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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2화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더니 이런 우연이 다 있네요.”

좌석에 앉은 조현아가 싱긋 웃었다.

“이번 비행은 지루하지 않겠는데요?”

“그럴 리가요.”

한소은이 담담하게 말하더니 담요를 덮었다.

“저쪽에서 시비를 걸지 않는 이상 아무 일도 없을 거예요.”

말을 마친 한소은은 좌석에 머리를 기댔다. 지금 그녀는 출장 중이다. 강시유와 나쁜 감정으로 얽히긴 했지만 절대 사적인 일로 회사 일정에 피해를 주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재밌네요.”

조현아가 고개를 갸웃했다.

“강시유 씨가 먼저 시비를 걸지 않을 거라 확신하는 건가요?”

그렇게 호락호락한 사람이라면 애초에 이런 일이 일어나지도 않았겠지.

“그런데 말이에요. 강시유 씨 옆에 앉은 외국인 왠지 낯이 익은데요?”

조현아가 다시 한번 그쪽을 힐끗 바라보았다.

딱 봐도 노형원은 아닌 것 같은데... 하지만 강시유와 노형원은 어딜 가든 꼭 붙어 다니는 닭살 커플 아니었나?

물론 한소은도 이를 발견했지만 외국인의 정체가 누군지는 딱히 궁금하지 않았다. 그저 아무 소란 없이 이번 비행을 마치길 바랄 뿐이었다.

“팀장님, 전 일단 좀 자야겠어요. 품감회는 저녁이잖아요?”

말을 마친 한소은은 두 눈을 감아버렸다.

하, 결국 무시하는 쪽을 택하겠다?

싱긋 웃던 조현아도 담요를 덮고 눈을 감았다. 간만에 누리는 회사 복지인만큼 뽕을 뽑아야겠지.

한편, 강시유는 안절부절 못하며 한소은 쪽 좌석을 계속 돌아보았다.

잠시 대화를 나누던 두 사람이 잠든듯한 모습에 강시유의 마음은 더 착잡해졌다. 처음 타보는 톱 클래스 좌석에 마음이 잔뜩 부풀어있었는데 한소은 저 계집애 때문에...

게다가 그녀 따위는 신경도 안 쓰인다는 듯 잠까지 청하는 걸 보니 더 천불이 일었다. 며칠 동안 그녀와 노형원은 오일 제조법을 알아내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보내고 있었다.

오늘 노형원이 품감회에 동행하지 않은 것도 오일 원료를 해결하기 위해서였다.

이렇게 큰 사고를 쳐놓고 속 편하게 잠이나 자?

치밀어 오르는 분노에 주먹에 힘을 주려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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