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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79화

하수영이 차가운 표정으로 강소아를 쳐다보았다. 눈앞의 사람은 더 이상 예전의 부드럽고 만만한 강소아가 아니었다. 어쩌면 강소아는 처음부터 만만한 사람이 아니었을 수도 있다. 그저 친구였기에 봐줬을 것이다.

강소아의 옆에 선 남자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하수영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의 눈빛은 마치 장검처럼 언제든지 하수영을 찌를 준비가 되어있었다.

하수영은 조금 무서웠지만 정신을 바짝 차리고는 애써 덤덤하게 그들을 보고 웃었다. 최군형을 보자 또다시 질투가 피어올랐다.

‘왜 좋은 일들은 강소아에게만 일어나는 거지?’

이제 육소유가 아님에도 손쉽게 최씨 가문 도련님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니!

세상은 원래 불공평하다 하지만 이건 해도 해도 너무했다.

거지는 백만장자를 질투하지 않지만 자신보다 많은 돈을 구걸한 거지를 질투하기 마련이다. 하수영도 똑같았다. 구자영 같은 재벌 2세는 그저 눈꼴 사나울 뿐이지만 자신과 비슷한 처지였던 강소아는 아주 미웠다.

최군형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하수영과 눈을 맞춘 몇 초 동안 많은 것을 읽어낼 수 있었다. 그는 자신을 꼭 잡은 강소아의 손을 바라보다가 조용히 팔을 빼내 그녀의 어깨에 두르며 부드럽게 말했다.

“먼저 올라가 있어요. 야식 좀 사 올게요.”

강소아는 어리둥절하더니 이내 그 뜻을 알아챘다. 두 사람이 함께 올라가는 모습을 하수영에게 보여주기 싫은 것이었다. 동행인을 데려오는 건 엄연한 불법이었으니 말이다.

“네, 좋아요.”

강소아가 작은 소리로 대답하고는 웃으며 호텔로 들어갔다.

하수영은 따라가지 않았다. 그녀는 최군형을 노리고 온 것이다. 최군형도 이를 잘 알고 있었다.

최군형이 차갑게 말했다.

“강소아 씨 보냈으니까, 할 말 있으면 해요.”

하수영은 머리를 벽에 기대고 팔짱을 낀 채 최군형을 흘깃 보았다. 그녀는 이내 음험하게 웃으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도련님, 신분은 언제까지 속이시려고요?”

최군형이 흠칫했다. 하수영이 웃음을 터뜨렸다.

“내가 어떻게 알았는지 궁금하죠? 하, 도련님, 너무 급하면 안 된다고 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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