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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3화

전화를 끊은 하수영의 손에 식은땀이 돋아났다. 그녀는 정신을 차리고는 다시 명품관 안으로 들어갔다. 강소아가 아직 나오지 않은 걸 보자 아무렇지도 않은 듯 말까지 걸었다.

“소아야, 다 됐어?”

“옷이 조금 커, 한 치수 작은 거 있어?”

하수영은 얼른 직원에게 한 치수 작은 옷을 가져다주라고 지시했다.

“소아야, 그러면 먼저 보고 있어. 나, 나 화장실 갔다 올게!”

강소아가 응 하고 대답했다. 하수영은 명품관을 뛰쳐나가 지하 1층 카페로 달려갔다.

가장 구석진 자리에 남자가 앉아 있었다. 하수영은 떨리는 손을 감추며 애써 아무렇지도 않게 남자의 앞에 앉았다.

남자가 카드 한 장을 던지듯 그녀의 앞에 놓았다. 모자가 남자의 얼굴 반쯤을 모두 가리고 있었다. 미세하게 올라간 입꼬리가 소름이 끼쳤다.

“일을 잘 처리했더군요! 이건 도련님께서 주시는 상입니다.”

“감사합니다...”

“강소아를 이곳에 묶어두세요. 절대 그녀가 오성에 가게 하면 안 됩니다!”

하수영의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하지만... 전 오성에서 취직하고 싶은데요.”

“그건 그때 다시 얘기하죠.”

하수영은 더 할 말이 남았지만 남자의 차가운 표정을 보고는 차마 얘기하지 못했다.

말을 마친 남자가 일어서서 나가려 했다.

“하수영 씨, 저희가 드린 임무만 잘 마치신다면, 절대 섭섭하게 하지 않을 겁니다. 이건 도련님의 약속입니다.”

“도련님은... 왜 저를 고용하지 않으세요?”

하수영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당신이요?”

하수영이 남자를 올려다보았다. 육씨 가문 아가씨를 연기할 사람이 필요한 거라면, 왜 그녀를 고용하지 않는 거지?

왜 그녀더러 강소아에게 접근하고, DNA 표본을 제공하고, 눈물점을 찍고, 모반을 없애게 한 거지? 그러고는 다른 사람더러 육소유를 사칭하게 하다니?

하수영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녀는 자신이 육소유를 사칭하는 데 가장 적합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남자는 걸음을 멈추고 그녀를 돌아보았다. 시선을 보지는 못했지만 멸시와 비웃음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하수영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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