이 있겠지. 아직 준비가 안 된 것일 수도 있어. 잘 관찰해. 뭔가 알아내면 얼른 나한테 연락하고.”“그럼 형은? 언제 와?”“여기 일이 마무리되면 금방 갈게.”“대체 뭐 하러 간 거야? 공부하러 간 건 아닐 거 아냐.”“나... 할머니 할아버지 뵈러 왔지. 삼촌도 보고.”“그래서? 만났어?”“최군성! 한마디라도 더 한다면 강주에 가자마자 너부터 없애버
하수영이 차가운 표정으로 강소아를 쳐다보았다. 눈앞의 사람은 더 이상 예전의 부드럽고 만만한 강소아가 아니었다. 어쩌면 강소아는 처음부터 만만한 사람이 아니었을 수도 있다. 그저 친구였기에 봐줬을 것이다.강소아의 옆에 선 남자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하수영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의 눈빛은 마치 장검처럼 언제든지 하수영을 찌를 준비가 되어있었다.하수영은 조금 무서웠지만 정신을 바짝 차리고는 애써 덤덤하게 그들을 보고 웃었다. 최군형을 보자 또다시 질투가 피어올랐다.‘왜 좋은 일들은 강소아에게만 일어나는 거지?’이제 육소유가 아님에도 손쉽게 최씨 가문 도련님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니!세상은 원래 불공평하다 하지만 이건 해도 해도 너무했다.거지는 백만장자를 질투하지 않지만 자신보다 많은 돈을 구걸한 거지를 질투하기 마련이다. 하수영도 똑같았다. 구자영 같은 재벌 2세는 그저 눈꼴 사나울 뿐이지만 자신과 비슷한 처지였던 강소아는 아주 미웠다.최군형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하수영과 눈을 맞춘 몇 초 동안 많은 것을 읽어낼 수 있었다. 그는 자신을 꼭 잡은 강소아의 손을 바라보다가 조용히 팔을 빼내 그녀의 어깨에 두르며 부드럽게 말했다.“먼저 올라가 있어요. 야식 좀 사 올게요.”강소아는 어리둥절하더니 이내 그 뜻을 알아챘다. 두 사람이 함께 올라가는 모습을 하수영에게 보여주기 싫은 것이었다. 동행인을 데려오는 건 엄연한 불법이었으니 말이다.“네, 좋아요.”강소아가 작은 소리로 대답하고는 웃으며 호텔로 들어갔다.하수영은 따라가지 않았다. 그녀는 최군형을 노리고 온 것이다. 최군형도 이를 잘 알고 있었다.최군형이 차갑게 말했다.“강소아 씨 보냈으니까, 할 말 있으면 해요.”하수영은 머리를 벽에 기대고 팔짱을 낀 채 최군형을 흘깃 보았다. 그녀는 이내 음험하게 웃으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도련님, 신분은 언제까지 속이시려고요?”최군형이 흠칫했다. 하수영이 웃음을 터뜨렸다.“내가 어떻게 알았는지 궁금하죠? 하, 도련님, 너무 급하면 안 된다고 했잖아
“당신들 모두 좋은 꼴은 못 볼 겁니다!”말을 마친 최군형은 하수영을 보지도 않고 자리를 떴다. 그가 지나고 한참이 지나서야 하수영은 정신을 차렸다.공기는 아직 얼어붙어 있었다. 그녀는 최군형의 카리스마에 깜짝 놀랐다. 또다시 나쁜 생각이 떠올랐다.이렇게 좋은 남자의 눈에 왜 강소아밖에 보이지 않는 걸까?최군형은 학교의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진중하고 카리스마 있었다. 얼굴도 잘생겼고 집도 잘 살았다.그런데 그 사람이 강소아와 사랑에 빠졌다고?‘강소아가 뭐가 좋다고!’하수영은 모든 면에서 강소아에게 밀리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어떤 면에서는 강소아보다 훨씬 뛰어났다. 그녀는 주먹을 꽉 쥐고 힘겹게 호텔 로비로 돌아갔다. 그녀의 두 눈이 질투와 미움에 충혈되었다.저 멀리서 한리가 피곤한 얼굴로 걸어오고 있었다. 병원에서 구자영의 시중을 들고 오는 게 분명했다.하수영은 눈을 굴리더니 급히 한리에게 다가갔다.“선생님! 드릴 말씀이 있어요.”......최군형이 야식을 들고 방에 도착했을 때 강소아가 금방 샤워를 마치고 나왔다. 그녀의 비단결 같은 머리칼이 채 마르지 않은 채 은은한 향기를 풍기고 있었다. 커다란 원피스 잠옷이 그녀의 작은 몸을 감쌌다. 최군형은 저도 모르게 그 잠옷 안을 상상했다. 귀끝이 빨개지고 호흡이 점점 가빠왔다.그는 소파를 쳐다보았다. 그는 이미 이틀 동안 소파에서 잠을 잤다.강소아는 아직 2주일가량 있어야 강주로 돌아갈 것이다.설마 2주를 더 참아야 한다고?건강한 성인 남성인 최군형에게 이는 너무나도 어려웠다. 그는 연속해서 심호흡하며 머리를 드는 생각을 억지로 눌렀다. 이때 부드럽고 애교 있는 목소리가 들려왔다.“왜 그래요?”최군형이 애써 웃었다. 강소아가 손으로 그의 얼굴을 만지작댔다.“너무 뜨거운데요? 어디 아픈 거예요?”“아뇨...”최군형은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강소아와 접촉할 때마다 그는 최대한 평정심을 유지하며 마음을 가라앉혀야 했다.“이거요.”최군형이 손에 든 봉지를 책상에 내려놓았다.
더 이상 버티기 힘들어서라고는 절대 말할 수 없었다. 최군형은 강소아의 손을 만지작대며 부드러운 눈길로 그녀를 보고 웃었다. 아무 핑게나 생각해 내야 했다.“계속 폐 끼치기 싫어서요. 방금 하수영을 만났잖아요. 우리가 함께 산다는 걸 소문낼지도 몰라요.”강소아가 심각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일리 있는 말이었다. 하수영이 자신을 대하는 태도가 예전과는 판이하였기에 슬프지만 거리를 두는 수밖에 없었다.두 사람이 같이 산다는 게 알려지면 경찰이 동원될 것이고, 일이 골치 아프게 될 것이었다.하지만...강소아는 최군형을 바라보았다. 골치 아프겠다는 생각보다는 최군형이 묵을 데가 없다는 사실이 더욱 마음에 걸렸다.최군형은 강소아의 마음을 알아채고는 그녀의 머리를 헝클어뜨리며 웃었다.“걱정 마요, 노숙한다는 건 장난이었어요. 그 정도 돈은 있어요!”“그래도, 여기 있는 게 더 편할 텐데...”“적응하면 되죠. 여기서 소아 씨와 함께 있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 만족해요.”최군형이 강소아를 안고 그녀에게 귓속말했다. 강소아는 최군형의 품에 폭 안겼다.“난 정말 행운아인 것 같아요, 당신을 만나다니...”“내가 행운아인 거죠. 전생에 덕을 많이 쌓아서 이번 생에 소아 씨를 만났나 봐요.”강소아가 고개를 들고 웃었다. 최군형이 강소아의 등을 치며 말했다.“다 먹었으면 어서 자요. 내일 낮에 여관을 알아보고 짐을 옮길게요.”이 호텔에서 나가면 더 이상 힘겹게 참지 않아도 될 것이었다.최군형이 옅게 웃었다.‘내일 할아버지 할머니 뵈러 가야지. 장군부에서 자면 되겠다, 삼촌도 오래 못 봤으니... 시간이 되면 대황궁에 가서 국왕 폐하도 뵙고 와야지, 아버지한테 중요한 사람이니까...’그런데 다음 날 새벽, 최군형이 나가기도 전에 급한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문을 부술 것처럼 큰 소리였다. 밖이 웅성거리는 게, 뭔가 큰일이 난 것 같았다.강소아는 금방 옷을 갈아입고 최군형을 쳐다보았다. 최군형은 본능적으로 그녀를 자신의 몸 뒤에 숨겼다. 넓은 어깨
강소아가 찢어지게 가난한 트럭 기사와 결혼했다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었다. 직접 보니 더욱 초라해 보였다.한리는 차갑게 웃더니 방 안의 강소아에게 소리 질렀다.“체크인은 한 사람이 하고, 방은 두 사람이 쓴단 말이야? 이거 남양에선 불법이야! 강소아, 너 이미 일을 많이 저질렀어! 이제 법까지 건드리다니, 가만두지 않을 거야!”“선생님, 그게 아니에요!”강소아가 쏜살같이 달려가 최군형의 앞을 막아섰다.최군형이 깜짝 놀랐다. 강소아는 겁을 먹은 듯 몸을 작게 떨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최군형을 보호하겠다고 굳게 마음을 먹은 듯 굳건했다.최군형은 기분이 이상했다. 입꼬리가 저도 모르게 올라갔다.강소아가 따지기 시작했다.“선생님, 여긴 제 남편이에요. 남양에 금방 도착해서 아직 묵을 곳을 못 찾았어요. 방을 잡으면 곧 나갈 거예요.”“법을 어겼으면서 무슨 말이 그렇게 많아?”“선생님, 남양 법이 아무리 엄하다 해도, 아내가 돼서 남편이 노숙하는 꼴을 보고만 있을 수는 없지 않나요?”“너...”한리가 눈을 크게 떴다. 말로는 강소아를 절대 이길 수 없었다. 하지만 오늘은 꼭 이 골치 아픈 학생을 처벌해야 했다.“그런 건 모르겠고, 내 학생들이 법을 어기는 건 용납할 수 없어!”한리가 핸드폰을 꺼내 카운터에 전화를 걸었다.“카운터죠? 신고 좀 해 줘요! 체크인 없이 동행인을 데리고 온 사람이 있어요!”복도에 나온 학생들이 점점 많아졌다. 그들은 모두 강소아를 쳐다보며 저마다 귓속말로 수군댔다.얼마 지나지 않아 경리가 경비원을 데리고 올라왔다. 방문에 다다르자 경리가 순간 깜짝 놀랐다. 최군형이 그를 째려보지 않았더라면 바로 그를 도련님이라 부르며 예를 차렸을 것이다.최군형은 꿈쩍도 하지 않고 강소아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는 웃을락 말락 하는 얼굴로 얼굴이 하얗게 질린 경리를 쳐다보고 있었다.“경리십니까?”“어, 그게...”경리가 횡설수설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최군형이 느릿느릿 말을 이었다.“그럼 설명해 주세요. 여기가 얼마나 대단
이사가 짜증스럽게 그들을 보며 말했다.“네, 저희 호텔 규정이에요, 손님은 왕이다.”“하지만...”“방금 이 여자분이 두 분 부부 사이라고 하셨습니다.”경리가 끼어들었다. 이사는 생각에 잠긴 척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오... 그럼 잘됐네요. 두 분 부부시니까 같이 묵는 게 당연하죠!”한리가 그 자리에 굳어졌다. 그녀 뒤의 하수영도 표정을 구겼다. 한리가 애써 웃으며 말했다.“이사님, 그래도 그건 좀... 저기, 남양 법률에서...”“선생님, 남양의 법률은 제가 더 잘 압니다.”“이...”“한 명이 체크인하고 두 명이 입주하는 건 확실히 불법입니다, 하지만 부부는 달라요! 부부 관계에 있는 동행인을 데려오는 건 완전히 가능합니다.”“하, 전 남양 사람도 아니니, 당신 말이 맞겠죠.”“네, 남양 사람이 아니면 남양의 일에 멋대로 간섭하지 마세요.”경리는 남양 두 글자에 악센트를 주며 또박또박 말하고는 웃으며 최군형을 쳐다보았다.‘도련님, 어떠세요?’최군형도 그를 실망하게 하지 않았다. 그는 예의를 갖춰 고개를 끄덕이고는 강소아를 자신에게 더욱 밀착시켰다.경리가 머쓱하게 웃었다. 당장이라도 이 자리를 뜨고 싶었다.“뭐 하는 거예요! 나도 손님인데, 나한텐 이렇게 대해도 되는 거예요? 난 남양의 법률을 존중한 거예요. 참 나...”한리가 난동 부리기 시작했다. 경리가 몸을 꼿꼿이 세우고는 정색하고 말했다.“손님! 남양 법률이 똑똑하게 규정했습니다. 동행 금지는 성매매를 조금이나마 감소시키기 위해서예요. 하지만 이 두 손님은 법이 인정한 부부입니다!”법이 인정했다는 말을 들은 강소아는 켕기는 게 있는지라 최군형의 옷자락을 잡고 몰래 그를 쳐다보았다.그 모습을 본 최군형은 얼어붙은 마음이 사르르 녹는 것 같았다. 그는 얼른 진짜 혼인신고를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때가 되면 그는 강소아의 손을 잡고 당당하게 다닐 수 있을 것이었다.경리가 차갑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손님, 믿기지 않으시면 변호사를 불러 남양 법에 관해 설명해 드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