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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화

“다, 다 먹었어요.”

한소은은 쑥스러운 듯 고개를 푹 숙였다.

“그럼 일어나죠. 힘들었을 텐데 오늘은 일찍 쉬어요. 일 생각은 내일 다시 하고요.”

김서진은 한소은이 뭘 묻고 싶은지 다 알고 있다는 듯 말을 덧붙였다.

“소은 씨가 말한 건 서한이한테 말해 둘게요. 걱정하지 말아요.”

걱정하지 말라는 김서진의 말에 한소은의 마음이 편안해졌다.

난처한 얘기를 먼저 꺼내기 전에 당신의 생각을 먼저 눈치채고 대신 전부 해결해 주는 사람이 곁에 있는 느낌... 이런 느낌은 처음이었다.

차에 타고 안전벨트를 하는 한소은을 향해 김서진이 물었다.

“지금 살고 있는 그 집 월세죠?”

“네.”

“방 빼요. 그리고 나랑 같이 살아요.”

김서진이 한소은의 손을 꼬옥 잡았다.

갑작스러운 제안에 한소은은 입술을 꼭 깨물었다.

쿵쾅대는 심장소리가 김서진에게 들리진 않을까 불안해졌다.

망설이는 그녀의 모습에 김서진은 재촉하지 않고 가만히 기다려 주었다.

사실 언젠가는 이런 날이 올 것이라 생각했지만 그날이 너무 빨리 온 건 아닐까 싶어 한소은은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법적으로 혼인신고도 마쳤겠다... 법적인 부부가 같은 집에서 사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지 않는가?

결단을 내린 한소은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오늘 바로 이사할까요?”

놀라운 김서진의 추진력에 한소은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잠시 후, 김서진의 차량은 아파트 단지 아래에 멈춰 섰다. 한소은은 김서진더러 차에서 기다리라고 한 뒤 집으로 올라가 대충 짐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어차피 챙길 건 옷가지들과 중요한 서류들뿐, 다른 건 전부 버리고 다시 새로 시작하고 싶었다. 방을 빼겠다고 집주인과 통화까지 마친 한소은은 방을 쭉 한 번 돌아보았다.

노형원과 함께 창업하고 함께 노력하며 오늘날의 성과를 거두었다고 생각, 아니, 착각했었다.

지금 다시 돌이켜보면 이 집에서 그녀는 항상 혼자였는데 말이다.

현관문을 나서려던 한소은은 다시 고개를 돌려 작은 방을 바라보았다.

“안녕, 구질ㅈ구질한 내 과거야.”

김서진은 한소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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