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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화

똑...... 똑......

물방울이 나상준의 머리카락을 타고 바닥에 떨어져 맑은 소리를 냈다.

물줄기는 그의 몸을 따라 매끄러운 바닥으로 흘러내리고 다시 하수구로 흘러가더니 가느다란 물 흐름소리가 들려왔다.

모든 것이 이토록 정상적이고 자연스럽게 흘러가고 있었다.

나상준은 아무런 기척도 없는 샤워기를 한참 바라보더니 가운을 입고 욕실을 나섰다.

예전 같으면 이 시간에 바깥의 등불은 모두 밝았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칠흑처럼 어두웠고 침실도 마찬가지다.

나상준은 어두운 바깥을 보며 휴대폰을 들어 허영우에게 전화를 걸었다.

“대표님.”

“정전이야.”

허영우는 멈칫하더니 모처럼 멍해졌다.

정전?

대체 무슨 말씀일까?

허영우가 곰곰이 생각하는 사이, 나상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집안 전기요금은 누가 냈었지?”

이 말에 허영우는 한 가지 일이 떠올랐다.

차우미와 나상준이 이혼하던 그날, 그녀는 허영우에게 메일 한 통을 보냈다. 차우미는 집안의 주의 사항과 해야 할 일, 그리고 세부 사항들을 꼼꼼히 메일로 작성해 보냈다.

허영우는 메일을 확인했고 또 알고 있었지만 너무 바쁜 탓에 까맣게 잊고 있었다.

메일 속의 여러 사항은 그녀가 이미 다 처리해 두었으니 허영우는 그저 기억만 하면 된다.

그러다 보니 잊고 있었다.

허영우가 다급히 말했다.

“사모님이 냈었어요. 전에 사모님이 메일로 알려주셨는데, 제가 깜빡했어요.”

“죄송합니다, 대표님. 지금 바로 처리할게요.”

“그래.”

통화가 종료되었다.

나상준은 휴대폰을 던져두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날은 아직 완전히 어두워진 것은 아니다. 집안의 모든 것이 아직 마지막 빛에 비추어져 아주 희미하게 보였다.

나상준은 바에 있는 냉장고를 열었다.

그는 목이 말라서 물을 좀 마시려고 했다.

하지만 열어보니 냉장고는 텅 비어있었다.

그는 멍하니 먼지 하나 묻지 않은 깨끗한 냉장고를 바라보다가 한참 뒤 부엌으로 향했다.

부엌에도 냉장고가 있었다. 차우미가 이 집에 있을 때, 그 냉장고는 항상 꽉 차 있었다.

하지만 열어보니 역시나 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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