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13화

잠시 후 박건우가 그만하라고 손짓했다.

이에 임서우를 둘러싸고 삿대질하던 동료들이 하나둘씩 입을 다물었다.

박건우는 한쪽 눈을 뜨고 입꼬리를 씩 올리더니 거들먹거리면서 임서우에게 다가가 그의 귓가에 대고 나지막이 말했다.

“네 말 맞아. 김도현 내 끄나풀이야. 동료들이 자꾸만 널 겨냥하는 것도 실은 내가 김도현한테 이간질하라고 시켰어. 내가 이렇게 한 목적은 단 하나, 바로 허민서를 얻기 위해서야. 너 같은 역겨운 택배 배달원이랑 하루빨리 이혼시키려고 그랬어! 제발 거울 좀 봐. 네가 허민서에게 어울린다고 생각해? 병신 같은! 지금 너무 화나지? 약오르지? 날 때리고 싶어 죽겠지? 와봐! 손 대보란 말이야!”

박건우는 임서우의 귓가에 대고 건방지게 말했다.

이어서 뒤로 한 걸음 물러서며 임서우에게 맹비난했다.

“내 BMW z4는 초호화 옵션이라 몇천만 원은 더 돼. 네가 피를 팔든 신장을 팔든 뭘 하든 간에 당장 새 차로 물어내. 그럼 우리 일도 없던 거로 할게. 만약 안 그러면 바로 경찰에 신고할 거야. 그땐 일이 얼마나 커질지 몰라. 적어도 10년은 판결받아야 나올걸.”

김도현이 허민서에게 박건우의 스포츠카에 관한 일을 전해 들은 후 옆에 모인 동료들도 박건우의 BMW z4 스포츠카가 무참히 깔려버렸단 사실을 알게 됐다.

뭇사람들은 침까지 튀겨가며 임서우를 죽일 듯이 맹비난했다.

잠시 후 누군가가 큰소리로 외쳤다.

“다들 그만. 대표님 오셨어!”

다들 그제야 입을 다물고 제자리로 돌아가 일하는 척하며 키보드를 두드렸다.

“내게 새 차를 물어내지 않으면 너 감방 갈 줄 알아. 병신! 잘난 척하더니.”

박건우도 으름장을 놓고 제자리로 돌아갔다.

이 사이 허민서는 줄곧 임서우를 직시하지 못했다. 그녀는 감히 임서우의 눈을 마주 보지 못했다.

박건우를 사랑해서 선택한 게 아니라 단지 돈이 더 많아서 선택했고 오늘 임서우가 동료들의 질책을 당한 것도 매우 억울하다는 걸 그녀는 잘 알고 있다.

임서우는 열심히 돈 벌어서 전부 그녀에게 썼지만 정작 그녀는 윤리와 도덕을 혼동하며 사람들 앞에서 도리어 그에게 죄를 덮어씌웠다.

그럼에도 허민서는 속으로 저 자신을 위로했다.

“민서야, 넌 아무 잘못 없어. 새는 먹이를 쫓고 인간은 돈을 위해 살아. 더 나은 삶을 추구하는 건 네 잘못이 아니야. 거지 같은 임서우가 너한테 안 어울릴 뿐이야. 지금 임서우 앞에 닥친 모든 것이 자업자득이라고!”

임서우는 복잡한 표정의 허민서를 보다가 또다시 사악한 눈길로 자신을 째려보는 박건우를 쳐다봤다. 그리고 의기양양한 김도현과 동료들을 쭉 둘러보며 실소를 터트렸다.

드래곤 킹덤의 부하들을 거느리고 변방의 전장에서 피 튀기게 싸우며 지켜낸 백성 중에 이렇게 시비를 엇가르고 돈만 밝히며 약한 자에게 강하고 강한 자에게 아부하는 소인배들이 있었다니.

전장에서 처절한 사투를 벌인 부하들을 떠올리니 저도 몰래 분노기가 어려 싸늘한 웃음이 새어 나왔다.

그는 원래 발악하는 벼룩들을 상대하지 않으려 했는데 벼룩들이 점점 더 미쳐 날뛰었다.

기회를 잡아 따끔하게 혼내야 할 듯싶었다.

잠시 후 신수아가 하이힐 소리를 또각또각 내며 대표 사무실로 걸어갔다.

이어서 임서우도 안으로 들어갔다.

김도현의 옆을 지나갈 때 그가 또 비아냥대며 말했다.

“어머! 버러지 같은 녀석이 또 고자질하려고?”

임서우는 순식간에 큰 손으로 그의 뒤통수를 내리쳤고 쿵 하는 소리와 함께 김도현은 정면으로 책상에 얼굴을 들이받았다.

임서우가 날카롭게 쏘아붙였다.

“야 이 앞잡이 새끼야, 여기서 일하고 싶거든 지금 당장 보고서를 작성해. 이따가 너 밤새 보고하게 할 테니까!”

말을 마친 임서우는 신수아의 사무실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이를 지켜보던 동료들은 어안이 벙벙해졌다.

저 사람이... 평소에 사무실에서 갖은 비난을 당해도 묵묵히 있던 임서우가 맞냐고?

순간 다들 임서우가 아예 딴사람으로 변한 것만 같았다.

이 세상에서 임서우를 제일 잘 안다고 자부심을 느끼던 허민서는 좀전의 임서우가 너무 낯설게 느껴졌다.

예전의 임서우가 온몸에 땀 냄새가 배기고 며칠째 씻지도 않은 택배 배달 유니폼만 입고 다니는 폐인이었다면 지금 이 순간의 그는 단단한 철갑을 두르고 흉악한 눈빛을 드러내며 전포와 함께 바람을 가르는 위엄 넘치는 대장군 같았다!

Related chapters

Latest chapter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