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1008화

최군형이 그를 풀어주었다. 형제는 나란히 정원을 걷고 있었다. 똑같이 훤칠한 그림자였지만 한 명은 묵묵히 걷고 있었고 한 명은 어깨를 부여잡고 아프다는 듯 콧소리를 내고 있었다.

최군형은 만족스럽게 웃고는 최군성의 목덜미를 잡고 그를 끌어왔다. 믿음이 안 갈 때가 많은 동생이지만 방금 한 말은 그의 머릿속에 깊이 새겨졌다.

“먼저 강주에 가서 키스하고 와.”

그녀와... 키스를.

최군형의 입꼬리가 저도 모르게 올라갔다. 그는 저도 모르게 입술을 다셨다. 심장이 멋대로 뛰기 시작했다.

“형? 형!”

최군성이 소리를 질러서야 최군형이 정신을 차렸다.

“왜 그래? 얘기하는데 듣지도 않고!”

그들 형제는 어릴 적부터 투덕댔지만, 그 우애만큼은 의심할 수 없었다. 최군성이 어떤 말을 하든 최군형은 항상 집중해서 들었었다.

그제야 최군형은 확신했다. 형은 강주에 가서부터 완전히 달라졌다.

최군형이 두어 번 헛기침하며 말했다.

“아, 듣고 있었어. 방금 무슨 말 했어?”

“...”

‘듣고 있었다며?’

최군성이 입술을 삐죽대고는 다시 한번 말했다.

“부모님 정말 알콩달콩 사신다고! 부러울 지경이야.”

“부러워할 필요 없어. 우리도 두 분처럼 살 테니까.”

“형, 아빠는 딸을 얻고 싶어 했는데 엄마는 우리 둘을 낳으셨으니, 아빠께서 실망하시진 않으실까?”

“그러진 않을걸?”

“형! 그래도 아빠가 엄마랑 잘 살아서 다행이다. 다른 집처럼 바람피우고, 사생아라도 데려오면 우린 어떻게 되는 거야?”

최군형은 지적장애인을 보는듯한 눈길로 최군성을 쳐다보며 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걱정하지 마, 그럴 리 없어.”

하지만 바로 그때, 최군형의 머리를 스쳐 지나가는 생각이 있었다.

사생아?

그는 육씨 가문에서 봤던 그 여자를 떠올렸다. 육소유는 육경섭과 닮은 구석이 있을 뿐만 아니라 DNA도 일치했다.

설마, 경섭 삼촌 사생아는 아니겠지?

“아, 왜 꼬집어!”

최군성이 큰 소리로 외쳤다. 최군형이 아랑곳하지 않고 낮은 소리로 물었다.

“군성아, 육소유랑 경섭 아저씨랑 닮은 것 같아?”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