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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95화

최군형이 흠칫하며 말했다.

“우리 집에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거야?”

“아뇨, 그게 아니라... 육씨 가문이요.”

“육씨 가문?”

“네, 전에 형 부모님께서 혼사를 정해주신 그 집안 말이에요. 형님 집안의 일은 잘 모르겠어요. 아무튼 한 번 가보면 아실 거예요.”

“응, 알겠어.”

최군형이 짧게 대답하고는 전화를 끊었다.

앞서가고 있던 강소아는 최군형의 통화 소리를 듣지 못한 채 몸을 돌려 그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최군형은 어떻게 시간을 뺄지 고민하다 결국 사실대로 얘기하기로 했다.

“동생이 집에 일이 생겼다고 한번 와보라고 해서요. 너무 오래는 안 걸릴 거예요. 사흘이면 충분할 겁니다.”

말을 마친 그는 고개를 들어 강우재와 소정애를 쳐다보았다. 그 두 사람은 서로를 쳐다보고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더니 금세 진열대의 물건들을 여행 가방 속에 담기 시작했다.

“아줌마, 아저씨, 이건...”

“군형아, 어쩌다 본가에 가는데, 큰 건 못 해줘도 간식은 마음껏 가져가!”

“맞아, 이거 사돈... 아니, 부모님께 드려. 우리 마음이야.”

그들 부부는 큰 가방 두 개를 간식으로 꽉꽉 채우고 있었다. 최군형이 깜짝 놀랐다. 그는 감동받은 얼굴로 텅텅 빈 진열대와 부부의 만족스러운 얼굴을 쳐다보았다.

“아저씨, 아줌마, 이러실 필요는...”

“그럴 필요가 왜 없어! 군형아, 언제 가? 우리가 짐 들어다 줄까?”최군형은 차마 전용기가 자신을 데리러 온다고 말할 수 없었다.

“맞다, 넌 집이 어디야?”

최군형이 낮은 소리로 대답했다.

“오성입니다.”

그 대답에 부부가 금세 조용해졌다. 그들은 지금까지 절대 강소아의 앞에서 이곳에 관한 얘기를 꺼내지 않았다.

그들의 딸은 그들이 훔쳐 온 아이이기 때문이다.

한 살짜리 아이는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한다 해도, 그곳을 언급했다가 혹시라도 과거를 기억해 낼까 봐 두려웠다. 한 번 터진 기억은 화산처럼 폭발해 더는 수습할 수 없을 거였다.

그들은 강소아가 평생 그들의 곁에 있기를 원했기에 그녀의 앞에서 절대 오성을 언급하지 않았다.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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