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26화

산의 기후는 일정치 않았다. 특히나 진달래 산은 더 그러하다. 차우미와 온이샘이 절에 도착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보슬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보슬비는 산과 나뭇잎에 떨어져 속삭이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두 사람은 방을 예약한 뒤 간단히 씻고 절밥을 먹으러 갔다.

이 계절은 진달래가 만개할 때라 많은 사람이 이곳을 찾아 진달래를 감상했다.

하지만 절에는 사람이 많지 않았고 절밥을 먹는 사람도 아주 적었다.

서서히 밀려오는 어둠과 함께 빗소리가 자욱하여 절 안은 더욱 적막해졌다.

차우미와 온이샘은 그저 가끔 나지막한 목소리로 두 마디씩 나눌 뿐, 되도록 조용하게 식사를 마쳤다.

하지만 두 사람이 식사를 끝내고 일어서려 할 때, 갑자기 쨍그랑 소리와 함께 그릇이 바닥에 떨어져 산산이 부서졌고 남은 음식도 덩달아 바닥에 전부 엎질러졌다.

차우미는 멈칫하더니 시선을 앞으로 향했다.

한 젊은 여자가 벌떡 일어나 맞은편에 앉은 남자에게 삿대질하며 소리를 질러댔다.

“오기석, 너 그게 무슨 말이야? 여기까지 같이 온 게 억울해? 내가 똑똑히 말하는데, 억울해도 참아!”

여자는 의자를 발로 걷어차고 뒤돌아섰다. 남자는 거기에 앉아 주변을 둘러보더니 사람들의 시선에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졌다.

차우미는 시선을 거두고 휴지를 꺼내 온이샘에게 넘겨주었다.

온이샘도 그 장면을 보았지만 차우미를 따라 이내 시선을 거두었다.

가지런히 접힌 휴지를 바라보며 온이샘은 저도 몰래 미소를 지으며 건네받았다.

“고마워.”

두 사람은 곧 식당을 나섰다.

밖은 아까보다 더 어두워졌고 절당 안의 등불만이 환히 빛나며 산을 밝게 비추었다.

비는 여전히 세게 오지 않았다. 아까처럼 가늘고 촘촘하게 산에 뿌려져 흰 안개를 만들었다.

“공기 좋다.”

두 사람은 걸어 나와 절을 둘러보았다.

도시의 소란스러움과 고층 건물을 벗어난 이곳은 고요함으로 사람 마음을 안정시켜 준다.

차우미는 절의 건물과 조각을 열심히 관찰했다.

온이샘의 말에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응했다.

“진달래 산 공기는 정말 좋아. 그래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