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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임서우는 제 자리에 앉아 신수아가 돌아오길 기다렸다.

또한 이제 곧 이 회사의 최대 주주가 되는 것도 기대했다.

그러나 신수아가 돌아오기 전에 허민서와 박건우가 먼저 회사에 왔다.

허민서가 막 회사 로비에 들어설 때 김도현이 씩씩거리며 그녀를 질책했다.

“허민서 씨, 드디어 왔네요. 당장 돈 갚아요! 젠장! 임서우 그 개자식이 뒤에서 몰래 신 대표님께 우릴 고자질했어요. 그 바람에 동료들 모두 오전 급여가 삭감됐다고요. 더 말할 것도 없어요. 당장 돈 갚아요!”

김도현은 다짜고짜 허민서에게 고함을 질렀고 그녀는 문 앞에 서서 어안이 벙벙해졌다.

한참 후에야 그녀도 주변 동료들의 질책 속에서 방금 사무실에 일어난 일을 파악하게 되었다.

허민서도 몹시 짜증 났다. 이미 임서우와 이혼했는데 이 거지 같은 녀석이 아직도 회사에서 그녀의 얼굴을 깎아내리고 있으니 말이다.

그녀는 홧김에 가방에서 이혼신고서를 꺼내 머리 위로 번쩍 쳐들며 사무실 동료들에게 말했다.

“다들 똑똑히 봐요. 난 이미 서우랑 이혼했어요. 이건 이혼신고서에요. 지금부터 나랑 임서우는 남남이니 더는 우리 사이를 엮지 말아요!”

시끌벅적하던 사무실이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허민서와 임서우의 갑작스러운 이혼 소식이 모두를 충격에 빠트렸다.

김도현은 그녀 손에서 이혼신고서를 홱 뺏어가 자세히 들여다봤다.

“헐! 진짜 이혼했어요? X발! 그것도 오늘에?”

허민서는 이혼신고서를 다시 가방에 넣고 속상한 듯 눈물을 주르륵 흘렸다.

“여러분은 회사에서 서러움을 당하면 바로 날 찾아오지만 난 속상할 때 누굴 찾아가죠? 임서우랑 결혼한 이 반년 동안 쥐구멍만 한 집에서 지내고 싸구려 옷만 입고 다녔어요. 외식한 적은 단 한 번도 없고요. 그럼에도 매일 당신들의 푸념을 들어줘야 했죠. 서우가 이 건물에서 배달 알바를 하는 것 때문에 종일 나만 놀렸잖아요. 난 이 서러움을 어디 가서 풀어요? 아까 구청 앞에서 이혼 절차를 마치고 나올 때도 허세 부리는 거 있죠. 돈 주고 여자 단역배우를 찾아서 짝퉁 차를 몰고 오더니 내게 준 은행카드에 무려 200억이 있다는 거예요. 게다가 그 차는 또 20억이나 한대요. 내 앞에서 짝퉁 가방과 화장품 한 무더기를 싹 다 불태워버리고 아니 무슨 제가 엄청난 부자라도 된 것마냥 거만을 떠는 거예요. 내가 당한 이런 서러움들은 또 누구한테 하소연할 수 있냐고요? 이런 것들에 비하면 당신들이 당한 서러움은 일도 아니에요! 다들 고작 반나절의 급여를 삭감당했지만 나는요? 결혼생활이 끝났고 반년 동안의 청춘을 잃었다고요!”

여자의 눈물은 무형의 비수처럼 사람 마음을 후벼판다더니 더욱이 허민서처럼 예쁜 여자가 눈물을 흘리자 좀 전까지 그녀에게 돈 갚으라고 고래고래 소리 지르던 동료들은 어느덧 ‘정의의 사자’로 변신했다.

허민서가 속상하게 눈물을 흘리자 다들 분노를 드러내며 그녀를 위해 정의를 구현할 기세였다.

그녀가 박건우의 팔짱을 끼고 회사에 들어온 걸 똑똑히 지켜보았지만 다들 여전히 사무실의 ‘정의’를 구현하겠다며 화근을 다시 임서우에게 돌렸다.

그중에서도 김도현이 가장 흥분하며 임서우에게 달려가 욕설을 퍼부었다.

“임서우 이 쓰레기 같은 놈아, 당장 우리 회사에서 꺼져! 너 때문에 회사 분위기가 흐려졌어. 민서 씨가 널 만난 건 그냥 저 자신을 망치는 일이야. 이렇게 좋은 여자를 아껴주지도 못할망정 이혼할 때 여자 단역배우까지 찾아와서 거만을 떨어? 그리고 X발 뭐? 네가 수백억 자산이 있어? 차라리 빌 게이츠 아들이라고 말하지 그래?”

김도현의 말이 떨어지기 바쁘게 다른 동료들도 잇따라 모여들어 임서우에게 삿대질했다.

사무실 안에 한순간 험한 막말로 가득 찼다.

임서우가 천벌 받을 악행이라도 저지른 것처럼 말이다.

임서우는 주변을 쭉 둘러보다가 의기양양한 표정을 짓고 있는 대머리 외눈박이 박건우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다들 박건우한테 잘 보이려고 지금 날 욕하는 거지? 박건우 아빠가 우리 회사 박부장이니 허민서가 날 배신하고 박건우랑 바람피운 걸 알면서도 감히 쟤한테 찍소리도 못하잖아. 약자한테 강하고 강자에겐 찍소리도 못하는 비겁한 것들, 박건우 아빠가 박부장이라서 김도현 이 앞잡이의 인솔하에 가차 없이 날 욕하는 거잖아, 아니야?”

임서우는 뭇사람들의 정곡을 콕 찔렀다.

다들 목에 핏대를 세우고 가슴이 찢어질 정도로 더 미칠 듯이 임서우를 맹비난했다.

목소리가 높으면 정의의 사자가 되는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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